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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 패망사 : 태평양전쟁 193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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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 책은 ‘태평양전쟁의 전사前史’인 1931년 만주사변, 중일전쟁, 삼국동맹 조약, 미 교섭 결렬,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 진주만 기습 전야 등부터 시작해, 일본 육군의 말레이반도와 필리핀 상륙, 싱가포르 함락, 자바섬 장악, 미드웨이 해전, 사이판·레이테섬·이오섬 전투,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 오키나와 사투, 도쿄 공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천황 항복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의 상승과 쇠망 그 연대기를 모조리 기록했다. 장장 ‘15년에 걸친 아시아에서의 세계대전사’인 셈이다.

    출판사 서평

    왜 지금 태평양전쟁인가

    태평양전쟁은 비록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기는 했지만 우리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수십만 명의 조선인이 군인과 노무자로 징용되어 머나먼 남방 전선으로 끌려갔으며 젊은 여성들은 소위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또한 미 육군 제100보병대대 ‘니세이 부대’의 소대장이었던 김용옥 대령처럼 미군으로 복무한 조선인이 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광복군이 OSS 극동지부의 도움을 받아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했다. 전쟁 말기에는 한반도 상공에 미 폭격기들이 나타나고 폭탄이 떨어지기도 했으며 치스차코프 상장이 지휘하는 소련군 제25군 6개 사단 15만 명이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를 침공해 일본군과 짧은 전쟁을 벌였다.
    진주만 기습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독립 청원 운동에 나섰다. 그 노력의 결실로 1943년 11월 카이로 회담에서 처음으로 조선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었다. 어떤 이들은 열강들이 말로만 조선 독립을 운운했을 뿐이라며 카이로 선언의 의미를 축소하기도 하지만 오키나와, 타이완처럼 중국이나 일본의 일부가 아닌 당당한 독립 국가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일본이 마지막까지 조선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만약 카이로 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을 못 박아 두지 않았더라면 조기 종전의 압박을 받고 있었던 트루먼 행정부는 조선을 일본 영토로 인정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태평양전쟁의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 등 중요성에 비해 ‘통사’는 한 권도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태평양전쟁을 다룬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아무리 우리 사회가 전쟁사 불모지대라고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서 영국의 명망 있는 군사 역사가인 존 키건 교수의 책을 비롯해 권위 있는 전문 서적들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대표적인 마이너 분야로 꼽히는 독소전쟁에 대해서도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전쟁사 1941~1945』, 앤서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등 몇 권의 책이 나와 있다. 반면 태평양전쟁과 관련해서는 가토 요코 교수의 『왜 전쟁까지』를 비롯해 주로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패망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거나 일본 군인들의 수기가 대부분이고 막상 전쟁 전반을 다룬 통사는 단 한 권도 없다. 기껏해야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단락을 차지해 간략하게 설명할 뿐이다. 우리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태평양전쟁이 어째서 그토록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게 치부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의 번역 출간은 큰 의미가 있다.
    저자인 존 톨런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이자 역사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여러 저서 중에서 『6·25전쟁(전2권)』과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전2권)』은 국내에도 이미 출간되어 있다. 톨런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일본 제국 패망사』는 일본이 진주만 기습을 일으키기까지의 복잡했던 과정과 주요 전투, 그리고 패망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유의 필력과 세밀한 묘사, 흥미진진한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질 줄 알면서도 ‘요행’을 바란 무모한 전쟁

    태평양전쟁은 기묘한 전쟁이었다. 캘리포니아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나라가 무엇 때문에 진주만을 공격했고 열 배는 더 강한 적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단 말인가?
    실제로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300만 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이 죽었으며 원자 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까지 얻어맞은 끝에 백기를 들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본 지도부도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히틀러 또한 소련을 공격했다가 전세가 역전되면서 결국 패망했지만 어디까지나 소련의 역량을 오판했기 때문이지 처음부터 천운을 걸고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히틀러는 물론이고, 참모총장인 할더를 비롯해 독일군 수뇌부와 미국, 영국조차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반년 안에 소련이 항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반면 일본은 정반대였다. 연합함대 사령관이자 해군의 실질적인 총수였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 대장이 대미 개전을 앞두고 고노에 총리가 미국과 전쟁을 했을 때 얼마나 승산이 있냐고 묻자 “처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우세하겠지만 그 뒤는 장담할 수 없다”라면서 전쟁을 반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야마모토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싸움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것이 해군의 속마음이었다. 오랫동안 태평양에서 미국과 경쟁했던 이들로서는 누구보다 미국의 역량이 얼마나 거대한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쟁의 주역으로서 가장 강경해야 할 해군이 시작하기도 전에 꼬리부터 내리는 판이었다. 해군 군령부 총장 후시미노미야 히로야스 친왕은 천황에게 “준비가 부족하니 경솔하게 전쟁에 나서면 안 된다”고 보고해 육군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 수뇌부 역시 앞에서는 기세등등하게 호전적인 말을 일삼으면서도 막상 뒤로는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보고 책임을 떠넘겼다. 해군은 해군대로 에둘러 얘기할 뿐, 육군 앞에서 우는소리를 할 수 없다는 자존심을 내세워 확실하게 “이 싸움은 승산이 없다”고 잘라 말하지도 못했다.

