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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빠의 탄생 : 삼인삼색, 아빠들의 육아(育兒) 육아(育我)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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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아빠로서는 점점 어깨의 힘을 빼게 되고 인간으로서는 조금씩 성숙해 가는
    다 큰 남자들의 네버엔딩 성장 스토리!


    “결혼을 안 했어도 혼자 재밌게 살았을” 세 명의 남자들의 인생에 어쨌거나 생겨 버린 결정적 변수, 아이! 나를 닮긴 했지만 ‘나’는 아니요, ‘남’은 더더욱 아닌 낯선 존재를 만나 아빠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은 고군분투와 좌충우돌을 세 명의 아빠가 각자의 개성대로 풀어낸 에세이이자 성장담. “돈 버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하고 싶다’ 정도는 아니어도 ‘하기 싫다’도” 아니었기에 멋모르고(!) 주양육자를 자처한 아빠,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적 특성을 이용해서 엄마의 육아휴직 배턴을 이어받아 육아를 맡게 된 아빠, 돈 버는 일에만 매진하다 ‘아빠와 놀고 싶다’는 아들의 절규로 깨달음을 얻고 뒤늦게 육아를 분담하게 된 아빠. 육아의 계기와 방식은 저마다 달라도,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민낯과 바닥을 성찰하게 된 이 아빠들은 육아(育兒)가 곧, 자신을 기르는 ‘육아’(育我)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엄마/아빠, 돌봄노동/임노동의 경계가 흔들리며 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뚜벅뚜벅 지키며 걸어감으로써 그 경계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균열이 생겨난다. 이 균열이 이들을 새로운 일, 새로운 가족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매번 ‘다른 아빠’의 탄생을 겪어 가면서.

    ▶ 지은이는 아니지만 ‘다른 아빠들’과 그 가족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문탁네트워크 이희경의 말

    나는 가끔씩 여기 세 명의 다른 아빠들—자룡(우자룡), 청량리(진성일), 정군(정승연)에게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그대들, 너무 자식들에게 올~인 하고 있는 거 아냐?’라면서. 그런데 사실 이들은 좀 다르다. 그 이유는 이들의 다른 아빠 되기가 다른 남편 되기, 나아가 다른 직업인 되기(혹은 되지 않기)와 겹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여성과 남성의 고정된 성 역할분담에서 벗어났으며, 육아 경험과 사회적 경력의 고질적인 이분법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도대체 무엇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그것은 이들이 더 이상 정규직과 그것이 제공하는 물질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을 욕망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더 이상 엄마화된 아빠도 돈 버는 아빠도 아닌 존재로 이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아빠의 탄생』, 이 책은 위대한 아빠들의 탄생 이야기도 아니고 ‘힙’한 아빠들의 탄생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단단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일을 통해 남성과 여성, 가족과 사회, 돌봄노동과 임노동의 모든 이분법에 균열을 내면서 그 사이를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견고하고 단단한 일상으로 꾸려 나가는 허세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일, 새로운 가족,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탐색하고 새로운 출구를 조금씩 열어젖히는 평범하고 특별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이희경, 서문 「다른 아빠들의 업그레이드 된 탄생을 기다리며」 중에서)

