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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네의 국제정치학 :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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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1세기의 아테나와 아라크네(들)이 벌이는
네트워크 치기의 경합에서는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는 리디아의 여인 아라크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라크네는 직물을 짜는 솜씨로 이름을 떨쳤는데, 자신의 솜씨가 아테나 여신보다도 빼어나다고 자랑했다. 이에 아테나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아라크네와 직물 짜기 경합을 벌였고, 오만한 태도에 대한 벌로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비디우스는 아라크네가 짠 직물이 아테나가 짠 직물보다 더 뛰어나다고 묘사한다. 인간이 실력으로 신을 이긴 것이다. 불경함 때문에 몰락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고 담대하게도 신에게 도전한 아라크네의 이야기는 후세에 여러 문학과 예술에서 즐겨 쓰는 소재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테나와 아라크네의 설화를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음미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전쟁의 여신이기도 한 아테나가 군사력을 기반으로 작동한 근대 국제정치를 상징한다면, 거미줄을 치는 아라크네는 국민국가에 도전하는 초국적 네트워크 행위자들의 도전, 즉 근대 국제정치의 발상을 넘어서려는 탈근대 세계정치를 상징한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는 기존 국제정치의 발상으로는 시원스럽게 설명되지 않는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근대국민국가 행위자들이 벌이는 부국강병의 게임에 주목하는 아테나의 국제정치학만으로는 초국적 네트워크의 도전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국가 행위자가 세계정치의 장에서 무력하게 물러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새로운 행위자들의 활동을 규제하려는 국가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이 책에서는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본 네트워크의 이론과 개념의 원용,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골격 제시,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경험적 적용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탐구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국제정치학 분야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네트워크라는 틀을 원용해 기존의 이론적 논제를 새로이 설정하고 이를 경험적 사례를 통해서 검증하고자 노력했다.

출판사 서평

‘아테나의 국제정치학’이 풀지 못하는 세계정치 현실의 변환에 도전장을 내밀다

오늘날의 세계를 보면 외교관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군인들이 전쟁을 벌이던 시절의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부쩍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정치가 벌어지는 영역의 성격이 복잡해졌다. 9?11 테러 이후 초국적 테러 네트워크의 활동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990년대 말의 동아시아 경제 위기나 2000년대 말의 미국발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는 이미 금융 문제가 국가의 경계 안에 갇혀 있지 않음도 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애플과 같은 IT 기업의 영향력은 웬만한 개발도상국 정부를 능가한다.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의 부상으로 파악되는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을 이론적으로 탐구했다. 또한 보편 이론으로서의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을 넘어 동아시아 이론으로서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목차

프롤로그_아라크네의 도전
서론_국제정치이론을 넘어서

제1부 네트워크의 국제정치학적 원용
제1장_네트워크 이론의 원용
제2장_네트워크의 국제정치학적 이해
제3장_네트워크 세계정치의 분석틀

제2부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도전
제4장_정보혁명과 세계정치 변환론
제5장_권력 변환과 네트워크 권력론
제6장_국가 변환과 네트워크 국가론
제7장_질서 변환과 네트워크 질서론
제8장_중견국의 네트워크 전략론

제3부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적용
제9장_글로벌 패권 경쟁과 표준 경쟁
제10장_외교 변환과 디지털 공공 외교
제11장_사이버 안보의 비대칭 망제정치
제12장_글로벌 문화 산업과 디지털 한류
제13장_사이버공간의 글로벌 지식질서

결론_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을 찾아서

본문중에서

이렇게 보면 인간 만사 모든 것이 네트워크가 아닌 것이 없다. 실제로 노드와 링크의 내용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연(三緣), 즉 인연, 학연, 혈연의 네트워크에서부터 교통망, 방송망, 통신망이나 상품의 판매망과 종교의 포교망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고 움직인다. 최근 네트워크 논의에서 중심에 선 것은 단연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며,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소셜 네트워크이다. 이 밖에도 지구화 시대를 맞이해 전염병 전파의 네트워크나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 또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_60쪽

복합(複合, complexity)은 그리 쉬운 말은 아니다. 쉽게 보면 단순(單純, simplicity)의 반대말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일상어에서 흔히 사용되는 복잡(複雜, complicatedness)과 헷갈릴 수 있다. 복합에서 복(複)은 옷(?=衣)을 겹쳐서(?) 입는 일, 또는 사물이 겹쳐지는 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겹쳐지는 일이 단순히 뒤섞이는 잡(雜)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는 합(合)이 된다는 것이 복합 개념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복(複)이 잡(雜)이 아니라 합(合)이 되는 고유한 공식, 즉 일종의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복(複)이 합(合)이 되는 고유한 공식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복합의 개념과 더 나아가 복합 네트워크의 내용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들어 있다. _110쪽

