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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데이비스 - 거친 영혼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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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옮긴이의 말

서주: 마일즈는 살아 있다



1.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2. 비밥의 숲

3. 위대한 쿨의 탄생

4. 1950년대, 그 열정과 절망

5. 재즈의 이정표, 카인드 오브 블루



간주: 어떤 외로움에 대한 보고서



6. 꿈을 위한 혼돈 속의 투쟁

7. 초감각적 인식의 발라드

8. 재즈 록, 또 하나의 개벽

9. 변화에 맞선 격정의 나날들

10. 세상을 향한 첫 미소

11. 최후의 미스터리



후주: 재즈계의 피카소



마일즈 데이비스 주요 디스코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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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그를 무엇이라 표현하든, 이 모든 가능성을 넘어서서 마일즈는 그의 트럼펫 사운드 자체로 대변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 잘 드러난 그의 트럼펫 톤을 얘기하며, 그 또한 연주를 통해 스스로를 투영해낼 수 있는, 신비롭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원천과 힘을 느끼게 하는 톤에 다름 아니다. 일찍이 아미리 바라카는 시인들에게 이렇게 설파한 적이 있다. “우리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결국 바로 거기, 우리 자신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마일즈도 관악 연주자들에게 바로 그 사운드를 통해 빚어진 톤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사운드를 의심하지 말라.”

p 358



마일즈는 프레이징―노래에서 몇몇 음정이나 단어의 무리들―의 대가였으며 그의 육체와 트럼펫이 내는 목소리는 지극히 일관된 흐름 속에 자리했다. 빌리 할러데이가 그랬던 것처럼 마일즈는 침묵을 동원한 프레이징에 능했으며 때로 관객들은 그가 연주 중에 타이밍을 놓친 것은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그 침묵의 길이가 길게 연출되기도 했다. 프레이징과 세심하게 선택한 템포에 따라, 그는 멜로디를 절제해서 연주하며 낭만적인 인상을 심어주었고 (‘올 오브 미 All of Me’), 아예 다른 접근을 통해 잘 알려진 팝송의 무난한 멜로디에 신랄한 이미지를 더하기도 했으며 (‘술 장식이 달린 꽃마차 The Surrey with the Fringe on Top’), 혹은 블루스를 아주 느리게 연주해서 역시 낭만적인 발라드로 새롭게 바꿔놓기도 했다 (‘베이신 스트리트 블루스 Basin Street Blues’). 어떨 때는 멜로디의 몇몇 음들을 아예 연주하지 않거나 붙잡아 두어서 원곡의 친밀함을 일부러 전하려 하지 않기도 했다 (몇 년 동안 즐겨 연주한 뒤 언제부턴가 첫 네 음을 아예 삭제한 채 멜로디를 연주한 ‘바이 바이 블랙버드 Bye Bye Blackbird’를 생각해 보라). 심지어 아주 잘 알려진 곡이라 해도, 마일즈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가 그 곡의 멜로디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마일즈의 프레이징은 종종 문학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기도 했다. 시인 로버트 크릴리는 마일즈가 1954년에 연주한 ‘벗 낫 포 미 But Not for Me’를 들은 뒤 어떻게 음악인들이 미리 작곡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원곡의 멜로디에서 그토록 인상적인 연주를 뽑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잭 케루악의 <코디의 환상 Visions of Cody>에서는 잭 둘루오즈가 마일즈의 프레이징에서 나타난 구성에 대해 추억하는 (때로 그 진행을 흉내 내는) 장면도 등장한다.

p 365



어느 재즈 팬이 죽어서 성 베드로가 있는 저승에 갔다. 성 베드로는 그를 재즈 클럽으로 데려 갔다. 그런데 조명도 형편없었고 테이블엔 빈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으며 웨이트리스들도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게 아닌가. 그러나 손님 중에는 레스터 영과 빌리 할러데이, 몽크, 그리고 버드도 포함돼 있었다. 그걸 본 그가 성 베드로에게 이렇게 외쳤다. “와, 여기가 진짜 천국이로군요!” 그 때, 그는 바의 맨 끝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온통 검정색으로 옷을 해 입은 그는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기에 누구인지 잘 분간되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저건 누군가요?” 성 베드로가 대답했다. “아, 저기 저 사람? 하느님일세. 자기가 마일즈 데이비스인 줄 착각하고 있지.”