    출판사 서평

    『다른 아빠의 탄생』 지은이 인터뷰

    1. 『다른 아빠의 탄생』은 세 명의 아빠들이 쓴 육아(育兒) & 육아(育我) 분투기입니다. 먼저 세 아빠들의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각 선생님들의 아빠로서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자룡] 겁 많은 소심한 사람으로 40여 년 간 살아왔습니다. 책을 쓰며 돌아보니 대한민국 40대의 평균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허세 가득한 중년 남성. 언제나 청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제 모습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고, 경쟁에서는 승자가 되고 싶고,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자존감이 높지 않아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가 되고 싶지만 소위 ‘꼰대질’도 자주 합니다. 입으로는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면서 가부장적 질서를 아내에게 강요합니다. 나이는 반백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모자란 사람입니다. 모자람에 더해 모순에 가득 찬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마흔 살을 전후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살아 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더군요. 일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하고, 지배와 복종보다는 관계에 신경을 쓰려 합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나의 부덕함을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욕망에 집중해 보려고도 합니다. 문득 지금까지 내가 욕망했던 것이 진정한 나의 욕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악기도 배우고, 살사댄스도 배우고, 멍하니 혼자 집에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승연] 곧 29개월이 되는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별명이 ‘정군’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정군’으로 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젠 이름이 낯선 느낌일 정도고요. 저는 출판사에서 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일’은 주로 아내와 딸이 모두 잠든 밤에 하고 있습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합니다. 장래에는 어떻게든 글을 쓰고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기 때문입니다. 잘 되면 ‘작가’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까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진성일]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첫째 아들에게 훌륭한 샌드백이 되기 위해 스파링 상대가 되곤 하는데, 점점 힘에 부침을 느낍니다. 둘째 딸에게도 말 잘 듣는 곰 인형이나 강아지가 되려고 하지만, 허리를 핑계로 자꾸만 병원놀이의 환자가 되려고 합니다. 동갑내기 아내의 말도 잘 들으려고 애쓰지만, 은근히 아내 앞에선 고집을 부려 맘대로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확실히 ‘육아’(育我)가 필요하네요.
    그런 저의 육아(育兒)와 육아(育我)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문탁네트워크’를 만난 지도 10년이 되어 가네요. 촉이 좋은 아내 덕분에(?) 발을 들여 놓았지요. 예전에도 공부는 별로 안 했는데, 요즘에는 밥벌이를 핑계로 더 안 하고 있습니다. 공부보다는 ‘스튜디오 지음’ 및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의 디자이너 겸 영화인 ‘청실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문탁네트워크’에 오기 전에는 ‘진 팀장’으로 회사 생활을 했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건축인의 생활 도중 첫째가 태어납니다. 마침(?) 세상도, 회사도 어려운 시절이라 그 핑계로 육아에 입문해 버립니다. 어찌된 일인지 육아가 적성에 어느 정도 맞았나 봅니다. 그래서 육아휴직 이후 아예 퇴직을 결심합니다. 그 사이에 둘째도 만나게 되죠. 이후 아내와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자격증도 얻습니다.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건축협동조합도 만들고, 또 다른 이웃들과 함께 같이 살 집도 짓게 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집을 그리고 집 짓는 현장도 오가면서, 좋은 인연으로 만난 지인과 함께 ‘건축사사무소 아키페라’를 공동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주변의 도움으로 늘 육아(育我)하고 있네요.

    2. 책 제목이 ‘다른 아빠의 탄생’입니다. ‘다른 아빠’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일반적인 ‘아빠’라는 상(像)과 다르다는 것일지, 아니면 어딘가 특별히 ‘남다르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 모든 것들로부터 ‘다르고 싶다’는 것인지.... 아마 ‘다르다’는 의미 역시 세 분 선생님마다도 다 다를 듯한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다른 아빠’의 의미를 말씀해 주셔요.

    [우자룡] 최근 언론에 ‘다른 아빠’로 육아 휴직을 하는 분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용감한 선택을 하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다른 아빠’를 소비하는 방식은 많이 불편합니다. 육아휴직을 선택한 아빠들에게는 분명 다양한 맥락들이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엄마를 대신해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며 여성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들로 단순화시키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겠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싸움의 판을 깔아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남성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훌륭하다, 또는 새로운 아빠의 모델이라고 규정짓는 순간 그것이 하나의 억압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해 봅니다. ‘엄마’라는 호칭은 부르는 사람에겐 포근한 느낌일지 몰라도, 호명된 사람에게는 포근함을 주지 못하면 나쁜 사람이 될 것만 같은 억압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작금의 아빠 담론이 이런 맥락에서 ‘따라야만 하는 또 다른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출산이 고통으로 다가오는 사회적 구조는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남성이 고통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서만 주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아빠’란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아빠도, 아이와의 놀이에 시간을 쏟는 아빠도, 돈을 많이 벌어 아이와 아내에게 경제적 풍요로움을 주는 아빠도,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쏟는 아빠도, 자신의 성공에만 집중하고 있는 아빠도 모두 ‘다른 아빠’일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다른 아빠’가 아닐까요?

