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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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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국 사회에 불평등이 끓고 있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평등 기원론


    2019년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학계와 언론,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화제를 불러 모은 논문이 발표되었다.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가 쓴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가 그것으로, 3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독점해온 과정과 그로 인해 어떻게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냈다.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불평등의 세대―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1~2장)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담고 있으며, 책의 상당 부분을 새로 쓰면서 논문에 담지 못했던 이슈들(3~7장)을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이 책 『불평등의 세대』는 ‘세대’라는 앵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려는 프로젝트다. 저자 이철승은 ‘계급’의 틀로 불평등 문제를 분석해온 그간의 연구들과 달리, 이를 ‘세대’의 문제로 치환하여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파악한다. 그렇다면 왜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되었는가.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왜 우리는 날로 증대되는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가. 저자의 대답은 간명하다. “386세대의 약속 위반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완성’과 ‘불평등의 심화’가 공존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명하기 위해 ‘세대론’을 꺼내 든다. ‘세대’라는 축을 통해 한국인들이 직면하는 불평등 구조의 핵심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해 저자는 전체 논의에서 ‘386세대’를 중심축으로 놓고 그들이 국가와 시민사회, 시장을 가로지르며 ‘권력 자원’을 구축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적해간다. 그런 다음, 시계를 돌려 386세대의 부모 세대인 산업화 세대를 소환한다. 이렇게 두 세대를 불러들이고 나면, 이 책의 말미에서 오늘의 청년 세대인 1990년대 출생 세대가 등장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세대’를 통해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어디서 기원했고 그것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가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출판사 서평

    누가 우리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불평등의 세대』는 20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하며 시카고 대학교 종신교수를 지내다가 2017년 고국으로 돌아온 저자가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을 두루 오가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청년 실업과 극심한 취업 경쟁으로 인해 불안과 고통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젊은 세대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데이터는 “우리도 다 겪었으니 인내하라” “세대 갈등은 위험하다”라는 기성세대의 다독임과 우려 섞인 충고가 상당 부분 거짓임을 폭로한다.
    저자 이철승은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 “좋은 운을 향유했던” 386세대가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장악하고,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밝혀지는 그 결과들은 매우 충격적이다.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고위직 장악률과 상층 노동시장 점유율, 최장의 근속연수, 최고 수준의 임금과 소득점유율, 꺾일 줄 모르는 최고의 소득상승률, 세대 간 최고의 격차.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성장이 둔화되어가는 경제에서 가능했을까? 어떻게 파이는 작아지는데, 특정 세대의 몫은 줄지 않는가? 우리는 그 답을 추론할 수 있다. 바로 386세대의 상층 리더들이 다른 세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더 가져갔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및 기업, 상층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차지한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이제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 책은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상승 통로가 막혀버린 다음 세대에게 궁극적 회의를 자아낼 뿐더러 우리 사회에 온갖 폐해를 양산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386세대가 완성한 한국형 위계 구조,
    그 희생자는 바로 청년 세대다”


