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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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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무한 욕망의 시대를 표류하는 군중들 그 화려한 꿈과 허무한 사랑의 스펙트럼!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 정미경의 신작 장편소설




    2002년 『장밋빛 인생』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정미경의 신작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기법'과 ‘주제'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으며, “화려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 “흔치 않은 역량의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정미경은 발표작마다 ‘재미'와 ‘완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성공적으로 그려내 한국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작품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는 작가 정미경이 ‘질주와 혁명', ‘질주와 부르주아 모더니티' 간의 상관관계를 얼마나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는가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며, 이는 우리 시대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질주정(疾走政) 사회로의 변화과정에 대한 보고서라 평하고 있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는 80년대를 살아온 다섯 젊은이들의 허무한 사랑과 욕망을 그린 장편소설로 정미경의 날카롭고 냉소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의 거침없는 욕망의 질주에 맞춰 속도감 있는 문체,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정미경식 혜안, 단문 속에 포함된 은유와 여운 등이 팽팽한 긴장과 재미를 준다.



    80년대 야학교사로 활동하며, 학생운동 선두에 서 있던 최한석, 김동주, 유지원. 그들은 시간이 흘러 2002년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광화문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최한석은 여당 대변인이 되어, 유지원은 화가가 되어, 이중호는 잡지사 기자가 되어. 그리고 이들 사이에 애널리스트 이중호와 고급 콜걸이자 배우인 오윤희가 섞여들며 복잡 미묘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만든다. 그러면서 주인공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소설 속에 각기 다른 욕망 표출의 성을 쌓아놓는다. 서로에 대한 이 욕망은 수많은 삼각형들을 그려놓으며, 소설을 이끌어주는 주요 모체가 된다. 또한 이 많은 삼각형들은 우리 시대에 팽배한 욕망의 간접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서들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설은 철저한 부르주아 모더니티의 숭배자 이중호의 질주로부터 시작된다. 애널리스트인 그는 “목적지까지는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가속페달만으로 운전”하는 질주광이자 숫자광이며 일중독자로 질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의 인물이다. 다음은 최한석. 80년대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 있던 그는 타고난 웅변가이자 현재는 여당의 대변인이다. 마지막 남자 주인공 김동주. 미술학도였으나 비장함과 격정의 옷을 입고 열정을 솟아나게 하는 최한석에 매료되어 학생운동을 한 인물. 학생운동으로 한쪽 눈을 잃고 현재는 잡지사 기자로 활동 중이다.


    여자주인공 유지원과 오윤희는 정미경의 작가적 관심의 출발선상에 있는 여성성 탐구를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여전히 냉소와 독기를 머금고 있는 작가 정미경의 시선은 그의 초기 작품 「비소 여인」에서처럼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에서도 유지원과 오윤희를 통해 양육자와 팜므 파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유지원은 세 명의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물로 화가이다. 80년대 최한석을 사랑했고, 김동주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는 이중호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며,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어머니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오윤희는 80년대 공장에서 일했다. 야학에서 유지원, 김동주, 최한석 선생님을 만났고, 최한석을 사랑했으며, 그의 아이까지 가졌으나 최한석에게 배신당했다. 현재는 고급 콜걸이자 배우.

    다섯 젊은이의 엇갈린 욕망을 보여주면서 정미경은 속도와 질주, 욕망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사회의 병폐와 폐해를 그려냈다. 그러면서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보편화된 모방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돈, 누구와 같지 않은 옷, 누구보다도 큰 명성, 누구보다도 강렬한 사랑 등등. 오윤희를 중심으로 이중호, 최한석 역시 모방욕망의 포로들로 보여진다. 그들 역시 누구보다 많은 돈, 누구보다 강한 권력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작가 정미경은 모방욕망에 사로잡힌 채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자들의 비극적 불안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정미경은 인생의 허무함 역시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다. 질주광인 이중호가 나비잡기를 일생의 꿈으로 여기며 살았던 점, 중호가 지원이 그린 나비그림을 보고 호접몽을 떠올린 점. 이는 허무하고도 허무한 삶의 덧없음에 대한 정미경의 시선이다. 한석, 중호, 윤희, 동주, 지원, 그들이 나비를 꿈꾼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나비, 그것도 제 욕망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질주했던 불나비들이었음을 소설 결말에 가서 가슴 시리게 보여주고 있다.

