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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부작 1~3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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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중국 최고 권위 마오둔문학상 수상작!
    급변하는 중국 백년사, 3대가 꿈꾸는 이상향, 강남!


    《강남삼부작》은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거페이(格非)가 10여 년의 창작 과정을 겪으며 2011년 세 권으로 완결하여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복사꽃 그대 얼굴(人面桃花)》(2004년), 《산하는 잠들고(山河入夢)》(2007년), 《강남에 봄은 지고(春盡江南)》(2011년) 등 세 권은 개별적으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혈연으로 맺어진 한 가족의 연대기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서로 다른 주인공 남녀의 이상적인 삶 또는 사회에 대한 욕망과 절망적 회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계된다.
    거페이는 자신의 장편소설 《강남삼부작》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 강남삼부작의 주요 소재는 애정이다. 애정 이야기를 앞 무대에 세우는 것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나머지 목표는 그 뒤에 부가되어 있을 뿐이다.”
    실제로 《강남삼부작》은 남녀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복사꽃 그대 얼굴》은 강남 퇴직관리 집안의 아가씨인 루슈미와 혁명당원 장지위안의 애틋하면서도 내밀한 사랑 이야기로 가득하고, 《산하는 잠들고》는 메이청 현의 현장인 탄궁다와 그의 비서 야오페이페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편에 흐른다. 마지막 《강남에 봄은 지고》는 시인 탄돤우와 팡자위 부부의 혼인생활과 사별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애정이 중심이라고 할지라도 핵심 주제는 역시 루슈미와 그녀의 아들 탄궁다, 그리고 손자인 탄돤우를 대표로 하는 이들의 이상세계에 대한 몽상과 현실에서 부딪치는 절망이다. 우리는 이를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과 현실적 절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작자는 스스로 ‘유토피아’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굳이 ‘강남(江南)’이란 말을 소설 제목에 붙였다. 이는 작가 자신이 강남의 수향(水鄕)인 단투현 딩강향(丁崗鄕)의 집성촌인 류자촌(劉家村) 출신인 까닭이기도 하며, 은연중에 ‘강남’ 또는 ‘강남’ 문화권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남삼부작》은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시간의 흐름을 온전하게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격절시키고, 생략한다. 마치 인물이나 사건의 전후 사정이 아니라 주제에 몰입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 《산하는 잠들고》의 배경은 전편인 《복사꽃 그대 얼굴》의 배경인 푸지에서 메이청으로 바뀌며, 세 번째 작품 《강남에 봄은 지고》의 배경은 다시 허푸로 바뀐다. 물론 그곳은 모두 저장(浙江), 즉 중국 강남에 소재한 지역이다. 소설의 중요 인물인 루슈미와 탄궁다, 탄돤우는 혈연관계로 얽혀 있는 인물들이지만 실제 생활을 같이 하거나 애증을 나눈 적이 없다. 이렇듯 상호 독립적이지만 화자서(花家舍)라는 이상향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얽혀져 있다. 이런 점에서 《강남삼부작》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여 각기 다른 리듬과 선율, 화음 등을 변화시켜 하나의 악곡으로 만든 변주곡(變奏曲)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복사꽃 그대 얼굴》 : 20세기 초 중국인이 꿈꾸었던 이상향, 강남!

    현대 한어(漢語)에서 ‘강남’은 장쑤, 안후이를 비롯한 창장(長江) 이남 지역과 절강 북부 및 상하이를 포함한다. 하지만 진한(秦漢) 이전 ‘강남’은 창장 하류 오월(吳越) 지역이 아니라 창장 중류 창장과 샹장(湘江) 일대, 즉 지금의 호북, 호남 일대를 말하며 때로 강서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강남은 대략 창장 이남 지역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은 거대한 창장이 흐르면서 도처에 호수와 늪이 자리하고 매우(梅雨:강남에 매실이 무르익을 때 내리는 장마)가 상징하듯 봄과 여름은 물론이고 심지어 겨울까지 비가 내린다. 몽롱한 분위기, 습한 기운, 뽕나무와 대나무, 우거진 수풀, 고적한 섬, 복사꽃과 매화를 비롯한 온갖 꽃들, 그리고 쌀과 고기가 넘쳐나는 풍요한 삶은 강남의 대표적 표상이다. 《복사꽃 그대 얼굴》의 중요 배경인 화자서(花家舍)는 바로 그런 곳이다.

