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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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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현대 의학의 장밋빛 약속과
    건강 열풍의 진실을 파헤친다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으로 긍정 이데올로기, 저임 노동, 화이트칼라 몰락 등 현대 사회의 병폐를 고발해 주목받았던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현대인의 새로운 풍속이 된 '건강 열풍'의 숨은 진실을 폭로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안내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을 잘 절제하고 생활방식만 잘 관리하면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헬스 케어와 웰니스 산업은 때로는 건강과 젊음을 돌려주마고 유혹하며, 때로는 불안을 조장하거나 협박하며, 자신들이 제시하는 규칙과 조언만 잘 따르면 누구나 '성공적 노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노화를 질병이자 적으로 규정하면서 온 사회가 건강과 장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도록 부추기는 이들의 주장과 근거가 과연 옳은지는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병원과 의료계 현장으로 뛰어들어 현대 의학이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 예방 의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정말인지 샅샅이 돌아본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업계를 찾아 안티에이징의 비법을 제공한다는 그들의 프로그램과 제품이 실제로 효력이 있는지 살핀다. 실리콘밸리로 파고들어 바이오 해킹과 마음 근육 단련으로 영생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꿈이 실현 가능한지 따진다. 그리하여 이 모든 산업과 열풍의 근간이 되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과연 사실인지 검증한다. '언제부터 생로병사가 이토록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일이 되어 버렸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이로움과 경외감을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출판사 서평

    o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o 포드재단 상, 구겐하임 상, 에라스무스 상 수상자
    o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저자 최신 역작


    몸과 마음의 완벽한 통제를 약속하는 헬스 케어 산업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을 통해 긍정 이데올로기, 저임 노동, 화이트칼라 몰락의 실태를 고발해 "거짓 신화 파괴자(myth buster)" "베테랑 진실 폭로자(veteran muckraker)"라는 명성을 얻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병폐에 매스를 들이댄다. 이 책 《건강의 배신》에서 에런라이크는 현대 의학의 장밋빛 약속과 건강 열풍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 신랄히 비판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더 깊은 통찰로 우리를 이끈다.
    지금 우리는 전통의학에서든 대안의학에서든 '자기절제'라는 목표를 추구하라고 독려하는, 혹은 '생활방식'만 잘 관리하면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에런라이크는 아마추어 사회학자로서 '영세 산업' 수준이던 미국의 헬스 케어 시스템이 연간 3조 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이토록 거대해진 헬스 케어 산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까? 장애로부터의 자유? 안전한 출산? 그것은 무엇보다 '장수'를 약속한다. 다시 말해 이 산업은 통제, 정부나 사회 환경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몸만은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과 체형을 탐욕스럽게 통제하려 들며, 그런 모든 시도가 실패하면 외과적 도움마저 받으려 한다. 또한 우리는 생각과 감정에도 다양한 관심을 기울이며 조작하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을 듣고, 나이를 먹으면 명상에서 심리치료까지 수많은 감정 통제법을 접하며, 더 나이 들면 두뇌 훈련 게임으로 지능을 유지하라고 권유받는다.
    우리 모두는 당연히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가'다.

