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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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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디스토피아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망상의 대동아전쟁을 뒷받침한 전시 일본의 프로파간다


    태평양전쟁 시기 교과서를 비롯해 잡지, 책, 팸플릿 등 일본의 모든 출판물의 내용은 대부분 전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프로파간다로서의 성격을 지녔다. 특히 일본 본토에서 후방의 일상생활은 ‘사상전’의 주요 전장으로 평가되어 아이들의 여름방학 과제부터 결혼, 출산, 장례식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리고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온갖 세부에 ‘신국 일본’의 이데올로기적 선전ㆍ선동과 정치적 통제가 침투해 있었다.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 생활>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본의 전시 프로파간다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당시 일본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망상에 빠져 있었는지를 통렬하게 고발한다. 200점 이상의 도판으로 소개되는 신국 일본의 프로파간다는 그 어떤 책보다도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야스쿠니신사를 정점으로 죽음을 숭상하는 병적 분위기, 팔굉일우의 기치 아래 전 세계를 천황의 왕토로 만들자는 망상, 패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와중에 일억 총특공의 자세로 미국과 싸우면 이긴다고 강변하는 지식인들, 동양의 해방이라는 대동아전쟁의 슬로건 뒤에 숨은 자원 수탈의 욕심 등이 저자의 신랄한 야유와 조롱으로 낱낱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개략적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신사, ‘소국민’이라 불린 군국 일본의 아이들에 대한 신국 이데올로기 주입, ‘팔굉일우’를 내세우며 점령해나간 중국 대륙과 남양의 여러 지역에 대한 후방의 시선, 후방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동원의 실태, ‘국민정신총동원’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간섭하는 전의 고양 이데올로기, 일본 특유의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전쟁 말기의 광신적인 담론 등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했던 전근대적이고 암울한 디스토피아 사회 일본의 모습이 현대적인 감각의 글로 소개되고 있다.
    저자 하야카와 타다노리가 광신과 망상으로 점철된 대동아전쟁 당시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현재의 일본 사회 일부에 남아 있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다’ ‘일본은 침략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정계 인사나 전 자위대 고위 인사 등의 발언에 깜짝 놀란 저자는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세대들을 위해 전쟁 당시의 분위기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신적인 결전 체제 속의 일본의 실상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며 SF적인 디스토피아의 풍경이 바로 전쟁 당시 일본의 모습이며 이런 체험을 다시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위트 있는 야유와 조소를 통해서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후기에서 태평양전쟁의 역사를 계속해서 확인해 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여론 유도적인 ‘속임수’나 시국 영합적인 자세는 특별히 당시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거대 미디어 산업이나 광고 대행사 등을 통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스펙터클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아직 총동원 체제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시의 그런 담론을 구석구석 관찰하고 검토해서 평가를 내리는 작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체험에서 멀리 떨어져 가상현실 속의 전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과 스펙터클 사회를 사는 모든 현대인들에게도 저자 하야카와 타다노리의 경계는 경청의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성스러운 야스쿠니신사
    오호, 야스쿠니신사 / 야스쿠니신사의 영령에 바치는 글 대모집! / ‘야스쿠니 정신’으로 죽자! / 벚꽃이 필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 군신도 관음도 천사도 야스쿠니로 / 야스쿠니 열녀 오쿠마 요시코 여사의 변모 / 야스쿠니 유아遺兒의 가난 미담 / ‘아버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계열의 야스쿠니 유족들 / 임시 대제 초대 유족의 무임승차권 / 야스쿠니 임시 대제 참례 유족에 대한 사상 조사 / 야스쿠니의 성모자상 / ‘봉송가 야스쿠니신사의 노래’ 봉납식 / 조의에 대한 감사장의 본보기 / 영령을 맞이하는 ‘인사’ / 군국의 어머니 표창식 / 일본 부도婦道의 암흑―군국의 어머니 경쟁 / ‘야스쿠니 아내’들의 정조 문제 / 일본 충령권의 건설! / 현대의 산쇼다유山椒大夫ㆍ도조 히데키의 어린이 품평
    칼럼 야스쿠니신사 임시 대제 참례자의 자살 미수 사건

