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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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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민경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19년 08월 26일
  • 쪽수 : 3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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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신작 ★★★★★

    행동하는 페미니즘이 폭발하는 현장,
    그 한복판에서 써내려간 가장 정교한 탈코르셋 담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첫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를 출간하며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이민경이, 지금 페미니즘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탈코르셋’을 이야기한다. 2017년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된 이래 2018년 초여름부터 2019년 늦봄까지 1년여,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경험하고 사유한 것들을 총 13개의 담론으로 구성했다. 다양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논쟁이 되었던 탈코르셋 운동의 궤적을 충실히 따라가며, 운동의 비전과 가치, 고민과 갈등, 운동이 고집하는 획일적인 방향성까지, 페미니즘 연구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더불어 페미니스트 활동가로서 애초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았던 이 운동에 몸소 뛰어들게 되면서, 탈코르셋을 통해 작가 스스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고도 진솔하게 기록한다. 탈코르셋 운동을 통과하며 작가가,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몸으로 얻은 지식을 오롯이 담아낸 이 책은, 한국 사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 탈코르셋 운동에 관한 가장 생생하고도 내밀하며 균형 잡힌 사회과학적 기록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성과 여성성은 무관하다”
    탈코르셋: ‘꾸밈 중지’의 실험


    2018년 초 SNS에서는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 사이에서 ‘#탈코르셋_인증’이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아이섀도가 산산이 부서져 있고 립스틱이 잔뜩 짓뭉개진 사진들에 붙여진 이 해시태그는 ‘탈코르셋 운동’의 확산을 알리는 징후적 표현이었다. 화장이나 하이힐, 치마와 같이 여성에게 부과되는 ‘꾸밈’을 통칭하는 ‘코르셋’이란 표현의 반대급부로, 여성의 꾸밈을 전면 거부하는 운동을 ‘탈(脫)코르셋’이라 일컫게 되었다. 탈코르셋은 여성 각자의 몸을 도구로 삼는 실천적 운동으로, 이는 꾸밈 강요를 비판하는 다른 흐름과 이 운동이 가장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탈코르셋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셔츠와 바지를 입으며, 머리를 짧게 깎는다. 단발 대신 쇼트커트, 쇼트커트 대신 투블럭으로,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영역까지 적극 침범하다. 탈코르셋 운동은 ‘규범적 여성성’을 이탈해 금기를 위반한다는 분명한 기치를 담고 있다.

    13개의 인터뷰, 13개의 서사
    탈코르셋 운동의 현장에서 써내려간 1년의 기록


    ‘왜, 굳이, 이렇게’ 탈코르셋을 하는가. 페미니스트는 꾸밈노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선택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꾸밈을 전면 거부하자는 탈코르셋 운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것인가. 작가 이민경은 온라인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고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3년 여간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일해온 작가에게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부분으로 인해 생경함을 안겨주었다. 작가는 이 운동을 독해하기 위해 2018년 초여름부터 2019년 늦봄까지 1년여,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많은 여성들을 만났다. 서울, 경기, 대전, 전주, 대구에서 100명 남짓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스무 명 가까운 여성들과는 한 번에 두세 시간가량 인터뷰했다. 유치원 교사, 대학원생, 제조업 분야 직장인, 여성주의 동아리 회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인터뷰에 응했고, 이들이 운동에 동참한 계기는 다양했다. 다이어트와 폭식증에 시달리던 민주는 친구 단풍의 권유로 탈코르셋을 접했다(/ p.80). 중학교 교사 혜인은 탈코르셋에 동참하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받아 운동에 뛰어들었다(/ p.108). 여덟 살 딸을 둔 보경은 유아 화장품 산업의 확대를 피부로 접하며 탈코르셋을 지지하게 되었다(/ p.371).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이수역 폭행사건’ 또한 많은 여성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연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 역시 이즈음 머리를 잘랐다.