    내 생각에는 이곳이야말로 진정 세상 밖의 도원(桃源:무릉도원)이란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고심한 지가 벌써 이십 년이야. 뽕나무며 대나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연못이 있어 걷다 보면 흥취를 느끼게 되지. 노인네,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절로 편안하단다. 봄빛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고, 가을 서리는 국화와 게를 선사하지. 두둥실 배에 오르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하늘과 땅이 어울리며 사계절 내내 거칠 것이 없어.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도 함부로 줍는 이가 없으니 실로 요순시대의 기풍이라 할 수 있지. 집집마다 내리쬐는 태양도 모두 똑같아. 봄날은 화창하고 풍광이 아름다우며, 이슬비는 부드러워 복사꽃과 배꽃이 서로 아름다움을 다툴 때면 벌들도 길을 잃게 되지.
    ('복숭아꽃 그대 얼굴' 중에서/ p.195)

    천하가 태평한 요순시대의 기풍이 남아 있는 곳,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바로 이러한 곳이 《복숭아꽃 그대 얼굴》의 여주인공 루슈미의 부친인 루칸이 그렸던 무릉도원이자 그녀의 연인 장지위안이 혁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대동세계이고, 왕관청의 도화선경(桃源仙境)인 화자서이다. 이런 점에서 화자서는 춘추전국 시절 초나라 노자(老子)가 꿈꾸었던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이상향이고, 동진(東晋)의 도연명(陶淵明)이 말한 무릉도원이며, 도교에서 지향하던 별유동천(別有洞天)이다. 그리고 중국 유가들이 꿈꾸었던 세상, 만인이 배불리 먹고 따스하게 입는 소강(小康)사회이자, 자연과 더불어 만물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대동(大同)세상이다.
    그러나 소국과민은 대국다인(大國多人)을 추구하던 춘추열국의 욕망을 부정하며 내놓은 지상(紙上)의 낙원일 뿐이며, 무릉도원은 난리를 피해 궁벽한 곳을 찾아 숨어살던 이들의 도피처일 뿐이다. 또한 소강사회는 지금도 미래의 정책지표가 되는 요원한 희망일 따름이니 어찌 대동세상의 청사진을 펼칠 수 있겠는가?
    루슈미의 부친인 루칸이 끝내 실성하여 가출한 것이나 장지위안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것, 그리고 왕관청의 도원선경인 화자서가 부자들의 재물을 약탈하여 나눌 뿐 살상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산적들의 산채이거나 도적의 소굴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화자서를 모든 사람들이 먹고 입는 것도 풍족하고, 겸양으로 예를 갖추고 밤에 대문을 닫지 않아도 도적이 들지 않으며,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도 함부로 집어가는 이가 없는 천태산의 무릉도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야. 결국은 명名과 이利라는 두 글자, 즉 명성과 이익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지. 왕관청은 스스로 극도로 검소하게 지내며 시원찮은 차를 마시고 소박한 식사를 하며 해지고 남루한 옷을 입는 등 궁핍한 생활을 했어. 겉으로는 비록 명리를 좇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화자서 3백여 호 사람들의 존경을 얻고자 했으며, 화자서의 아름다운 이름이 천하에 널리 퍼져 죽은 후에도 천고에 이름을 날리고자 했던 거야. 이것이 그의 큰 집념이었지.
    ('복숭아꽃 그대 얼굴' 중에서/ p.248)

    결국 남자들, 특히 지식인들의 이상국은 이렇게 미치거나 죽임을 당하는 식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슈미는 오히려 그들이 꿈꾸었던 무릉도원을 실천에 옮긴다. 자신의 고향인 푸지에서 집안의 재산을 모두 털어 학교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집하여 비밀결사를 조직한다. 그것은 그가 사랑했던 장지위안의 꿈을 이루는 일이자 부친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고, 왕관청이 설계한 대동사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상향 건설에 몰두할수록 점점 더 대중들에게 소외되고,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만다. 그녀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그만큼 그녀의 꿈은 현실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에게 이상향이란 명성과 이익을 위한 또 하나의 집착일 뿐일까?

    《산하는 잠들고》山河入夢 : 20세기 중반 중국인이 꿈꾼 이상향, 강남!

