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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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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문화인류학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고전

    일본 사회의 특징과 일본인의 성격에 대한 가장 훌륭한 안내서

    『국화와 칼』은 문화인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 저서이며 일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일찍이 『문화의 패턴』에서 개발한 상호 비교의 방법을 적용하여 일본 문화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특성을 모순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그 원인을 수치 문화에서 찾으면서 이를 미국의 죄의식 문화와 대비시킨다. 그녀는 이처럼 미국과 일본의 문화를 상호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가지고 일본 문화의 실체적 이해에 접근한다. 7세기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일본의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생활 방식을 탐구하면서, 일본인의 인생관과 생활 규범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그것들이 일상생활의 풍습과 예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베네딕트는 사회 체제, 윤리규범, 인생관, 성문화, 행동 규범, 선과 악의 개념, 성실성, 자아 개념, 수치와 죄의식 등 다양한 범주를 가지고 미국 문화와 상호 비교함으로써, 일본인의 특성을 더욱 생생하게 짚어낸다. 특히 미리 정해진 행동 규범이 엄격한 훈육 과정을 통해 구조화됨으로써 일본인의 모순적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그러면서 베네딕트는 일본이 이런 문화의 패턴을 깊이 통찰하여 기존의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추천사

    “『국화와 칼』은 일본 사회의 특징과 일본인의 성격에 대한 가장 훌륭한 안내서이다. 오늘날 일본에 관한 연구서가 수백 종에 이르지만 그런 책들은 『국화와 칼』이 얼마나 명석하고 탁월한 일본 연구서인지를 증명해 줄 뿐이다.”
    - 에즈라 보겔

    “독특하면서도 심오한 통찰과 예리한 제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이 책은 단순명료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구체적 사례를 많이 제시하면서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성격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마치 어둠 속의 물체를 비추는 것처럼 환히 조명하고 있다.”
    - 뉴욕 타임스

    “일본 사회를 연구하고 설명한, 가장 뛰어난 저서 중 하나이다… 심오하고 세심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일본인의 성격을 심층 분석하고 있으며 설득력 높은 구체적 사례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목차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1장 연구 과제: 일본
    일본인의 모순적 성격 | 연구 과제는 일본인의 행동 양식 | 문화인류학자의 도구와 방법 | 모든 행동은 체계적 관계를 맺는다 | 일본인 생활 속의 행동에 대한 탐구 | 문화 연구에는 강인함과 관대함이 필요 | 일본인이 당연시하는 행동습관의 연구

    2장 전쟁 중의 일본인
    일본인의 독특한 전쟁관 |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는 일본인 | 일본 천황과 일본인 | 천황 숭배 vs 정부 비판 | 일본군 부상병과 포로 | 항복을 죄악시하는 일본 군대 | 항복 불가와 항복 후의 적극적 협조

    3장 자신의 적절한 자리 찾아가기
    미국인이 중시하는 4가지 원칙 | 전시 일본은 신분제 사회 | 일본의 조상 숭배 의식 | 남녀의 엄격한 신분 차이 | 계층제도와 가정 내의 유대감 | 간략한 일본의 근대사 | 천황과 쇼군 | 사농공상과 천민 | 다이묘: 쇼군 정부의 골칫거리 | 상징적 왕: 태평양 지역의 관습 | 봉건제가 현대 일본에 미친 영향 | 서구의 중산층 vs 일본의 중산층

    4장 메이지 유신
    도쿠가와파 vs 천황파 | 메이지 유신 세력의 국가 개혁 | 일본 정부 형태 vs 서구 정부 형태 | 신토: 일본의 국가 종교 | 메이지 장관들의 군대 개혁 | 일본의 산업 발전 정책 | 자이바쓰와 나리킨 | 계층제도는 일본 내에서만 통하는 것

    5장 과거와 세상에 빚진 사람
    온의 여러 가지 사례들 | 온의 부채 의식 | 고마움을 표시하는 여러 가지 방식 |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봇짱』 | 온가에시와 위기의식 | 온가에시에 대한 반발