    “나 역시 적당히 자르려던 머리를 훨씬 더 짧게 잘랐다. 여성이 머리를 잘랐다는 사실이 표적이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여성이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더 드러내지 않고는 폭력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젠더폭력은 성별 규범을 위반한 자에게 주어지는 폭력이다.”
    (/ p.242)

    이 책은 탈코르셋을 실천하며 일상과 생애 전체에서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탈코르셋 운동의 현장에서 채취한 13개의 인터뷰는 그래서 한편 한편이 ‘몸의 이동’에 관한 13개의 서사가 된다. 이 서사들은 탈코르셋이 여성 개개인의 일상에서 구현되는 다채로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며, “안 꾸미면 될 걸 가지고 운동씩이나?”로 대변되는, 탈코르셋에 관한 피상적이고 평면적인 이해를 단숨에 일축시킨다.

    꾸밀 자유 vs 꾸미지 않을 자유
    양쪽 자유의 무게는 평등한가


    탈코르셋은 ‘외모 지상주의’ 대신 ‘외모 다양성’을 추구하며, 단순히 ‘꾸미지 않을 자유’를 넓히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기존의 흐름을 적극 비판하며 터져 나온 운동이다. 외모 지상주의나 외모 강박은 사회문제로 여겨지지만, 여성 개개인이 행하는 꾸밈은 취향이나 기호와 같이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져, 꾸밈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은 다양한 찬반양론에 휩싸여왔다. 여기서 ‘선택의 자유’는 핵심 쟁점이 된다. 여성에게 ‘꾸밀 자유’가 있는 만큼 ‘꾸미지 않을 자유’ 또한 주어지는가?

    실제로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여성이 삶에서 감수하는 불이익의 정도는 단순히 성가신 간섭을 듣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얼굴을 드러내고 탈코르셋을 선언한 유튜버 배리나가 끊임없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실정이 또 다른 예일 것이다. 특히나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투쟁에 참여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위협은 신체적 폭력부터 생계 위협에 이르기까지 결코 경미하지 않다.
    (/ p.277)

    이 책은 ‘규범적 여성성’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이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사회·문화적 압력에 의해 어떻게 고통받으며 어떤 방식으로 처벌받는가를 많은 여성들의 사례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이는 여성 스스로 ‘선택’해서 입었다고 믿었던 ‘코르셋’을 직접 벗어던지지 않았다면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지점이다. 실제로 탈코르셋 운동은 개인의 사적 영역을 존중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 동료 여성에게 탈코르셋에 동참할 것을 권하는 압력, 즉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탈코르셋 운동의 전략은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이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민주와 단풍 역시 친구로부터 ‘머리를 자르라’, ‘코르셋을 벗으라’는 ‘강요’를 직접 당한 경우였다(/ p.74). 페미니즘을 접한 여성들은 스스로의 변화를 실감한 이상 ‘바꾸기 위해 움직이자’는 권유를 단순히 사적 영역의 침해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외모 강박이나 폭식증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이는 탈코르셋 운동이 꾸밈을 줄이라는 권유 대신 전격적으로 중지하는 강경한 접근을 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탈코르셋 운동은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측면에 집중하기보다 개인의 선택이 만들어지는 데 관여되는 사회·문화적 압력에 주목한다.

    ‘걸그룹 네이티브’ 세대에게 메이크업, 다이어트, 성형이
    과연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일까


    탈코르셋 운동을 주도하는 연령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다. 작가 자신을 비롯해 20대 중반 이후의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계기가 요즘 10대가 “형광펜을 틴트 대신 바른다”는 말이었다. 과거 학교에서 꾸밈을 금지했다면, 오늘날 학교에서 10대들은 또래와 미디어로부터 형성되는 꾸밈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2010년 초반부터 저렴한 화장품을 판매하는 로드숍이 대거 등장하며 확대된 뷰티 산업 또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아직 성인기에 접어들지 않은 여성에게도 꾸밈 압박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한국 뷰티 산업이 공략하는 나이대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사실상 여아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고삐에 매여 끌려가다시피 해요. 미용 산업 쪽으로요. 태어나서 선물받는 옷의 형태도 너무 다르고, 약간만 크면 메이크업 키트를 장난감이랍시고 팔고, 아이들이 네일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키즈카페가 있고, 놀이공원에서도 공주 판타지, 그러니까 메이크업을 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몇만 원에 팔죠. 이렇게 어린 나이의 여아들에게까지 미용 산업이 손을 뻗치고 있고, ‘예뻐질 것’을 강조하는 마케팅과 문화가 성장기 여자들이 자기 몸에 대해 강박이나 혐오를 갖도록 만들기 쉬운 마당에 ‘아이의 선택’ 운운하는 것은 불공정한 파워 게임을 간과하는 거예요.”
    (/ pp.370~371)

