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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 김형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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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형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9년 12월 15일
  • 쪽수 : 12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5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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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4년 만에 펴내는 김형수 네번째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문학동네시인선 129 김형수의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를 출간한다. 신동엽문학관 상임이사로 그의 안팎을 살뜰히 살피느라 제 그늘 아래로는 안 서는가 하였는데 간만에 수줍게 내미는 그것이 있어 열어보니 올올이 시였다. 쓰고 있던 그였다. 보고 있던 그였다. 한층 고요해진 목소리로 한층 말을 먹은 심중으로 침묵 속 그가 내민 시편들은 손에 들어간 힘이 아니라 펼친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만 같았다. 향기가 났다. 좇을 수는 있었으나 그조차도 잡으려 하면 연기처럼 사라지던 있다 없음이었다. 회한이란 무엇일까. 김형수 시인의 시편들을 읽다 문득 그 단어가 내 밖으로 불려나왔다. 뉘우치고 한탄함. 시끄럽고 요란할수록 꽉 차지 않았다 할 그 말, 회한. 땅을 치거나 가슴을 뜯음 같은 미련한 후회가 아니라 그저 차분히 거꾸로 돌아보고 있구나 함을 알게 하는 뒤안걸음 속의 손 탈탈 턺. 와중에 고마운 일은 고맙다고 미안한 일은 미안하다고 화가 나는 일은 화난다고 슬픈 일은 슬프다고 말하는 여전한 소년으로서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 김형수. 그 솔직함이 아직은 유효하여 그의 시는 더 쓰일 수 있겠다 싶은데 모두의 눈에 공평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그 허깨비, 그 시라는 무시무시한 허상을 가끔 본다고 하니 그 ‘가끔’에서 묘하게도 진실된 참상을 느끼게 된다. 그가 이고 진 주제들이 무거운 듯해도 그의 지게에서 내릴 때는 그 물 먹음이 다 빠진 뒤라 우리에게는 사뭇 가볍게 이고 갈 수 있게 함이다. 그의 내공이라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김형수의 시는 주마등 같은 노래라는 생각이다. 시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 나오는 가락이 그의 시를 빚어낸다.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그 과거의 의미를 되살려내려는 결기가 묻어난다. 그렇다고 오직 날 선 긴장이 팽팽하게 시위를 당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음조는 자장가처럼 울린다.
    _이택광 해설 「통속성의 미학화」 중에서

    [시인의 말]

    시인을 성자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2019년 12월
    김형수

    목차

    시인의 말

    1부 형, 울지 좀 마라
    눈먼 가수의 길/눈물이 가려 보이지 않네/하모니카 블루스/라이터를 그으며/밤 기차에서/해인(海印)/혼몽(昏懜)의 집/타버린 불꽃의 흔적/암 병동/시인의 상가(喪家)/종점 근처/헛꽃/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어떤 끝에서/공장의 달

    2부 눈에 불이 있고 뺨에 빛이 있는 친구
    야생의 기억/차바퀴에 부서지는 별빛/나그네 새/겨울 막북(漠北)/내가 잡은 메뚜기를 날려보낸 여자에게/작은 이슬 노래/광야를 가득 채운 유령/8백 개의 고원에서/자무카의 노래/내 머리통 속에서/슬픈 열대/궁남지를 떠나가는 연잎 행렬을 거슬러 걸으며

    3부 불현듯 멀어지고 있어요
    부음/날궂이/함평 밤바다에/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서커스/먼바다에 떠 있는 나의 광대에게/붙잡을 수 없는 노래/꽃무릇 피다/약장수들/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중년/산그늘/30년이란다/봄 트로트

    4부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산다
    버림받은 시/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하나/식상한 예술가의 초상. 둘/평양/북행/예언자/2008년의 청계천을 사유하는 촛불들/컬트 서울/사라진 별을 기리는 노래/인터넷 반군들/이슬 묻은 꽃잎을 줍다/명천 선생/신동엽 생가에서/해 지는 집/별빛 뒤에 서 계신가봐/시간의 물살 위에서

    해설|통속성의 미학화
    |이택광(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1
    한반도가 시궁창 같다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하게 걸을수록 안전하지 않다

    고운 잎이 벌레 먹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한때 순정을 이지메하던 병동에서 나는 인생 수업을 마쳤다

    오늘도 젖은 물방울들이 서로 부서지는 속을 나는 흐르고 있다

    2
    이사회가 있었던 다음날
    영근 형이 전화해서 마구 욕질을 해대었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 불끈 받아치기 직전
    한없이 서러운 울음을 쏟아낸다

    그 자식
    네 끼는 굶은 얼굴이드라 면도조차 안 하고
    그럴 거면 명편(名篇)이라도 좀 내놓지
    내가 1980년대의 종점인 줄 알았는데 남일이가 종점이었어

    갑자기 무장해제되어 얌전하게 꿇어버렸다

    형, 울지 좀 마라

    3
    멀리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제 무덤을 파는 노인처럼 보였다

    쉬는 날 마포 삼층에 앉아 담뱃불을 붙일 때면
    연기 같은 영혼 천삼백 개가 파는 천삼백 개의 무덤이 보인다

    나도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전문)

    나는 모르지
    고향집 들판 어스름 속을
    혼자 떠난 황새
    그것이 너인지 아닌지

    발 하나 옮길 때 위태로이 구부리던
    줄을 타다 몇 번 쓰러질 뻔했던
    어릴 때 곡마단에서
    외줄 타던 어머니가 도망쳐
    온종일 분장실에 숨어서 울던
    그 한쪽 발이 네 건지 아닌지

    외롭고 막막할 때 그 애가 되어
    하오의 무대를 가로지른 외줄처럼
    가지만 올 길은 없는 거라 믿으면서
    아 삶이라는 게 정말
    가기 위해 있는 건지 닿기 위해 있는 건지
    ('꼬마 광대에 대한 기억' 중에서)

    밀래미 사람들은 세 가지 말을 하지 않아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돈이 필요해요. 그런 말 하는 자를 약장수라 했어요. 사람의 귀만 보면 나팔을 불고 손뼉을 치는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억'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전남 함평
    출간도서 9종
    판매수 1,971권

    김형수 1985년 [민중시 2]에 시를, 1996년 계간 [문학동네]에 소설을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1988년 [녹두꽃]을 창간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정열적인 작품활동, 그리고 치열한 논쟁을 통한 새로운 담론 생산은 그를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으로 불리게 했다. 시집 [빗방울에 대한 추억], 장편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 [조드-가난한 성자들](전2권),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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