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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피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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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동일본 대지진, 여자, 그리고 일본 사회의 민낯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재해라는 불가항력의 상황 속에서 인간의 더러운 본성이 더더욱 잔인한 민낯을 내보인다.
    비상시에는 상대적 사회적 약자를, 어린아이와 여성을 우선순위로 보호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진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될 때, 그때 역시 인간의 이상론은 유지될 것인가. 현실은 인간의 후천적 교육이란 가면을 벗기고, 적나라한 이기심이 발동된다.
    그 추악한 이기심의 해일 가운데 그녀들이 있었다. 그냥 그렇게, 아주 평범했던 그녀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히 마주하던 그녀들이 구습에 부딪힌다. 나이 많은 여자는 나이가 많아서, 나이 적은 여자는 나이가 적어서. 일상의 이야기가 소설로 흩뿌려져 지쳐 간다. 지치는 시간만큼 일상의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녀들은, 그렇게 새로이 해체하고, 연대하고, 돕고, 자신을 찾아낸다.

    출판사 서평

    재해는 인간의 물질세계를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알몸으로 쫓겨난 그들의 피난소는
    가면을 벗어던진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해일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높은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높이가 7~8미터나 되는 소나무 숲 너머로 시커먼 바다가 밀려왔다. 도로 위의 차가 물 위로 둥실 떠오른다. 차 안으로 물이 차오른다. 해일보다 거센 공포가 몰려온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 일본을 덮쳤을 때 해일은 후쿠시마까지 휩쓸었고,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인들이 ‘공포의 기념일’로 기억하는 바로 그날, 그녀들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남편이 죽었다
    우루시야마 도오노, 뭇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모으는 젊고 예쁜 20대 여성. 해일이 사랑하는 남편을 삼켜 버리고 난 자리에 6개월 된 아들과 남았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며느리를 종으로 여기는 시아버지와 능글능글한 시아주버니뿐. 의지할 곳 없는 도오노 몰래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는 끔찍한 음모를 꾸미는데⋯

    남편을 떠났다
    야마노 나기사,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도망쳐 간신히 돌아온 40대 여성. 고향으로 돌아와 하나뿐인 아들을 건실히 기르고자 아등바등 노력하지만, 이혼녀인 나기사에게는 술집 여자라는 타이틀만 되돌아왔다. 아직 어린 아들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심지어 생사마저 알 수 없게 되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쓰바키하라 후쿠코, 도박만 일삼는 불성실한 남편에게 늘상 구박받는 50대 여성. 지진 해일로 모든 것을 잃고 피난소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후쿠코는 내심 바랐다, 남편도 함께 잃기를. 괴로운 피난소 생활의 유일한 희망은 남편이 없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던 그녀 앞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는데⋯

    평범한 일상을 박탈당한 그녀들의
    ‘평범한’ ‘일상’의 궤적

    자연 앞에 선 인간은 절대적 약자다. 천년에 한 번 있는 대해일 앞에 모두의 일상이 무너졌다. 그러나 약자들의 사회에서도 또다시 강자가 우위를 차지한 아래 약자가 생겨났다. 남자와 여자, 연장자와 연소자, 부자와 빈자, 도시와 시골⋯. 모든 것이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게 지나쳤던 일상이 극한의 상황에서 진한 궤적을 아로새긴다. 마치 흉터와도 같은. 남녀차별과 빈부 격차가 일상을 지배한다. 4인 가족 중심의 사고가 시스템을 지배한다. 일상이라는 구습은 녹슨 칼날이 되어 느릿하게 가슴을 저민다. 읽어 내리는 것만으로도 숨 쉬기 버거워진다. 그녀들의 길에서 진한 동질감을 만나며 서글퍼진다. 곱씹을수록 황당하고 불공평해 분노가 치민다.
    통찰력 있는 어른의 시선으로 일상의 가려진 치부를 해부하는 작가 가키야 미우는 평범한 여자들의 일상적 차별을 무딘 칼날처럼 저며 낸다. 그리고 현재 일본의 민낯을 아무런 여과 없이,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거리낌 없이, 소설로써 털어놓는다.

    목차

    여자들의 피난소
    작가 후기
    해설: 자연재해로 드러난, 여자가 설 곳 없는 사회

    본문중에서

    노인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인은 친절을 베풀려는 마음에 설명하는 것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어른 남자’라는 자랑스러운 말투가, 기분이 좋을 때의 전남편과 겹쳐 소름이 끼쳤다.
    (/ 본문 중에서)

