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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에 미친 꽃이 필 때 1 : 서이나 장편소설

소득공제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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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서이나
  • 출판사 : 플레이블
  • 발행 : 2019년 11월 22일
  • 쪽수 : 5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3650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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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카카오페이지 · 네이버시리즈
    연재 당시 초인기작!!

    “살아남고 싶다면, 비슈아. 땅만 보아라. 하늘을 탐하지 마.
    조용히 숨죽이며, 쥐 죽은 듯이 그렇게 살아.”

    독처럼 옥죄어온 말 한마디에 바보 황녀, 미친 황녀라 불리며 바닥을 기었지만,
    돌아온 것은 어머니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과 비참한 죽음.

    분노와 증오로 뒤엉킨 비슈아의 앞에 나타난 그녀와 비슷한 운명을 타고난 또 다른 존재.

    “되돌아가서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대체 뭐지?”
    “전부를, 빼앗는 것.”

    선택되는 운명, 그렇게 미친 황녀가 귀환한다.

    “나는 황제가 될 것입니다.”

    목차

    1화 선택하는 운명
    2화 미친 황녀의 귀환
    3화 데뷔탕트, 꽃들의 전쟁
    4화 바람에 흔들리는 백장미
    5화 그저 작은 속삭임에…….
    6화 고귀한 검을 위해

    본문중에서

    ‘내 곁에 있어줘.’

    또다. 또 똑같은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는 건 이건 또 그 꿈이라는 거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줘야 해.’

    그렇게 내뱉는 소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하다. 그리고 이젠 소년의 목소리가 들릴 거다.

    ‘곁에 있을게요. 당신의 검이 될 겁니다. 항상 곁에서, 지켜 드릴 겁니다.’

    소년의 강한 목소리가 오롯이 그 소녀를 위해 새겨진다. 너무나도 애틋하고 다정하게. 그저 듣기만 해도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그렇게.
    게다가 소년의 목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심장이 벅차게 차오른다.
    아른거리는 소년의 모습.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보인 적은 없었다. 울리는 소녀의 목소리도 마찬가지. 하지만 매번 똑같은 꿈을 꾸면서 느낀 건, 다른 건 몰라도 두 사람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고 또 절절해서.

    ‘내가 다 슬프고 아파…….’

