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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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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은주
  • 출판사 : 헤르츠나인
  • 발행 : 2019년 11월 01일
  • 쪽수 : 확인중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696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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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1호환우 2호할머니 등으로 불려도 딱히 뭐랄 것 없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요양인의 마지막 자리를 보살피는 이들이 요양보호사다. 작가는 비록 생활의 방편으로 택한 일이었지만, 10여권을 번역한 중견번역가로서 글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들을 인생무대의 주인공으로 다시 불러낸다. 요양보호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한다.

    ‘엄마 자주 올게요’라는 거짓말 대신

    초고령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며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 ‘요양보호’는 새로운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피요양인의 숫자도 늘었고, 제2의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를 준비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요양 시설과 피요양인, 그의 자식들, 그리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인식 말입니다.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요양보호의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 밖으로 밀어내기보다 오히려 더 섬세하게 껴안아야 합니다.
    일본 문학 번역가 이은주는 생활인으로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계기가 되어 요양보호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피요양인을 1호 할머니, 4호 환우, 정우 할머니 등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 ‘뮤즈’와 ‘제우스’라는 별칭으로 대접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신화 세계의 신들을 모시는 마음으로 피요양인을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절한 간격을 감지하는 예민함과 그사이에 놓여있는 공간의 온도를 따뜻하게 어루만질 줄 아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번역가로서 다져진 그의 단단하고 공감력 있는 문장력은 삶의 마지막 자리에서 반쪽 인간으로 취급되곤 하던 피요양인들을 다시 그들 자신의 무대로 불러올렸습니다.
    자신의 온 마음을 내던져 작성한 이 에세이를 읽다 보면, 험한 세파에 잃어버렸던 인간에 대한 우리의 본래 마음이 반짝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요양보호사 준비생이라면 부디 이 마음을 배우기를, 그리고 눈물콧물 감추는 연습을 하기를,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요양보호 시설 관계자 또는 정책 당국자라면 부디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자식이라면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한 번이라도 더 부모님께 다녀오기를,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노인이라면, 부디 신들의 요양보호사 같은 요양보호사님을 만나기를,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요양보호사라면 부디 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빕니다.”

    출판사 서평

    글을 사랑하는 요양보호사가 전하는 요양보호사의 하루들

    글을 너무도 사랑해서 고단한 자신의 삶일지라도 생의 한 부분을 온전하게 글을 위해 내어 준 번역가 이은주. 그는 이미 유명 출판사를 통해 10여권의 번역서를 낸 중견 일본어 번역가다.
    번역가 이은주는 생활인으로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계기가 되어 요양보호사의 길로 들어선다.
    다행히도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절한 간격을 감지하는 예민함과 그 사이에 놓여있는 공간의 온도를 따뜻하게 어루만질 줄 아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번역가로서 다져진 그의 단단하고 공감력 있는 문장력은 삶의 마지막 자리에서 반쪽 인간으로 취급되곤 하던 요양인들을 다시 그들 자신의 무대로 불러올린다. 그 무대는 사람이 사람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조명이 비춰지는 공간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라도 주인공이 되는 무대다.
    이는 온전히 번역가 이은주의 사람에 대한 발산하는 에너지, 측은지심이라고 하기에 모자랄 정도로 고귀한 존재자체에 대한 그녀의 눈물어린 헌신에서 비롯한다.
    자신의 온마음을 내던져 작성한 이 에세이를 읽다보면, 험한 세파에 잃어버렸던 인간에 대한 우리의 본래 마음이 반짝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번역가 출신 요양보호사의 진솔하고 따뜻한 에세이. 이처럼 포근하고 배려 깊은 요양보호사의 보호를 받는다면 어떨까? 요양보호가 무엇인지, 요양보호를 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요양보호사가 되는지, 깊고 따뜻한 시선과 번역가로서의 문장력으로 설득력 있게 독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이 책을 통해 요양보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요양보호사에게서 어떤 돌봄을 받는지 노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분의 자녀가 낮 동안 자신의 부모가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후 집으로 돌아온 부모님께 물 한잔 따라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식 입장에서는 또 어떤가. 요양원이나 주야간 보호소에 부모님의 돌봄을 부탁한다고 해서 부모를 버리고 왔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자원봉사를 온 학생들과 돌봄 종사자들과 동료 노인과의 다양한 만남이 인지 자극이 되고 지루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규칙적인 식사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부모님을 요양원이나 주야간보호소에 부탁했다고 부모 봉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자기 자식 키우는 방법이 있듯이 부모님을 봉양하는 방식도 일관적이게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가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져서
    책을 덮고
    부모님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좋겠다.”