    국가 전체의 판단능력 마비

    군부의 입장이 싸우자는 것도, 싸우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보니 일본 내각은 근 1년 동안 대미 개전을 놓고 지루한 논쟁을 벌였다. 그 한심한 작태를 보다 못한 천황이 황실의 전례를 깨고 군부의 모호한 태도를 질책하면서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명령할 정도였다. 또한 이들의 속내에는 동맹국인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하는 마당에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재빨리 전쟁에 끼어든다면 그 승리에 편승해 한몫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회주의적인 욕심도 깔려 있었다. 전쟁에는 자신이 없지만 욕심은 버릴 수 없고 독일이 있는 이상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에 국가 전체의 판단능력이 마비된 셈이다.
    패전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전쟁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물론 여기서의 비판과 반성은 주변국에 대한 침략 전쟁과 전쟁 범죄가 아니라 질 것이 뻔한 이런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결딴낸 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였다. 일본군으로 복무해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참전 수기에서 자신들이 몸소 체감했던 일본군의 수많은 병폐와 모순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이런 모습은 똑같이 전쟁에는 졌지만 자신들의 군대가 세계 최강이었음을 은근히 자부하는 독일 참전 군인들의 회고록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나치 시절의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하고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들의 표를 의식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걸핏하면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아 제 무덤을 파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까지 나섰다. 전후의 수많은 ‘반쪽짜리’ 반성조차 별다른 깨달음을 주지 못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

    존 톨런드의 『일본 제국 패망사』의 원제는 “The Rising Sun”, 즉 “떠오르는 태양”이다. 일본 욱일기의 상승하는 의미를 패전과 패망이라는 하강하는 이미지와 중첩시켜 역설적 효과를 노린 표현이다. 한 편의 장대한 비극드라마를 감상하려는 ‘미학적’인 자세도 읽힌다. 서양인의 눈에 동양의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 자존심, 자기희생과 기이한 욕망 등이 자못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어판에서는 그런 감상적인 태도는 배제하고자 했고 원서의 부제에 해당하는 것을 제목으로 삼았다. ‘일본 제국의 쇠망’이라는 부제가 바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 책의 특장점은 첫째, 전쟁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한 통사적 구조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전모를 낱낱이 꿸 수 있다.
    둘째,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관련 인물들의 적극적 협조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 기록을 보여주고 인터뷰를 통해 교차·확인했다.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일본의 전쟁 관련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하듯이 당시를 증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현장감과 박진감은 이들의 생생한 기억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셋째, 전쟁 당시 도쿄 최상층부에서 수많은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듯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전회의와 연락회의의 기록들, 타다 남은 부분으로 추정되는 고노에 전 총리의 일기, 육군 원수 스기야마 장군의 1000페이지짜리 메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천황의 최측근이었던 기도 고이치 후작, 천황의 막냇동생인 미카사 친왕, 진주만 공격과 미드웨이 해전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구사카 류노스케 제독, 도조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였던 사토 겐료 장군 등이 자발적으로 불행한 과거에 대해 오랫동안 저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이 책은 전쟁을 한 편의 드라마로 묘사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필요한 것은 사건의 플롯과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다. 특히 태평양에서 벌어진 해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압권이다. 미군의 상륙작전과 이에 맞선 일본군의 처절한 옥쇄공격의 전개과정을 읽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목차

    머리말

    제1부 전쟁의 뿌리

    제1장 게코쿠조
    제2장 루거우차오를 향해
    제3장 그렇다면 전쟁은 절망적이겠군

    제2부 잔뜩 찌푸린 구름

    제4장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라
    제5장 운명의 메모
    제6장 Z 작전
    제7장 이 전쟁은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

    제3부 반자이!

