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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정신적 가치, 정주 : 집에서 실존을 확보하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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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집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시대,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다


'집'은 개인과 사회가 지닌 가치관의 총집합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집을 물질적 가치로만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아파트는 물질로 대표되는 가치관의 집약판이자 가장 일반적인 투자 수단이다. 이 책은 집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오늘날 집의 가치와 역할을 정주 조건이라는 학술적 주제로 풀어쓴 것으로, 집이 지닌 의미를 철학적·종교적·역사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탐구한다.
저자는 집에서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가치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정주'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주란 '한 곳에 정착해서 오래 산다'는 뜻으로, 집에 마음을 붙이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집의 정신적 가치가 구현된 궁극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정주 조건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다 보면 집으로 향할 때 푸근한 마음이 들 것이고 집에서 실존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동산 투자가 아닌 정신적 안정을 얻는 것

집은 개인의 철학을 반영하는 공간이자 그 사람만의 세계를 표출하는 장소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정신적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집에 지쳐 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위로를 받지 못한다. 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적 안정을 얻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집이 정서적 보호처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근원적 불안을 안고 있는 인간이 나그네와도 같은 삶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주(定住)를 꼽는다. '한곳에 정착해서 오래 산다'라는 뜻을 지닌 정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실존 조건이자 집에 마음을 붙이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집의 가치, 특히 집이 지닌 정신적 가치를 정주 조건이라는 개념에 맞춰 정의하고 있다.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인 저자는 정주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 정신적·심리적 안정, 존재론적 확신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물리적 건물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며 집을 대하는 시각, 집에 부여하는 가치, 집에서의 생활태도가 건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집을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오늘날의 세태에 일침을 가하면서 집에 대한 철학을 정립한다.

건축학자, 인문학자,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한 정주 조건

저자는 우선 건축학자의 관점에서 집에 꼭 필요한 가치를 이론화하고 이를 실생활에 접목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는 서양 주택을 모델로 삼았으므로 서양의 주택 형태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서양 사람들은 예로부터 집에 대해 어떤 정신적 고민을 가졌는지를 역사적·건축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인문학자의 관점에서는 집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더욱 근원적인 차원에서 탐구한다. 구체적으로는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철학,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적 시각, 몸 이론, 상징 이론, 영국 경험주의 철학, 페미니즘, 생태학, 심리학 등을 주로 다룬다. 역사학자의 관점에서는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교훈을 과거의 사례로부터 찾아내 현대에 적용한다.
이 외에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 또는 에세이스트의 관점에서 집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들을 풀어놓음으로써 친근감과 생동감을 더한다.

집, 인간, 사회는 서로를 비추는 삼각 거울이다

집은 개인적인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집이 모여 한 사회와 시대의 주거 문화를 이루므로 집은 한 개인의 세계인 동시에 한 사회와 시대의 세계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고통받는 이유를 가장 개인적 공간인 집에서 찾으면서,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정주 조건이 실종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의 집을 어떤 가치로 정의하고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가에 따라 집은 나그네가 머물다 가는 여인숙이 되기도 하고 포근한 어머니 품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일상이 집과 하나가 되려면 집에서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이 어떤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주 조건을 실천해 나감으로써 집에 마음을 붙이게 된다면 우리는 집을 통해 실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집은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닌 존재론적 확신을 주는 대상이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집의 불행에서 정주와 실존으로
제1부. 정주의 이론적 정의
제1장. 인생은 나그네 길
제2장. 정주
제2부. 정주의 기본 조건
제3장. 물질성
제4장. 정신성
제3부. 정주의 세부 조건
제5장. 정서
제6장. 정체성
제7장. 고향
제8장. 최적조화
에필로그. 본성, 제격, 지속가능성

