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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좌 : 오세영 문학 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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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세영
  • 출판사 : 인북스
  • 발행 : 2019년 10월 10일
  • 쪽수 : 41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8944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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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사항

    출판사 서평

    다난한 시대의 격랑 속에서 올곧게 서정시를 지켜온
    오세영 시인의 자전 에세이

    시와 학문의 길로 평생을 매진한 신념과 철학

    『정좌(正坐)』는 올해로 등단 51년을 맞은 시단(詩壇)의 중진 오세영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자신의 삶과 문학을 회고하며 펼치는 시의 본질과 시인으로서 자세, 그리고 인생관이 담긴 자전 에세이이다. 그의 시는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득해 독자들에게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 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부딪친 무수한 고난 속에서도 바른 자세로 정좌하며 살아온 삶과 문학의 역정을 진솔하게 술회하고 있다. 다난(多難)한 시대의 조류와 이념에 편승하지 않고 운명처럼 시인과 학자의 길을 묵묵히 지켜온 그의 신념과 철학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시는 ‘신이 없는 종교’라는 믿음으로 시 쓰기에 열정을 다해 온 시인은, 어차피 삶은 소멸이지만 소멸은 생성을 꿈꾼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운명처럼 찾아온 시로 불우한 생애를 극복하다
    유복자로 태어나 전쟁의 와중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불우했던 청소년기, 고마운 선생님의 도움으로 독서에 취미를 붙이며 시에 입문한 학창 시절의 사연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재수 끝에 서울대 입시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모친의 화개장롱을 팔아야 했던 사연과, 운명처럼 시를 만났으나 국문학을 중시하고 문예창작을 경시하던 서울대 국문과의 학풍 탓에 갈등을 겪으면서도 가정교사 생활로 문학의 꿈을 키워가던 고독한 문학청년의 풋풋한 초상이 그려진다. 대학 졸업 후 여고 교사를 시작으로 교육에 종사하는 오 시인은 여러 문인들과 교유하며 시화전도 열고 제자들과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어가지만, 어머니의 영면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자책으로 발병한 우울증은 평생 그를 괴롭히게 된다.

    정지용, 박목월로 이어지는 서정시의 시맥(詩脈)을 계승하다
    박목월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시인으로 등단하여 현대시 동인에 가입하는 등단 초기의 에피소드에서는 70, 80년대 시단의 풍속도가 펼쳐진다. 목월 선생을 도와 한국시인협회의 업무를 도맡다시피 하고, ‘시의 날’ 제정에 앞장서는 등, 한국현대시 발전에 기여한 시인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원칙적인 성향에다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꼿꼿하고 직선적인 성격 탓에 많은 문인과 불화를 빚기도 한다. 하지만 김소월, 정지용, 박목월로 이어지는 한국 서정시의 시맥을 계승했다는 자부심은 순수시에 대한 지향과 독자적 시학(詩學)을 이루는 밑바탕이 된다. 훌륭한 시는 언어 자체가 만들어 내는 미학과 사상이 만들어 내는 철학이 결합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시는 현실에 구속받지 않고 고유한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관되게 서정시를 지켜가게 되는 것이다.

    우직함으로 굴곡진 시대의 시련과 마주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채에 합격한 충남대 교수 시절의 일화는 정보기관의 감시, 보안사 연행 감금 등 험난한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시련을 겪는 수난사가 주를 이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계엄령 선포로 흉흉해진 교수 사회에서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교수들의 양심선언에 앞장선 결과였다. 그 후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임용되어 본격적으로 학자와 시인의 길을 병행하지만, 문학 창작에 대한 열정이 금기시되어 있던 서울대 교수로서 시 창작과 학문연구, 함께 이루기 힘든 이 두 분야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 탓에 그는 일생을 허상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가두게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즉 대학에서는 ‘네가 무슨 학자냐 시인이지’, 문단에서는 ‘네가 무슨 시인이냐 학자지’ 하는 비아냥을 들으며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순수문학을 지키고자 자초한 문단권력의 외톨이
    오세영 시인이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초창기에는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여파로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시기였다. 그래서 강의보다는 데모나 사회주의 사상에 더 빠져든 운동권 학생들에 많은 실망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문학의 기능 역시 순수문학적 기능보다는 현실참여를 통한 저항의 도구로서 역할이 더 강조된 시기였다. 그러나 오 시인은 산문문학인 소설이나 드라마가 어느 정도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은 가능해도 시가 그리될 수는 없다는 문학적 소신이 뚜렷했다. 시는 원천적으로 사회성이나 정치성과는 거리가 먼 문학 장르라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시의 현실참여 반대 소신은 민중문학을 기치로 내건 참여문학 지지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이후부터 지금까지 소위 문단권력을 쥔 시인들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는 시인으로 남아 있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시인의 삶을 이끌어주고 영혼을 풍요롭게 해준 많은 문인, 학자들과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어린 시절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자신의 앞날을 이끌어준 중고교 시절의 은사를 비롯하여 학계의 이숭녕, 정한모, 이어령 선생 등과 각별한 정을 느꼈던 자신의 문학적 아버지인 박목월 시인, 문단의 어른이었던 조병화, 서정주, 박두진, 김춘수, 황금찬 시인들과의 인연, 동료였던 이문구, 이건청, 이승훈, 신달자 시인들과의 추억의 편린들이 펼쳐진다. 그뿐만 아니라 평론가 김현처럼 자신과 문학적 견해가 달랐던 이들에 대한 자신의 잘못이나 아쉬움도 진솔하게 토로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인인 자신의 불교적 세계관을 심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백담사에 시비(詩碑)를 세워준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이나 걸레스님 중광과의 여러 일화는 그가 보수적이고 원칙주의자이지만 종교를 불문하고 인생을 깊이 관조하며 자신의 시 세계를 넓혀가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문학인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제1장 내 삶의 뿌리
    제2장 운명, 그리고 시
    제3장 마로니에 그늘 아래서
    제4장 터널의 끝
    제5장 매화 필 무렵 _ 88

