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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만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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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1세기 들어 민주주의는 무섭게 후퇴중이다.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라고 하는 영국과 미국에서까지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처럼 연약하다. 헌법만으로는 실패를 막지 못한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의 지배의 원리,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둑이고 제방이다. 3권분립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그리고 법의 지배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언론을 포함하여 이 원리를 담보하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허망하게 무너진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들이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가 널리 퍼져 있으며,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기초적인 민주주의 소개 내용에조차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류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자들은 우리 국민과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의 집필에 나섰다. 저자들은 ‘민사모’(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2014년부터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동작업을 진행해 왔다. 집필한 원고를 난상토론해 가며 다른 사람들이 거듭 수정하는 힘들고도 독특한 방식이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거리 모두에 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이고,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이 왜 그리고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 널리 인식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아담스는 “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고 말하였다. 이 책은 민주주의 개론서이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자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원로, 중견 학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출판사 서평

    민주주의는 그 제도의 장점과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질그릇처럼 연약해 깨어지기 쉽다. 21세기 들어 민주주의는 무섭게 후퇴중이다. 민주주의의 모범국가라고 하는 영국과 미국에서까지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민주주의 퇴보 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적 위기 사태에서 국민(투표자)은 조속한 위기극복을 약속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둘째, 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 새 없이 가상의 적들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셋째, 집권세력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독립적인 기관들(특히 사법부와 언론 등)의 발을 묶거나 거세한다. 넷째, 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선거법의 개정 등을 통해, 국민이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왜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은 이런 신형 독재자들의 기만에 그렇게도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일까? 이 책의 필자들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운영원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의 지배의 원리,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둑이고 제방이다. 3권분립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그리고 법의 지배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언론을 포함하여 이 원리를 담보하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허망하게 무너진다.
    “자유를 누릴 줄 아는 것보다 더 경탄을 자아내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토크빌은 말했다. 이 같은 철학 위에 서 있는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정의(定義)라고 널리 알려진 링컨의 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인가에 대한 비판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제한적 정부’(limited government)의 의미가 들어 있지 않아,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온전히 지켜질 수 없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지만, 사실상 평등의 실현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체제라는 주장과 복지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의 이상향이 아닐뿐더러, 복지국가라는 이상을 향해 돌진하다 보면 국가주의, 전체주의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다는 논쟁적 주장이 장마다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서울대, 고려대 등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들이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가 널리 퍼져 있으며,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기초적인 민주주의 소개 내용에조차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류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자들은 우리 국민과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의 집필에 나섰다. 저자들은 ‘민사모’(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2014년부터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동작업을 진행해 왔다. 집필한 원고를 난상토론해 가며 다른 사람들이 거듭 수정하는 방식이었다. 전문 연구자들의 저서에서 두세 사람도 아니고 7명의 공동저자가 이같이 남의 글에 반복해 칼을 들이대며 글을 완성해 간 사례는 유례가 없지 싶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거리 모두에 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이고,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이 왜 그리고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 널리 인식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아담스는 “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고 말하였다. 소름이 돋는 말이다. 저자들은 우리 국민이 이 명언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잘못 사용하는 나머지 민주주의가 자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소망을 담아 5년여 분투의 산물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목차

    서론: 우리나라 민주주의 길 위의 위험요소들

    1.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과연 민주주의 정부인가?
    2. 자기지배의 원리가 민주주의 원리로 타당한가?
    3. 왜 법의 지배인가?
    4. 왜 권력은 분립되어야 하는가?
    5. 사법부, 선출되지 않은 권력?
    6. 정당이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인가?
    7.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가?
    8. 민주주의는 어떻게 평등을 실현하는가?
    9. 복지국가는 민주주의의 이상향인가?
    10. 포퓰리즘, 왜 무서운가?
    11. 관료의 권력, 왜 팽창하는가?
    12. 정책은 여론을 따라가야 하는가?
    13. 더 많이 참여할수록 민주주의는 더 잘 기능할까?
    14. 직접민주주의가 더 나은 민주주의인가?
    15. 다수결은 무조건 정당한 선택방법인가?
    16. 민주정부의 정책결정은 무엇이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나?
    17. 시민단체는 정말 시민을 위한 단체인가?
    18. 민주주의 국가는 왜 갈등을 당연시하며 관리대상으로 보는가?
    19.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문화적 기반은?