    《산하는 잠들고》는 루슈미가 감옥에서 낳은 아들 탄궁다의 개인사이다. 하지만 20세기 50~60년대 중국 대륙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 특히 건국 후 사회주의 건설을 목적으로 1958년부터 1960년 사이에 중국 공산당이 전개한 농공업 증산 정책인 대약진 운동과 무관치 않다. 이른바 ‘과도기총노선’이라는 정책을 제시한 공산당은 1953년부터 1968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농업, 공업, 상업 등의 분야를 완전히 사회주의로 개조하고자 했다. 메이청의 현장으로 부임한 탄궁다는 이에 발맞춰 메이청에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의 고향인 푸지에 댐을 건설하고 메이청에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에 들떴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이루지 못했던 이상향에 대한 도전이었다.

    문득 그의 눈앞에 집집마다 수백, 수천의 꽃등을 환하게 밝힌 아름다운 전경이 떠올랐다.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펼쳐질 새로운 농촌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의 눈빛이 아득해지며 점차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산하는 잠들고' 중에서/ p.26)

    그러나 그가 심혈을 기울여 축조한 댐이 홍수로 무너져 사람들이 죽자 그는 결국 부과풍(浮夸風)과 공산풍(共産風) 등 다섯 가지 큰 죄(五大罪)를 지었다는 이유로 현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유는 이러했다. “5년 내에 공산주의를 실현하자는 제안은 우경모진주의의 심각한 착오를 범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렇게 큰 메이청 현을 개인적인 자산계급의 무릉도원으로 생각하여 12만 메이청 인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산계급적 허영심을 만족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자산계급의 허영심으로 전복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작가의 경고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개인적 이상향의 국가적 실현이다. 그러나 국가는 필연적인 이상향의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개인의 허영심으로 몰고 갈 뿐이다. 이렇듯 개인은 집단, 국가, 사회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는 관직에서 쫓겨난 후 화자서로 유배된다. 그곳은 어머니가 갇혀 있던 곳으로, 왕관청의 이상세계이자 도적의 소굴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향과 같은 곳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이상향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곳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와 같은 ‘101’에 의해 감시당하고 조종되는 곳이었다. 결국 그는 그곳의 감시망에 걸려 현상수배를 당한 연인 야오페이페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다. 죄목은 은닉죄와 반혁명죄였다. 탄궁다는 메이청의 제2모범감옥에 수감되었다가 1976년(문화대혁명이 끝난 해) 간경화로 사망하고 만다.
    역사는 이렇듯 반복되면서 또 하나의 비극을 잉태한다. 이는 이상향으로서의 화자서가 결국 머지않아 훼멸될 것이라는 화자서인민공사 서기이자 또 하나의 이상주의자인 궈충녠의 말에서 예감된다. “나는 화자서를 만들었지만 결국은 내 손으로 그것을 부숴버릴 수밖에 없어”라고 했던 그의 말은 왕관청의 말과 오버랩 된다.

    《강남에 봄은 지고》 : 20세기 말 중국인이 꿈꾸는 이상향, 강남!

    《강남에 봄은 지고》는 ‘강남에 봄이 끝났다’는 제목에서부터 이상이거나 몽상의 시대, 즉 강남몽의 시대가 끝나고,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주인공 탄돤우와 팡자위는 시(詩)를 인연으로 만났지만, 현실은 더 이상 시의(詩意)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다. 아니 문학조차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황금에 자리를 양보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물신(物神)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이상은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
    전편에서 이상향으로 그려지던 화자서는 궈충녠의 예감대로 이상향과는 전혀 다른 세상, 환락의 도시로 바뀌었다. 누구는 화자서를 합법적이면서도 은밀한 매음굴로 만들어 ‘에덴동산’이란 이름을 붙이고자 했다. 주인공 탄돤우의 이부동모(異父同母) 형제인 왕위안칭은 화자서에 ‘공사(公社)’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지만 동업자에게 밀려나고, 허푸 남쪽 근교에 정신병치료센터를 세운다. 이상향과 정신병은 《복사꽃 그대 얼굴》에 나오는 루칸과 루슈미를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왕위안칭 자신이 그 병원의 첫 번째 환자가 되고 만다. 이상향의 종말이다. 하지만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탄돤우의 부인인 팡자위가 시짱(西藏:티베트)을 그리워한 것은 또 하나의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매번 보름달이 뜨는 밤,
    나는 마음대로 전화를 걸어
    초은사의 학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 거기에 있는가?
    있는지 없는지
    언제나 달빛처럼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강남에 봄은 지고' 중에서/ p.526)

