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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된 언어의 예술, 시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창의성을 과감없이 발휘한다. 그 속에 담긴 감성과 사색이 독자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여 문학적 감수성을 깨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해보자.

관념적인 앎이 아니라 삶의 시간을 살아감으로써만 체득할 수 있는 일상의 묘리가 있다면 그것은 시에 있어서도 그윽이 수용할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멀리 거창하게 있지 않고 가까이 진진하게 있는 것들을 시의 품으로 들여놓을 때 그것은 삶의 올곧은 심정이기도 하면서 시의 알곡으로 품을 만하다. 김혜정 시인의 시적 눈길은 이런 일상적 삶의 시간이 전수해 주는 여러 우여곡절과 경험들을 나름의 성실한 관찰과 내적 응시를 통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정직성이 돋보인다. 현란한 수사의 구절을 비켜선 그녀의 시들은 허위의 문장과 거리를 두면서 진정과 진솔의 시로 행간을 채워나가는 담박한 서정의 분위기를 일깨운다.

제1부
시래기 12
개망초 13
고슴도치 14
계란을 삶으며 15
언어의 화살 16
늘어진 소주병 17
사랑은 18
알아주세요 19
어떤 무상 20
참외 21
몽돌을 생각하며 22
명옥헌 23
사랑의 온도 24
한강 둘레길을 걷다 25
은행나무 길 26
작달비 27


제2부

문턱에서 30
바람 31
병실 앞에서 32
한 잔의 술 33
사랑의 길 34
세월을 버리다 35
흐르지 않는 강 36
분갈이 38
여수바다 39
여행 40
서동 연꽃축제 42
오월에 43
오래된 꽃 44
춘분 45
마음 한 톨 46
벼랑 앞에서 47


제3부
아버지 1 50
아버지 2 52
아버지 3 53
생명 54
비 55
부고 56
연 58
겨울 장미 59
그대가 그립다 60
빈자리 62
가을 노래 64
그대 올 때는 65
사랑 66
가을 여행지에서 68
비망록 70
라인댄스 71


제4부
기다리는 마음 74
깜짝이야 75
목련 76
추억의 책장 77
바위 78
하루를 보내며 79
그네를 타면서 80
시 한 잔 81
수선화 82
호박꽃 83
보내는 아픔 84
봄 85
그 시절은 86
이별 87
그리움 88
빗장을 열다 89

해설
삶에 화답하는 진정의 시학 |유종인 91

대표시


몽돌을 생각하며


사각사각 어둠이
갉히는 소리에
채울 수 없는 갈증

찢기고 채이면서도
모나지 않게 살아가려
버티는 달빛 시간

잔잔한 바다에
동그란 배 한 척
띄우고 싶다




시래기


처마 밑
새끼줄에 얽어매어
노랗게 말라버린 시간

바람에 온몸 다 내어주고도
무엇이 부끄러워
남몰래 바스락거리는지

눈물도 한숨도 다 말랐다
남은 건 마음속 젖어 있는
핏줄 같은 사랑뿐

흔들리며 흔들리며
마른 나를
너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