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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줍니다. 하지만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내 말 한마디가 상대방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모릅니다. 물론 다른 사람 말 한마디로 인해 내 마음에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비난하거나 충고합니다.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말이죠. 그러므로 진심어린 충고도 조심해야 합니다. 하물며 비웃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것이 타당하고 유일한 선택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서로 어딘가에 상처가 날지 모르는데 할퀴지 않도록 늘 말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말이 넘쳐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말 잘하는 학원까지 생겼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말을 아끼는 사람이 사랑받는 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내 말을 아끼면 상대방 말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대방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실수를 줄여줍니다. 말을 금처럼 아껴 쓰자는 바람을 담아 『의자 선인장』그림책을 기획하고 만들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200년을 사는 사막에 선인장이 있습니다. 그 선인장은 말버릇이 고약합니다. 사막의 선인장은 동물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선인장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물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선인장은 많은 동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어느 날 말버릇이 고약한 선인장이 의자가 되는 저주에 걸립니다. 그 저주는 의자 선인장 위에 누군가 앉아야 풀립니다. 그러나 그동안 선인장의 말에 상처받은 사막의 동물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선인장이 꽃을 피웁니다. 선인장은 씨앗을 맺기 위해 꽃을 피우거나 죽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선인장은 어떤 동물의 도움을 받아 저주가 풀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시 또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 말의 중요함을 생각하며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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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에 말버릇이 고약하다고 소문난 선인장이 있었어요.
그 선인장은 60세였어요.
60세면 늙은 것 같지만, 200년을 사는 선인장에게는 어린 나이였죠.
하지만 60년은 나뿐 소문이 생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에요.

어느 날, 꾀죄죄한 나그네를 태운 낙타가 선인장 앞에 멈춰 서더니 똥을 누었어요.
나그네는 선인장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기로 했어요.
낙타 똥을 발견한 쇠똥구리는 이 똥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쇠똥구리는 진지했지만, 선인장에게는 그 모습이 참을 수 없게 웃겼어요.
“이봐, 좀 고상한 것을 먹을 수는 없는 거야? 넌 네 몸에서 나는 냄새가 창피하지도 않니?”
쇠똥구리는 선인장의 말에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서 아깝지만 낙타 똥을 포기했지요.

쇠똥구리가 날아가고, 나그네는 빵을 먹기 시작했어요.
쇼블나우티드도마뱀이 다가와 멈춰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둘러보았어요.
하지만 이곳은 뜨거운 사막이에요. 잠시 서 있기도 힘들지요.
그래서 앞발과 뒷발을 엇갈려 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지요.

쇼블나우티드도마뱀은 진지했지만 선인장에게는 그 모습이 참을 수 없게 웃겼어요.
“이봐, 좀 느긋하게 서있을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우스운 춤을 추면서 창피하지도 않니?”

쇼블나우티드도마뱀은 선인장의 말에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서 화살처럼 빠르게 달아나 버렸어요.
쇼블나우티드도마뱀이 가고 나그네는 빵 부스러기를 털어냈어요.
빵 냄새를 맡고 땅다람쥐가 다가와 빵 부스러기를 부지런히 주워 먹었어요.
그때, 하늘에서 헤리스 매 세 마리가 땅다람쥐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왔어요.

땅다람쥐는 선인장 숲으로 재빨리 숨었어요.
말버릇이 고약한 선인장 근처에는 크고 작은 선인장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거든요.
해리스 매들은 날카로운 부리와 무서운 발톱으로 땅다람쥐를 위협했지만,
선인장들의 가시 때문에 땅다람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어요.
해리스 매들은 모두 진지했지만, 선인장에게는 그 모습이 참을 수 없게 웃겼어요.
“이봐, 해리스 매들아 선인장 가시가 무서워서 사냥도 못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니?”

해리스 매들은 선인장의 말에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서 아깝지만 땅다람쥐를 포기했지요.
해리스 매들이 날아가자 땅다람쥐도 서둘러 달아났어요.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도 안 왔어요. 당연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지요.
그곳엔 따분한 낙타와 재미없는 나그네, 그리고 심심한 선인장들 뿐이었어요.
말버릇이 고약한 선인장은 입이 근질거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선인장의 말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졸고 있는 낙타를 놀리기로 했어요.
선인장이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로 잠든 낙타를 불렀어요. "이봐, 낙타야."
낙타가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을 반쯤 뜨고 선인장을 보았어요.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 중에는 부유한 기름 장수도 있고 화려한 옷감 장수도 있었어.
그 사람들의 낙타는 모두 멋지게 치장했더구나. 그런대 네 꼴을 보니 네 주인은 가난뱅이가 틀림없나 보다. 그러고 다니면 창피하지 않니? 선인장은 낙타가 부끄러워하거나,
그동안 주인에게 쌓인 불만을 늘어놓을 거라고 기대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