    이윤 추구와 건강 염려증이 낳은 과잉 진단의 덫
    건강검진은 병을 '조기에' 발견해 '쉽게' 치료해 주는,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위대한 약속이다. 어쩌면 이러한 예방 조치들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연장된 삶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기 십상이다. 현재 예방 의학은 대개 생명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이는 당사자가 비의료적으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요구해도 결국은 중환자실 병상에서 케이블과 튜브에 속박된 채 삶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과잉 진단이란 '유행병'이 돌고 있다. 검사와 검진에 대한 강박적 집착의 한 요인은 이윤이다. 의사, 병원, 제약 회사는 어떻게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까? 충분히 많은 검사와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틀림없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진단하거나 최소한 추가 검진이 필요하게 만든다. '건강 염려증'에 걸린 일반 소비자들 역시 이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지난 20여 년간 '환자 권익 보호'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수십 가지 질병을 '브랜드화'하고 검진 필요성을 홍보했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가 50세 미만 여성에 대한 정기 유방 조영 검사 권고를 철회하고, 전립선암 검사를 사실상 권고하지 않기로 했을 때, 이런 단체와 관련자들은 항의 성명을 내고 검사를 받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골다공증은 병이 아니라 35세 이상 여성은 거의 겪는 일반적인 노화 현상이며, 유방 조영 검사는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일한 환경 요인인 전리방사선을 쏘아대고, 치과에 가면 으레 엑스레이로 다량의 방사선을 입에 쏟아붓는다. 갑상선암은 과잉 진단이 특히 심한데 21세기 초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여성들이 받은 갑상선암 수술 중 70~80퍼센트는 불필요했으며 한국의 경우는 9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이에 저자는 예방 의료 거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료화된 죽음'이라는 고문에 반대할 뿐 아니라 '의료화된 삶'을 받아들이는 것도 거부한다. 죽기에 충분한 나이가 됐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성취이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자유는 축하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의학이 과학에 근거한다는 증거는 있는가
    현대 의학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가정 덕분에 권위를 지닌다. 의료계는 자신들이 과학에 근거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의료 사업의 독점권을 획득했고, 오랫동안 '사이비과학'이라고 알려진 대안의학이 자신들의 경계를 침범하는지 철저히 감시함으로써 독점권을 계속 유지했다. 특히 20세기 후반 들어 모든 것이 통계적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증거기반 의학'이 대두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무엇에 근거해 왔던 것일까? 경험, 습관, 직감, 아니면 명성 또는 지위였을까? 저자는 오늘날의 검사 대부분이 사실상 이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예컨대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전립선암 검진에서도 사망률 감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5년 미국의 연례 건강검진 비용은 무려 10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이 역시 40여 년 전부터 '증거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어떤 의사는 "근본적으로 무가치하다"라고 밝힐 정도가 되었다. 한 의사는 과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렇게 하라고 배웠어요. 환자들도 그렇게 하리라 예상하도록 길들여져 있죠."
    그런 점에서 원시 부족의 치유 의례와 현대 서구 의학의 처치는 유사하다. 의료 행위 역시 특정 장소에서 이뤄지고, 흰 가운과 마스크 같은 특정 의상을 입은 채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는 물건들을 조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실행된다. 예를 들어 산모는 보통 관장과 음모 제모를 하고 반듯이 누워 다리를 넓게 벌린 자세를 취한다. 엄밀히 말해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금지되어야 할지 모르는 이 방식이 왜 여전히 실행되고 있을까? 한 인류학자는 이를 '의례'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배의 의례로, 이를 통해 여성이 스스로를 무력하고 비천하며 불결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산모는 이런 일을 겪고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빈곤층이거나 노동자 계급에 속한 남성 역시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 엘리트층이었다. 남녀 불문하고 환자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때로는 굴욕적인 위치에 놓인다. 이 의료적 의례의 기능은 '사회적 통제'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의료 기관이야말로 '교육받은 엘리트'가 지배하는 거대한 사회 통제 시스템을 대표한다고 보았다.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피트니스와 웰니스 산업의 실체
    20세기 들어 의학은 노화를 생명 주기의 정상 단계가 아닌 질병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노화에는 아무런 치료법이 없었다. 진실은, 수명 연장에 따른 대가는 인생 말년에 높은 비율로 장애를 겪게 된다는 것이며 여기에는 그 어떤 하자 보증도 없다. 그러나 웰니스 산업은 무수한 약속들을 남발하는데, '나이를 거스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이를 되돌려 주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한다. 젊은 얼굴은 모든 연령대에서 웰니스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건강하고 날씬해야 하며,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집요해진다. "어쨌든 달려라. 달릴 수 없다면 걸어라. 계속 움직여라." 이제 운동은 노동의 한 형태, 공장 노동자의 작업을 감독하는 일과 비슷하며, 심지어 일종의 도덕적 전투가 된다.