    키즈 뷰티 유튜브의 확산을 걱정하면서도, 선택의 자유를 억압받으며 자라났기에 아이에게도 욕망이 있음을 존중하고자 하는 어머니가 어린이 화장 문제를 읽는 주된 방식은 ‘막을 수 없다면 제대로’이다. 그러나 이는 아이의 안전을 우려하고 또래집단으로부터의 배제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불안을 이용한 산업이다. 한국 사회에서 탈코르셋 운동의 등장은 2010년 초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뷰티 산업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으며,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이러한 산업과 경제에 대항하는 의미를 간과하지 않는다.

    “선을 넘어야 한다. 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므로”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


    이처럼 탈코르셋 운동은 한 개인의 삶이 변화하려면 사회적 차원의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함을 지적하며, 여성에게 꾸밈 압력을 형성해내는 사회·문화·경제의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한다. 아름답기 위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제 전혀 당연해지지 않으면서,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행하는 뷰티 산업과 패션 업계 전반의 문제, 남성의 타자로서 자기를 대상화는 데서 비롯된 이성애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담론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처럼 구체적 맥락 위에서 등장해 특수한 모습을 띤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개인은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다.

    “선택의 자유를 넓히는 접근으로는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꾸밈 압박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인식, 꾸미지 않을 자유를 선택해도 여성에게는 사실상 그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발견, 그러나 꾸밈을 중단한 이후로 그간 수행하던 행위를 잊음으로써 경험한 자유, 후순위로 미루어졌으나 뒤늦게 감각한 고통, 왜곡된 자기인식으로부터의 탈출, 패션 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선망했다는 자각, 꾸밈을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의 전부로 보았던 협소한 시선에 대한 반성, 위반을 거듭함으로써 얻은 존재에 대한 재정의까지, ‘여성은 왜 당연하게 화장을 하는가’ 물었을 뿐임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전제까지 다시 물었다.”
    (/ p.289)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안기는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던 여성은 이제 코르셋을 벗는 행위를 통해 시각을 확장하고 각자의 몸이 세계에 연루되었다는 자각을 얻게 되었다. 2015년 전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각계각층의 여성들로부터 여성주의가 퍼져나가고, 2017년 시작되어 3년째 전파되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이 각자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탈코르셋 운동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탈코르셋 운동은 규범적 여성성에 대해 ‘사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실천’을 행한다. 그리하여 코르셋을 입었을 때에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고통을, 코르셋을 벗음으로써 또렷이 감각하게 된다. 이 책은 제3자의 입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서술하고 해석하며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탈코르셋 운동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운동으로 ‘인해’ 얻게 된 살아 있는 지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탈코르셋 운동을 통과하며 작가가,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몸으로 얻은 지식을 오롯이 담아낸 이 책은, 지금 페미니즘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탈코르셋 운동에 관한 가장 내밀하고도 정교한 담론의 장이 될 것이다.