    “칸막이 건에 대해서 잠자코 있지 않는다는 거니?”
    “당연하죠. 그런 대표, 여자들이 가만히 안 놔두죠.”
    “그러기 전에 남자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고이치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여기는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잖아요.”
    (/ 본문 중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문이 동시에 열리고 남자 둘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남자들이 뛰어간 곳은 나기사와 마사야가 있는 곳에서는 사각지대라 보이지 않는다.
    “무슨 짓이에요! 이거 놔⋯⋯”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 목소리, 도오노 아닌가?
    말이 중간에 끊기고 더는 들리지 않았다. 설마 입을 막은 거야?
    나기사와 마사야는 튕겨 나가듯 간이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바로 사각지대인 장소가 보였다.
    남자들이 도오노를 차에 끌어 넣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그중에 긴급 피임용 필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를 찾아오세요.”
    “그게 무슨 약인가?” ⋯⋯
    “음, 그러니까 부녀자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72시간 내에 이 약을 복용하면 임신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호오, 그렇게 편리한 약이 다 있군.”
    “그런 사건이 있었던 건가?”
    “그야 집은 떠내려갔지, 일자리는 사라졌지, 남자들도 속이 답답할 테니, 그런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지요. 그러니까 여성 여러분, 눈감아 주세요. 남자들이란 그런 동물이니까.”
    웅성웅성 소란이 일었다.
    (/ 본문 중에서)

    “당신은 안 되지.”
    히데시마가 한마디로 부정하는 순간, 후쿠코의 자신 없던 표정에 분노가 어렸다.
    “왜요?”
    후쿠코가 강경하게 반문했다.
    “당신, 어디로 보나 그냥 아줌마잖아. 학교 선생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몰라도.”
    (/ 본문 중에서)

    “그보다 뭐, 마실 것 좀 없나?”
    늘 그렇지만, 또 명령조다.
    이런 장소에서도 여자는 남자 뒷바라지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아, 남편이 옆에만 있어도 귀찮아서 견딜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마시다 만 생수병을 내민다.
    “뭐야. 이런 추운 날에 이렇게 차가운 것밖에 없나?”
    비난조로 말하며 이쪽을 빤히 쏘아본다.
    (/ 본문 중에서)

    나가서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남자들에게는 임금이 지불된다. 그런데 여자들이 식사를 만드는 것은 무보수 노동이다. 부부가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부부 분업이라는 의미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남편을 잃은 여자나 독신인 여자는 어쩌란 말인가. ⋯⋯ 아직도 ‘부모 자식 4인 가족’이라는 고루한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남편은 일을 해서 집안을 유지하고, 아내는 집 안에서 ‘집안일’이라는 보상 없는 케어 노동을 하는 것이 ‘보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니 여자가 하는 일이 경시될 수밖에 없다. 언제는 신성한 일이라고 추어올리고, 언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이 남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나이 많은 여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남자들의 영악한 그 사고에 물들고 말았다.
    이 가혹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권리?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게 되면, 여자도 끝이지. 우리 며느리가 귀염성이라고는 요만치도 없는 여자가 되었구나.”
    시아버지가 한숨을 푹푹 쉬며 한탄했다.
    “다케하루는 내 아들이야. 나와 야스코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었다. 대학을 보낸 것도 내 돈으로 보냈어.”
    (/ 본문 중에서)

    할머니는 다양한 처세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중에서도 몇 번이나 강조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덮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었다.
    ‘밤길에 혼자 다니지 마라,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단둘이 있지 마라, 상대가 꼬부랑 할아버지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덮칠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 절대 꺄악꺄악 자지러지는 소리를 질러서는 안 돼. 그러면 남자의 욕정을 더 자극하는 꼴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인데, 싫어하는 남편과 죽을 때까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 그랬지.”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건, 지진 해일 피해가 없었어도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뭐, 그야 그렇지만.”
    “남존여비 사상도 그래요. 우리 사회는 여자의 인내를 전제로 돌아가고 있어요.” ⋯⋯
    자신은 일대 결심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인생이 전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오노가 말한 대로, 지금까지 있었던 문제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을 뿐인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아버님도 돌아오라고 몇 번이나 연락을 주셨어요. 당신도 아주버니와 같이 갈 테니, 같이 살 수 있는 집과 아주버니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하세요. 큰 시누이와 의논했더니, 그런 멍청한 남자들 얘기는 상대도 하지 말라고, 그냥 무시하라고 충고해 주셨어요.
    (/ 본문 중에서)

    “아이도 있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힘내라고 하는데, 난 지금도 있는 힘을 다하고 있어요. 어떻게 더 힘을 내라는 건지.”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싱글맘도 있었다.
    온갖 것을 잃은 피해자는 몸도 마음도 돌봄을 필요로 하는데,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으로 살아온 피해 지역 여자들은 힘내라는 말만 듣고 있을 뿐, 정작 자신을 돌봐 주는 존재가 없었다. 그 때문에 피해 지역 여자들은 소리 없이 지쳐 갔다. ⋯⋯
    위로금과 의연금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단계가 되었다. 지급 대상이 세대주라, 가정 폭력 때문에 남편과 별거 중인 아내에게는 그 돈이 전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
    남녀평등이 명기된 헌법이 있으며, 정부 또한 ‘남녀 기회 균등’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왔던 우리 사회의 실상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해설: 자연재해로 드러난, 여자가 설 곳 없는 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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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가키야 미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효고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9년 효고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회사 근무를 거쳐, 2005년 《회오리》로 제27회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 대표작으로는 《70세 사망법안, 가결》 《여자들의 피난소》 《40세, 미혼출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남편의 그녀》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희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쇼와여자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돌려 줘, 내 모자], [얼룩고양이와 할아버지], [찬성!], [바늘부부, 모험을 떠나다]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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