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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는 밤 : 김안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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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안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9년 08월 19일
  • 쪽수 : 12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08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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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스스로를 겨누는 양심의 펜
    깨진 마음으로 쓰는 금속성의 시
    아물지 않은 채로 ‘인간 됨’에 대해 묻기


    김안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민음의 시 259번으로 출간되었다. 제19회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한 김안 시인은 “사회와 현실의 구조, 그 구조 속에서 목매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그려 내고 있다.”라는 평을 받았다. 세 번째 시집에서 그는 줄곧 천착하고 있던 생활과 시 사이의 괴리에 보다 집중한다. 가까이는 이웃의 불행을, 멀리는 국가 제도의 폭력을 목격하며 말이 되지 않는 사건 앞에 ‘시’라는 말을 얹는 것, “생활이나 운동이 아닌 생각과 변명”에 그치고 마는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때 시에 드러나는 화자는 몹시도 사랑하는 딸의 잠든 얼굴, 작은 손가락을 보며 가정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감각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온함을 향해 끊임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시인은 깨진 마음을 집어 들어 시로 남긴다. 이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없을까, 아물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바로 이 시집에 담긴 시의 표정이다. 부끄러워하는 시의 낯이다.

    출판사 서평

    ■상처가 아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잠든 딸의 손가락을 매만지는 동안 여름이 끝났다. 여름이 끝나는 동안 몇 사람이나 살아남고 몇 사람이 죽어 나갔나. 이 둥근 세계 속에서 이 둥근 세계의 색깔 바깥으로― (……) 내 부끄러움은 이렇게 자라났구나. 면피와 은일 사이에서, 산문과 시 사이에서 주저앉아 구월의 규칙들을 되뇐다. 돌아오지 않는 몸들. 두꺼워지는 바다. 멀어지는 하늘.
    -「구월의 규칙」에서

    시집에 수록된 시에는 자주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사랑하는 딸의 아버지’로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화자들이 등장한다. 그는 이제 갓 말을 배우는 딸의 황홀함, 그것이 주는 행복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행복하기 위해 괴로움을 면피했던 낮이 지나고 밤이 찾아오면 “잠든 아내와 딸을 바라”보며 “비참을 피해 비굴하게 넘쳐흐르는 말들”(「가정의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낮과 밤의 온도차에 시인은 괴로워하지만, 괴로워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시인에게 그만둘 수 없는 최소한의 의무이지만 동시에 괴로워하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그에게 ‘단지 거기까지인 한계’이기도 하다.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고 타인의 불행과 함께 살며 심지어 그 모든 것에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하지만 결국 또다시, 타인의 일로 머물기 때문이다. 타인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다면 자신의 파산한 마음도 아물지 않기를, 거듭 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은 쓴다. 이 상처를, 괴로움을 잊게 된다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서진 마음을 서로에게 건네기

    우리의 말에는 눈이 없어, 귀도 없고 마음이 없고, 우리라는 말은 서정과 실험 속에서 서로의 바벨이 되어 몰락해 가고. 그럼에도 우리가 쓰는 이 말이 움직이는 유물이 되길 우리가 바라 마지않듯, 견고해지겠지. 견고하게 우리 바깥의 고통은 더 이상 상상되지 않는 스스로에게만 비극일 뿐인 그것.
    -「파산된 노래」(32쪽)에서

    시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바깥의 고통은 더 이상 상상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그는 무책임하고 무방비했던 국가나 집단에 의해 벌어진 사건들, 속수무책의 피해자가 있고 억울한 죽음이 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참담함을 표한다. 이때 그가 쓰는 시의 문장은 포장하지 않고 에두르지 않고 정확히 찌르는, 송곳 같은 금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말들이 맨 처음 향하는 방향은 바깥이 아니다. 폭력을 저지른 국가나 집단이 아닌 바로 시인 자신의 양심을 향해 겨눈다. 이 죄책감과 책임감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눈멀고 귀를 닫지 말자고, 한계를 지닌 말로나마 계속 말해야 한다고 쓴다. 스스로를 향한 고백이 우선된 시는 시집을 손에 들고 그것을 읽는 우리를 붙든다. 멀찍이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나의 다행을 생각하는 망가진 우리가 되지 말자고. 고통을 서둘러 회복하려 하지 말고 부서진 마음을 들고 옆으로, 옆의 옆으로 전달하는 속죄와 연대의 공동체가 되자고 말한다.

    추천사

    이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는 서슬 퍼런 시의 말들이 따갑되 따뜻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것이 선언이 아니라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삶부터 돌아보고 자기의 부끄러움을 먼저 내보일 수 있는 사람. 내가 잊은 사람들의 삶이 지옥이라면 내 삶도 감히 천국이 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 바로 그가 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나의 행복 뒤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불행을 향해 보내는 사죄입니다. 끝나지 않을 흑야의 고해성사입니다.
    - 전소영 / 문학평론가

    목차

    1부
    파산된 노래 13
    미타찰 16
    파산된 노래 17
    방생되는 저녁 20
    가정의 행복 21
    우리들의 서정 22
    햇살의 노래 2 4
    불가촉천민 26
    피그말리온 28
    불가촉천민 30
    파산된 노래 32
    불가촉천민 34
    파산된 노래 35

    2부
    秋崖飛瀑 41
    디아스포라 42
    바벨 44
    아방가르드 46
    불가촉천민 48
    미움의 제국 49
    가정의 행복 52
    우리들의 방 54
    피그말리온 56
    청춘 58
    사랑 60
    우리들의 가족 62
    불가촉천민 64
    물의 가족 6 6
    바벨 68

    3부
    구월의 규칙 71
    胡蝶獄 72
    無調 74
    가정의 행복 76
    십일월 78
    파산된 노래 79
    불가촉천민 82
    가정의 행복 83
    겹 84
    불가촉천민 86
    귀향, 아방가르드 88
    불가촉천민 90
    우리들의 무기 92
    우리들의 공동체 94
    우리들의 유리 96
    딸꾹이는 삶 97

    작품 해설–전소영 99
    부서져 열리는 마음들의 밤

    본문중에서

    우리를 만든 것은
    불행과 슬픔이고
    빛과 소음을 떠나 무능한 밤이고
    무능하여 속죄가 불가능했던 밤이고
    때문에 집은 달아나고 심장만 너덜너덜 자라나는 밤이고
    그러기에 이 밤은
    우리가 아물기도 전에
    빛으로 소음으로 끝날 테지만
    ('파산된 노래' 중에서/ p.17)

    있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변명을 고민하다 보니 나뭇잎마다 구멍 뚫리고 여름이 끝났다. 나는 여전히 변명과 아포리즘을 구분하지 못하고, 늙고 있고, 늙어 망해 가고, 생활로 인한 비겁과 생활로 인한 긍휼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머뭇머뭇, 점점 멍청해지고 있는데, 일주일 전, 딸아이가 꺾어 온 꽃은 시들지 않는다.
    ('秋崖飛瀑' 중에서)

    질문과 그것의 아름다움, 삶의 기쁨과 때론 그와 반대의 것들을
    하나씩 깨치고 있는 딸과,
    나와 함께 늙어 가는 지혜로운 아내의 머리 위로
    지붕 하나 얹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영롱한 생활인지.

    *

    그리고 이 영롱한 것들에게 닥쳤던 참사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쓰고 싶었고,
    그것은 결국 생활과 운동이 아닌 생각과 변명에 그치고 말았으나,
    그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 또한
    시인의 일이라면 일이다.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인스턴트’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현대시'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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