    추천사

    이민경은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수집해 가장 적절한 순간, 가장 적확한 언어로 되돌려주는 작가다. 그가 탈코르셋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귀신같은 타이밍에 놀랐는데 막상 다 읽고 났을 땐 다른 이유로 더 놀랐다. 그가 섬세하게 기록한 10대, 20대 여성의 이야기는 나의 막연한 추측이 부끄러울 만큼 핵심을 꿰뚫는 질문과 성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탈코르셋을 통해 내가 경험한 해방감을 뛰어넘는, 아래로부터의 가장 정치적인 여성해방 운동이다. 혁명은 자기모순과 인지부조화를 예민하게 감각하고 견딜 수 없는 쪽에서부터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걸그룹 네이티브’ 세대에게 메이크업, 다이어트, 성형이 과연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일까? 10세 여아의 성인화된 화장과 포즈도 ‘걸캔두애니띵’일까? 어른들이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주저하는 동안, 여기 미래로부터 대답이 먼저 도착했다. 지적이고 치열한 메신저 이민경의 존재가 새삼 소중하다.
    - 김진아 /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저자

    ‘탈코르셋’ 그 자체를 수많은 여성들의 언어로 성공적으로 표현해냄과 동시에, 간결하고도 잔인하게, 또 유쾌하게 현실을 고발한다. 지속되어왔던 한국 페미니즘에 대한 물음표에 드디어 느낌표를 찾아준 기분.
    - 작가 1 / 《탈코일기》 저자

    하지 않던 무언가를 ‘해야 하는’ 그 어떤 여성 운동보다, 하던 것을 ‘하지 않으면 되는’ 탈코르셋 운동이 이렇게나 논쟁적인 담론이 될 것임을, 어딘가에 존재할 첫 탈코인은 알았을까?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수많은 의제가 떠오르고 가라앉으며 스쳐 지나갔지만, 탈코르셋 담론은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 불씨였다. 이 책은 그 불씨를 이어받아 다음에 올 자매가 헤매지 않도록 길을 비춘다. 탈코르셋은 ‘자매애’의 가시화다. 탈코르셋이 여성운동의 종착지가 아닌 시작점 또는 통과지점임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다.
    - 이신애 /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교사

    목차

    추천의 글

    0. 관념에서 감각으로

    1. 여자에서 사람으로
    ― “남자들은 아무도 꾸미고 다니지 않아요”
    2. 할 자유에 하지 않을 자유로
    ― “나 때문에 남성성을 못 느끼면 내 탓일까, 쟤 탓일까?”
    3. 노력에서 망각으로
    ― “거울을 보니까 볼에 마커가 묻어 있더라고요”
    4. 예쁨에서 아픔으로
    ― “횡단보도도 원래 포기했었거든요”
    5. 평면적인 자아 이미지에서 입체적인 자신으로
    ― “세계를 3D로 보다가 4D가 된 거죠”
    6. 미관에서 기능으로
    ― “이제는 다 너무 인형 옷 같아요”
    7. 남성의 타자에서 여성 동일시된 여성으로
    ― “들기 좋은 여자 말하는 거예요”
    8. 획일한 일과에서 다양한 일상으로
    ― “‘탈코상’은 미인상을 부수는 무기예요”
    9. 순응에서 위반으로
    ― “가본 적 없는 곳으로 가본다는 불안인 거죠”
    10. 분열에서 통합으로
    ― “차라리 내가 찍어 바르느니…… 쳐맞고 말지”
    11. 지금, 여기에서 다른 세계로
    ― “도대체 여자는 누가 만든 거야?”
    12. 죽음에서 삶으로
    ― “적금은 내가 나중에도 살아 있다는 뜻이잖아요”
    13. 이제, 다음 세대로
    ― “태어난 순간부터 고삐에 매여 끌려가다시피 해요”

    후기

    본문중에서

    탈코르셋은 자신의 마음을 고려하느라, 남성의 눈치를 보느라,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논리를 따르느라 둔감화된 고통을 생경하게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벗어야 할 코르셋이 무엇부터 무엇까지를 의미하는지는 그것을 입은 상태에서는 알 수 없다. 알기 때문에 벗는 것이 아니라 벗어야 알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여성의 몸이 고통에 둔감해졌다는 것이 탈코르셋 운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pp.119~121)

