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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 황현진 장편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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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황현진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9년 09월 27일
  • 쪽수 : 208
  • ISBN : 978893747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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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당신의 알리바이가 아니야!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스물세 번째 작품 『호재』. 고모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 죽음의 원인을 직감케 하는 미스터리와 그 죽음을 둘러싼 운명의 가혹함을 드러내는 하드보일드를 축으로, 끝내 정점까지 치달아 오르는 소설이다.

케이블 방송국의 비정규직 작가로 일하는 호재. 유난히 재수가 없던 하루를 겨우 버틴 다음 날, 그는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지냈던 고모의 전화를 받는다. 들리는 소식은 뜻밖에도 고모부의 사고사.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버림받듯 고모의 손에 맡겨져 자란 호재는 한때 그곳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으나 정상 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콤플렉스는 그의 삶을 짓눌렀다.

고모부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호재의 기억은 서울 변두리 여성의 가혹한 성장담과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무력한 비밀로 점철된다. 그것들을 없는 듯 털어 내려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현실의 고단함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고모부의 죽음은 호재를 다시 과거의 연결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누가 고모부를 죽였을까.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호재는 그 사건의 알리바이가 되길 거부한다.

두이는 어느 날 남편이 강도의 칼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실종된 남동생과 조카 호재뿐이다. 황망한 공기가 내려앉은 빈소에서 두이는 동생 두오가 태어나던 날, 병으로 죽을 뻔했던 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리고 부모의 장례식 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호재는 언제 오는가? 두오는 살아 있는가? 정녕 남편은, 누가 죽였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애써 고개 돌려 외면했던 진실이 스멀스멀 떠올라 눈앞까지 와 있음을.

출판사 서평

행운과 호재가 없는 삶을
묵묵히 견디는 이들에게
문득 찾아온 기억, 대면해야만 하는 진실

2011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현진 작가의 신작 『호재』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23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무책임한 부모 대신 고모 내외에게서 성장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연락을 끊게 된 여성 ‘호재’와, 부재하거나 불능인 아버지들의 세계에서 희생을 자처한 여성이자 호재의 고모인 ‘두이’의 시선과 회고로 구성된다. 고모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죽음의 원인을 직감케 하는 미스터리와 그 죽음을 둘러싼 운명의 가혹함을 드러내는 하드보일드를 축으로, 끝내 정점까지 치달아 오른다.

■ 두이, 울지 않고 받아 안는

“그런다고 떠날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절대로 나를 안 떠날 겁니다.”

두이는 어느 날 남편이 강도의 칼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실종된 남동생과 조카 호재뿐이다. 황망한 공기가 내려앉은 빈소에서 두이는 동생 ‘두오’가 태어나던 날, 병으로 죽을 뻔했던 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리고 부모의 장례식 날을 떠올린다. 가부장의 가해자가 된 할머니와 희생자인 어머니 곁에서 그랬듯이, 아버지와 남동생은 일찍이 떠나 없는 그 자리에서 두이는 울지 않는다. 그저 생각할 뿐이다. 호재는 언제 오는가? 두오는 살아 있는가? 정녕 남편은, 누가 죽였을까. 그리고 깨닫는다. 남편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시간도 없이, 애써 고개 돌려 외면했던 진실이 스멀스멀 떠올라 눈앞까지 와 있음을.

■ 호재, 알리바이가 되길 거부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연히 불행한 건지, 당연히 불행한 건지.”

케이블 방송국의 비정규직 작가로 일하는 호재. 유난히 재수가 없던 하루를 겨우 버틴 다음 날, 그는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지냈던 고모의 전화를 받는다. 들리는 소식은 뜻밖에도 고모부의 사고사. 호재는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버림받듯 고모의 손에 맡겨져 자랐다. 그곳에서 호재는 한때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으나 정상 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콤플렉스는 그의 삶을 짓눌렀다. 고모부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호재의 기억은 서울 변두리 여성의 가혹한 성장담과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무력한 비밀로 점철된다. 그것들을 없는 듯 털어 내려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현실의 고단함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고모부의 죽음은 호재를 다시 과거의 연결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누가 고모부를 죽였을까.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호재는 그 사건의 알리바이가 되길 거부한다. 그러나……

추천사

성실과 호의는 성과와 예의로 돌아오지 않고, 행운과 불운은 언제나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삶은 첫 번째 경험이고 우리는 매 순간 무능하다. 태연한 얼굴로 일상을 살아 내는 당신, 사실은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 앞에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당신, 당신의 눈물과 한숨 끝에 이 소설을 놓아 주고 싶다