    본문중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엑스터시. 1과 열두 개의 동그라미로 이루어지는 숫자가 내 계좌에 기록되는 순간의 느낌도 이러하지 않을까. 눈을 감고도 엔터키 치는 소리만으로 매도주문과 매수주문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극도로 몰입해서 거래를 하고 결국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익을 확인하는 그 순간의 느낌처럼. 그 느낌을 찾아 장이 끝나는 금요일 밤엔 꼭 도로로 나서게 된다. 코스는 늘 똑같다. 목적지까지는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가속페달만으로 운전하는 게 혼자 하는 이 경주의 룰이다.


    (/p.9)




    이 민족은 너무 다혈질이야. 파란색 티셔츠 입고 저 속에 들어갔다간 밟혀죽을 분위기네. 가능성은 없지만, 16강에라도 든다면 경제 쪽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야 되겠지. 하긴. 하릴없는 인생들. 저런 낙이라도 있어야겠지. 도로로 걸어다니는 인간들 때문에 도대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빵빵. 짜증스럽게 클랙슨을 울리자 주위의 차들이 신나게 화답을 한다.


    (/p.13)




    난 아니야. 저런 애들과는 연애 안 해. 결혼은 더욱. 언젠가는 여기서의 내 삶을 지워버릴 거야. 말끔히. 이 바닥에 타고난 인연만 해도 지겨운데 어떻게 끝까지 얽힐 생각까지 하는지.


    좁고 더러운 골목은 솥 안처럼 후끈거렸다. 공장도 싫고 야학도 싫고 골목 끝의 집은 더더욱 싫었다. 부랑한 바람이 골목 안으로 등을 떠밀었다. …… 최한석이라고 했던가. 쏘는 듯 독한 눈빛을 가졌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러운 슬래브 건물 안에서 셔츠를 땀으로 흠뻑 적셔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긴 하지만 윤자나 경순이나 그의 인생 바깥에 서 있는 존재일 뿐이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며 온몸을 때리는 여름비가 그렇게 가르쳐주었다. 온통 젖은 채 들어서는 윤자를 보자마자 엄마는 습관처럼 욕을 퍼부었다. 미친년. 싸돌아다닐 시간 있으면 방바닥이나 한번 훔치지. 엄마 혼자 용쓰다 죽어도 눈도 깜짝 안 할 년.


    (/p.21)




    “티셔츠의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라 초록이나 푸른색이었다 해도 저토록 거대한 열광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모르지. 지난 시절의 스포츠는 굴곡진 정치 현실 위에 의도적으로 토핑된 달콤한 시럽 같은 것이었지만, 저 붉은색은 그 때 우리가 개인적 미래와 사소한 행복과 목숨마저 내놓았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했던 그날, 에 이르게 해줄지도.”


    “피와 목숨으로도 얻지 못한 걸 유희의 열광 끝에 얻어낸다? 우린 애국가 한 소절조차 흥겹게 부르질 못했는데.”


    (/p.79)




    공포와 탐욕 중 공포가 더 강해. 탐욕이 허기진 자의 식탐이라면 공포는 피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야. 죽음의 공포에 가깝지. 잔액에서 하나씩 사라져가는 동그라미를 보고 있으면 실제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아. 그런데 말야. 어느 순간 탐욕이 공포를 잊게 만들어. 시장이 제 예상대로 간다 싶으면 트레이더는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은 오디세우스처럼 자신을 묶고 있는 공포의 밧줄을 끊고 돈의 강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발광을 하게 되는 거야. 최정우. 탐욕과 공포를 오가며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 그게 인간이야.


    (/p.17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02.04~2017.01.18
    출생지 경남 마산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9,126권

    196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오늘의작가상, 200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프랑스식 세탁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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