    한 초등학교 교사가 트위터를 통해 학급에서 실시한 ‘자신의 눈에 대해 설명해보자’는 활동의 결과를 공유한 적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눈이 작다’, ‘쌍꺼풀이 없다’ 등으로 적은 반면, 남자아이들은 ‘0.3이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누가 누구의 눈으로 누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태어난 지 10년 남짓 된 모든 아이들에게 이미 너무나 뚜렷하게 내면화된 것이다. 몸을 기능 측면에서 바라보고, 딱히 특정한 외형을 선망하지 않고, 선망한다면 자신에게 최적의 기능을 주는 형태를 선망하는 심리는 남성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 p.203)

    분열을 딛는 결심은 여성 개인에게 전에 없던 평온을 안기기도 하고 감당 못할 화를 입히기도 한다. ‘잘 살자고 하는 운동이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냐’라며 동료들을 다독이는 말은 내가 지현에게 건넨 우려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진심이다. 여성은 사소한 범법을 저질러도 구제될 수 없고 너무 쉽게 죽는다. 더 이상의 여성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명백한 손해인 순간조차 이 결심을 끝끝내 고수하는 이해할 수 없는 시도들은 때로 죽음을 불사하는 개인을 만들어낸다. 나 역시 나서서 죽음을 택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인지부조화는 머리를 기르느니 자른다는 결정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느니 죽는다는 결의를 가질 때에도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기준이 된다. 이 결의는 어떻게 보아도 개인의 인생에서 손해이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는 개인의 삶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투쟁에 나서게 만드는 이해할 수 없는 시도들을 불러일으켰고, 오직 그 시도만이 전에 없던 이득을 불러오는 모순을 낳았다. 죽음을 불사하는 의지는 미화될 필요도 없지만 단순한 손해로 볼 수만도 없는 것이다.
    (/ p.287)

    탈코르셋 운동은 구체적 맥락 위에 위치한다. 한국 사회에서 2015년 초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확산된 이래,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2017년 시작되어 2018년 전폭적으로 확산되고 2019년인 올해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탈코르셋 운동은 2016년 무렵, 여성성을 전유하고 긍정하는 흐름과 갓 확산된 페미니즘을 전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꾸밈을 수행하는 개인들이 늘어난 직후라는 특정한 시기에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외모에 대한 간섭이 심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와 여성을 외모 강박으로 몰아넣는 구조를 가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구체적인 시공간적 맥락에서 등장한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한 이들은 여태까지 한국 여성으로서 외모 강박에 시달려왔던 개인적 맥락과 페미니스트로서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치적 맥락 위에 서 있다. 운동에 동참한 개인들은 ‘여성 개개인에게 부여된 규범적 여성성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행동 양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운동 특유의 방침을 공유하는 동시에, 저마다 운동을 확산할 전략을 고안한다.
    (/ p.288)

    주제의 특성상 탈코르셋 운동의 투쟁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미디어와 사회구조를 비판하더라도 결국은 욕망을 파고들어 내면화된 압력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어떤 싸움보다도 도망가고 싶은 싸움을 해내고, 동시에 한 강박을 다른 강박으로 대체하지 않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p.388)

    탈코르셋 운동은 2015년부터 시작된, 행동하는 페미니즘이 가장 첨예하게 마주한 지점이자 지금까지 쌓아 올린 페미니즘 지식이 활용되고 생성되는 장이라는 점이다. 폭발하는 운동을 통과하며 여성의 몸이 만들어낸 지식은 기존의 사유를 부수는 과감한 도전이었고, 이는 고통과 착취, 학대를 경험하는 지금 여기 여성들의 삶을 바꾸어내는 데 가장 적절한 도구였다. 나아가 다른 시기, 다른 곳의 여성들의 삶에도 변화를 만들어낼 도구라고 본다. 이에 대한 반작용이 생긴다면 그로부터 또 다른 지식이 만들어질 것임을 믿고 그때에도 함께할 것이다. 촉발되는 운동이 무엇이든지 언제나 핵심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유동하는 몸을 갖는 것이다.
    (/ p.390)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페미니스트. 그 어떤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삶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을 맞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 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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