    목차

    프롤로그

    1부 요양원에서의 하루
    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동료에게 꽃 한 송이를 드림
    50초의 낮잠은 50억 광년
    그녀는 나의 뮤즈, 나의 고양이
    나는 잔 꽃무늬 이불이 없으면 못 잔단 말이다
    아침이야 밤이야
    줄리에트비노슈 뮤즈의 악몽
    엄마와 나 ① 엄마에 대해 쓰기로 했다
    엄마와 나 ② 엄마가 문제다
    엄마와 나 ③ 엄마의 자리
    엄마와 나 ④ 우리는 어머니 절반도 못 따라간다
    쉬는 날 단톡으로 받는 부고
    애도의 시간
    신 가족 제도가 필요하다
    뮤즈들은 인형 쟁탈전 중
    나의 뮤즈들은 잠들었다
    얼굴에 땀 대신 눈물 흐르게 한다
    아파, 입모양 읽기
    제우스의 침묵
    청년이 요양원 문턱을 넘어서면
    우리 둘이 사는구나
    아이 맛있어
    체위변경 할 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당신
    호두과자로 제우스와 교감하기
    밤새 사막을 걸었노라
    이국종 교수 강의를 눈물로 보다
    컴퓨터 입력사 ① 컴퓨터 입력이 주업무인가요?
    컴퓨터 입력사 ② 컴퓨터 업무 줄일 수 없을까?
    오늘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
    뒤에서 네 번째 업무일지
    뒤에서 세 번째 업무일지
    새싹뮤즈 ① 같은 방 쓰면 좋겠지요?
    새싹뮤즈 ② 세상에 딸을 미워하는 엄마는 없지요
    마을 안의 요양원

    2부 봉사자에서 요양보호사 되기까지
    목욕 봉사
    여름 문안
    다음 강의가 기다려지는 수업
    눈물콧물 실습 중 ① 벤자민 버튼의 시간
    눈물콧물 실습 중 ② 왜? 우는 것보다 낫지
    눈물콧물 실습 중 ③ 예쁘다니 고맙소!

    3부 데이케어센터에서의 하루
    데이케어 ① 낱말카드놀이에 깃든 추억과 경험
    데이케어 ② 따스한 가정의 일원이 된 느낌
    데이케어 ③ 제일 좋은 약은 사람이다
    리듬을 타는 거야
    다 똑같이 대하지 마세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4부 재가방문의 날들
    103호 남자들 ① 한 가지 죽만 드시면 질릴까 봐서요
    103호 남자들 ② 더 해주는 것보다 덜 해줄 용기
    103호 남자들 ③ 부부는 말은 없지만

    뮤즈와 자전거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① 토마토 달걀 요리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② 반찬이 김치 하나뿐인 밥상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③ 노화, 치매 예방에 좋은 카레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④ 입맛 돋우는 비빔국수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⑤ 몰라몰라 해도 맛있는 김밥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⑥ 꽈리고추와 어묵볶음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⑦ 저는 그냥 요양보호사입니다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⑧ 일하러 갑시다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⑨ 우울증 상담에 쓸 감정표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⑩ 고기 싫으면 들기름이라도
    몰라뮤즈에게 요리를 ⑪ 치매 테스트

    5부 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아파 봐야 그 마음을 안다
    “당신은 요양보호사가 되면 안 된다”
    열아홉 요양보호사를 만나고 싶다
    부족한 2%의 사명감을 찾아서
    2% 부족하지만 날마다 사랑합니다
    요양보호사 이주에 대한 제안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은 날엔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기

    서면 인터뷰 치매는 사랑으로 회복한다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후 남편은 밤마다 괴로워해요. 어머니를 버렸다고.”
    갑자기 악화한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후 경황이 없어서 챙기지 못한 옷가지를 나에게 건네주시며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어머니를 버린 게 절대 아니니 자신을 비난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싶었으나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드님이 죄책감으로 혼란스러워했던 뒷모습을 기억한다. 세상에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다니. 이제 곧 예전의 어머니는 간곳없고 자신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날이 올 것이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돌아가는 아드님의 뒷모습은 마음을 오그라들게 하는 데가 있었다. 그의 죄책감이 크면 클수록 어머니를 찾아뵙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