    [정승연] 제목이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딱히 ‘다르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건 아무래도 제가 ‘다르지 않은 아빠’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럼 ‘다르지 않은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요? 그건 말 그대로 ‘아빠’라는 말로 표상되는 이미지, 주중엔 밖에서 열심히 돈 벌고, 주중 저녁이나 주말엔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그래서 종국에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 자식들의 성공적인 장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욕망의 담지자로서의 ‘아빠’일 겁니다. 저희가 ‘다른 아빠’라면 그건 그런 표상과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보통의 아빠’와 그걸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욕망의 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분투 중입니다. 경제적·사회적 성공이 어째서 안 좋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위해 내 인생을 모두 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자격지심이라든가, 어떤 좌절감 같은 걸 느낄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이 편안한 길이니까요. 아마 저희 딸도 나중에 똑같은 고민을 할 테고요.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안정에 모든 걸 거는 삶을 살 것이냐, 아니면 그걸 포기하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길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삶을 살 것이냐 하는 고민 말입니다. 저희 딸이 결국 보통의 길로 가더라도 그건 저에게 아무 상관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그것 말고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고, 이 아빠가 그 길을 따라서 살았고, 그 길을 내면서 살았다. 그런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아, 좀 멋있네요.

    [진성일] 과연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워낙 그 의미의 스펙트럼이 크다고 느꼈고 뒤에 ‘아빠’가 따라 붙으면서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겠지만 아빠를 생각하면서 더 아빠가 어려워졌습니다. 제 직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건축사’가 됩니다. 하지만 건축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아직 스스로도 잘 모릅니다. 오히려 건축사가 되었다는 건 이제부터 건축이 무엇인지, 건축사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해 보게 되는 그 ‘시작’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가 되었지만 스스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죠. 그건 아이가 자란다고, 육아의 기간이 길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아빠란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지요. 첫째가 이미 열 살이 넘었고 1년 넘게 육아를 담당했다고 했지만, 이번에 책을 쓰게 되면서 아빠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질문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빠가 아니면 그런 질문은 어렵지요. 아빠가 된 후에 비로소 아빠에 대한 질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는 질문 던지는 일도 어렵습니다. 결국 ‘다른 아빠’란 아빠란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아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상도 그대로 흘러가니까요. 하지만 내 안에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아빠란 누구지? 무얼 하는 사람이지? 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나는 아이를 어떻게 보고 있지? 아내와 나는 어떤 관계지? 나의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걸 놓지 않고 질문하는 아빠라면 ‘다른 아빠’가 아닐까요?

    3. 세 분 선생님께서 이 책을 쓰시면서 마음가짐이나 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자룡] 아내와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고 있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를 살펴보고 동시에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도 제 글을 읽으며 저에 대해 몰랐던 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조금 더 알아 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직장에서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직장인 학원에서 스무 살 전후의 성인 경계에 있는 재수생들과 주로 만나게 됩니다. 이전에는 뭐랄까, ‘멸시’의 시선에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면 책을 쓰고 난 후에는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재수생인데도 불구하고 절실함 없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놀아 볼까를 고민하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이들을 ‘생각 없는 녀석들’ 또는 ‘삼수할 놈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자연스러운 욕망인 ‘놀기’를 추구하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래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변화는 ‘겁’입니다.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던지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 같으면 불만이 있으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았었지만 이제는 마구 말합니다. 후폭풍이 두렵기는 하지만 ‘에잇,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마구 던집니다. 속 시원함 절반, 무서움 절반입니다. 예전에 무서움이 9할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은 변화라 하겠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 합니다. 윗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 저는 상사의 잘못된 판단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냅니다.