    제2부 일본은 좋은 나라
    ‘일본은 좋은 나라’ 전설 / 일본은 좋은 나라, 신의 나라여 / 천장절의 계절 / 히노마루 페티시즘 입문 / ‘히노마루’의 올바른 게양 법 / 바보들이 만든 ‘히노마루’ 미담 / 굉장하다, ‘기미가요 연맹’! / 아름다운 나라 일본의 예의범절 / 소국민의 상식입니다! / 영령을 기리는 모범 대답 / 기타하라 하쿠슈도 저질렀다 / 다카무라 고타로의 에로틱 시국 시 / 황기 2591년의 여름방학 / 기원 2600년 고등여학교의 운동회 / 비상시의 연하장 / ‘후방’의 릿쿄고등여학교 보국단
    칼럼 중국의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자

    제3부 칭송하라, 팔굉일우
    팔굉일우로 궐기하라 / 망상 세계지도 / 미국 본토 공습 / 제국 주유 산수 / 꿈의 대동아 횡단 여행 / “하지만 면화가 있었으면” / 파시스트 소녀 프란체스카 / “아버지가 할 일이 아니다” / 남방의 자원에 대한 한없는 동경 / 교실 안의 남양 / 『표준 중국어 속성 학습』에서 보는 일본 해군 표준 회화 / 라디오 체조의 제국 / 라디오 체조와 대동아공영권 / 수수께끼의 ‘열대 진출력’
    칼럼 일본 문화의 첨병

    제4부 이겨내는 결전 생활
    ‘주부의 벗’적 결전 생활 / 어머니의 교육 상담 / 광신적인 황도 영양학의 범죄 / 대정익찬회적 결혼식의 표준 / 공습하의 육아 / 부엌 전쟁에 승리하라! / 부엌을 요새화하라 / 결전형 블라우스 / 필승 방공 잠옷 / 알려지지 않은 국민복 / 결전하의 부업
    칼럼 공포의 ‘약진 유희’

    제5부 모든 것은 승리를 위해
    국민정신총동원@오사카 / 국민총동원 퍼포먼스 / 승리의 날까지 대규모 증세 / 공중 폭격하의 출근 향상 / 전쟁과 안전 / 싸우는 일본 국가의 신체 / 사치는 인류의 적이다 / 1943년의 순사부장 시험 문제 / 결전하의 주택 / 항공기를 가정에서 만들어라! / ‘심어서는 안 되는 양귀비’ 재배법 / 전쟁을 위한 수험 전쟁 / 식민지 지배를 위한 학교 / 이거다, 결전 여행 체제! / 로마자ㆍ영문자를 추방하라 / 모형보국 / 딸기우유는 금지! / 전쟁과 과자점의 사명 / 슬픈 싱글벙글 위문첩 / 위문주머니는 백화점에서 / 유한 부녀자를 징용하라 / “당신의 화장은 너무 눈에 띄지 않습니까” / 생식 결전에도 감연히 궐기!
    칼럼 척남숙拓南塾의 특별 강의

    제6부 언령의 전쟁
    역시 일본은 신의 나라 / 사이판 옥쇄……‘그것은 유쾌한 일이다’ / 야스쿠니신사의 ‘구적격양 필승 기원제寇敵擊攘必勝祈願祭’ / 기담! 『싸우는 신국』 / 전시 ‘살생계’의 행방 / 광신적인 전쟁과 황국 부도婦道 / 혼의 행방―‘정토’ 대 ‘야스쿠니’ / ‘충령공장’론의 암흑 / 극락정토로 가는 자는 국적이다 / 아주머니들의 군사 교련 / 문자의 성전 / 미국 병사를 쳐죽여라! / ‘야수 민족 미국’ / 결전하의 실전 영작문 / 영어는 일본어다 / 수수께끼의 ‘결전 본오도리’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야스쿠니신사라는 곳은 지독하게 탐욕스럽고 효과적인 전의戰意 앙양 시스템이군, 하고 새삼 감탄하게 되는 점이 아주 많다. 전사자의 유품ㆍ유서는 물론이고, 유족의 눈물에서부터 ‘조약돌’ ‘벚나무 가로수’까지 온갖 아이템을 체내에 집어넣고,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단 하나의 목적, 즉 ‘일본인을 성전에 동원하는 것’을 위해 각종 아이템을 미디어에 뿌린다.