    제8장 우린 뒤돌아보지 않는다
    제9장 우리 앞에 놓인 험난한 세월
    제10장 헛된 희망과 확실한 패배를 위해
    제11장 자비는 전쟁을 더 길어지게 만들 뿐이다
    제12장 부끄럽지는 않아도
    제13장 전세가 역전되다

    제4부 죽음의 섬

    제14장 슈스트링 작전
    제15장 녹색 지옥
    제16장 나는 1만 명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
    제17장 싸움이 끝나다

    제5부 힘을 모으다

    제18장 생쥐들과 인간의 연합
    제19장 마리아나 제도를 향해
    제20장 칠생보국하리!

    제6부 결전

    제21장 정신을 잃지 말 것
    제22장 레이테만 전투
    제23장 브레이크넥 능선 전투
    제24장 괴멸

    제7부 쓰라린 결말 너머

    제25장 절호의 기회
    제26장 불 꺼진 지옥 같이
    제27장 에도의 꽃
    제28장 최후의 돌격
    제29장 철의 태풍
    제30장 패잔병

    제8부 1억 총옥쇄

    제31장 평화를 찾아서
    제32장 당신이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떤 결정이 아닙니다
    제33장 히로시마
    제34장 ……그리고 나가사키
    제35장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제36장 궁성 반란
    제37장 학의 목소리

    에필로그

    감사의 글
    감수자 말
    출처
    주석

    본문중에서

    나는 각각의 사건이 스스로 말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은 역사에서 단순한 교훈은 없으며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현재로부터 과거를 배울 때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전후 아시아에서 자신들이 보여준 잔혹성을 통해 한 세대 전 일본인이 저질렀던 행위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머리말' 중에서)

    좀더 이상주의적인 젊은 장교들은 황도파에 속한 반면에 육군성의 간부나 영관급 장교들은 통제파를 지지했다. 더 과격한 민족주의자들은 암살에 나섰다. 예를 들면 혈맹단 단원들은 1932년 2월 11일 전후로 ‘부패한’ 정재계 지도자를 적어도 한 명 이상 살해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은 전설에 나오는 여신의 5대 후손인 진무가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천황으로 즉위한 지 2592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 p.59)

    군부에 대한 민간 지도자들의 우위가 미국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면, 일본은 그 반대였다. 메이지 헌법은 내각과 최고사령부로 결정권을 분할했지만, 정치나 외교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군부 지도자들은 거의 언제나 문관 각료들을 무시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사임을 무기로 삼아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부의 영향력은 물러나겠다는 협박 이상으로 막강했다. 군부의 결정권 독점 현상은 전통이나 다름없었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일본을 지배하는 군부의 폭 좁은 사고에 기초한 장군들의, 의도는 좋으나 내용은 부실한 정책이었다.
    (/ p.136)

    다들 용감하게 말했지만 실내에는 갈수록 절망적인 분위기가 번져나갔다. 또 스기야마 스스로는 외교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하라 추밀원 의장이 협상에 관해 질문하자 도조는 미국인들이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고 대답했다. “미국은 단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협상에서 일본의 양보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중국 내의 군대 주둔 문제라고 말한 그는 좌절감이 밴 말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다. “우리는 1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고 유가족들이 사별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또한 4년간 고난을 겪고 수백억 엔의 비용을 들여가며 100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군대가 철수한다면, 중국은 일본에 맞서 반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만주와 조선, 타이완까지 차지하려 할 것입니다.”
    (/ p.231)

    시대가 악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폭발한 유럽의 사회경제적 문제 그리고 공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거대한 혁명적 이데올로기의 출현만 아니었다면, 일본과 미국이 전쟁으로 내몰리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파죽지세의 위력을 보여주는, 때로는 제휴하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공산주의와 파시즘, 이 두 개의 힘이 궁극적으로 11월 26일의 비극을 불러왔다. 분명 미국은 중국을 위해서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일본이 히틀러 및 무솔리니와 손잡고 세계 정복을 시도해 미국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게 만들 거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후의 비극은 앵글로색슨 국가가 일본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일본이 히틀러와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동맹은 명목상의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 싸울 필요가 없었던 전쟁을 하게 된 이유는, 상호 오해와 언어소통의 장애, 오역 그리고 이밖에 일본의 기회주의와 ‘게코쿠조’, 불합리, 명예욕, 자부심, 공포, 미국으로서는 인종적 편견과 불신, 동양에 대한 멸시, 강직성, 독선, 명예욕, 국가적 자부심과 공포 같은 요소 때문이었다.
    (/ p.253)