    결론: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본문중에서

    민주주의는 둑 없이 이리저리 흐르는 시냇물도, 사납게 파도치는 바다도 아니다. 둑 사이로, 제방 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같다. 인류의 긴긴 역사 내내 민주주의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염원은 시냇물처럼 이곳저곳에서 졸졸거리다 잦아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봇물이 되어 폭발하기도 하였다. 민중의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이면서 갑자기 막을 내린 프랑스 혁명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부침을 거듭해 왔고,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 민주주의의 원형을 제시한 국가이자 민주주의 원리들을 가장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이래 민주주의 위기론이 수그러들 줄 모른다.
    20세기 후반 전 지구적으로 만발하는 듯 보였던 민주주의는 21세기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반적으로 후퇴 중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18. 6. 14일자)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를 보면, 2007-8년의 국제금융위기 이후 민주주의 지수가 12년간 연속 하락한 국가가 무려 89개국에 이르는 반면, 지수가 향상된 국가는 27개국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후퇴를 거듭하는가? 그 특징은 무엇인가?
    나라마다 다소간 사정은 다르지만, 동 시사주간지가 분석한 최근의 민주주의 퇴보 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적 위기 사태에서 국민(투표자)은 조속한 위기극복을 약속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둘째, 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 새 없이 가상의 적들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셋째, 집권세력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독립적인 기관들(특히 사법부와 언론 등)의 발을 묶거나 거세(去勢)한다. 넷째, 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선거법의 개정 등을 통해, 국민이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셋째 단계까지는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이지만,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더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민주주의의 이런 후퇴과정이 매우 교묘하게, 전략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이 자기들의 권리가 야금야금 파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주인인 것처럼 착각하고, 자기들의 뜻대로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듯이 잘못 믿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관한 고전 중의 고전인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그토록 우려했던 연성(軟性) 독재(soft despotism)의 상태로서, 요즘에는 신형(新型) 독재라고 일컫기도 한다.
    왜 국민은 이런 신형 독재자들의 기만에 그렇게도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일까? 이 책의 필자들인 우리는 국민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운영원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이 뜻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나 옳고, 그것을 추구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신형 독재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국민의 뜻’이고, 민주주의이다. 이들이 이런 말 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국민이 이런 말에 잘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앞세우면 국민이 반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뜻’대로 하는 것, 국민이 이랬으면 혹은 저랬으면 하고 바라고 기대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민주주의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필경 민주주의 교육이 몹시 부족하고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국민의 뜻,’ ‘국민의 뜻’ 하며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추진해 가는 것은 신형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의 상투수법이다. 그들은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가와 사회의 변혁을 추구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라. 도대체 무엇이 ‘국민의 뜻’인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국민의 뜻’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설사 그런 것이 있다손 쳐도, 과연 누가 그것을 알거나 알 수 있겠는가? 있기도 어렵고, 알 수도 없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이런 뜻에서 이 말은 악용과 남용의 소지와 위험성이 커도 아주 크다. 신형 독재자와 그 무리는 이 말로 국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져간다. 이들의 말과 사술(邪術)에 현혹되는 국민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심각한 자격 미달이다.
    참된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이라는 말을 자주 내세우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혹은 시류나 유행에 따라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하기 마련인 ‘국민의 뜻’을 묻고 또 물어서가 아니라, 이미 ‘국민의 뜻’을 물어서 굳건히 세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이 헌법 체제 안에서 필요한 법을 제정하여 국민의 삶을 이끌어간다. 즉 참된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법의 지배 원리의 지배를 따른다. 철저하게 법의 지배 원리에 따를 때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모든 국민이 권력의 횡포 아래 속수무책인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어떤 실체적 목표도 갖고 있지 않다. 굳이 말한다면 그것은 모든 국민이 각자 자신의 목표를 잘 성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공통의 조건과 여건의 제공이다.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될 때에만 국민의 창의성이 꽃피고,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진작됨으로써,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 위에 민주주의는 서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환상에 빠져 표류하게 된다. 필경 엉뚱한 길, 망하는 길로 간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링컨의 말을 짧지만 명쾌한 민주주의의 정의(定義)라고 알고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맨 먼저 이 말을 문제 삼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뜻’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고 또 누구도 알 수도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누구의 주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서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따르면 좋은 합리적인 과정과 절차로 이해함이 옳다.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거나 따르는 시늉만 하고서, ‘국민의 뜻’임을 내세워 자기들이 원하는 일을 밀어붙이려고 한다면, 이는 명백히 반민주적이다. 오늘날 이런 반민주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3권이 분립되고,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국회가 있는 나라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니, 공론화위원회니 하는 것들이 도대체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면 왜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런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까?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보다 낫다는 환상을 일으키며 대중동원에 치중하고 원초적인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무슨 이유로인들 훼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주의의 핵심이 합리적 과정과 절차라고 한다면,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서 핵심은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다. 어떤 일방의 세력도 ‘국민의 뜻’을 앞세워 독단하거나 전횡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만든 제도가 민주주의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일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의 지배의 원리,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둑이고 제방이다. 이 둑과 제방이 무너지고 힘을 잃으면 민주주의는 허물어지고 만다.
    즉 3권분립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그리고 법의 지배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언론을 포함하여 이 원리를 담보하는 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허망하게 무너진다. 입법, 행정, 사법의 3부로 나뉜 권력이 서로 견제하지 않으면, 언론을 통한 토론과 비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야 할 법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제하는 수단과 방편으로 전락하면, 민주주의는 국민을 가난과 불행으로 끌고 가는 급행열차가 될 수 있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 무엇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 즉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위해 인류가 지금까지 찾아오고 실험해 온 여러 정치체제 중 가장 낫다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그러나 아직도 최종판정은 내려지지 않은—정치체제가 민주주의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하면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만큼은 확실하게 지켜지는가? 불행히도 역사의 대답은 이마저도 “아니올시다”이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서 국민을 탄압하는 나라, 법의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나라가 지금도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가? 이것이 민주주의의 실상이다.
    미국 등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면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소위 민주주의 적자(democratic deficit)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적 선거제도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지만, 권력분립이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올바로 작동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가 불충분하며, 국가의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나 정보의 투명성 등이 미흡하다. 여러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나 조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를 바랄 수 있으랴? 민주주의를 향한 뜻만 굳건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려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전진하다 보면,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날이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 이런 면에서 차라리 이런 나라들은 희망이 있고 장래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던가? 민주주의 적자보다도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더 큰 위협은 전혀 다른 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소위 민주주의의 과잉이다.
    우리는 때로 강물이 시냇물처럼 조용하기를, 또 때로는 파도치는 바다처럼 시원시원하기를 바라지만, 강물은 잔잔히 흘러가야 강물이다.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게 하려면, 둑이 든든해야 한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인간의 교만과 끝을 모르는 욕구의 소용돌이를 막는 둑과 제방이 튼튼히 버티어주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제방은 무너지고, 인간의 욕망은 노도(怒濤)가 되고 급기야 홍수가 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과잉이다.