    이 책 『불평등의 세대』는 궁극적으로 ‘386세대 비판’이 아닌, 세대라는 관점으로 한국의 위계 구조를 비판하는 것이 목적이다. 저자 이철승은 “사회과학자들이 흔히 쓰는 ‘계급론’의 앵글이 한국 사회의 개인과 집단의 행위 및 그 행위의 동기를 분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한국 사회 특유의 위계 구조로 인해 계급과 세대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고, 따라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위계 구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는 ‘계급’보다는 ‘세대’라는 앵글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세대가 위계 구조로 탈바꿈하는 과정, 구체적으로 세대와 위계가 어떻게 서로를 재생산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하며, 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계급’이 아닌 ‘세대’를 분석 틀로 이용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3장에서 386세대가 민주화 투쟁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산업화 세대를 소환하여,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에서 유래한 한국형 위계 구조를 그들이 어떻게 도시의 공장에, 사무실에 옮겨 심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 세대는 도시로 이주했으나 농촌에서의 신분제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그대로 지닌 채 상경한 농민공들인 것이다. 386세대의 리더들은 산업화 세대로부터 이러한 위계 구조를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더불어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기존의 위계 조직을 유연화된 위계 구조로 업그레이드했다. 바로 연공에 따른 기존의 위계적 직무 분배 체계에 내부자(정규직)와 외부자(비정규직)를 구별하는 차별적 보상 체계를 결합시킴으로써 기업의 생산조직이 경기 사이클에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386세대의 네트워크가 한국형 위계 구조와 결합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이 거대한 베이비붐 세대가 위계 구조의 상층을 장기 독점하면서 유교적 연공 법칙인 ‘세대교체’의 룰이 무너지고 있다. 또한 세대 네트워크 내부에 속한 상층 리더들과, 거기에 속하지 못한 동 세대 하층 및 다른 세대들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응집성과 연계성을 가진 세대 네트워크가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상층권력을 장악하고, 동시에 그 세대 네트워크가 위계 구조와 결합하면서 조직 내부 혹은 조직 간의 지대 추구 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불평등은 확대되고 성장률은 낮아지며 상층 노동시장의 소득과 자산은 나날이 늘어가는 한편, 중하층과 젊은이들은 낮은 소득과 실업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출산을 포기⸳거부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본질―네트워크 위계라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등장과 심화―을 밝히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386세대가 정치권력을 비롯해 시장권력 또한 장악했음을 보여준다. 3장과 4장에서는 386세대의 부모 세대(산업화 세대)로 시선을 돌려 ‘산업화 세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고, 이어서 ‘산업화 세대’가 어떻게 불평등 구조를 싹 틔웠는지‘를 질문한다(3장). 4장에서는 산업화 세대가 최초로 주도했고 이제 386세대와 포스트 386세대에게 그 DNA가 전수된 세대 간 자산의 이전 전략을 들여다본다. 뒤이어 ’세대 간 자산의 불균등한 형성이 어떤 불평등 구조를 만들었는지‘를 질문한다. 5장은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그들은 바로 동시대 청년과 여성이다. 이 장은 한국 위계 구조의 상층을 장악한 거대한 386세대, 그들이 구축한 위계 구조하에서 더욱 가혹한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는 청년들 및 그 한편에서 조금씩 자리를 확보하며 착취와 수모를 감내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6장은 한국 사회의 세대와 위계 문제에 대한 이론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세대론은 위계 구조를 해부하기 위한 구도 잡기(앵글)로서의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 특유의 ’위계 구조‘를 이해해야 계층(계급)화 과정 또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장 말미에서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위기‘를 실증한다. 한국의 100대 상장기업에 대한 세대별 실적 비교를 통해 ’세대의 정치‘와 그 여파가 기업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7장은 세대 간 그리고 세대 내 불평등과 그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노동개혁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한다.

    “그동안의 세대론은 데이터 없는 아우성이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큰 미덕은 총 54개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데 있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Q 왜 ‘세대’와 ‘불평등’을 연결시키는가?
    Q 불평등의 세대, 무엇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1장 386세대의 부상―권력의 세대교체
    Q 왜 ‘386세대’를 이야기하는가?
    Q 386세대는 어떻게 권력을 형성했는가?
    Q 386세대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Q 386세대의 리더들은 어떻게 권력을 분배하고 있는가?

    2장 세대와 불평등―‘네트워크 위계’의 탄생
    Q 386세대는 어떻게 ‘새로운 불평등 구조’를 탄생시켰는가?
    Q 386세대는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는가?
    Q 386세대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부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Q 386세대와 다른 세대와의 소득 격차는 얼마나 큰가?

    3장 산업화 세대의 형성―불평등의 탄생
    Q 산업화 세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Q 산업화 세대는 어떻게 불평등 구조를 싹 틔웠는가?