    6장 만분의 일의 되갚기
    온가에시 vs 미국의 금전 거래 | 인(仁)의 개념: 중국과 일본 | 일본인의 효도 개념 | 아주 불편한 고부관계 | 메이지 장관들의 천황 사상 | 천황에 대한 충성심 | 충성의 구체적 사례들 | 일본의 항복: ‘주(忠)’의 극치

    7장 ‘기리보다 쓰라린 것은 없다’
    기리와 기무 | 일본의 정략결혼 | 벤케이 설화: 일본의 전통적 기리 | 기리의 두 측면: 의무와 부채

    8장 자신의 이름을 깨끗이 하기
    ‘온’ 바깥의 기리 | 기리와 분수에 맞는 삶 | 자살: 기리 지키기의 한 방법 | 기리와 경쟁의 모순적 관계 | 수치를 피하기 위한 예법 | 사소한 언사와 불성실 | 일본 복수극의 여러 사례들 | 일본인의 권태와 서구인의 권태 | 자살: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성 | 공격성: 권태로부터의 탈출 | 명예: 일본의 꾸준한 목표 | 이름 지키기의 역사적 사례들 | 무사도와 기리

    9장 인간적 감정의 영역
    신체적 쾌락과 단련 | 일본인의 에로스와 미국인의 성도덕 | 동성애, 자기애, 음주벽 | 인간적 감정의 여러 결과들

    10장 미덕의 갈등
    선악 개념의 일관성과 가변성 | 일본의 영웅담 『주신구라』 | 기무와 기리의 갈등 | 개인적 욕망과 강인한 남자 | 메이지 천황의 칙유 | 마코토: 가장 중요한 가치 | 성실의 주체: 개인의 양심과 외부의 제재 |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 | 죄의식 문화 vs 수치 문화 | 미스 미시마: 행동의 지도 없는 일본인

    11장 자기 단련
    자기 단련: 미국식 vs 일본식 | 자기희생의 여러 개념 | 자기 단련 vs 희생과 좌절 | 요가의 3대 철학 vs 일본인

    12장 어린아이는 배운다
    유년과 노년: 자유로운 시기 | 가문의 대를 잇는 자녀 | 일본의 육아 방식 | 어린아이 놀리기: 비교의 시작 | 아이 놀리기의 후유증 | 육아의 구체적 방법들 | 앉는 자세와 잠자는 자세 | 일본 어린아이들의 놀이 | 일본 어린아이의 종교 교육 | 초등학교 입학: 제재의 시작 | 외부의 제재에 동조하는 일본인 가정 | 괴롭히기와 모욕 경쟁 | 일본 여성의 성장 과정 | 가르치는 것은 원칙 플러스 관습 | 섹스: 혼자서 학습하는 분야 | 육아 방식과 모순적 성격의 상관성 | 거울과 관찰하는 나 | 유년기의 트라우마: 긴장과 공포의 원인 | 원칙과 자유 vs 모욕과 비방 | 국화의 정돈된 꽃잎과 칼의 반짝거리는 빛

    13장 패전 후의 일본인
    미국의 일본 점령 정책 | 일본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 일본, 민주화 의지 천명 | 무조건 항복: 새로운 진로의 모색 | 승전국 경험이 있는 일본 | 일본의 자존심을 존중한 맥아더 사령부 | 박차를 가하는 일본 재건 정책

    용어·인명 풀이
    작품 해설: 『국화와 칼』, 일본 문화 연구의 최고봉
    루스 베네딕트 연보

    본문중에서

    일본은 미국이 지금껏 치른 전면전 중에서 가장 낯선 적이었다. 주요 적국들 중에서 이처럼 엄청나게 다른 행동과 생각의 습관을 가진 적을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보다 앞서 1905년에 일본을 상대로 싸웠던 제정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완전 무장하고 잘 훈련된 나라를 상대로 교전했다. 그러나 일본은 서양의 문화적 전통에 전혀 소속되지 않은 나라였다. 서구의 국가들이 인간성의 자명한 발로라고 받아들인 전쟁의 관습은 일본인들에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태평양 전쟁은 넓은 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들을 공격하는 일련의 상륙 작전 이상을 의미했고, 또 군수 물자의 조달이라는 까다로운 문제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 이상의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일본의 문화는 그들을 상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그들의 행동을 반드시 이해해야 되었다.
    (/ p.30)