    “하아.”
    수현은 짧은 한숨과 함께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항상 그 꿈을 꾸고 나면 머리가 아팠다. 꿈에서 헤어 나오질 못해서. 그만큼 너무 감정 소모가 심했다.
    “매번 왜 이런 꿈을 꾸는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꿈을 털어냈다. 오늘은 무척이나 중요한 날이었다.
    그녀는 차 밖으로 나가 인적 드문 부둣가에서 검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녀의 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치 덧없는 삶을 나타내듯 초연하기만 했다.
    그녀는 담배를 성난 파도에 던져 버리고서 뒤돌아섰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타고서 어지럽게 휘날렸고, 심연을 품은 검은색 눈동자는 서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 아래 목덜미에 깊숙이 새겨진 흉터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얼굴은 마치 하나의 잘 만들어진 조각상을 보는 듯 아름답기만 했다.
    그때, 그녀의 앞으로 덩치 좋은 사내가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도착했습니다.”
    “물건 확인은 끝났냐?”
    “예, 정확합니다.”
    “그럼 가자.”
    “예.”
    그녀는 덩치 좋은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의 걸음이 멈춘 곳은 폐공장이었다. 그곳엔 양복을 입은 수많은 사내가 양옆으로 서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오직 앞을 향해 걸었고, 그 앞엔 가방을 하나 든 족제비 같은 사내가 눈을 빛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최수현 씨.”
    그녀는 족제비 같은 사내를 향해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그녀의 인상이 상큼하게 변했지만, 내뱉는 말은 상큼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인사는 집어치우고 물건이나 내놔.”
    “하하, 당연히 드려야죠. 그런데.”
    “그런데?”
    “이번에 물건 단속이 너무 심해져서 지난번과 같은 돈으로는 조금…….”
    수현은 말 같지도 않은 말에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서 다시 담배를 입에 하나 물었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새하얀 연기가 흩어지고, 붉게 물든 입술 너머로 나직하게 퍼지는 음색이 독특해 묘한 퇴폐미가 흘러내렸다.
    “그래서 얼마?”
    “1억 가까이는 주셔야 할 듯싶습니다.”
    “1억?”
    “예.”
    “그럼 80억을 달라?”
    “뭐, 계산하면 그렇게 되는군요.”
    수현은 연기를 내뿜으며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알싸하게 번지는 담배향이 점점 묵직한 공기를 만나 일그러지고 있었다.
    “장난하는 거 아니지?”
    “제가 어찌 수현 씨에게 장난을 치겠습니까.”
    그녀는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물고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이지 숨 막힐 듯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고혹적인 분위기가 넘쳤다.
    수현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 족제비 같은 사내의 뺨을 쓸어내렸다. 그는 넋을 잃고서 그녀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 의문의 그림자, 최수현. 아무도 그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유명한 것은 탁월한 미모와 애간장을 녹일 듯한 웃음으로 상대를 파멸시키는 치명적인 산업스파이 겸 운반자 ‘마타하리’라는 것 외에는.
    “그래, 그럼 진심이겠군. 왜, 이렇게 나를 화나게 하는 걸까.”
    퍽!
    순식간에 그녀의 주먹이 족제비 같은 사내의 얼굴을 강타해 버렸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사방에서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현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서는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물고서 덩치 좋은 남자에게 한마디 했다.
    “담뱃불 꺼지기 전에 끝내자.”
    “예, 아가씨!”
    잠시 후, 그곳은 마치 전쟁터를 보듯 참혹하기만 했다. 피를 흘리는 것은 예사였고, 목이 꺾인 사람과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사람. 고통에 찬 신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공기를 타고 그곳을 가득 메워갔다.
    족제비 같은 사내는 겁에 질린 눈동자로 온몸을 떨었고, 이내 그녀가 다가옴을 느끼고서는 무릎을 꿇고서 구차하게 매달렸다.
    “수, 수현 씨. 지, 진정하십시오! 제발!”
    “진정이라……. 저렇게 사방에 적을 깔아놓고서 진정이라.”
    “그, 그것은!”
    어느새 족제비 같은 사내 앞으로 다가온 수현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꽉 잡고 비틀었다.
    커다란 고통이 족제비 같은 사내의 머릿속을 뒤흔들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수현의 살기 띤 눈동자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요사스러운 마녀의 저주 같기만 했다.
    “흥정을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지. 이런 말 못 들어봤어? 오늘만 알고 살다가는 내일은 못 보고 뒈진다고.”
    “흐으으윽!”
    “미안해. 난 자비도 없고 너그러움도 없거든.”
    “으으으윽, 악!!”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수현은 거의 꺼져 가는 담배를 뱉어내고서 그 자리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대한그룹으로 향했다.
    늦은 밤, 불이 꺼진 빌딩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녀와 함께 온 덩치 좋은 사내, 민철은 회장실로 올라가려는 수현을 말렸다.
    “제가 가겠습니다.”
    “됐어. 비켜.”
    “하지만!”
    덩치에 맞지 않게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그녀를 막고 있는 민철의 모습에 수현은 아까와는 달리 다정한 표정으로 민철의 어깨를 다독였다.
    “내 일이야. 맞아도 내가 맞고, 책임을 져도 내가 져.”
    그렇게 수현은 민철을 지나쳤고, 민철은 잔뜩 일그러진 시선으로 안타깝게 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짝!
    여자의 손이 수현의 뺨을 매섭게 스치고 지나갔다. 한 번이 아닌 두 번. 두 번이 아닌 여러 번.
    그녀의 뺨이 점차 붉게 피멍으로 맺혀갔지만, 수현은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질린 건 강 여사였다.
    “하여튼 피는 못 속이지. 독한 년. 버러지만큼이나 독한 년.”