    나는 더 이상 걷기 싫었다. 다리도 아프고 입도 마르니 어르신도 마찬가지리라. 코에 걸린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그녀 또한 나와 함께 그림에 잠시 눈을 주다가 또 걷기 시작한다. 내 손을 꼭 잡고, 이젠 내 팔뚝에 그녀의 팔뚝이 걸쳐져 의지하고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고흐의 그림 앞으로 끌며 시도한다.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문양의 팔걸이가 있는 나무벤치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주의를 환기한다.
    “여기서 잠시 쉬다 가요.” 그녀도 따라 앉는다. 멍하니 유리창 밖을 바라다보며 한숨을 쉰다. 돈 이야기도 한다.
    무엇이 그녀의 기억을 단기간에 쓸어 가버렸을까. 이렇게 건강해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기억이 사라진 채 앞으로 30년을 더 산다면 어떻게 하지.
    나는 또 울어버린다.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다. 그녀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한마디 한다. “울지 마.”
    아, 나는 당신 때문에 지금 울고 있는 거예요. 당신의 밤과 낮을 말이죠. 그런데도 지금 절 위로하시는 건. 가. 요.

    하늘정원에서 뮤즈와 제우스는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마치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이별을 고했듯이.
    나도 언젠가는 이들 뮤즈와 제우스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 와서 갈아주기 전까지는 축축한 기저귀에 몸을 맡겨야 할 것이다. 누군가 내 입안에 숟가락으로 죽을 넣어주기 전까지는 목이 마른 것도 견뎌야 할 것이다. 누가 내 손과 발을 어루만져주기까지는 담요 밖으로 갑갑한 발을 빼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요양원에서 요일마다 바뀌는 프로그램에 동원되어 휠체어에 실린 채 실내복을 입은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시끄러운 노래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열정에 가득 찬 봉사자에 의해 억지로 간식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침대 곁에서 내 손을 잡고 한동안 체온을 나누어 줄 봉사자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낯선 사람의 체온이 반가울지 어떨지. 지금 생각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잡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고마울 것 같다.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젊어서도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지 않던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직전에, 그것도 억지로 먹게 된다면 고통스러울 테니까.

    제우스의 발목은 나의 손목과도 같고, 제우스의 허벅지는 나의 종아리보다 야위었다. 그런 제우스의 기저귀를 갈고 나면 이마를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로 눈이 따가워지는 나. 그런 나를 위로하듯 제우스가 “파이팅!” 하고 격려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제우스와 나의 눈이 마주치며 생기는 강한 연대감. 미래를 기약하지는 못 하나 바로 지금, 안간힘을 쓰며 살아내는 그와 나의 연대감이 있다. 잃을 것이 없는 것처럼 얻을 것도 없는 수평적인 관계만 있는 것이다.
    피해갈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그렇게 제우스와 뮤즈와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나는 날마다 나의 죽음을 불러와 서성인다. 어떻게 하지? 이건 아닌데. 어떻게 하면 노후를 알뜰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을까? 죽을 날을 받아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양원에서 100세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때가 되면 죽는 건 당연한데 요양보험이라는 미명아래 죽을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10년을 산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건강관리공단에 말하고 싶다. 지나친 관리가 어쩌면 우아한 서비스를 더 이상 기대하지 못 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일곱 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고 학교에 다녔을 뮤즈가 이젠 구십 년을 살아서까지 프로그램에 동원된다면 나는 요양원에서 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자유가 있는 삶은 나이가 있건 없건 정신이 있건 없건 중요한 문제니까.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어.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네. 돈이 좀 있으면 좋겠어. 막내아들에게 주면 좋을 텐데. 아들아, 엄마가 널 도와주면 네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갑자기 왜 이렇게 춥지? 조끼를 입어야겠다. 이 옷은 여기가 앞이야 뒤야? 이상하다 어디에서 많이 본 꽃무늬 바지가 있네. 아차, 청소하는 걸 잊었네. 여기도 치우고 저기도 치우고. 내 방이 어디였지? 어라, 모르는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있네. 이 사람이 내 물건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내 로션을 감춰야겠다. 아이구, 다리야. 다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어서 집에 가야 하는데 통 길을 모르겠네. 아, 배고프다. 저기 냉장고가 있구나. 가서 밥 좀 먹어야겠다. 내 정신 좀 봐. 밥 먹기 전에 화장실 청소하는 걸 깜박했네. 저 아줌마는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지? 여기에서 좀 쉬어가야겠다.’
    그날 밤 나는 작별 인사를 했던가. 그녀가 체념하듯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 기저귀 갈 던 내 손끝은 따뜻하고 배려로 가득 찼던가.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다음 뮤즈를 떠나보낼 때는 좀 더 정중하고 신속하며 사려 깊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의 뮤즈들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길동무여야 하니까.
    나는 죽음의식이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처럼 ‘오늘은 기쁜 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죽음이 축제 같았으면 좋겠다.