    [정승연] 아이를 키우는 일이 결국엔 나를 키우는 일이라는 점, 그 점이 좀 명확하게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달까요. 이건 사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다지 의식하지 못했던 겁니다. ‘육아’라는 게 아이를 키워 본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정말 힘든 일입니다. 과거엔 어땠을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놓고 생각해 봐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생에 대한 보상’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성적이 오른다거나, 돈을 많이 벌게 된다거나,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거나 그런 것 말입니다. 육아의 보상은 아이가 건강하게 크는 것 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정말 잘해야 겨우 본전인 셈이죠. 이건 놀랍게도 ‘양생’과 참 비슷합니다. 식욕, 성욕을 열심히 제어해 봤자 돌아오는 보상은 이전과 다름없이 건강한 자신의 신체 정도인 거죠.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되면서 저는 어쩐지 스스로 좀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는 이것도 해냈는데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싶은 기분인 거죠.
    그렇게 내가 좀 달라진 걸 잘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쓰면서 확실히 명확해졌습니다. 동시에 글로 써 놨으니 어쨌든 성숙해진 척이라도 하게 되었습니다. 부도나면 안 되니까요.

    [진성일] ‘아내와 나’에 대해 쓸 때 조금 어려웠어요. 공유하는 게 많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디테일’에서 차이가 많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전업주부’의 구조 속에서 아내와 나 자신을 보는 게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에는 안 보이던 부분이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죠. 둘이서 바쁘게 맞벌이할 때는 잘 안 보이던 것을 낯선 관계 안에서,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되면서 들여다보게 된 거죠.
    아이들을 대하면서도 달라진 부분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저 어린 아이들, 옷 입히고 밥 먹여야 하는 아이들로만 보게 되진 않게 되더라고요. 아빠가, 부모가 그런 역할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에게 집착해서 화를 냈던 부분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고요. 그러지 말아야지 보다는 부모–아이의 관계에 얽매이거나 집착하는 게 위험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앞으로도 아이는 매일 자랄 것이고 내년 열두 살의 첫째는 처음이고, 아홉 살의 둘째도 처음일 테지요. 키우고 있으니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어쩌면 늘 새로운 아이를 만나고 있는 어설픈 아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한창 쓸 때는 이런 마음이 오래갈 것 같았는데, 막상 일상에서 아이들이랑 아내와 복닥거리다 보니 스멀스멀 흩어지네요.
    아, 다행히 책을 쓰면서 만나게 된 아빠들과는 술이든 책이든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얼굴 보면 이 책이 생각날 거고, 그러면 그때의 마음가짐도 잠시 되돌아보게 되겠죠. 그걸 떠나 아빠의 일상으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건 확실히 달라진 점입니다.

    4. ‘아빠’의 입장에서 이 책을 어떤 독자들에게 권해 주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우자룡] 사실 이 책을 쓰면서 누구와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40여 년 인생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고 나름대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만큼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권하고 싶은 독자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리저리 치이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든 40대 남성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제가 40대가 되고 보니 인생의 2막을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더군요. 어린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직장 생활이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더 있으면 원장이 되어 학원 경영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하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40대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임원이 되거나 퇴사하거나 전직을 하거나.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책에 적은 것처럼 저는 변화의 당위를 큰 무게감으로 느끼지만 안개 속 같은 불안감과 혼란함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택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처럼 이 책을 쓴 사람도 고민하고 있구나, 나만 나의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별것 아닌 한 중년 남자 사람의 이야기니까요. 또한 자신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가진 아빠들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힘을 빼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힘이 줄어드는 나이입니다. 가부장적 ‘가장’의 허세, 직장에서의 허세, 친구들 사이에서의 허세. 힘을 빼고 조금은 가볍게, 이기려 하지 않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아빠들을 글을 통해 만나고 싶습니다. 운동을 배우면 코치가 항상 하는 이야기 ‘힘을 빼고’는 참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힘을 빼면 고수가 되지요. 삶의 고수가 되는 길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정승연] 조금 역설적이지만, 한참 육아 중인 여느 어머니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 모두가 육아를 할 수 없다면, 저는 아빠가 주양육자가 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이유는 책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보면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대다수죠. 말인즉 여전히 엄마의 ‘독박육아’가 대세라는 말입니다. 여성‘만’ 육아를 하게 만드는 이 관습적 구조가 문제인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과정이 완전히 손해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육아를 안 하는 너희들이 손해일 수도 있다는 걸요. 어쩐지 위로가 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성일] 담론이 사라진 요즘 사회에서 특히나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아버지 세대들과는 달리 권위도 없으니 가족 안에서 아빠는 그저 돈 버는 사람 정도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건축인’인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을 다니는 아빠들이요. 그쪽 분야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에요. 사회는 아빠들을 돈 버는 사람으로 보는데, 정작 자신은 돈도 별로 못 버는 형편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에는 꼭 돈만 보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제 시스템은 건축계에서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을 다니면서 배울 걸 찾는 건축인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아빠들은 아이들처럼 계속 배우면서 자랍니다.
    저는 아빠들이 스스로 자신은 돈 버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자주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아빠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듯합니다.

