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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 이서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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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서희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19년 08월 26일
  • 쪽수 : 3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40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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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생명을 맞이하고 사랑하고 기꺼이 이별하는…
    우리의 사랑은 눈부시게 구체적이어야 한다

    “순조롭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삶을 믿고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열린 시선과 마음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노력과 애정을 기울일 수 있다.
    세계의 확장은 주어진 안락함과 풍요로움에 의해서가 아니다.
    얼마만큼 스스로, 그리고 타인과 연대하며 삶을 개척해 나갔는가에 있다.”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매혹적인 글쓰기로 숱한 독자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던 에세이스트 이서희의 신작 《구체적 사랑》이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관능과 매혹을 관통하는 여정,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닿기 위한 행위로서의 사랑, 그리고 운명처럼 던져진 사랑의 서사를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관계를 바탕으로 변화해온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과 그 구체적 사랑의 힘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라 부르지만 아련하지만은 않은 성장기를 따라가며 부모, 연인, 사랑하는 두 딸, 친구, 새롭게 만난 가족 등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관계의 범위를 보여줌으로써 존재와 존재로서의 깊은 사유와 감수성, 각별한 여운을 선보인다.

    작가 이서희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생명을 맞이하고 사랑하고 기꺼이 이별해온 자신의 변화무쌍한 삶을 솔직하고 내밀하게 그리며, 그 안에서 맺어온 긴밀한 관계와 다채로운 사랑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울분과 설움, 그 아픔에 가슴이 사무치고, 젊고 자유로웠던 어머니 이야기에서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랑과 집착, 불안에 공감과 슬픔을 느끼고, 남편과의 이별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우정을 감지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 이야기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어떤 이의 새로운 가족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긍정의 과정을, 또는 치유의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힘겨운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게 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봄직한 관계에 관한 질문과 깊은 성찰도 함께.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서투르지만 조금씩, 느리지만 올곧게, 열린 시선과 마음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노력과 애정을 기울이며 삶을 적극 살아내는 저자의 당찬 횡보를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중력 안에서 살아가는
    당신과 우리, 그리고 나의 이야기


    작가는 한때 좋은 환경에서 부모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을 만나야 잘산다는 말, 그런 사람이야말로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안다는 명제 아래, 친구도 연인도 좋은 환경과 원만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로 채웠다. 그러다 점점 삶이 확장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정상의 기준으로 규정되지 않는 환경 속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오히려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의 환경과 조건이 남들보다 더 낫고 바르다고 확신한 이들이었다는 사실을. 주어진 환경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부딪치고 성찰할 기회를 누리지 못하거나 차단하는 태도가 문제였음을. 작가는 말한다. “세계의 확장은 주어진 안락함과 풍요로움이 의해서가 아니라 얼마만큼 스스로, 그리고 타인과 연대하며 삶을 개척해 나갔는가에 있다”고 말이다.

    관계란 무엇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가’, ‘서로를 일으켜주는가’, 아니면 ‘서로를 지탱하는가’. 우리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형제와 자매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회생활, 결혼과 취직 등으로 새롭게 만난 관계, 우연히 불러일으킨 관계 등 수많은 관계에서 각각 다른 사람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로서 존재한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오롯이 나로 존재하기 위해, 그리고 수많은 관계의 의무에 압사당하지 않으려면 책임과 강박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약간은 헐거울 필요가 있다. 스스로 설득하고 협상하고 타협함으로써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래서 더 행복하고 기쁘게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성장해온 이 책에서의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는 아프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말한다. “희망을 품어내자 불행이 꿈틀했다. 관계를 더 넓게 상상하자 평안이 찾아왔다”고.

    이제,
    나의 집 문을 열어 당신을 맞이한다


    삶은 날씨와 같다. 언제나 화창하지만은 않다. 상처에 아파도 고통에 눈물을 흘려도 내일을 위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상을 반복하고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런 일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의 말 한마디, 구체적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당신을 사랑한다는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을 대신해 작가는 숨겨진 자신의 집 문을 활짝 열었다. “집을 열어 타인을 맞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숨겨진 방들이 문을 열었고 감히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작가의 말’에 밝히기도 했다. 어쩌면 작가 이서희도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공유하면서 구체적 사랑의 힘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 치유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결핍의 서사는 수많은 이들과 연대하며 더불어 삶을 확장시킨다. 주어진 안락함과 풍요로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하고 지키고 그리고 만들어낸다. 작가의 투쟁이 고스란히 담긴 한 줄, 한 줄의 글은 그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상처의 기록일지도 모르겠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나의 엄마와 그녀의 둘째 딸인 나
    처녀를 위하여
    다방의 추억
    관능, 세상이 가두지 못한 엄마의 몸
    나의, 멀고도 가까운
    내 안의 엄마
    나쁜 아빠는 나쁜 할아버지가 될까
    성공한 관계
    드디어 이별
    아빠의 가방
    나의 친정, 나의 언니