    4장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확대―자산 불평등
    Q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자산의 불균등한 형성’은 어떤 불평등 구조를 만들었는가?
    Q 386세대의 자산과 소득 구조는 산업화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5장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들―청년, 여성
    Q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Q 위계 구조의 희생자들 1―청년
    Q 위계 구조의 희생자들 혹은 경쟁자들 2―여성
    Q 나가며―청년과 여성의 미래

    6장 세대와 위계의 결합―네트워크 위계
    Q 세대 내 불평등이 세대 간 불평등보다 크다?
    Q 위계와 세대는 어떻게 서로를 재생산하는가?
    Q 위계 구조에서 앎이란 무엇인가?
    Q 위계 구조는 왜 필요한가?
    Q 위계 구조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7장 에필로그―세대 간 형평성의 정치
    Q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과 그 불평등의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가며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세력은 1980년 광주와 1987년 민주화, 1997년 정권 교체 그리고 2016년의 ‘촛불혁명’을 통해, 발전국가가 주도했던 위로부터의 산업화 전략과 권위주의적 통제 시스템을 공식적인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일정 정도 몰아낸 듯이 보인다. 한국전쟁 및 산업화 세대와 386세대가 여러 번의 충돌을 거듭하며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인 결과, 어느새 한국전쟁 및 산업화 세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386세대가 한국 사회 권력 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다. 하지만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가진 사회가 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심화되었고, 비정규직은 신분화되어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 상승으로 상층 자산계급과 중하층 자산계급의 격차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청년 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계층 고착화의 기제로 바뀌고 있다. 민주화와 세계화는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도대체 왜 우리는 더 격화된 입시 경쟁과 취업 경쟁, 더 심화되고 고착화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가?
    (/ p.16)

    시장에서 지위 상승을 위해 분투해온 386세대는 (정치권의 386세대에 비해) 균일한 이념 집단이 아니다. 화이트칼라의 세계에서 경쟁을 통해 기업 조직의 정점에 오른 386세대와, 블루칼라 생산식의 세계에서 연대를 통해 ‘전투적 조합주의’ 노조를 건설한 386세대는 ‘나이만 같을 뿐’ 이념적으로는 다른, 세대 내의 상호 이질적인 집단들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두 집단 모두 ‘동아시아 위계 구조’를 철저히 이용하여 현재의 권력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두 집단 모두 학맥과 인맥에 기반하여 자원⸳기회⸳정보를 동원했으며, 동아시아 위계 구조를 통해 아랫세대를 조직화했다. 이념적으로 전자는 ‘시장자유주의’를, 후자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랫세대가 조우한 세계는 ‘헬조선’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한국의 ‘시장’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유주의적 경쟁 시장이 아니라, 위계적으로 분단되고 분절되어 이념⸳가문⸳학벌⸳인맥으로 엮이고 통합된 ‘동아시아 위계 조직’들 간의 카르텔에 가깝다. 앞 문장의 ‘시장’을 ‘정치’로 바꿔도 진실 명제다.
    (/ pp.134~135)

    개인의 입장에서 한반도 남부에서의 대이주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농촌에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는 ‘논일’과 ‘밭일’을 경험하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농촌의 협업’에 노출된 세대다. 다시 말해 도시로 이주했으되, ‘농민의 정체성’을 가진 세대인 것이다. 1930~1940년대생들의 다수, 그리고 1950년대생들의 상당수는 ‘도시에 정주하는 농민’인 셈이다. 넥타이를 매고 와이셔츠를 입고 사무실에서 일하건,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인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지방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여 저임금 노동자가 된, 3억에 이른다고 추산되는 중국의 ‘농민공農民工’과 같은 거대한 농민의 기억을 가진 ‘노동자 집단’이, 한국에서는 60년대 말~70년대 말에 이르는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30~1940년대 출생 세대는 1960년대 이후 출생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집단이다. ‘민주화 투쟁’에 대한 요구와 기억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이들 다수는 ‘농사일’을 온몸과 기억에 아로새긴 집단이다. ‘농사일’에 대한 이 세대의 ‘원체험’이 한국의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민사회의 바닥을 이루는 ‘협업과 협력의 윤리’를 구성했다.
    (/ pp.150~151)