    5. 마지막으로,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아빠들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아이들은 아빠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혹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우자룡] 글을 좋아하는 아이라 출간 직후 집어 들고 읽게 되리라 예상해 봅니다. 못 읽게 숨겨 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얼마 전 3학년 10살이 되고 나서 ‘아빠, 저 이제 10대니까 이유 없는 반항을 해보겠어요.’라고 이야기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도 아들은 아빠가 글에 쓴 대로 이제 아빠의 품을 떠나겠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고분고분 말 잘 듣지 말고 너의 인생을 찾으라고 썼으니, 이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할 말이 없겠어요. 그 다음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든다면 탄생의 비밀을 물어볼 것 같습니다. 피임에 실패한 무계획적 탄생에 대해 더 알아보려 하겠지요. 그때가 되면 책에 쓰지 못했던 더 많은 19금 이야기들을 아들에게 해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자신이 아빠를 성장시켰다는 뿌듯함을 아들 스스로가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글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 아들의 회사 가지 말라는 투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요. 10년 정도 뒤에 벌어질 상황이니, 책에 적힌 에피소드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일도 가능하겠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인 ‘가족’의 상을 그리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아들이 아빠가 된 후에 이 책을 놓고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저도 그랬듯 아들도 아빠가 된 다음에야 아빠의 마음과 행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승연] ‘우리 아빠가 나를 위해 이런 책까지 쓰다니!’ 같은 반응은 절대 사양합니다. 저는 ‘아빠가 내 덕분에 책도 썼구나! 나 아니었음 어쩔 뻔 했어’ 같은 반응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책에도 썼지만, 저는 저희 딸이 부모에게 부채의식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기 ‘덕분에’ 엄마 아빠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때문에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래서 제 존재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아빠의 큰 복이었다고 여기길 바랍니다.

    [진성일] 일단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를 가정해 봅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들도 자신들의 유아 시절을 대부분 잊고 지내겠죠? 부모에 대한 감정도 많이 무뎌졌을 겁니다. 뜬금없지만 전 가끔 부모님의 일상 이야기나 당신들의 옛날이야기를 녹음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거에 매여 있거나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돌아갈 과거가 없다는 것 또한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모-자식의 관계가 좀 더 풍부해지는 듯합니다. 언제나 나이가 많은 부모의 위치가 아니라,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고 즉흥적이고 엉뚱하기도 한 부모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모가 자라고 그 밑에서 또 자란 나를 보게 되죠. 아, 이런 건 부모보다 내가 더 낫구나 싶을 때도 있고, 나보다 더 엉뚱한 면을 보면 내 아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전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종종 재밌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책도 아이들에게 뜻밖의 재미난 에피소드였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과거이야기를 만나서 거꾸로 과거의 자신들과도 만나게 되는 순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잠깐이나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우리의 식탁이 작은 타임머신이면 재밌겠어요.

    목차

    서문 _ 다른 아빠들의 업그레이드 된 탄생을 기다리며(이희경)

    정승연_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 아빠인 나, 그리고 나의 아버지 이야기
    나, 그러니까 이 아빠, 취미형 인간┃이럴 줄 알았더라면…┃아빠는 어떻게 아빠가 되는가┃아빠의 아버지, 다정하지만 어딘지 냉정한┃나의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너는 ‘명실상부한 교양인’이 되거라┃아버지가 원했던 삶

    2. 아빠가 되었다, 다른 삶이 주어졌다
    늙은 소년은 정든 집을 떠난다┃아기가 온다, 딸이 왔다┃인생의 신조, ‘진인사대처명하니 처하태평이라’┃아빠가 되기는 되었다

    3. 육아(育兒)가 곧 육아(育我)
    나는 육아하는 아빠다┃육아와 본전 생각┃육아 때문에 잃은 것, 덕분에 얻은 것┃‘육아’는 사실 나[我]를 기르는 일┃나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4. 남편이 되고서야 보이는 것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아내는 어떤 사람인가?┃나는 어떤 사람인가?┃그런 나는 왜 ‘남편’의 길을 택했나?