    이처럼 1980년대 말, 탄궁다의 아들인 시인 탄돤우와 그의 아내 팡자위, 그리고 그들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20년에 걸친 삶의 여정, 정신적 변화를 둘러싸고 소설은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이 직면한 현실문제와 정신적 곤경을 폭넓게 투사하고 있다. 작가는 놀라울 정도의 진지함과 용기로 시대의 문제에 바짝 다가가 거칠면서도 예리한 필치를 통해 현대 중국인들이 겪고 있는 시대정신의 고통스러운 콤플렉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 백년의 정신적 변화, 급변하는 시대 속 개인의 꿈과 몸부림!

    욕망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식색(食色)이다. 종족 번성과 생존의 욕구야말로 동물로서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러한 욕망이 서로 부딪치는 곳이다. 아쉽게도 욕망은 무한히 확장되고, 자원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욕망은 또 다른 면모를 지닌다. 끊임없는 이상 추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 추구의 욕망이 없었다면 인류는 야만에서 문명사회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남삼부작》은 이러한 이상 추구와 현실 사이에서 일어난 한 집안 삼대의 연대기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들의 이상향에 대한 욕망은 끝내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그렇다면 ‘화자서’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개인도 국가도 끝내 이루지 못한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공평하며, 공포와 탐욕이 사라지며, 심지어 강물조차 달콤해진 세상은 정녕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강남에 봄은 지고》의 남자 주인공 탄돤우처럼 ‘무용(無用)’ 또는 ‘무위(無爲)’에 빠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남삼부작》 전편에서 도드라지는 여성성을 관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산하는 잠들고》의 마지막 구절, 이미 죽어 환영으로 나타난 야오페이페이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산주의가 실현되었으니까요.”
    페이페이가 그를 향해 웃었다.
    “그런데 난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 왜 사방이 어두컴컴하지?”
    “볼 필요 없어요. 눈을 감아요. 내가 말해줄게요. 이 사회에는 사형이 없어요.”

    사형이 사라지고,
    감옥이 사라지고,
    공포가 사라지고,
    탐욕과 부패가 사라졌어요.
    천지가 모두 자운영 꽃이에요. 영원히 시들지 않죠.
    창장은 더 이상 범람하지 않고, 강물조차 달콤해졌어요.
    일기와 개인의 편지도 더 이상 검열을 받지 않아요.
    간경화도 없고, 복수도 차지 않아요.
    타고 난 죄악도, 영원히 지속되는 치욕도 없어요.
    난폭하고 우둔한 관리도 없고, 전전긍긍하는 백성도 없어요.
    당신이 누구랑 결혼하고 싶으면 더 이상 나이의 제한을 받지 않아도 돼요.

    “그럼, 그 어떤 번뇌도 있을 수 없겠네?”
    “그래요. 어떤 번뇌도 있을 수 없어요.”
    ('산하입몽' 중에서/ p.543)

    그녀는 탄궁다의 꿈에 나타나 공산주의가 실현되었음을 경축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류사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낸 적이 없는 공산사회, 모두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도 투쟁, 죄악, 부패, 심지어 탐욕조차 없는 사회가 마침내 실현되었다는 말이다.
    비록 꿈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우리 역시 굳이 공산사회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이상향, 화자서로 달려가는 중이 아닐까? 설사 그것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강남몽이라고 할지라도.

    목차

    ■ 1권 《복사꽃 그대 얼굴》

    저자의 말 - 05
    옮긴이의 말 - 07
    제1장 | 육손이 - 23
    제2장 | 화자서 - 155
    제3장 | 꼬맹이 - 283
    제4장 | 말을 금하다 - 423

    ■ 2권 《산하는 잠들고》

    제1장 | 현장의 결혼식 - 07
    제2장 | 복사꽃 한창이니 배꽃도 무성하네 - 141
    제3장 | 국화 지고 가지에 서리 내리고 - 283
    제4장 | 햇살 아래 자운영 - 421