    “민주주의는 군사 쿠데타 등에 의해서만 무너지지 않는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해서도 무너진다. 자기들이 권좌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든 바로 그 과정을 전복시킴으로써 말이다. 이들은, 1933년 히틀러가 그러했듯이, 빠른 속도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p.3)
    주기적으로 선거가 행해지고, 헌법 및 여타 공식적인 민주제도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을지라도, 선출된 독재자들(elected autocrats)은 민주주의의 허울(veneer)은 유지하면서 그것의 실질(substance)은 도려내 버린다. 이들이 민주주의의 전복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들은 하나같이 합법을 가장한다. 의회가 승인하고 사법부가 수용하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심지어 민주주의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한 노력인 양 비추어지기도 한다. 흔히 사법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거나 부정부패를 없앤다거나 선거제도를 더 공명하게 만든다는 등의 명분이 동원된다. 이때 언론은 살아 있으되 매수되거나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체검열에 나선다. 시민들은 예전처럼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세금을 두들겨 맞거나 피소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면 국민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금방 눈치를 채지 못한다. 많은 국민이 자기가 아직도 민주주의 아래서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p.5)
    민주주의 제도만으로 선출된 독재자들의 이런 횡포를 막아내기는 충분하지 않다. 헌법은 정당이나 잘 조직된 시민의 힘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민주적 규범(democratic norms)으로 방어되어야만 한다. 이 규범들―즉, 상대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의 규범, 그리고 정치인은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무기일지라도 사용을 자제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규범(p.8)—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또 발휘되지 않으면, 헌법에 규정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민주주의의 보루 구실을 하지 못한다. 제도는 (되려) 정치적 무기가 된다. 제도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위정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제도이다. 선출된 독재자들은 이 제도를 이용해 언론과 기업을 길들이고, 자기편에 유리하게 정치의 규칙을 고쳐 쓴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는 야금야금, 알 듯 모를 듯이, 심지어 법적으로 죽어간다. 민주주의의 암살범들은 이처럼 민주주의를 죽이는 일에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한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가는 권위주의로의 길(electoral route to authoritarianism)은 민주주의와 관련한 역설 중 가장 비극적인 역설이다(p.7).”