    5. 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불쾌함을 다룰 것인가┃불쾌함은 어떻게 희열이 되는가┃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6. 아빠가 해온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나는 출판사에 다니며 아이를 본다┃첫번째 직업이 이렇게 중요합니다┃이제 무얼하며 살 것인가┃우리 아빠의 일

    7. 아무것도 갚지 않아도 되는 아빠
    ‘아빠’가 된다는 것┃‘즐거움의 지옥’에서 육아로┃육아가 나를 자유케 하였다?┃아마도 이런 아빠

    진성일_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 그와 그의 아버지의 무인도
    구멍가게 평상 위 나의 이야기

    2. 애 낳았다고 아빠가 되더냐
    계획적으로 아빠 되기┃환하거나 혹은 생생해지는 기억들┃육아의 공유 불가능성┃재현의 현장에 서다┃아빠가 되기 위한 조건

    3. 같이 사는 집, 함께 노는 아이
    논이 있는 아파트┃아빠는 놀이터를 배회한다┃집 짓고 같이 살까┃낯설지만 일반적인 경험┃알아서 놀 수 있는 관계┃아이를 키우는 태도

    4. 나를 이끌어 주는 선발투수
    ‘갑분싸’ 사건의 전말┃디테일이 다른 우리┃그래도 다시 일상 나누기

    5.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나와 닮은꼴 찾기┃어디서 감히, 버릇없이┃육아와 우주의 원리, 거리 두기

    6. 천직 대신 천 개의 직업으로
    직업 유전자┃마지막 직업┃목표 없는 직업┃본업이 아니라서 재밌는┃직업의 경계

    7. 그런 ‘아빠’에 대한 욕심
    분노의 오뎅볶음┃엄마와 아빠 사이┃내 품의 경계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86

    1. 용감한 아버지를 닮은 소심한 아들
    두려움과 소심함┃‘근자감’의 기초┃무모하고 과감한 서울행┃혼자라서 좋아요┃뭐라도 좀 확실히 해야 하는데┃아버지와 나—평행이론┃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소비요정┃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할 때—변화의 바람은 밖에서 불어온다

    2. ‘아빠’는 처음이라
    표준화의 기억 1—‘스드메’를 아시나요? 208┃벗어나 보자—40대가 되면 세계 일주 여행을┃당황스럽게도 그가 왔다┃표준화의 기억 2—육아서와 소비 천국 육아박람회┃대안학교 출신의 명문대 학생┃내 욕망에 충실한 아빠이자 남편

    3. 한발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아빠가 되자
    우리 아빠는 엄청 많이 먹는다!┃오리처럼┃아들아 고맙다┃아마도 물러나야 할 시기┃우리 좀 평범하게 지내요┃언젠가의 강한 반란을 기대한다

    4.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술로 다져진 우리—음주 부부┃어쩌다 보니 결혼┃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 가부장┃장남이 아니라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싸움은 화끈하게┃나를 드러내는 것이 이해의 시작

    5. 아들을 위해, 하지만 아빠인 나를 위한
    아버지와 단둘이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첼로와 수학 사이┃아빠의 욕망┃엄격한 아빠┃미완의 문제—나와 아이가 가진 욕망의 정체

    6. 유해업종에서 일하며 유용함 찾기
    비오듯 흐르는 땀┃강사에게 필요한 재능┃무용한 일을 하고 있는 나┃무용함에 더해 거짓까지┃안 하면 안 했지 못하지는 않아┃낯선 것들과의 만남┃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유‘관계’조(一切唯‘關係’造)!

    7. 허세 대신 관계
    예쁜 문신┃강남 스타일┃새로운 허세의 시작┃허세들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아내를 통한 허세┃앞으로는 어떤 허세?