    2부 뜨겁고 허무한 지난한 감각
    고통은 유전되는가
    토마토와 담배에 관한 소고
    흔적이 너무 많다
    청춘, 늘 설레는 단어
    사랑은 성장하는 것 중 가장 느리다
    간결하고 눈부신 끝
    감각 속 열쇠를 여는 일
    가끔은, 일시정지를

    3부 성실한 사랑의 학교
    행복한 고독
    사랑의 중력
    성실한 사랑의 학교
    붉은 깃발, 생리의 성배, 우리들의 디너파티
    엄마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할까
    나는 좋은 아빠가 되기로 했다
    아이에게
    한강 풍경, 엄마를 부르는 소리

    4부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산다
    나의 할머니
    떠날 사람, 돌아온 사람
    삶의 용량
    나의 열렬한 우정
    당신을 귀여워해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산다
    안전함의 감각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안녕, 인애 씨
    흘러라 삶이여, 존재하라 나 자신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배신을 통해 어른이 된다

    5부 나의 오픈 하우스
    여행 이혼, 그리고 여행 결혼
    매일 오후 다섯 시, 휴대전화가 울린다
    나의 친구 데브라
    나의 오픈 하우스
    자유롭고 창조적인 책임의 관계
    새벽이 내게 준 속삭임

    본문중에서

    어릴 적, 엄마의 삶을 어쩌지 못하고 저 사람은 끝내 불행하게 살다 갈지도 모른다는 슬픔에 압도되어, 텅 빈 방에서 대성통곡했던 일이 가끔 떠오른다. 유학을 떠나기 전 그녀의 몸 부분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갔던 나는, 이제 엄마가 되어 그 열렬함으로 내 딸들을 사랑한다.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하지만, 너의 흰머리가, 너의 주름이, 너의 굽은 어깨가 가슴에 파이듯이 자국을 남긴다. 우리는 비로소 너와 내가 되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함께 묻는다.
    (/ p.17)

    나는 엄마의 욕망과 엄마의 삶을, 그 여자의 욕망과 그 여자의 삶으로 놓아두기로 했다. 만약 나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그동안 쌓은 시간이 만든 우애와 운 좋게 내게 있는 여유 덕분일 게다. 더불어 나는 그녀의 욕망이 지어낸 굴곡을 책임질 자 또한 아니다. 그녀를 삶의 주인공에서 끌어낼 자도. 엄마 역시, 나를 그녀 삶과 욕망의 배경과 도구로 불러들일 수 없다. 사랑했으나 멀어져야 온전한 관계도 있음을 그렇게 배웠다.
    (/ pp.50~51)

    상처가 물에 뜨듯 바깥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부로 침잠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민감함으로 사소함을 감지한다. 그들의 촉수는 마음이 가는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약간의 흐트러짐에도 마음을 닫아버리는 원격조종장치가 작동한다. 강해 보이지만 그것은 벼랑 끝을 버티는 단단함과 닮았다. 무너지지 않을 듯 보이지만 부서지면 끝이다. 다행히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 자신이라서 누구보다도 방어기제는 발달해 있다. 혹은, 스스로를 절벽의 일부가 될 정도로 단단히 그 자리에 박아놓거나 그 절벽이 되어버린다. 누군가는 차라리 대기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허무해져버린다.
    (/ pp.91~92)

    한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까? 애초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음에도, 나는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억지로 밝고 명랑하고 강한 아이로 자라났다. 그녀는 희망이 없을 때마다 나를 매개로 꿈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허황된 꿈에 도사리는 중독성을 보지 못한 채, 어린 나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나를 빌어 희망을 그리게 했다. 그녀가 내게 중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즉에 끊어버렸어야 할 그 중독을 당장의 위안을 위해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꽉 잡았던 손을 놓아버리듯 내 손에 힘을 풀고, 내게 매달린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풀어버렸다.
    (/ pp.93~94)

