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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세상에 와서 처음 펴내는 책이다.
남편의 학생들이 보낸 편지와 학교 선생님들의 글을 묶어 각각 한 권씩 책으로 엮은 적은 있지만, 순수하게 내가 쓴 원고만으로 출판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앞으로 또 책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 나중에는 그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았다.

33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뭔가 하나 매듭은 지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출판물 홍수 시대에 또 하나 허접한 책을 보태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개인 정보, 저작권, 초상권 등등 여러 가지가 다 신경 쓰이는 시대 상황도 쉽지 않은 작업을 더 어렵게 했다.

이제 책은 내 손을 떠나 독자의 품으로 간다.
가능한 한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우리 삶이 어디 좋고 아름다운 일로만 엮여지던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다 보니 글쓴이의 의도와는 달리 책을 읽고 혹여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그런 부분은 빼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애썼지만, 그래도 책으로 나간 남은 이야기들은 ‘기록을 통한 진실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이해해 주면 좋겠다.

마흔한 살에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옮겨 올 때가 내 삶의 중요한 한 전환점이었던 것처럼, 이제 60이 넘은 나이에 나는 다시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 앞에 서 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여태 살아온 것처럼 나는 또 내 삶과 정직하게 맞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고를 쓰고 정리하는 약 석 달간의 시간은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제대 말년(?)의 느슨함을 탄탄하고 팽팽하게 조여 주었다. 학교에 가면 늘 할 일이 기다리고 있어 좋았다. 남은 삶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탄력 있고 활기 넘치고 나를 기다리는 일들이 줄을 서 있는 …….

늘 정답을 찾아서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지만 마음이 편하던 내 인생 전체에 융통성과 여유와 편안함을 갖게 하는 말.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지난날들은 ‘옛사랑’처럼 늘 아련하게 그리울 것이다.

마음의 한 자리를 비워 두면서 이제 나는 학교를 떠난다.
비워 둔 그 자리에 부디 사랑과 감사와 겸손과 온유가 가득하기를 …….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원고 교정에서부터 편집, 사진 작업, 뒤표지 글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움을 주신 김정대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출판사에 갈 때마다 맛있는 보이차로 지친 마음을 달래 주던 불휘의 리아 실장님, 표지 뒷면에 좋은 글을 써주신 서일옥, 목진숙, 이월춘 시인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듬뿍듬뿍 내리기를 기원한다. 그분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이 어려운 작업을 시작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월산중학교 교장실에서 왕혜경

수필가 왕혜경 교장

왕혜경 수필가를 보면/ 지중해의 푸른 장미꽃이 생각난다/
바다의 향기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옷 섶 적시면/
어느새 맑게 갠 하늘 위로/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른다/
그리움의 동산을 지나/ 망각의 강을 건너/
하늘나라로 간 추억의 잔영에/ 살포시 내려앉는 나비,/
아리도록 차가운 땅에 꿈을 심고/ 더운 숨결로 키워온 세월은/
오히려 따스하다/
생의 간이역에 무거운 짐 내려놓고/
이제는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흘려보낼 일이다

목진숙(시인

모든 것을 ‘그리움’에 닿게 하는 이야기

왕혜경 수필가의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는 허투루 읽을 수필집이 아니다. 석공이 바위에 글자를 새기듯, 신심 깊은 불자가 사경(寫經)을 하듯, 단어 하나 선택하고 문장 하나 만드는 데 기치진심(期致盡心)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또 어떤가. 사부곡(思夫曲), 사부모곡(思父母曲)이라 불러 좋을 ‘1부 우리 다시 만날 때’는 이 수필집 발간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많은 아픔을 그는 가톨릭적인 순명(順命)으로 승화하고 있으니, 그것이 ‘2부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원망과 분노를 넘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을 ‘그리움’에 닿게 하는 나머지 이야기 또한 우리의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김정대(경남대학교 명예교수)

004 책을 펴내면서

1부 우리 다시 만날 때

014 애정의 조건
019 불협화음
021 숲
026 담배 연기
028 첫눈의 작별
032 우리 다시 만날 때
036 ‘엄마’라는 이름
042 아버지, 이제 그만 가세요
046 해마다 5월이면

2부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050 I love you, Do you love me?
054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058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066 까칠한 아줌마의 까칠한 피정기
070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시련
072 Footprint(발자국)
086 산들평화순례 피정
099 새 사제의 첫 안수
103 향심기도 피정

3부책을 읽다, 나를 읽다

112 1그램의 용기, 100그램의 행복
117 한강의 『소년이 온다』
120 나에게 온 아름다운 선물
125 희망의 기도, 평화의 기도
129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 격하게, 아주 격하게 …
133 한 스푼의 시간
136 딸에 대하여, 엄마에 대하여

4부이런 날은 너에게로 가고 싶다

142 루이제 린저, 니나, 그리고 오경이
146 호숫가에 사는 이유
150 산이 부르는 소리
156 마흔의 자리에서
160 봄꽃 이야기
166 가을걷이
171 박 선생님의 편지
177 F 코드를 넘어서
179 당신도 초보였지요?
184 봄비
186 봄이 오는 지리산
190 기억과 망각 사이
194 마음의 흉터
199 60년 만의 선물
203 이게 어디로 봐서 쓰레기통으로 보여요?
207 사우나 천태만상
212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14 인정의 샘
218 잊을 수 없는 이름 제니퍼
228 회갑년의 교직원 신문 출연

5부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234 한글날 유감
238 풍경 속으로
242 안민고개를 넘어가면서
248 교과서 갈피에 숨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254 반가운 얼굴과의 재회(再會)와도 같은 축전(祝電)
258 병가를 낸 어느 하루
261 인간 만사 새옹지마
264 교장 선생님과 함께 뛴 마라톤
271 울어야 젖 주는 세상
276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지록위록(指鹿爲鹿)으로
282 Birthday Surprise!!!
287 학교 폭력 예방의 아이콘, 인성(人性)
296 1년짜리 교육장, 1년 반짜리 교장
300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주객전도
304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310 가시밭길도 꽃길처럼
316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324 20년 동안 간직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