    위의 긴 인용문은 2018년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지브래트(Daniel Ziblatt)가 함께 쓴 『민주주의는 어떻게 죽나?(How Democracies Die?)』라는 책의 서문을 간추린 것이다. 아마존의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민주주의가 죽는 일은 후진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라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떤가?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것이 미국만의 얘기라고 생각하는가? 혹시 우리나라의 작금의 민주주의의 실상을 보고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다고 보는가?
    ('서론-우리나라 민주주의 길 위의 위험요소들' 중에서)

    참된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법의 지배원리를 따른다. 철저하게 법의 지배 원리에 따를 때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p.10)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의 지배의 원리,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둑이고 제방이다. 이 둑과 제방이 무너지고 힘을 잃으면 민주주의는 허물어지고 만다.
    (/ p.12)

    민주주의는 지금껏 인류가 찾아낸 제도 중 가장 뛰어난 제도로서, 이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잘 보장하고 지켜줄 수 있는 제도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점을 망각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파괴하는 우는 범해서는 안된다.
    (/ p.23)

    미국 제2대 대통령 애덤스(John Adams)는 “민주주의는 영속되 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고 말하였다. 소름이 돋는 말이다.
    (/ p.26)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아온 링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개념이나 정의로는 부적절하다. 깊은 생각 없이 보고 들으면 근사하고 멋진 말이지만, 악용될 소지와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 p.36)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적 선택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덕에, 잘못된 선택이 언제라도 수정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여러 민주주의 제도 속에 깃들어 있다.
    (/ p.41)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the rule of law)와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보장책이 바로 ‘법의 지배’이기 때문이다.
    (/ p.43)

    민주주의는 자유를 향한 염원과 평등을 향한 열정이 만들어낸 복합적 산물이다. 민주주의 이전의 어느 시대에도 모든 사람이 (법 앞의) 평등을 누린 시대는 없었다. 대다수 사람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마저 옳게 주장하거나 누리며 살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위대함은 자유와 평등이 양립할 수 있도록 만든 놀라운 힘에 있다.
    (/ p.105)

    누구나 잘사는 사회는 복지국가만의 꿈이 아니다. 이 꿈이 없이 어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오늘날 모든 인류의 이상을 대표하는 국가형태가 될 수 있었겠는가?
    (/ p.115)

    포퓰리스트들의 선심성 정책은 달콤한 사탕과도 같다. 한번 입에 물면 도무지 뱉어내고 싶지 않은 사탕처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선심성 정책이고 프로그램들이다.
    (/ p.132)

    다수결은 사실 민주주의와 특별한 상관은 없다. 다수결은 서로 의견이 갈리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결정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 p.171)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것이 정상이다. 어떤 면에서는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다.
    (/ p.198)

    민주주의는, 정확히 말해,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한 정치체제 중에서 최악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체제이다.
    (/ p.218)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 p.229)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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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행정학과 명예교수이다. 고려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정치학 박사) 졸업. 고려대 행정학과에서 정책이론, 정책평가, 정책과 갈등 등을 강의하고,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한국행정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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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행정대학원 미국 하버드대학교(케네디스쿨)(정책학 박사)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규제정책, 통상정책, 규제제도연구 등을 강의하고, 한국규제학회장, 한국정책학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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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이다.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미국 텍사스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박사) 졸업. 록펠러 정부학연구소 Research Scientist,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조교수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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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349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행정대학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석사), UC 버클리(정치학 박사) 졸업. 남가주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연세대학교 조교수,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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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대학교 교수이다. 조선대학교 행정학과, 조선대학교 대학원, 서울대학교 대학원(행정학 박사)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방문학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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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박사) 졸업.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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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라도덴버대학교 공공정책학과 연구원(Scholar-in-Residence)이다.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플로리다주립대학교(행정학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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