    본문중에서

    우리 딸은 불현듯,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아내와 나의 인생에 끼어들었다. 이게 왜 ‘불쑥’인가 하면, 우리는 아기를 바란 적도 없고, 아이를 키우며 그것을 낙으로 삼는 인생을 바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각자 허무한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독신남녀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절대, 절대 아이는 낳지 않을 거야’라거나, ‘오, 세상에 애를 어떻게 키워’ 정도는 아니었다. (……) 뭐 여하튼, 그런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지만, 일단 아내의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아내도 나도 감격했다. 나의 경우엔 어떤 안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기가 생겼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 ‘강제로라도 이 삶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같은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반짝하고 솟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금방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격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아빠의 삶의 한 마디에 모종의 출구를 열어 준 우리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중에서/ p.43)

    우리 집 아이의 주양육자가 된 다음부터 ‘밖에서 돈 버는 일’을 맡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돈도 벌어 보고, 지금은 애도 키워 보고 있는데, 집에서 애 보는 게 열 배는 더 힘들어.” 맞다. 이것만큼은 여러 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역시 진실이다. ‘(……)직업 활동에 빗대어 보자면 ‘육아’란 근무시간 내내 관리감독자를 바로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날에 따라서는 쉴 틈도, 농땡이를 부릴 여유도 없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 정서적인 면은 어떤가?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상전님’이 부리는 온갖 투정과 짜증과 간섭과 침탈과 강짜와 뻗댐과… 같은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이겨 내야 한다. (……) 그런 날이면 그저 부양육자가 얼른 돈 버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막상 부양육자가 귀가하고 나면 순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나 불쾌한 일이다. (……) 아이와 딱 붙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불쾌감과 희열감이 교차한다. 그 감정의 교차, 낙폭이 결국 아이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를 말해 준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이게 참 대단한 일이다. 나는 세상 그 누구와도 이렇게 ‘쎄게’ 부딪혀 본 적이 없다는 걸 아이를 돌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다른 친밀한 관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중에서/ pp.75~77)

    아이에 대해 우리 둘은 생각이 달랐다. 난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를 안 갖겠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아이 좋아라’ 하는 마음도 크게 없었다. 난 아내와의 잠자리가 더 좋았다. 반면 아내는 결혼은 안 해도 좋지만 아이는 ‘정자’를 기증받아서라도 낳겠다는 생각이었다. 여자로서 아내는 아니어도 엄마가 되고 싶어 했다. (……) 아내는 태어날 아이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아이가 없었다. 한 3년 정도 지나자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를 바라셨다. 우리 둘 다 동갑내기에 집안의 장녀, 장남이라 더욱 그러셨다. 체제에 순응하는 편이고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우리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달력을 보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방학하는 날과 개학날, 사용 가능한 출산휴가의 기간, 그리고 이어서 육아휴직의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 직장에 열심이었던 우리는 그즈음 계획에 맞춰 부부관계에도 열심이었다. (……) 신기하게도 첫째아이는 개학날에 맞춰서 3월에 태어났다. 세 살 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한 둘째아이 역시 3년 후 4월에 태어났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빠 되기는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던 셈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아이를 원했던 부부들도 많은 걸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된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 낳았다고(물론 내가 낳은 것도
    아니지만) 그저 아빠가 되는 건 아니었다.
    ('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중에서/ pp.123~124)