    대일본제국에서는 ‘영령’이라 불리는 전사자의 정령을 맞이하기 위한 고도로 발달한 의례가 당시 사람들에 의해 행해졌다. 이는 ‘인사’라 불렸는데, 대일본제국이 근대적 전쟁에 참가하는 것과 동시에 ‘영령’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인사’할 기회도 많아졌다.

    이런 경우, 대일본제국은 주도면밀하게 미디어를 동원하여 동정을 모으는 데 빈틈이 없었다. ‘네 아들 순국의 영광’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부인은 조전弔電을 보냈으며, 여학생들은 “저도 어머님 같은 일본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고, 후쿠오카현의 어느 철공소 종업원 일동은 ‘350엔’이라는 거금을 보내는 등 “국민의 감격과 존경, 그리고 애도는 여사의 한 몸에 모였다”고 한다. 야스쿠니신사를 통치 시스템으로 편입한 신국神國 일본은, 죽은 자의 이용법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가 시시한 정욕에 좌우된다는 철저한 여성 멸시관에 기초한 그들은 ‘야스쿠니 아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여성들을 속박하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도덕’의 강제는 “이상적으로는 평생을 독신으로 보내는 것이 지당” “친형제나 사회가 조금도 요구하는 일이 없는데도 방자함이나 정욕 때문에 재혼하는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모두 같은 책)라는, 인도에서 벗어난 결론을 도출했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간섭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의 ‘욕정’이나 ‘정욕’에 주목하고 집착하는 데서 제국재향군인회의 추잡한 시선을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의 ‘충령’이 잠든 곳이 바로 일본이고, ‘일본 세계 건설’(!)의 판도가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영적 팔굉일우론이다. 애초에 ‘일본 세계’라는 용어부터 세계가 일본이 되는 건지(?), 일본이 세계가 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개념이다. 누가 좀 말려달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의 세계 정복 망상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좋은 나라’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깨끗한 나라’이고 ‘강한 나라’야, 게다가 ‘신의 나라’고 ‘훌륭한 나라’야, 하고 열심히 호소한다. 역시 일본은 굉장해, 하고 순순히 감동하고 싶지만, 어디가 어떻게 ‘좋은 나라’이고 ‘강한 나라’인지 전혀 논증이 안 되어 있어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슬프다. 게다가 ‘신의 나라’라고 해도 왜 전 세계에서 단 하나 일본만이 그렇게 낙원이 되었는지 신기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한편 싸우는 후방의 소국민은 사상전의 담당자로서, 그리고 방첩전의 요원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질문도 있었던 모양이다.
    질문 : 낯선 사람이 국가의 비밀에 관련된 것을 물었을 경우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답 : 낯선 사람이 약간 수상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물었을 경우, 결코 옳은 대답을 하지 않고 곧장 부근의 파출소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겠습니다.
    애초에 어린이인 주제에 ‘국가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방첩’은 이미 뻥 뚫린 게 아닌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결코 옳은 대답을 하지 않고”라는 말에는 웃음이 나왔다. 이 얼마나 비용이 들지 않는 방첩 대책이란 말인가.

    ‘팔굉일우’란 ‘세계를 하나의 집으로 만든다’는 의미이지만, 이 글에서는 ‘하나의 집’으로 만드는 것을 ‘황화皇化’라고 부른다. ‘일가’라고 하니 당연히 ‘가장’이라는 존재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고, 그 역할은 어쩐 일인지 천황으로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천황의 위세 아래 각 국가ㆍ각 민족이 넙죽 엎드림으로써 비로소 ‘팔굉일우’, 즉 황화가 가능해진다. 당연히 ‘일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황화에 복종하지 않는 모든 재앙”으로서 해치워진다.

    이 괴상한 인물은 ‘대동아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미국과의 결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미국 본토 공습’을 가능하게 하는 장거리 폭격기 개발을 되풀이해서 호소한 듯하다. 그런데 드디어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본 1943년에 ‘미국 본토 공습 비행기 헌납금 모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작한다. 그가 그 무렵에 쓴 『미국 본토 공습米本土空襲』을 읽어보면 노요리 히데이치의 이론 자체는 의외로 단순하여 “미국과 전쟁을 한다면 반죽임은 안 된다, 철저하게 죽여라. 미국 본토를 공습하여 수백만의 황군을 보내 지배하라”는 것이다. “반죽임은 안 된다”는 것은 총력전의 왕도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본에 비해 현격하게 다른 미국의 생산력을 무시한 한심하고 슬픈 과대망상인 것이다.