    일본인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일본이 쇄국 정책을 철폐하고 75년이 흘러가는 동안에, 일본인들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국민들보다 더 빈번하게 ‘그러나 또한(but also)’이라는 수식어로 묘사되어 왔다. 여기에 어떤 진지한 관찰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는 일본 이외의 다른 국민들에 대하여 글을 쓸 때에, 그들이 아주 공손하다고 말한 다음에, “그러나 또한 오만하고 무례하다”라고 덧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 국민들의 행동이 남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고 말하다가, “그러나 또한 그들은 극단적인 이노베이션에도 잘 적응한다”고 덧붙이지는 않는다. 어떤 민족이 순종적이라고 말하다가, 그러나 또한 그들은 상부의 통제에 저항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 어떤 국민이 아주 용감하다고 말하다가, 아주 비겁하다고 장황하게 진술하지 않는다. 그들이 남의 의견을 의식하면서 행동한다고 말하다가, 아주 흉악한 속셈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군대 내의 로봇 같은 엄정한 군기를 묘사하다가, 거의 항명이라고 할 정도로 반항적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서구의 학문을 열정적으로 배운다고 말하다가, 아주 지독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배우와 예술가들을 높이 숭상하고 국화의 재배에 온갖 기술과 정성을 쏟으면서 대중적 아름다움의 컬트(숭배)를 가진 나라라고 글을 쓰다가, 칼의 컬트와 무사의 높은 명예를 칭송하는 내용도 추가로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은 일본을 다룬 책들의 씨줄이요 날줄이다. 그런 모순은 모두 진실이다.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라는 그림의 한 부분이다. 일본인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적인가 하면 비공격적이고, 군국주의적인가 하면 미학적이고, 오만한가 하면 공손하고, 경직되어 있는가 하면 적응을 잘하고, 순종적인가 하면 강제 지시에 분개하고, 충성스러운가 하면 배신을 잘하고, 용감한가 하면 비겁하고, 보수적인가 하면 새로운 방식을 잘 받아들인다. 일본인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신경 쓴다. 그러면서 그들의 실수에 대하여 남들이 모르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일본 군인들은 철저한 군기로 무장되어 있으나 동시에 반항적이다.
    (/ p.31)

    인류학자들은 그들 자신이 속한 문화와 다른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최대한의 차이점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이런 목적을 위해 자신의 연구 기술을 날카롭게 연마해야 한다. 인류학자들은 서로 다른 문화들이 맞이하는 상황에도 큰 차이가 있고, 또 다른 부족과 민족이 그런 상황의 의미를 규정하는 방식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안다. 어떤 북극 지방의 마을이나 열대 사막에서, 인류학자들은 그곳의 부족이 수립한 친족 책임이나 재정적 교환의 사회제도를 만나게 되는데, 인류학자들이 아주 황당무계한 상상을 하는 순간에도 도저히 생각해 볼 수 없는 그런 엉뚱한 제도를 만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학자는 친족이나 교환의 세부 사항을 조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런 사회제도의 결과가 부족의 행동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가령 각각의 세대가 조상들이 해온 것처럼 그런 제도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어떤 조건화의 훈련을 받는지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 p.39)

    모든 문화적 전통에는, 전쟁에 관한 정통적 관행이 있고 그것들 중 일부는 모든 서구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들 사이의 차이점과는 무관한데, 가령 국민에게 총동원을 호소하는 방식, 국지적 패배를 당했을 때의 특정한 격려 형식, 전사자와 항복한 자의 일정한 비율, 전쟁포로로 잡혔을 때의 행동 규칙 등이 그런 공유 사항이다. 이런 것들은 서구 국가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는 예측 가능하다. 이런 나라들은 심지어 전쟁의 경우까지 포함하는 문화적 전통을 크게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서양의 전쟁 관행으로부터 이탈하는 모든 방식들은 일본인의 인생관과 의무관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일본인의 문화와 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그러한 이탈 방식이 군사적으로 중요한지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방식은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일본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보게 한다는 점에서 모두 중요한 것이다.
    (/ p.52)