본문중에서

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의 눈에는 불안해 보인다. 혼돈이 계속되는 과도기로 보일 뿐이다. 정신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대안은 정신적 가치가 되어야 한다. 집은 여러 가지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집에 대한 대안을 찾는 작업에서는 이런 정신적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국풍의 전원주택도 좋고, 재건축되어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도 좋고, 한옥도 좋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집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적 안정이라는 점이다. 집은 원래 다양한 방식으로 정신적 안정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집이 주는 정신적 안정 자체가 실종되어 있다.
(/ p.10)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 철학의 부재다. 집의 의미와 정체, 가치와 역할 등에 대한 우리의 철학 문제다. 집에 대한 철학이 잘못되어 있다.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물질만 좇다 한계점에 온 상황이다.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정신적 불안 상태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사람들은 개인의 심리 상태만 주로 들여다보지만 인간은 주변과 교류하는 환경적 존재이기 때문에 공간 환경도 심리 형성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물리적 골격과 함께 그 속에서 벌어지는 콘텐츠도 함께 고려하면 공간 환경은 인간의 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 p.27)

집은 물질과 기술이라는 세상 가치가 지닌 폐해를 회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물질을 축적하고 기계를 불러들이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과 편리함이라는 이 시대의 집의 가치 기준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여기에 결여된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확신을 얻을 수 있다.
(/ p.40)

'집'이 '사는 곳'임을 알면, 그리고 그렇게 살면서 나의 실존이 확보되는 것임을 알면 지금 한국 사회처럼 집을 시세차익을 노리는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집은 위험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우리의 삶에 실존의 안정을 줄 수 있다. 종교적 노숙의 현실에서 그나마 안식처를 줄 수 있는 것이 집이다. 인간의 근원적 존재를 기준으로 삼으면 집 역시 불완전하긴 하다. 하지만 현실의 범위 내에서 최고의 실존 조건은 집이다.
(/ p.80)

'정주'는 인간의 '실존'을 살아가는 현실 속에 정착하는 개념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때 현실은 주거환경이자 공간 환경이다. 이렇게 실존이 확보된 환경은 존재 환경이 된다. '정주' 개념에는 공간 개념이나 장소 배경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하이데거는 이것을 '세계'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세계'를 실존을 담아내고 실존이 살아가는 장으로 설정한 것이다.
(/ p.103)

존재자는 인간이고 현존재는 일상의 삶이며 존재는 집이기 때문에 존재론적 차이는 결국 인간이 사는 일상의 삶과 집 사이의 차이가 된다. 그리고 둘 사이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정주 조건을 확보하는 데 핵심 관건이다. 유럽의 전통시대에는 상류층 주택이 고급 예술작품이자 화려한 미술 박물관이어서 정작 일상의 삶과는 차이가 컸다. 산다는 것과 분리가 있었다. 집의 존재론적 차이가 컸다는 뜻이다.
(/ p.115)

두 가지 유형을 통합한 결과로 형성된 정주 기능이 '도피'였다. 한마디로 '실내 가정'으로의 '도피'였다. 사람들은 폐쇄적이고 튼튼하게 지은 물리적 구조물의 보호 속에서 자신들만의 사적 사회를 여유로우면서도 은밀하게 형성해 갔다. 실내 생활이 중요해지면서 건축 처리도 실내로 집중되었다. 외관은 한두 가지로 단조롭게 통일된 반면 실내가 각 가정의 개성과 독립성을 결정했다. 공사비도 실내에 소요되는 비용이 골조와 외관을 합한 것보다 높은 경우가 잦았다.
(/ p.145)

현대 사회에서 경쟁의 치열함은 거의 중세 시대 전쟁에 비유될 정도다. 그만큼 강한 방어 기능이 요구된다. 그러나 무기로 살생을 하는 전쟁은 아니다. 따라서 성채처럼 벽이 두꺼울 필요는 없고 감시탑, 총안, 해자 같은 전쟁 시설도 필요 없다. 과도한 성채형은 다분히 심리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 유형이 주는 정주 조건이 도움이 된다. 생활 행태와 집을 일치시킴으로써 누리는 심리적·정신적 안정이라는 정주 조건이 더욱 필요하다. 심리적 중정형이라도 구축해서 여유 있는 가정생활을 즐기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 p.154)