    이는 개전으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나 이겼다, 이겼다, 하며 나라 전체가 들떠 있을 때 나온 것이다. 이겨서 투구의 끈을 죄자, 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지금 당장 자신들의 것으로 하려는 것은 아버지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고언’이 상당히 우습다. 역시 당시의 국민감정으로서, 남양의 자원이 손에 들어왔다, 야호, 하는 ‘아버지’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동아전쟁’ 발발과 함께 세상의 아버지들은 남방의 자원에 침을 질질 흘렸음을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로, 당시 엄청나게 출판된 ‘대동아 자원 책’들이 있다. 시험 삼아 국회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그 수가 백 수십여 권을 넘는다. 그중에서도 노골적인 이름의 잡지가 있었다. 《주간 대동아 자원週刊大東亜資源》이다. 창간은 1942년 7월이다. 바로 이겼다, 이겼다, 하며 들떠 있던 무렵이다.

    요컨대 ‘특공 생활’이란 개인적 이해를 ‘단호히 버리자’는 것인 듯하다. 그것이 왜 ‘특공’인지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고 해도 화족에 이은 ‘특공족’ 창설 구상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미 패전이 뻔히 눈에 보이는 가운데 자신들 군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반성하지도 않고 ‘일억 총 특공의 정신’을 호소하는 무신경함은 어떻게 안 되는 것일까. 이런 ‘특공’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근성은 전후 60여 년을 거친 지금도 연면히 이어지고 있어 ‘특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 일인지 파블로프의 개처럼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총리 경험자를 비롯하여 남근적 도쿄 도지사 등은 자기 확신으로 ‘특공’ 영화를 만들었을 정도다.

    스기 박사의 고견에 따르면 종래의 영양학은 육식 편중의 서양식이고, 일본 영양학의 견지에서 보면 아무리 거친 음식이고 소식이라 하더라도 일본인은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별거 아니다. ‘영양 부족’의 기준을 더 낮게 설정했을 뿐이다. 이런 황도 영양학이 활개를 친 덕분에 충량한 신민은 모두 산 채로 부처가 되기 직전까지 굶주렸던 것이다.

    ‘부엌의 요새화’라는 슬로건 자체가, 미운 적 미영이 우리의 머리 위로 다가오고 이제 주부는 자신의 성을 지키는 것이 고작일 정도까지 전황이 악화하고 있었다는 것의 표현이다. 그런데도 군부로서는 최후의 한 행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쾌활하고 밝게, 게다가 즐겁게” 등으로 쓸데없는 참견 한마디까지 덧붙이고 있는 형편이다.

    요컨대 종래부터 관청에 있던 각종 캠페인에 억지로 ‘국민정신총동원’이나 ‘비상시’라는 관을 씌우고 중앙정부를 향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는 가상假象을 꾸미는 것임이 틀림없다. 관청 내의 각 부국이, 우리는 무엇을 ‘국민정신총동원운동’으로 할지를 생각해내고 상당한 억지를 썼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정신총동원’이라는 대의명분이 기존의 캠페인과 결합됨으로써 단순한 풀베기가 실은 국민정신의 발로이자 보국의 길인 것처럼 변용되는 것이다. 격화하고 있던 중일전쟁에 대한(정신만이 아니라 육체를 포함한) 국민총동원과 관청의 자기 보신주의가 기묘하게 뒤섞인 상품이었던 것이다.

    일본 국내의 모든 물건도, 사람도 천황의 것이다→모든 것을 천황을 위해 써야 한다→그러므로 직장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신민의 의무다, 라는 상당히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아주 심각한 천황제 산업 안전 사상이 개진되어 있다. 이런 것에까지 천황제가 얼굴을 내밀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현장의 노동자에게는 노동 재해가 곧 ‘불충’이 되는 것이므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싸우는 일본 국가의 신체”란 이토록 노예적인 것이었다.