    연합군 병사와 일본군 병사 사이의 가장 극적인 차이는, 일본군 병사가 연합군 포로로 붙잡혔을 때 연합군에 적극 협조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새로운 상황에 적용되는 삶의 규칙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불명예를 당했고 일본인으로서의 삶은 끝장났다. 종전 마지막 몇 달 전에야 소수의 일본군 포로들은,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상관없이, 자신들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어떤 일본군 포로들은 죽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관습이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나는 모범 포로가 되겠습니다.” 그들은 모범 포로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일본군의 고참병이었고 장기간 지독한 국수주의자였던 그들은 일본군 탄약고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일본군의 배치를 꼼꼼하게 설명했으며, 미군의 선전 자료를 집필했고, 폭격 조종사들과 동승하여 그들에게 군사 목표물을 안내해 주었다. 일본군 포로들은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친 것 같았다. 새로운 페이지 위에 쓰인 것은 낡은 페이지 위에 적힌 것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새로운 페이지에 적힌 대사를 전과 똑같은 성실성을 발휘하며 읽어 내려갔다.
    (/ p.74)

    모든 일본인은 집안에서 제일 먼저 계층제도의 습관을 배우고, 이렇게 배운 습관을 나중에 경제생활과 정치활동의 더 넓은 분야에서 그대로 적용한다. 그는 배정된 ‘적절한 자리’에서 그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 높은 사람이 해당 집단 내에서 실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내에게 휘둘림을 당하는 남편도, 남동생에게 밀리는 맏아들도 외형적으로는 그런 공손한 대접을 받는다. 어떤 다른 사람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특권들 사이의 형식적 경계선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실세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남들 앞에 내놓는 겉모습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런 외형적 체면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손 같은 실권의 행사는 그 나름대로 전략적인 장점이 있다. 일본인은 그런 경우에는 남들의 공격을 덜 받는 것이다.
    (/ p.91)

    일본인들은 그 어떤 주권국가의 국민들보다 어떤 일정한 세계에 조건화되어 있었다. 일본인의 세계는 아주 사소한 행동도 미리 규정되어 있고 개인의 신분이 미리 정해져 있는 세계였다. 이런 세계에서 철권통치로 법과 질서를 유지해 온 지난 200년 동안, 일본인들은 이처럼 세심하게 조직되어 온 계층제도가 곧 안심이요 안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이 잘 알려진 일정한 경계 범위 안에 머무는 한, 그리고 잘 알려진 의무사항들을 적절히 수행하는 한,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안전하고 또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강도행위는 통제되었다. 다이묘들 사이의 내전도 사전 예방되었다. 백성이 다른 사람들이 그의 권리를 침범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착취당하는 농민들이 항의했던 것처럼 항의할 수 있었다. 그런 항의는 개인적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용인되었다. 도쿠가와 쇼군들 중 가장 선정을 베풀었던 쇼군은 심지어 ‘소원 상자(目安箱)’를 설치하여 모든 시민이 거기에다 불만 사항을 투서할 수 있었고, 그 상자의 열쇠는 쇼군만이 가지고 있었다. 만약 어떤 공격적 행위가 기존의 행동 지도(地圖)에서 용인되지 않는 것일 경우, 그것이 제재를 받아 시정될 것이라는 진정한 믿음과 보장이 일본 내에 확립되어 있었다.
    (/ p.106)

    자신의 이름에 대한 기리는 자신의 명성을 깨끗이 유지하려는 의무이다. 그것은 일련의 미덕들로 구성되는데 그 중 어떤 것들은 우리 서양인이 보면 서로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는 충분한 통일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온가에시에 해당하는 의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온의 영역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이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부채 의식 없이 자신의 명성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행위들이다. 따라서 이런 행위에는 ‘적절한 자리’를 지키는 데 따르는 잡다한 예절, 고통 속에서의 참을성, 직업이나 기술에서의 명성을 지키기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름에 대한 기리는 오명이나 모욕에 적극적으로 맞서서 그것을 설욕하는 행동을 하도록 요구한다. 그러자면 자신을 중상한 자에게 보복하거나 스스로 자결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극단(보복과 자살) 사이에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행동 노선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인은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가볍게 넘겨 버리지 않는다.
    (/ p.194)