p 381



사실 마일즈에게서 쿨한 모습을 찾기는 그다지 쉽지 않았다. 느긋한 모습 속에 어떤 음악이 펼쳐지는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몇 박자 기다릴 줄 아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쉽게 화를 냈고 거칠어지기 일쑤였으며, 자신에 대한 비평에도 쉽게 상처를 입곤 했다. 실제로 쿨한 태도를 취했든 아니든, 그가 연주 중에 여유로워 보인 적도 없었다. 세상에는, 재즈에 대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유형의 성과를 미학적 위대함으로 인식하고 칭송하는 음악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연주자들은 “끝까지 해보게!” 혹은 “땀 흘리도록 연주하게, 형제여!” 하는 관객들의 외침을 통해 큰 보상을 받는다고 믿기도 했다. 이는 작곡가이자 관악기 연주자인 앤소니 브랙스턴이 ‘땀에 젖은 눈썹의 현상학’이라 칭한 것인데, 지적인 노력을 무시함으로써 육체적인 노력이 칭찬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마일즈의 연주 속에는 놀라운 집중력이 존재했지만 이는 신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던가. 색소포니스트 조지 콜먼이 얘기했듯이. “마일즈는 땀을 매우 많이 흘렸다. 그러나 이는, 육체적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신적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엄청난 집중이 언제나 그의 연주를 가득 메웠다.” 쿨하다는 것이 말 그대로 그가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마일즈는 말할 때도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 단어를 선별해서 사용했다. 그의 친구들 중 어떤 이들은 마일즈가 저속한 말을 내뱉는 걸 한 번도 듣지 못한 반면, 또 다른 이들은 그가 매우 특이하고 거친 억양으로 ‘마더퍼커(motherfucker)’라는 욕설을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때로 그는 세 번째 음절에 강세를 주어 이 말을 내뱉기도 했다). 예를 들어 찰스 밍거스는 1940년대 중반, 마일즈가 이 욕설을 “한 단어 건너 한 번” 뱉을 만큼 아예 입에 달고 다녔다고 했다. 복잡한 어원과 무게감을 지닌 말이자, 가장 불경스런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단어는 의외로 매우 깊은 애정과 동료 간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기도 한다. 그리고 찬사는 물론, 불행한 재난이나 위대한 성공의 상황을 묘사하는 말로도 사용됨을 알고 있을 것이다.

p 390



하루는 마일즈가 키스 재릿에게 왜 자기가 더 이상 발라드를 연주하지 않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그가 그 곡들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키스 재릿은 이 말의 의미를 몇 가지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우선, 발라드를 엉터리로 연주하느니, 이류 밴드를 데리고 이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낫겠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키스 재릿은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기도 했다. “언제나 투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밴드 리더들은 투쟁하지 않는 자유의 희생물이다.” 실제로 마일즈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자기가 사랑하는 일만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것은 크나큰 실수이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것을 개발할 수도, 진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일즈는 데이비드 앰램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너무나 싫고, 방 안을 가득 메운 스물다섯 명의 또 다른 마일즈 데이비스를 바라보는 게 죽기보다 더 싫다.