    이 세대는 불평등에 익숙한 세대다. 벼농사 체제는 신분제 질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신분제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그대로 지닌 채 상경했다. 도시에서의 성공을 향한 경쟁과 질주는 이전의 신분을 유지⸳회복하거나, 도시에서의 성공으로 만회하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었다. 이들이 다음 세대에게 전수한 교육과 자산 투자, 그로부터의 결실이 거시 수준에서는 신분제의 도시적 재생산이었으며, 개인 수준에서는 신분제의 상층을 점유하기 위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농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농 출신 1세대 도시인은 그렇게 땅뙈기를 늘리듯 아파트를 사들였고, 과거에 급제자를 낼 목적으로 자식들을 입시 경쟁으로 밀어 넣었다. 전자는 가문의 생존보장책이었으며, 후자는 다음 세대의 입신양명책이었다. 이들은 전자를 ‘개간’이라, 후자를 ‘자식 농사’라고 명명했다. 이 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일하지 않는 자는 게으르다고 믿는 비율이 높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높았으며,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인구 비율이 높은 세대였다. 부지런한 자가 가을에 더 많은 수확을 거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연의 섭리를 몸속 깊숙이 각인한 소농 세대니, 더 부지런히 일한 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는 냉혹한 시장 경쟁의 원리 또한 받아들이기 쉬웠던 세대다. 따라서 이들에게 시장에 의한 불평등한 보상은 개인별로 불균등하게 투여된 노동량의 정당한 대가일 뿐인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세대에게는 평등이 아니라 불평등이 더 정의로운 것이었다.
    (/ pp.177~179)

    이에 비해 자산을 아랫세대로 ‘이전’하는 것은 훨씬 간단하다. 증여와 상속은 국가라는 세금 부과 주체와의 쫓고 쫓기는 ‘게임’일 뿐이다. 증여세와 상속세를 부과해 국가가 일정 부분을 국고로 귀속시킨다고 하더라도, 자산의 상당 부분은 아랫세대로 직접 이전된다. 자산은 현 세대의 노후 보장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복지를 위한 ‘세대 간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나라들에서는 자산을 축적하고 그것을 아랫세대로 이전하는 행위가 시민사회의 ‘윤리’로 등극하게 된다. 물론 복지가 발전되지 못한 나라에서는 자산이 전승되는 만큼, 빈곤도 대물림된다. 불평등과 빈곤이 자산의 세대 간 이전을 통해 ‘구조화’되는 것이다.
    (/ p.187)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나타나는 ‘금수저’ 대 ‘흙수저’ 논란의 근원은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1930년대 혹은 그 전후 출생)에 시작된 70~80년대 자산의 최초 축적과 그 이후 이 세대의 불균등한 자산 이전 및 자산 소비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형 위계 구조는 국가와 기업 내 조직하의 연공에 기반한 위계 구조, 기업 간 원⸳하청 관계, 각종 고용 형태와 유연화 기제 등으로 작동되지만, 그 결과는 가구 세대 간 부의 이전으로 마무리된다. ‘역사적 세대’의 프로젝트가 ‘가문 세대’의 프로젝트로 탈바꿈된 것이다. 촌락형 위계를 근대화 프로젝트에 이식하고 작동시킨 산업화 세대는 이렇게 자신들의 소명을 다하고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그 소명은 그들이 농촌에서 물려받은 신분제적 위계를, 도시에서 자산을 축적하고 학벌을 획득함으로써 재생산하거나 극복하는 것이었다. 벼농사 체제의 신분제적 불평등을 기억하는 산업화 세대는 그들이 목표한 대로, 근대화 프로젝트와 가문별 자산 축적을 모두 추진했다. 전자가 집합적 목표였다면, 후자는 씨족의 목표였다. 이들은, 우리가 오늘날 계측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측면에서(소득, 자산, 성별,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을 극대화했고, 우리는 그 불평등을 상속한, 또 다른 불평등의 세대인 것이다.
    (/ p.212)