    “……죄송합니다.”
    수현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높낮이 없는 그저 덤덤한 어조였다.
    “죄송할 짓을 하지 말던가! 일 처리를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알고 있지? 네 어미 목숨, 내가 쥐고 있다는 거.”
    “……죄송합니다.”
    지금 그녀에게 허락된 말은 오직 하나. 죄송합니다, 밖에 없었다.
    마타하리라고 불리는 그녀는 사실 대한그룹의 개였다. 눈앞에 이 여자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밉보이지 않기 위해 웃고 웃으며 재롱을 떠는 개.
    대한그룹의 숨겨진 사생아. 아니, 따지고 보면 사생아는 아니었다. 대한그룹 회장의 첫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식이 바로 수현이었으니까.
    하지만 대한그룹 같은 재벌가에 수현의 어머니는 가당치도 않은 여자였다. 모두가 결혼을 반대했지만, 수현의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한 최 회장은 결혼을 강행. 결국 대한그룹의 안주인이 되었지만, 그때부터 수현의 어머니는 불행해지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차디찬 냉대. 대놓고 드러내는 적의와 무시. 그 누구도 수현의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차츰차츰 최 회장의 사랑도 멀어지기 시작했고, 수현의 어머니는 끝내 정신병을 얻고 말았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내보내 달라고 울부짖던 어머니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지켜봐 왔다. 결국 최 회장은 집안이 원하는 여자와 다시 결혼했고, 수현의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약 없이는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 그만큼 마음이 병들고 정신이 무너져 내린 것. 수현은 그런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대한그룹의 개가 되었다. 대한그룹의 원조 없이는 어머니는 결코 혼자 살 수 없었으니까.
    강 여사는 그것을 아주 철저하게 이용했다. 사생아도 아닌데 사생아로 만들어 최수현이란 이름 석 자를 대한그룹에서 완전히 지워 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수현 역시 이런 집안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단지 불쌍한 어머니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그렇게만 해준다면, 대한그룹을 위한 이중스파이와 더불어 온갖 더러운 일을 위해 웃음을 팔고 재롱을 떨며 개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그래. 뭐든 상관없어.’
    수현은 잔뜩 지친 표정으로 대한그룹을 빠져나왔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민철은 그녀의 뺨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가씨…….”
    “그렇게 부르지 마. 닭살스러워.”
    “술 한 잔, 하시겠습니까?”
    수현은 민철의 말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수현을 지켜봐 온 경호원이었다. 어쩌다 보니 자신과 같이 대한그룹의 은밀한 일을 도맡아하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제대로 말은 안 해도 수현에게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맥주 두 캔을 마시고서 밤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어둠으로 물들었지만, 이곳은 인간이 만들어낸 네온사인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고, 그녀는 차가운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보이지 않고 오직 가는 초승달만이 약한 빛을 내었다. 이 순간만큼은 잠시 편안하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삶이 고되긴 했지만 수현은 울지 않았다. 우는 것보단 웃는 걸 택했다. 그게 그나마 덜 힘들게 하니까. 동정받지 않아도 되니까. 이왕 이런 거지 같은 삶이라면, 차라리 웃으면서 강 여사 속 뒤집어놓으며 일부러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조만간 이 집안을 탈출할 거야. 어머니랑 나가서 진짜 행복하게 살 거라고. 어머니랑 오순도순 그렇게.’
    그 순간.
    “민경아, 안 돼!!”
    비명 소리와 더불어 한 꼬마 아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빵! 하는 거대한 경적 소리가 귓속으로 따갑게 내려앉았고, 수현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아이를 향해 달렸다.
    분명, 달린다고 닿을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신을 제외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면서 수현이 아이를 밀침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트럭에 치여 붕 하고 떠오르다 거칠게 떨어져 내렸다. 그제야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마치 꼭 자신이 저 아일 구하게 만든 것처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내 죽음을 기다린 것처럼…….’
    아이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웅성임.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점점 흩어지듯 들려온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 아프지도 않았다. 마치 로봇이 된 것처럼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는 걸까?
    아님 벌써 죽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수현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면서 살아온 내가 고작 저 아이 한 명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다니. 하늘에 계신 높으신 분이 웃을 일이다.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일을 하면 죽는가 보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잖아?
    그나저나 이렇게 죽어버리면 어머니는 어떡하지? 불쌍한 우리 어머니는, 대체 누가 돌봐주지?
    하지만 서서히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현은 그렇게 깊고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0종
    판매수 982권

    항상 소녀 같은 마음으로 로맨스를 그려내고 싶은 아직은 풋풋한 새내기.
    블로그
    http://blog.naver.com/tjrlru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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