p 635



1970년대가 무르익으면서 마일즈는 전선이 필요 없는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사용하게 됐고, 아예 드러내놓고 관객들에게 등을 돌린 채 연주에 임했다. 무대 위의 마일즈는 마치 감독이나 심판관, 혹은 관객이라도 된 양 몸을 돌려 밴드의 연주자들을 마주했다. 물론 이는 관객 모독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극단적인 진지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리브먼은 얘기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그와 함께 대기실에 있을 때 보면 그야말로 침묵뿐이었습니다. 마일즈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도 몇 마디 하지 않았죠. 잠시 후에 한 마디가 흐릅니다, ‘나가자.’ 그리고 일단 그가 무대에 서면,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깊은 무엇이 존재했어요. 놀라운 집중력이었죠.” 이제 마일즈는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를 떠나지 않고 솔로를 맡게 되는 이들을 지적해서 알려주었고, 전체 음량을 높이거나 낮추는데 직접 관여했으며, 음색을 바로잡아주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시타를 오르간이나 콩가에 대비해 연주시킨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그룹의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열심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마일즈는 진행되는 밴드의 음악과 연결해서 자신의 연주를 듣는데 매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피아노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을 독립된 섹션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며, 그들 중 어느 누가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을 선보였다. 이 모든 일들은 밴드 리더로서 마일즈가 과시했던 전설적인 능력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자신의 밴드에 있는 연주자들의 능력을 이끌어내 이들을 자기 음악의 일부로 만드는 힘 말이다. 마일즈는 아무 말 없이도 하나의 음정이나 아주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멤버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치 영화감독 같은 감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사운드는 물론이고 멤버들의 외양을 조절하고 전체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센스 또한 남달랐다. 청각적인 면 뿐 아니라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연출법의 개발은 그를 따라갈 존재가 없을 정도였다.

p 666



마일즈는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종종 낮에는 온종일 잠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는 조 겔바드와 함께 잠들기를 원했으며, 그녀가 깨어나면 자신도 즉시 잠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가능하다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녀와 함께 있기를 원했다. 몇 년 뒤 조 겔바드가 자기의 여동생 멕의 아기를 목욕시킬 때도 마일즈는 아기 목욕은 그만 두고 함께 어디든 다녀오자고 떼를 썼다. 결국 둘 사이에 말다툼이 오갔고 화가 난 조 겔바드가 밖으로 나가 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 날 마일즈는 식료품을 잔뜩 사들고 다시 그녀의 아파트에 왔고 요리를 하느라 분주하게 주방을 오갔다. 그 다음 마일즈는 자신과 조 겔바드의 그림에 대한 책 <마일즈 데이비스의 미술 The Art of Miles Davis>에 일일이 서명을 해서 같은 건물에 살던 스무 명의 여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인생은 과도한 집착과 질투로 가득했다. 조 겔바드가 아기를 목욕시키는 것도 못 마땅히 생각했고, 책을 이웃들에게, 그것도 여자들에게만 나누어 준 것도 조 겔바드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 옮긴이) 조 겔바드의 아들이 성년식을 치르던 날, (“바르 미츠바”라 불리는 유대교의 전통적이 이 성년식은 아이가 13세가 됐을 때 치러진다. - 옮긴이) 마일즈도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아직 그와 시슬리의 이혼 수속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가 가기엔 다분히 어색한 자리였다. 결국 초대를 받지 못한 마일즈는 잔뜩 화가 났다. 그리고 3,000달러짜리 최고급 가죽 재킷을 구입해 그의 보디가드에게 들려 보냈다. 조 겔바드의 아들은 이 옷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그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조 겔바드와 떨어져 지내야 할 때마다 마일즈는 위트 넘치고 낭만적인 연애편지를 보내곤 했다. 한 줄에 한 단어만 적는 미니멀리스트다운 시를 써서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어떨 때는 다음과 같은 퀴즈 형식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욕에서 트럼펫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뉴욕에서 로마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하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다가, 종국에는 “내게서 석 달이나 떨어져 있으면 당신은 곧 미쳐버릴 거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하는 말로 편지는 끝을 맺었다.

p 734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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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로 예일 대학에서 인류학, 흑인문화학, 음악, 미국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일즈 데이비스 평전인 [마일즈 데이비스: 거친 영혼의 속 삭임]과 선 라의 평전 [Space is the Place: &e Lives and Times of Sun Ra] 등이 있다. 미국 코네 티컷 주의 뉴헤이븐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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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비평가 김현준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7년 도미, 루즈벨트 대학교에서 재즈사와 분석 및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저서로 재즈의 역사를 새롭게 짚어낸 [김현준의 재즈파일](1997)과 국내 최초의 재즈 비평서인 [김현준의 재즈노트](2004)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 평전이 있다. 현재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월간 [재즈피플]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특히 공연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제41회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인 부문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그가 기획하고 진행한 [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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