'뼈의 집'이라는 개념도 먼 과거의 미신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집에 부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자 집의 중요한 정주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뼈를 묻는다'라는 말은 지금도 일상에서 쓰곤 한다. 보통 직장과 관련해서 평생직장이라는 뜻으로 쓴다. 집과 관련해서도 쓴다. 이사를 갔을 때 다시는 그곳을 뜨지 않고 죽을 때까지 눌러 살겠다는 의지를 다질 때 쓴다. 이처럼 '정착'과 '평생'의 뜻을 갖는 개념이다. 이는 곧 나의 존재에 해당되는 것이고 따라서 실존 및 정주와 연관된다. 실존을 확보해 주는 정주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 p.167)

집이 가장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은 일상이 건강할 때다. 이런 상태에서는 집의 존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늘 당연히 그러한 것으로 받아들여 집은 '부재'하게 된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은 퇴근길과 하굣길에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이야'라고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다. 집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화목한 가족이 있고 따뜻한 집밥 한 끼가 있는데 이것은 늘 그런 것이어서(=존재의 의미) 특별히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것(=부재의 상태)이다. 정말로 건강한 집은 부재의 상태로 가장 명확히 존재하는 것이다.
(/ p.183)

자궁과의 비유를 통해 집은 여러 가지 의미를 획득한다. 집으로서는 최고의 상태를 비유하는 이미지다. 안전하고 포근하며 먹고 살 걱정도 없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는 부모는 많지만 태아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대부분 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뿌듯함과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어머니의 이런 느낌은 그대로 자궁 속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는 가장 훌륭한 정주 조건이다. 육체와 정신은 물론이고 정서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따라서 집을 자궁 개념으로 정의하고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면 최고의 집이 될 것이다. 매우 중요한 정주 조건 한 가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심리적·정서적 보호처로서의 집이다.
(/ p.215)

집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건물이라는 물리적 그릇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속에 사람이 사는 사람살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족과 집이 합쳐지면 가정이 될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세월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편안해지고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세월이다. 집과 내 몸의 동일화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담기고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세월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그 수많은 얘깃거리를 간직하고 기억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 빼고는 집밖에 없다.
(/ p.269)

산다는 것은 결국 나라는 주체와 주변 세상의 객체 사이에 끊임없이 관계를 설정해 가는 과정이다. 이 관계가 화목하고 안정될 때 인간은 실존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집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줄 때 그것을 정주 조건이라 부른다. 고향집은 처음부터 이런 화목하고 안정된 관계를 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주 조건에서 유리하다. 타향의 집이더라도 고향집의 가치를 실어낼 수 있다면 실존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 p.314)

고향의 기억에 담긴 복합 의미를 지금 내 집의 관계망에 연관시켜 현상학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둘은 상호 교류를 하며 긍정적으로 상승한다. 내 집의 상황은 고향의 행복한 기억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거꾸로 고향의 기억에서 행복 요소를 새로 발굴해 준다. 이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집에 대한 행복의 인지 작용은 상승한다. 고향의 기억은 현재의 존재를 풍요롭게 해준다. 인지한다는 것은 지금의 현실적 생각들과 이전의 기억을 결합하는 작용이다. 둘은 자신을 주인으로 삼아 상호 교류하면서 현재의 실존을 형성한다. 내 생의 주인으로서의 나는 사회가 강요하는 세상 가치에 매이지 않는다. 스스로 인지하는 주체로서 나의 실존 가치를 튼튼하게 갖추고 세상에 우뚝 선다.
(/ p.34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11.2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48종
판매수 6,172권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로,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창설하며 1호 교수로 부임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지금까지 모두 57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탄탄한 종합화 능력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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