    일본인은 이처럼 실패나 무능을 비판하는 데 대하여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미국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거듭하여 발견된다. 우리는 중상비방에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인처럼 방어적이지는 않다. 만약 교사가 개구리가 어떤 종에 속하는지 모른다면 그걸 아는 척하기보다는 솔직히 모른다고 시인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교사가 자신의 무지를 감추고 싶은 유혹은 느끼겠지만 말이다. 만약 사업가가 자신이 추진해 온 정책이 불만이라면 새로우면서 다른 지시를 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늘 옳았다고 주장하는데 자신의 체면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설사 그가 잘못했다고 시인하더라도 사임하거나 은퇴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런 방어적인 태도가 아주 뿌리 깊다. 어떤 사람의 면전에서 그가 직업상 오류를 저질렀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 예의이다.
    (/ p.202)

    일본인은 저항의 힘을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낸다. 그들은 세계에서 존중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들은 강대국이 군사력으로 존중을 받는 것을 목격했고, 그래서 그들과 겨루는 길로 나섰다. 일본은 천연자원이 많지 않고 기술이 원시적이었으므로 교활한 헤롯왕을 능가할 정도로 헤롯왕 질을 해야 되었다. 일본인은 엄청난 노력을 집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실패하자 공격성은 결국 명예로 인도하는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인의 기리는 공격성(폭력)의 사용과 상호의존 관계를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다. 패전 후 일본인은 공격성에서 상호의존 관계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렇게 하는 데 있어서 그들 자신에게 정신적 폭력을 가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여전히 좋은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 p.225)

    아무리 자의적으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사회적 압력은 개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일본인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어야 하고, 자신의 욕망을 포기해야 하고, 가족, 집단, 국가의 대표자답게 행동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의무가 요구하는 모든 극기 훈련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은 엄청나게 무겁다. 그들은 너무나 자신을 억압하여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자신의 정신에 피해를 덜 주는 생활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희생이 엄청나게 큰 노선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런 높은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독선적이 되었고, 그보다 관대한 윤리를 가진 민족을 얕보게 되었다. 일본인은 침략 전쟁이 ‘실수’이고 명분 없는 대의임을 깨달음으로써 사회 개혁을 향한 커다란 첫발을 떼었다. 그들은 평화로운 국가들 사이에 끼어들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평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만약 러시아와 미국이 다가오는 세월을 공격용 무장에 열중한다면, 일본은 그들의 군사 지식을 이용하여 전쟁에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의 근본적 성품까지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동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은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추구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양대(미국과 러시아) 무장 진영으로 조직된 세계에서 그들의 위치를 추구할 것이다. 현재 일본인은 군국주의가 실패한 대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그런 이념이 다른 나라들에서도 실패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만약 실패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전쟁의 열기를 재점화하여 그들이 얼마나 전쟁을 잘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려 들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도 군국주의가 실패한다면, 일본은 군국주의적 노력이 결코 명예로운 길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길 것이다.
    (/ p.380)

    저자소개

    루스 베네딕트(Ruth Fulton Benedic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87.06.05~1948.09.17
    출생지 미국 뉴욕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6,310권

    미국 뉴욕 출생의 문화 인류학자. 결혼 전 이름은 루스 풀턴(Ruth Fulton)이다. 바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교사와 시인으로 활동하였으나 컬럼비아 대학에서 본격적인 인류학 연구에 빠져 들어 아메리칸 인디언 종족들의 민화와 종교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녀의 저작은 비교연구가 주종을 이루었는데, 그녀의 접근방법은 사람들에 대한 '문화유형'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2차 대전 이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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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5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까지 25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번역 입문 강의서 『번역은 글쓰기다』, 『살면서 마주한 고전』 등을 집필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진보와 빈곤』(헨리 조지), 『리비우스 로마사 I, II』,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호모 루덴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중세의 가을』, 『동물농장』 등이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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