    제2부
    제6장 문학 동네 입주 신고
    제7장 나와 시인협회
    제8장 시간의 쪽배
    제9장 벼랑의 꿈
    제10장 생의 한가운데서

    제3부
    제11장 문학과 저항
    제12장 그래도 아름다웠던
    제13장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제14장 이런 일 저런 일
    제15장 진실의 벽

    제4부
    제16장 겨울에도 피는 꽃
    제17장 어느 푸르른 날에
    제18장 외국어로 읽힌 나의 시
    제19장 당신들이 계셨음으로
    제20장 아름다운 인연들

    본문중에서

    이 책의 기록은 한 다난한 시대를 평생 학자와 시인이라는 두 길로 걸었던 어떤 허무주의자의 작은 발자국들이라 할 수 있다. 큰 파도가 휩쓸면 덧없이 스러질 바닷가 모래밭의 작은 발자국들…… 그리될 줄 알면서도 나는 기록을 남긴다. 인생이란 어차피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책을 펴내며’ 중에서/ p.5)

    집을 나선 내가 이 뜨락을 거쳐 양철 대문을 밀치고 막 밖으로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월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군, 이것 좀 보고 가거래이.”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화를 내면서 방을 뛰쳐나온 나를 설마 선생께서 대문까지 뒤따라와 바래다주시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선생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띠고 계셨다. 나는 무심히 선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 거기에는 마른 매화나무 가지에 꽃봉오리들이 송이송이 맺혀 있지 않은가. 매화는 활짝 핀 꽃보다 막 벙글어지려 하는 그 꽃봉오리가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매화 필 무렵’ 중에서/ p.92)

    나는 문단권력의 ‘왕따’이다. 그러나 왕따를 사랑한다. ……생각해보라. 홀로 되지 않고, 무리로부터 거리를 두지 않고, 시류나 유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해관계나 권력의 구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진 상태가 되지 않고 어찌 진정한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좋은 의미에서 왕따의 존재가 그러하다. 그는 홀로 있으며, 누구에게도 구속되어 있지 않으며, 항상 자신을 성찰하며, 어떤 이해관계에서도 빚을 진 바가 없어 어디를 가나 당당한 자를 일컬음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창작의 자유를 염원하는 자, 창작에 자신감이 있는 자라면 패거리 짓기, 모방하기, 뒷북치기를 그만두고 홀로 서 있어야 한다. 좋은 뜻의 왕따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내가 소위 ‘문지파’나 ‘창비파’의 계보에 소속되어 그들 집단에 복무하지 않고 지금까지 홀로 서 왔던 것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내 문학 생애의 축복이었을지 모른다.
    (‘겨울에도 피는 꽃’ 중에서/ p.31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2
    출생지 전라남도 영광
    출간도서 64종
    판매수 3,998권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전남의 장성, 광주, 전북의 전주 등지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교수 역임. 1965-68년 [현대문학]지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그림자],[문 열어라 하늘아],[무명연시],[벼랑의 꿈],[밤하늘의 바둑판] 등과
    학술서적으로[한국현대시인연구],[헌국현대시 분석적 읽기],[한국낭만주의시 연구],[시 쓰기의 발견],[시론] 등이 있음.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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