    첫째 아들에게 스파링 상대가 되어 등을 뚜드려 맞으면 아프긴 하다. 가르쳐 준 수학 문제를 자꾸 틀릴 때면 답답하긴 하다. 아들과의 오목에서 지면 승부욕이 생기긴 한다. 둘째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계속 보라고 하면 지치긴 한다. 사자놀이로 등에 올라타거나 비행기놀이로 다리에 매달리면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진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을 때는 나로부터, 아빠 역할로부터 조금은 ‘거리 두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놀이가 재밌을 때 아빠로서 아이와 노는 게 아니라 재밌기 때문에 아이와 놀고 있는 거다. (……) 아빠 역할로부터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아빠와 아이라는 거리에서 아빠를 지움으로써 아예 그 거리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번 아이와 놀 때마다 그렇지는 않지만, 순간 그럴 때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 인듀어런스 호와의 도킹 장면이 있다. 쿠퍼 일행이 탄 착륙선이 반파된 채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인듀어런스 호로 접근한다. 모선 아래에 도착하자 쿠퍼는 인듀어런스 호의 회전속도에 맞춰 착륙선도 강제로 회전시킨다. 화면에서 착륙선이 서서히 멈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륙선과 인듀어
    런스 호의 속도가 같아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아이와 놀 때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역할의 거리 두기는 어쩌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어떤 아빠는 말할 것이다. 그건 ‘불가능’해요. 주인공 쿠퍼는 대답한다. 아니, 그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이 거리 두기가 아닐까. 이미 아빠가 될 때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만났으니 말이다.
    ('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중에서/ pp.157~158)

    육아 소비의 끝판왕은 육아박람회라 하겠다. 박람회장에 가 보면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출산부터 육아까지’라는 박람회의 표어처럼 성장 시기별로 아이에게 필요한 의/식/교육/완구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상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거의 모든 유아동 상품들이 나와 있
    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야겠다는 결연한 소비 의지가 생긴다. 이것만 사면 아이가 교육적인 기능을 누리며 놀이하고 ‘정상적’ 발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언가를 소비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소비를 하고 싶은 내 만족이 아닐까? 초보 아빠가 되고 나서 내 역할을 하는 방법은 소비였다. 표준화된 아빠의 삶을 살기 위해선 열심히 돈을 벌어 소비를 통해 아이를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중에서/ pp.218~219)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강의를 계속했다.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입시 시즌이 어느 정도 끝난 12월과 1월 두 달 정도였다. (……) 아들과 재미있게 두 달 정도를 지낸 후인 2월 중순, 아침부터 같이 놀다가 저녁에 강사 총회와 회식이 잡혀 나가려고 하자 평소에 떼쓰고 우는 일이 거의 없던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현관에 드러누웠다. 아빠랑 같이 놀고 싶다며 나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겨우 아들을 떼어 놓고 나오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 바로 종합반 수업 이외에 단과로 진행되던 주말 수업을 없애고, 주 5일 근무만 하기로 결심했다. 종합반 수업도 후배와 동료 강사에게 많은 부분을 넘겼다. 주말은 온전하게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함께 야구하고 레고 조립하고 부루마불 주사위를 던지며 주말을 보냈다.
    강의를 덜 하기로 결정한 후 줄어드는 수입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버는 돈은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쪼들리지는 않았다. 세밀하게 가계부를 쓰지는 않지만,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사치를 줄이니 가계 수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들과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일이 너무 좋았다.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심지어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힘 있게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어 더 좋았다.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중에서/ pp.227~229)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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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천적으로 소심하고 겁 많지만 허세 가득하게 40여 년을 살아온 아빠. 별 반항 없이 온순하게 살아왔지만 남편이자 아빠가 된 후 사춘기적 반항이 시작되었다. 강사 일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라 투덜대며, 학생들의 대입 수시 전형을 돕는 일로 비루하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세 가족 모두가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반항을 즐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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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발을 들인 ‘아빠로서의 삶’에 만족 중인 아빠. 여전히 세 살 난 딸을 키우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새롭다. 육아에 있어서 자상하면서도 원칙적인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저 딸의 절친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어떻게 아빠 노릇을 해가야 하나 매일 궁리 중이다. 출판사에서 웹 관련 일을 하며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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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평범한 대한민국 아빠. 곰돌이를 닮은 과학교사를 아내로 둔 덕에 회사와 일에 지쳤다는 핑계로 육아 휴직을 시작한 간 큰 남자. 집 안팎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를 23가지나 만들어낸 아빠 놀이동산 발명가. 어느 엄마 아빠보다 아이의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성 충만한 아빠다.
    페미니스트 웹진 이프 블로그에 연재한 ‘똥파리의 육아 일기’는 블로그를 탐독하는 모든 독자들이 겸서를 함께 키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공감을 이끌어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내용을 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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