    이 세대는 공정성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위계를 통해 상층 노동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층이 품앗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특혜를 주어 취직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이 세대는 취업 문이 실제 수치보다 더 ‘좁아졌다’라고 느낀다. 다시 말해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쟁의 실상에 대해 이전 세대들보다 더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더구나 계급(계층) 간 사회이동성이 낮아지며 상층계급이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여론을 통해 거듭 공유되면서, 현 청년 세대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비를 일찍부터 ‘내면화’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미 아파트가 여러 채 있는 조부모를 뒀거나 자기 명의의 집과 건물이 있는 친구들을 보며 자란 세대인 것이다. 상층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은 좁아지고 진입하고자 하는 경쟁자들은 많아졌는데, 불공정한 게임의 수혜자들은 점점 더 많이 눈에 띄는 형국이다. 게다가 상층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월급쟁이 수입으로는 서울에서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요원해지면서, 집단적으로 흙수저 신세를 한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게임의 참가자들의 수는 늘고 경쟁은 격화되었지만, 게임의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어쩌면 영원히 ‘공정한 게임’을 희구하는 세대다.
    (/ pp.240~241)

    저출생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과 함께,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한층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남성 위계 구조로 짜여 있는 노동시장과 기업 조직에서 여성들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양성평등의 문화를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들 청년 여성들의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투쟁의 가장 큰 장벽은, 아마도, 오늘날 각 분야에서 최상부를 장악하고 있는 386세대의 남성들일 가능성이 크다. 산업화 세대의 가부장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출산휴가를 써본 적도 줘본 적도 없다. 민주화 투쟁과 조직화의 경험에는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분담의 의무 또한 없었다. 기업을 세계화하기 위한 이 세대의 장기 출장 시, 육아의 의무는 오롯이 여성들의 독박이었다. 청년 여성들로서는 이토록 극단적인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따로 없을 것이다.
    (/ p.247)

    민주화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기존의 위계 구조가 위기에 처한 가장 최근의 격절점은 1997년이었다. IMF 금융 위기는 발전국가가 주도한 재벌 위주 성장 체제의 위기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엘리트들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내부 지배 및 착취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위계 구조를 한국의 노동시장에 장착했다. 바로 정리해고와 파견제와 같은 ‘유연화’ 기제의 도입이 그것이다. 이 새로운 유연화 기제가 일반화되면서 상층 노동시장의 지위는 오히려 공고화된 데 반해, 하층은 사회안정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유연화에 노출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원래의 목적보다, 지배 체재의 ‘착취적 성격’을 과도하게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p.298)

    가장 뛰어난 청년들은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고, 심지어는 외국에서 첫 직장을 잡는다. 점점 늘어가는 청년 창업 또한 한국형 위계 구조가 이전처럼 작동하기는 힘들 것임을 암시한다. ‘네가 내 젊은 날을, 내 재능을 갈아버리도록grind 내버려 둘 수는 없어’라는 정서는 중⸳장년층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산업화 및 386세대의 중⸳장년층은 미래를 할인discount할 줄 몰랐다. 다시 말해 위계 조직에서 세대의 네트워크를 따라 한 걸음씩 밟아가다 보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질 것을 ‘집단적으로’ 믿었던 세대들이다. 그에 반해 오늘의 청년 세대는 이 보상에 대한 기대의 공식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한국형 위계 구조 최초로 이 ‘공모’에 동의하지 않는 세대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 p.307)

    더 나아가 국가가 개인의 실업과 취업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책임져줄 때, 청년들은 보다 자유롭게 창업과 취업을 오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새로운 고용 창출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1,000명의 청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그중 살아남은 몇 개의 아이디어가 2,000명 아니 3,000명의 청년을 새로이 고용하는 사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산과 실업의 위험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 파산과 실업이 낙인이 되지 않고 경험과 경력이 되어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사회, 바로 어린 나이에 높은 시험 점수를 받아 네트워크 위계 구조의 상층으로 진입하고 눈치를 잘 보는 자가 승리하는 사회가 아니라, 도발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담대한 젊은이가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한국형 사회적 자유주의가 꿈꾸는 사회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취업에 목맬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경험과 아이디어가 쌓이면 누구나 창업을 꿈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에서 더 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신분화와 차별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 p.346)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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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2005~08), 시카고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2008~13),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방문교수(2013)로 재직했다. 2013년 시카고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임명된 후 동대학에서 2017년까지 근무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전미사회학 협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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