    “저들이 왜 은종이를 떨어뜨리는 거지?” 누군가가 물었다.
    “저건 은종이가 아니라 빌어먹을 일본 놈들이라고!” 그때, 질주하는 화물열차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
    비행장 맞은편 끝에서 제20추격비행대대장이 외쳤다. “하느님 맙소사, 저기 놈들이 오잖아!” 조지프 무어 중위는 자신의 P-40B 전투기를 향해 달려갔다. 전 대원 6명이 그의 뒤를 따르는 가운데 무어 중위는 조종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공중으로 날아오른 다음 멀리 선회하고 최대 출력으로 상승을 시작했다. 다른 두 명도 이륙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4대는 폭탄을 맞았다.
    (/ p.379)

    기함 ‘아카기’호는 절망적이었다. 불꽃이 함교의 창문을 핥듯이 날름거렸다. 사방이 시끄러운 가운데 구사카는 나구모를 향해 “다른 배로 옮겨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나구모는 거절했다. 구사카는 더 이상 배를 조종할 수 없고 통신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나구모는 “괜찮아”란 말만 계속 반복했다. 수천 갤런의 연료에 불이 붙으면서 불길은 갑판 밑으로 번졌다. 격납고에 보관한 어뢰들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 p.536)

    22세인 도쿄 출신 아오키 야스노리 소위는 “비행기 한 대로 한 척의 군함을”이라는 구호를 믿었다. (…) 자원병들은 9미터 고도에서 물 위를 스치듯 날다가 관제탑 높이로 올라가 발포하는 훈련을 했다. 이들은 몸집이 크고 느린 2인용 훈련기인 시라기쿠(흰 국화)를 조종했다. (…) 추가 연료 탱크가 조종실 안에 묶이고 250킬로그램짜리 폭탄이 양쪽 날개에 고정됐다. 자신의 비행기를 둘러보면서 아오키는 이 비행기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갈 비행기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 p.1083)

    저자소개

    존 톨랜드(John Tolan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2~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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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위스콘신 주 라크로스에서 태어났다. 엑시터컬리지, 윌리엄스컬리지에서 수학했으며 예일드라마스쿨에 다니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에서 복무했다. 일찍이 극작가의 꿈을 안고 부랑자로 떠돌아다니며 이를 소재로 몇 편의 연극을 썼다. 하지만 단 한 편도 공연작으로 채택되지 못했으며, 작가로 활동한 이후 이 시기를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참담한 실패”의 기간이라 회상했다. 여섯 편의 소설집과 스물여섯 편의 연극 그리고 백여 편의 단편 소설을 썼지만 얻은 것은 《아메리칸매거진》에 실린 한 편의 단편 소설과 165달러의 원고료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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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문학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고려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강의했고,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소설의 이론》 《현대소설의 이론》 《수레바퀴 아래서》 《사고의 오류》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유럽의 명문서점》 《최고들이 사는 법》 《하버드 글쓰기 강의》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슬로우》 《단 한 줄의 역사》 《마야의 달력》 《두려움 없는 미래》 《에바 브라운 히틀러의 거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저먼 지니어스》 《미국, 파티는 끝났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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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블레즈 파스칼 대학·클레르몽페랑 제2대학교대학원에서 불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21세기 자본]의 불어 감수를 맡았으며, 옮긴 책으로 [애프터 피케티] [특이점의 신화] [산 아래 작은 마을] 등이 있다.

    권성욱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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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지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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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울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전쟁사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책을 섭렵했다. 그중에서도 근현대 전쟁사가 전문 분야이며, 이를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크고 작은 전투의 세부 사항에서부터 국제 정치와 군사 전략에 이르기까지 숲과 나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국내 최초로 중일전쟁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중일전쟁: 용, 사무라이를 꺾다 1928~1945]가 있다. 네이버 최대 군사 카페인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의 스태프를 맡고 있고, 울산에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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