    “결전 여행 체제”라는 구절은 ‘결전’과 ‘여행’이라는 얼핏 인연이 먼 개념이지만, 일체가 되어 있으므로 이상한 어감을 갖고 있다. 요컨대 ‘결전하에서도 여행은 한다’라는 것이다. 그건 그렇더라도 결전 여행 체제의 내용은 상당히 한심하고, 대일본제국 신민은 옛날부터 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 사람은 평소에 타인에게 느끼는 불만이나 울분을 ‘나라를 위해’라는 걸 구실로 삼아 몽땅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천하의 정부 홍보지에까지 투서를 하는 맹렬한 ‘의욕’은, 아무리 당시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역시 병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병’이란 바로 내셔널리즘이라는 병인데, 스스로를 국가와 일체화함으로써 단순한 개인적 감정, 즉 불평이 어느새 전쟁 승리를 위한 대의명분으로 바뀌는, 주위 사람에게는 아주 성가신 증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제과실험사 사주 가네코 쿠라키치의 권두언부터 상당히 광신적인 ‘과자 보국’ 선언이다. 과자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비애국적인 중국류의 악덕 분자를 소멸시키는 도덕전”이라는 아주 가혹한 말을 외치기 시작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애초에 ‘비애국적인 중국류의 악덕 분자’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예요, 하고 곱게 자란 아가씨처럼 되묻고 싶은 정도지만, 아무튼 KGB도 깜짝 놀랄 만한 과자 업계에 의한 사회 숙청 선언일 것이다. 아니, 일개 과자 업계 전문지의 편집장을 이렇게까지 이상하게 했으니 전쟁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미혼자를 인위적으로 ‘일소’한다니, 정말 굉장한 것을 생각해냈다. 근처의 혼담을 좋아하는 아주머니들이 국책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이때다 싶어 총궐기한 것이라, 이런 아주머니의 독이빨에 걸리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요컨대 황국신민은 충효의 도를 위해 기꺼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ㆍ주민 모두 전멸한 비참한 집단 자결을 ‘유쾌’나 ‘기쁨’으로 감각하니, 역시 도야마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독자는 상당히 썰렁해졌을 테지만, 이런 담론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만큼 일본 사회는 이상했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사자가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지면 호국의 신으로서 영원히 ‘사는 것’이 가능한 듯하다. 그러므로 장례식은 ‘야스쿠니 제사’ ‘국례국식國禮國式’으로 하라는 주장이었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면 전사자의 영혼에 대한 독점적 점유권을 국가와 야스쿠니에 주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주장이고, 유족의 생각과는 전혀 관계없는 논리다. 전후에 순직 자위관自衛官을 대우회隊友会가 호국 신사에 합사를 신청한 것은 위헌이라고 소송을 한 유족이 대법원에서 패소한 유명한 재판이 있지만, 이런 판결의 저류에는 ‘영령은 국가의 것’이라는 야스쿠니 시스템이 낳은 오만한 논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성지인 만큼 전쟁에서 지면 ‘여자는 강간, 아이는 거세와 구경거리’라고 신국 일본의 정숙한 여성들을 공포로 떨게 하는 아이템이 요소요소에 새겨져 있었다.
    전쟁에 민중을 동원하는 최후의 정신적 무기는 ‘적에 대한 공포’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것이었다. 그것에 의해 사이판이나 오키나와 등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미군에 투항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비극을 생각할 때 이런 기사를 써댄 익명의 필자에 대한 분노가 가슴속 깊은 데서 끓어오른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하야카와 타다노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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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생. 광고 수집 연구자, 자유 기고가. 중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전시에 나온 잡지나 광고 전단지 등의 매체를 수집하고 연구해 다수의 책을 펴냈다. 지금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전시 프로파간다를 위트 있는 팝적인 감각으로 통렬하게 야유하고 조롱하며 일본의 전시 체험을 지금의 일본인들에게 일깨워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일을 저술과 SNS를 통해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 생활』 『원자력발전 유토피아 일본』 『애국의 기법-신국 일본의 사랑의 형태』 『증오의 광고-우파계 오피니언지 <애국>의 혐중, 혐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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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비롯해 『환상의 빛』『십자군 이야기』『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세설』『말의 선물』『금수』 등이 있다. 2016년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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