    요양원에서는 밤사이 응급실에 실려 간 뮤즈에 대해서 말을 삼간다. 함께 어울리던 뮤즈와 제우스가 동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제 함께 생활하던 뮤즈가 오늘 이 자리에 없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정말 아주 작은 한쪽 벽만이라도 내주어서 그곳에 함께했던 뮤즈의 사진 한 장 걸어두고, 꽃 한 송이, 물 한 잔, 초 하나만이라도 놓아두자

    사경을 헤매는 뮤즈와 하나가 되어 보냈던 낮과 밤을 잊은 듯이 새롭게 맞은 새싹뮤즈를 관찰하고 보고서를 쓰는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는 없을까?
    내가 죽으면 바로 이 자리에서 나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구나, 나에 대해서 기억해주는구나 하고 미래에 있을 죽음으로부터 담담하게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뮤즈는 너무나 맛있는 한과를 먹어버려서 아쉬운 나머지 울고 있었다. 단 하나의 한과. 입에서 살살 녹는 한과의 맛이 너무 좋은데 그만 다 먹어버린 슬픔이 눈물이 되어 뮤즈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심한 나는 믿어지지가 않아서 한과가 그렇게 맛있었나. 우리 엄마도 하나 사다 드릴까 하고 한과 박스를 살폈다.
    늘 그렇듯 슬픔은 한발 늦게야 느껴지는 법.
    한과 박스의 상표를 살피던 난 슬퍼졌다. 코끝이 찡해졌다. 뮤즈가 한과 한 개를 다 먹어버리고 나서 슬퍼했듯이 난 뮤즈의 젖은 얼굴 앞에서 가슴이 아프다. 한과 하나가 뮤즈의 365일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추억의 음식,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음식과 많이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맛이란 이런 거구나. 눈물이 날 정도로, 금방 삼킨 것을 아까워할 정도구나. 미각만큼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구나. 그래서 노인과 아이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할머니께서 가르치셨던가.

    12년 연상인 나의 동료와 나는 배에 봉지를 씌워주듯이 제우스의 그곳에 씌울 기저귀 봉지 만들기 작업을 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난 딸에게 부탁해 두었어. 1주일에 한 번은 엄마 보러 와서, 옷 싹 갈아입히고 손발톱 싹 정리해 줘, 라고.”
    “난 엄마한테 그렇게 하지 못 했어. 경황이 없어서. 지금 같으면 잘해드릴 텐데. 그땐 몰랐어. 후회가 됐어. 지금도 엄마가 그리워.”
    기저귀 봉지를 만들면서 동료와 나는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녀와 일하는 것이 너무나 멋져서 아픈 허리 통증을 잊을 때가 많았다. 우리는 시간 날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눌 수 있었다.
    무뚝뚝해 보이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던 그녀에게서 ‘엄마가 그리웠어.’라는 말을 들으리라고는 예상치 못 했으나 제우스와 뮤즈들을 돌보았던 일들을 떠올려 보니, 그녀 또한 엄마를 애도하며 일을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엄마가 아팠을 때 자신은 경황이 없어서 못 했고, 몰라서 못 했다고 말씀하실 때 묻어났던 촉촉한 이끼 같은 감촉을 기억해야겠다. 요양보호사를 하며 엄마에게 이렇게도 해드릴 수 있고 저렇게도 해드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엄마가 그리워졌다는 말도 수첩에 적어놓아야겠다.

    다음은 목욕돕기. 느티나무 1호실에는 말기암 어르신이 있다. 그분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벌거벗은 모습은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뼈와 가죽만 남았다. 목욕 후 수건으로 닦이기 전 쇄골에는 샤워할 때 물방울이 모여 작은 샘이 만들어져 있다. 어린아이가 두 손으로 샘물을 받으면 그 정도의 물을 얻을 수 있겠다. 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운다.
    참을 수가 없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어르신의 입에 고인 침을,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따라 내가 울자 곁에 있던 요양보호사가 “그렇게 울면 이 일 못해요.” 한다.
    그리고는 밖에 있는 분들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옳다고 행동하는 것 중 어떤 것은 학대에 속한다는 걸 알았다.
    잠가놓은 휠체어를 팔 힘으로 몰고 다니며 선풍기를 쓰러뜨린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문을 닫아 버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배회하는 어르신이 있다. 어르신들의 배변을 돕거나 간식을 준비하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이 위험하지 않은지 눈으로 좇는다. 일반인들도 잠긴 휠체어를 밀기 쉽지 않은데 얼마나 팔이 아플까, 또 선풍기에 손이라도 다치시면 어쩌나 싶어서 휠체어를 못 움직이게 잠그고 붙잡고 있는 내게 요양보호사님이 말했다.
    “못 움직이게 하는 것도 학대에 속하는 거예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두고 보호하는 게 우리들의 일이죠.”
    요양보호사님은 간간이 천장을 향해 고함을 치거나 화를 내는 어르신을 가리키며 한 가지 더 주의를 준다.