이 책에서 거론하고 싶은 것은,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이해 이제는 군사 안보라는 무대 위에서 강대국이라는 주연배우들이 펼치는 세력균형의 연기만 보아서는 21세기 세계정치라는 연극을 더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단순히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수동적으로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 비평가의 안목에서 비판적으로 연극을 감상하려면 주연배우가 무대 위에서 벌이는 연기를 넘어서는 연극의 복합성, 즉 무대 위뿐만 아니라 무대 뒤의 구조와 무대 아래의 과정까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시대의 세계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육안으로 보이는 부분을 넘어서 벌어지는 세계정치의 복합성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_156쪽

소셜 미디어가 지니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특징은 속보성, 관계성, 긴밀성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우선 소셜 미디어는 기성 미디어보다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지구화와 정보화, 민주화의 시대를 맞이해 새로이 출현한 사회적 관계 맺기를 도와주는 수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셜 미디어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거나 관계 맺기를 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뭔가 긴밀한 관계의 사람들이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단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셜 미디어는 복합적 성격의 미디어이다. 이러한 복합성은 1차 집단적 공동체 관계와 2차 집단적 사회관계의 복합, 이성적 커뮤니케이션과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의 복합,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복합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_190쪽

스마트 파워라는 말은 미국의 세계 전략이라는 실천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사용된 정책 개념의 성격이 강해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분석적 학술 개념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스마트 파워를 개념으로 삼아서 무언가를 설명하기보다는 스마트 파워라는 말 그 자체가 설명되어야 할 대상이다. 결과론의 영토인 권력의 게임에서 성공한 권력은 ‘똑똑한 권력’으로 평가되지만, 아무리 똑똑하게 구사되었다고 해도 실패하면 ‘멍청한 권력’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성공하면 충신, 실패하면 역적’으로 인식되는 권력 게임의 영역에서 어떻게 사전(事前)에 똑똑한 권력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스마트 파워가 권력론이 아니라 전략론 또는 외교론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_231쪽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한반도의 통일이 노드 차원에서 제기되는 목표인 것은 맞지만 그 목표가 노드 차원의 발상만으로는 풀 수 없는 ‘탈(脫)노드 차원의 과제’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의 통일은 이해관계가 걸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야 할 ‘네트워크 차원의 과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통일 전략의 방향은 ‘하나로 합치는 통일(統一)’의 전략이기보다는 ‘모든 곳으로 통하는 전통(全通)’의 전략, 즉 네트워크 통일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한반도 통일은 단순히 남북한의 단위 통합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통합을 중심에 놓고서 안과 밖으로 국내외의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국가의 건설 과제로서 이해된다. _317쪽

설계 권력과 관련된 중견국의 외교 전략은 강대국의 경우처럼 ‘거미줄을 설계하는 전략’이라기보다는 강대국이 이미 쳐놓은 네트워크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거미줄 타기의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미줄에 걸려서 거미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거미줄이 설계된 아키텍처와 작동 방식뿐만 아니라 거미줄 자체의 속성을 잘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견국도 세계정치의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정한 한계가 있기는 하나 중견국의 입장에서도 기성 세계질서가 어떻게 설계되고 그것이 어떻게 변경되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_395~396쪽

경제적 또는 정치적 이유로 말미암아서 어느 특정 미디어를 장악할 능력을 결여한 비국가 행위자들의 경우에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웹 2.0 기반의 소셜 미디어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소통의 양식 자체가 특정한 권위에 의거하지 않고 수평적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는 비국가 행위자들의 경우에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만약에 공공 외교의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려 한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기존 ‘공식 외교’의 트랙을 넘어서 비국가 행위자들이 자생적으로 추진하는 ‘비공식 외교’의 트랙을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_465~466쪽

구글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과정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구글이 지배하는 질서’라는 의미의 ‘구글아키(googlearchy)’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흥미로운 것은 위로부터의 지배를 의미하는 구글아키의 성공은 웹 2.0로 대변되는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사실 구글은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웹 2.0 현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한 기업이다. 이러한 구글은 자사 서비스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형태로 구현되도록 기술과 비즈니스를 조율할 뿐만 아니라 진출하는 국가의 법과 규제에도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에 따라서는 개별 국가의 정부가 구글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일마저도 발생한다. _573쪽

한국의 네트워크 외교에서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빈틈을 파고드는 발상과 전략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을 물질적 힘으로 압도할 수 없는 중견국의 처지에서는 ‘실리 외교’를 넘어서는 ‘규범 외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중견국 외교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국가이익을 협소하게 정의하는 기존의 행태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1세기 세계정치의 복합적 현실은 중견국 한국에 예전보다 좀 더 입체적인 중개의 전략을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21세기 네트워크 세계정치에 대해서 독자적 인식론을 가지고 고유한 존재론의 문제를 탐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실천론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_611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 일본 GLOCOM(Center for Global Communications)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보세계정치론과 탈근대세계정치론 등을 연구 및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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