    가슴 뛰는 조우와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내게 힘이 세다. 하지만 그것의 부재가 예전만큼 쓸쓸하거나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두렵지는 않다. 연애세포를 날뛰게 하고 일상을 뒤흔드는 만남보다는,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관계에 더 흥미를 느낀다. 만일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쓴다면 기존의 사랑을 폐허로 만드는 절대적 낭만 위에 세워진 이야기가 아닌, 꾸준히 복구하고 다듬고 삶의 성숙과 함께 이뤄가는 어른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 p.121)

    자신의 몸을 자신의 즐거움의 원천이기 전에 타인의 욕망 속 대상으로써 가치 있다고 느낀다거나,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할 몸이라는 조건 아래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는 설정은 성의 즐거움과 가치를 외부의 조건과 판단에 맞추는 일이다. 자신의 욕망 앞에 타인의 욕망을 세우고 사회의 잣대를 더 중요하게 놓아두는 습관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저지시킨다. 남자에게 성은 당연한 즐거움이되 여자에게 성은 즐거움 이전에 보호하고 방어할 영역인 양 구분하는 사고방식은 연애에 있어서도 여자를 더 취약한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연애의 끝을 여자에게 더 큰 실패이자 지우기 힘든 낙인처럼 여기게도 만든다.
    (/ p.152)

    여성이라는 틀이 너무 버겁다면 내가 아끼는 관계 속에서 그걸 헐겁게 만들면 된다. 또 그런 사람들과 행복하고 다정한 관계를 만들면 된다. 어렵다면 노력하고 설득하고 협상하고 타협하리라. 무산되어도 노력의 과정은 가치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 속에서 내가 나로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래서 더 행복하고 주변을 기쁘게 만들 수 있다면.
    (/ p.186)

    삶이 무한하지 않음을 이제는 물질 자체의 문제로서 느낀다. 사소한 것에 넘치게 화내고 걱정하고 겁먹고 연연하며 살지 않겠다. 내가 누리고 함께하고 이루고 싶은 것에 좀 더 집중하겠다. 다만 그와 같은 집중과 노력이 단기간의 즐거움이나 당장의 이득에 기울어진 가치를 동력으로 두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삶은 나 하나의 것이 아니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면 살수록 나를 둘러싼 더 크고 더 위대한 것의 존재를 느낀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실수는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할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
    (/ p.201)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그것들을 자양분 삼아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삶’이라고 바꿔 부르자, 여하튼. 요새 삶에는 거쳐야 할 지분거림의 할당량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싶다. 고통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그냥 지분거림 정도의 것들. 어마어마하게 힘들지는 않지만 작은 상처처럼 거슬리고, 어떨 때는 일상을 온통 뒤흔드는 녀석들. 언젠가 나을 테지만, 괜찮아질 테지만, 해결될 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만, 당장은 나를 일렁이게 하는 것들. 위로의 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별다른 깨달음도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것들. 소음이 오가는 한낮의 거리처럼, 무음보다 더 적막한 느낌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 pp.212~213)

    고유한 주체로 스스로를 인정하는 방식은 ‘배신’을 통해서다. 우리는 모두 배신을 통해 어른이 된다. 가장 가까운 권력을 배반하고 떨쳐 일어나지 않는 세계는 무력하다. 권력은 종종 사랑으로 나를 보살피는 존재에게서 내게로 남용된다. 나의 존경과 애정이 향하는 대상으로부터 연유하기에, 나는 익숙한 권력에 스스로를 가두며 삶을 자발적으로 제한한다.
    (/ pp.288~289)

    당신이 좀 더 쉽게,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랄 때 그렇지 않은 당신의 나머지는 분노와 고통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가족이란 틀로 너무 쉽게 사랑을 짓고 안주하려 한다. 성찰과 성장이 없는 자리는 믿었던 위안보다 고통이 더 클 때도 많다.
    (/ p.34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4종
    판매수 923권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마치 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영화학교 ESEC 졸업 후 파리3대학 영화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관능적인 삶》 《유혹의 학교》를 펴냈다.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 거주하며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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