    ■ 3권 《강남에 봄은 지고》

    제1장 | 초은사 - 07
    제2장 | 호로안 - 127
    제3장 | 인간의 분류 - 257
    제4장 | 밤과 안개 - 397

    본문중에서

    1994년 ‘강남삼부작’ 창작을 결심하고 손에 닿는 대로 자료를 수집하면서, 전체적인 구상과 더불어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후 업무 변동과 자질구레한 일들이 쌓이면서 마음도 복잡하고 기운이 빠져 날이 갈수록 소설에서 생각이 멀어져 갔다.
    본격적으로 1부 《복사꽃 그대 얼굴(人面桃花)》을 쓰기 시작했을 땐 이미 2003년 초봄이었다. ‘한 번 검을 휘두르기 위해 10년 동안 칼을 간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2007년 《산하는 잠들고(山河入夢)》가 출판되었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이어진 구상과 창작에 싫증이 나 있던 상태라 심지어 제3부를 과연 써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했었다. 결국 《강남에 봄은 지고(春盡江南)》의 창작 동력 중 하나는 뜻밖에도 마침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이제 ‘강남삼부작’이 완간되었다. 더듬어 생각하면 초심이 어땠었는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고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타이완에서는 이 작품을 ‘유토피아 삼부작’이란 이름으로 출판했다. 그러나 ‘유토피아’란 개념의 의미가 최근 10~20년 사이에 여러 번 상업적인 변화를 겪으며 이미 그 자체에 대한 풍자적 의미가 강해진 탓에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지어준 이름도 많다. 예를 들어 ‘도화(桃花)’, ‘무릉도원을 찾아서’, ‘화자서(花家舍)’ 등이다.
    만약 이 세 권의 책에 통일된 명칭을 붙여야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강남삼부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책 속의 등장인물과 이야기 모두 강남에서 소재를 취했기 때문인 동시에 나에게 강남은 지리적 명칭일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적 개념이기도 한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창장(長江)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보냈던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그곳은 내 기억의 중추이며 내가 몸담고 살던 곳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강북 외할머니 댁에 가서 새해를 맞이했다. 외할머니의 초가집 앞, 대나무 숲에 강북 사람들이 몰려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외쳤다. “강남 사람이 왔어!” 기쁨과 신선함이 느껴지던 그들의 말투가 지금까지도 내 꿈, 내 영혼에 남아 있다.
    ('작가의 말 | 거페이(格非)' 중에서)

    역자는 거페이의 장편소설 《강남삼부작》을 번역하면서 특히 지식인의 이상세계에 대한 몽상(夢想)과 현실세계의 환멸(幻滅)에 주목했다. ‘옮긴이의 말’ 제목을 ‘강남몽(江南夢)의 연대기’로 잡은 것은 책의 제목인 《강남삼부작》이 바로 강남몽에 대한 100년의 역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복사꽃 그대 얼굴》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초엽이고, 《산하는 잠들고》는 20세기 50~60년대(1952년부터 1962년까지), 그리고 《강남에 봄은 지고》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100년이란 세월이 단순히 근대에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복사꽃 그대 얼굴》에 나오는 인물들이 꿈꾸었던 이상세계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이상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강남삼부작》은 ‘강남몽’, 즉 이상향에 대한 중국인들의 희망과 절망을 보여주는 일종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 심규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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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단투현(丹徒縣) 출생. 화둥(華東)사범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1998년 같은 학교 교수가 되었다. 2000년부터는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淸華大)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페이는 위화(余華), 쑤퉁(蘇童) 등과 함께 1980년대 초 중국 문단에 등장하여 문학의 순수성, 자주성을 지향하며 문학과 역사,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돌아보는 작품을 발표해온 대표적 선봉(先鋒)작가로 평가받는다. 중국 고전소설적인 전통과 현대적인 형식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란한 언어로 완성한 서정미는 당대 최고 작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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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제주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천년의 정원》, 《개구리》, 《일야서》, 《마교사전》, 《소환사》, 《이중톈, 정치를 말하다》, 《낙타샹즈》, 《진시황릉》,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 《자금성의 보통사람들》 등 60여 권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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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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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통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육조 삼가 창작론 연구],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한자로 세상 읽기]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도설노자], [중국사상사], [중국문화답사기], [사서삼경], [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한무제 평전], [덩샤오핑 평전], [마오쩌둥 평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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