    ‘자네는 내 굳은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주려고 애쓰지만, 난 사실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고맙군. 생면부지의 노인을 이렇게까지 돌봐주다니, 자식에게도 부탁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이름도 모르는 자네에게 맡겨서 미안하네. 너무 애쓰지 말게. 때가 되면 가벼운 몸으로 이곳을 나갈 날 오겠지. 자네 말이 맞아. 어서 기운을 내서 이곳을 걸어 나가고 싶어. 그때까지 내 곁에 있어주게. 뭐, 퇴근하고 이틀 후에 만나자고? 적응할 만하니까 또 낯선 이에게 내 몸을 맡겨야 하는 건가. 아, 어찌 되었든 간에 빨리 돌아오게. 날 혼자 내버려두지 말고. 내가 쳐다만 봐도 죽일 듯이 소리 지르는 저이가 베개라도 집어던지는 날엔 난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너무 친하면 요양보호사가 불편하겠지 하면서 환자가 도와달라고 안 하고 참아요. ‘누구누구 님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우리도 이름 불러주면 좋잖아요. 어르신이라는 말은 싫어들 하세요. 소중한 느낌이 안 들잖아요. 너무 사랑하면 안 돼요. 적절하게 거리 유지하고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사랑은 넘치거나 부족하면 탈이 나요. 절제해야 해요. 저는 이것을 응급실에서 배웠어요.

    “어느 인생도 고귀하지 않은 인생이 없어. 재가방문을 하다 보면 이불도 꿰매주고, 단추도 달아주고, 밑단도 꿰매주고. 남한테 잘 하는 게 나한테 잘 하는 거야.”라고 한 선배 요양보호사의 말에 감동을 받고 정신을 차렸던 경험도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지치고 힘이 들 때 위로가 되었던 시도 들려주고 싶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철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며
    욕심은 없고
    결코 화내지 아니하며
    늘 조용히 웃고 있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나물을 먹으며
    이 세상 모든 셈에서 자신은 계산에 넣지 않으며
    잘 보고 듣고 이해하며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초가집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돌봐 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계시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해 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말리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냉랭한 여름에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모두에게 얼간이 소리를 들으며
    칭찬도 듣지 않지만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겐지

    분명 우리의 인생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끝이 났다 싶었는데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들지도 말고, 모든 것을 극복하려고 하지도 말며, 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예를 들면, 단추가 많은 옷은 기피대상입니다.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티를 추천해드립니다. 방문을 하실 때 남지 않을 정도의 양으로 과일이나 즐겨 드셨던 간식을 드립니다. 옷도 갈아입혀 드리며 전체적인 건강을 살핍니다. 요양보호사가 해주겠지 하고 맡겨버리면 시간을 내서 방문을 하셔도 도울 일이 없기에 금방 일어서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님의 손발톱을 깎아드리면서 간단한 스킨십을 해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치매환자는 매시간 시들어가는 꽃과 같다. 꽃이 지고 잎이 지고 나중엔 모든 것이 시들어버리는 꽃. 그런 치매환자를 3주만 만나지 못해도 예전의 모습은 간곳없다.
    자식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부모와 이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면 나의 이런 모든 돌봄에 대한 지식과 실천이 나의 엄마에게 만큼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나와 병원 동행하던 것을 거부하시는 엄마. 당뇨와 고혈압에 나쁜 젓갈 대신 심심한 요리를 해드리면 타박하는 엄마.
    이젠 슬픈 일이 생겨도 가슴에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우울증이 엿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정말 신이 있다면, 그리고 내가 신을 믿는다면 사람은 왜 늙고, 병들어서 죽어야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분명 우리의 인생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끝이 났다 싶었는데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들지도 말고, 모든 것을 극복하려고 하지도 말며, 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다 가진 것처럼 행동했던 자신을 더 이상 못 본 척할 수가 없다. 언제부터 허세로 무장한 어른이 되었는가? 나는 괜찮다고,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말해 왔지만,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고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를 번역하면서 꿈을 이루었다.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보냈다.
    4년 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을 때는 니혼대학예술학부 입학 때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기분이 들기도 했다.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남동생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직업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죽을힘을 다해 투잡, 쓰리잡을 했지만, 문학에 대한 안테나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3권을 인천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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