목차

1부 울지 않는 아이 7
2부 우연히 불행한 거라면 37
3부 언제든 살아날 방도가 있다는 듯 77
4부 언젠가는 떠나기를 바라며 113
5부 울면 젊어집니다 155
6부 당연히 행복하겠습니까 183
작가의 말 205

본문중에서

장례식의 상주 노릇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두이의 남편은 밤늦게까지 허름한 사무실을 지키다가 강도의 칼에 찔려 죽었다. 재개발 사업 계획이 공표된 후 크고 작은 중개업소들이 몰리자, 그는 늘그막에 맞닥뜨린 호황을 놓칠까 부지런을 떠느라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곤 했다. 그날도 보온병에 담은 소주를 찻물에 타 마시면서 매물 리스트를 A4 용지
에 옮겨 적던 참이었다.
강도는 그의 굽은 등을 한 차례, 꺼진 배를 두 차례 칼로 찔렀다. 바로 옆 미용실 주인이 9시쯤 퇴근을 하려고 셔터를 내리다가 유리문 밑으로 흘러나온 핏물을 보곤 부랴부랴 신고했지만, 시신은 이미 차게 식어 있었다.
“강도의 칼에 찔려 죽다니요, 뭘 훔쳐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요.”
집으로 찾아와 사고 소식을 전하던 순경에게 배두이가 물었을 때 그는 손짓으로 걸어야 할 방향을 알려 주며 말했다.
“죽는 일은 인과응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사는 일이나 그렇죠.”
-10쪽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부동산 사무실로 돌아간 이후부터 미용실 주인이 시신을 발견하기 직전까지, 고모부가 강도의 칼에 찔려 죽었으리라 추정되는 시간 동안 호재는 매우 화난 상태로 근무 중이었다.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상암동의 방송국에서 촬영 장소인 망원동의 스튜디오로, 다시 상암동으로 철수하는 일정을 마쳤을 때 호재의 머릿속엔 이 생각뿐이었다.
오늘처럼 재수 없는 날은 처음이다.
-53쪽

동네는 여전했다. 한때 호재가 살던 곳이기도 했지만 떠난 뒤로는 좀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는 곳이었다. 대로변 뒤쪽으로 허무는 중인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이미 철거가 끝난 뒤라 가림막을 세워 놓고 공사 중인 집도 적지 않았으며 셔터를 내린 상가마다 라카 스프레이로 X자를 그려 둔 곳도 많았다. 상가 뒤 연립주택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 건물 현관의 유리창은 깨져 있고, 열린 채로 방치된 창문 너머로 싯누런 커튼이 펄럭거렸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단층 주택들은 스스로 부서지고 있는 것처럼 지붕이 기울고, 떨어진 기왓장과 널빤지들은 마당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풍경 때문인지 몸에 한기가 돌았다. 고개로 이어지는 경사로에는 헌 가구들과 쓰레기가 가득 찬 포대 자루들이 즐비했다. 호재는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제자리에서 갈팡질팡했다. 마지막으로 고모부의 사무실을 봐 둘 생각으로 들렀는데, 동네는 말 그대로 박살 난 것처럼 보였다. 고모부만 동네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동네 전체가 통째 사라지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26~127쪽

두이는 한껏 허리를 수그려 남편의 차가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댔다. 맞닿은 뺨이 서늘했다. 살짝 닿은 코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영락없이 죽은 이의 몸이었다. 명치 언저리가 울렁울렁하며 무지근하게 저려 왔다. 금세 뒷덜미가 뜨거워지고 턱밑이 아려 왔다. 두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더욱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이렇게 아무 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는가.
두이가 한 손을 들어 남편의 어깨를 툭 쳤다. 잠든 사람을 깨우듯이, 툭. 남편은 꿈쩍하지 않았다. 손바닥을 펼쳐 빗장뼈 아래를 찰싹 때렸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크게 혼날 거라고 으름장을 놓듯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비명을 바랐던 건 아니었는데, 아무리 때려도 미동 없이 침묵하는 남편을 확인하니, 죽음은 틀림없었다. 딱딱하고 찼다.
-160~161쪽

옆집 사람과 윗집 사람의 가운데 서서 두이는 양쪽 팔을 끼운 채 장례식장 밖으로 나섰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입구에서 비틀거리며 두 사람을 배웅하
고 돌아서는데 호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모.”
고인과 상주의 이름, 발인 날짜를 알리는 전광판 아래 호재가 서 있었다. 호재는 밝게 빛났다가 사라지는 이름들을 쳐다보던 중이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에 산 사람들의 이름이 뒤따르는 모습을, 배호재 그 이름이 배두이와 나란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광경을 올려다보던 중이었다. 두이가 호재의 곁으로 다가와 깡마른 어깨를 끌어안았다.
“빨리 왔네, 호재.”
-176~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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