    무병장수, 즉 '성공적 노화' 개념에서 핵심은 노화 자체가 비정상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 '폭력과 침해'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 각자에게 개인적인 책임이 있다. 이전까지의 삶(과로, 유전적 결함, 가난)이나 물리적 요인(재산, 교통수단, 사회적 지지)은 신경 쓸 필요 없다. 피트니스 트레이너나 성공적 노화 전문가의 도움 외에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조언은 제각각이며 대개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지금까지 유행한 어떤 피트니스와 다이어트도 노화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피트니스에 대한 집착에는 어둡고 위험한 면이 있다.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데도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피트니스를 '도덕적 의무'가 되게 만든 것은 건강보험의 존재였다. 즉 아프거나 과체중이거나 혹은 건강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 혐오와 분노의 대상이 된다.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다는 계급적 고정관념에 따른 도덕적 책임론이 새롭게 확산되었다. 즉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지방이 많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보다 나은 사람들은 기름기 없는 쿠키나 무지방 우유를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초 가난한 백인들의 사망률이 갑자기 증가한 데서 보듯 이는 개인의 책임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며, 그보다는 가난 자체가 수명을 줄인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실리콘밸리의 '마음 챙김' 앱
    지난 10년간 주의 집중 능력 저하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실리콘밸리는 이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았는데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종교, 즉 불교였다. 2010년대에 이는 '위즈덤 2.0'이라는 연례 콘퍼런스를 통해 공적 운동이 되었으며 이 지혜는 '마음 챙김'으로 알려졌다. 이 운동은 사업화해 CD, 팟캐스트 파일, 앱까지 출시됨으로써 유망한 산업으로 변모했다. 현재 시판 중인 마음 챙김 앱은 500개가 넘는다.
    마음 챙김은 지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뇌의 '신경가소성'을 증진하거나 유도한다. 신경가소성은 과학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신경 조직의 고유한 특성일 뿐이다. 몸을 바이오 해킹해 '영생'을 꿈꾸던 테크놀로지 업계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솔루션으로 마음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4년의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상 프로그램은 스트레스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육 이완, 약물 치료, 심리 치료와 같은 다른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밝혀졌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마음 챙김이 '근육으로서의 마음이라는 은유'에 근거한다고 본다. 만약 의식적인 노력으로 뇌를 '재조각'할 수 있다면, 마음 챙김은 운동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인기 많은 어떤 마음 챙김 앱은 '마음 헬스클럽 회원권'이라고 광고한다. 구글에 '내면 탐색'이란 마음 챙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설한 차드-멍 탄은 이것을 "마음을 위한 피트니스 "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은 조화로운 기계인가
    웰니스 산업에 공통된 주제, 하나의 철학이 있다면 '홀리스틱(holistic)'이 파생되어 나온 '전체론(holism)'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몸과 마음, 영혼, 식습관과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살아갈 힘을 되찾기 위해서든, 그저 몸무게 몇 킬로그램을 빼기 위해서든 최대한 효과를 얻고 싶다면 그 모두가 하나로 통합되도록 조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즉 웰니스란 "개인을 목표를 설정하고, 순조로우면서도 단호하게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언제나 완벽한 자동 수정 기계로 개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통제해 무병장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는, 우리가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단결해 협력하는 '조화로운 기계'라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예컨대 많이 먹는다는 의미에서 '대식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는 미생물 침입자에 맞서 싸우는 전쟁에서 '최전방 방어군'으로 여겨진다. 대식세포는 미생물 침입자를 먹어 치우고 항체의 생성을 돕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대식세포가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식세포는 암세포에 화학적 성장 인자를 제공하고, 종양이 자라는 데 필요한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돕는다. 또 인접 혈관 세포에 구멍을 뚫어 암이 전이되도록 적극 나선다. 세포 차원에서도 전체론에 위배되는 일이 벌어진다. 세포들은 마치 '자유 의지'를 지닌 것처럼 스스로 가야 할 방향과 다음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 양자물리학에서 보듯 세포에서 분자로, 분자에서 원자와 아원자 입자로 차원을 좁혀 갈수록 자발성 수준은 점점 증가한다. 만일 세포들이 살아 있고 몸의 다른 부분, 심지어 유기체 전체에 반해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을 의식적 개입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잘 돌아가는 '전체'가 아니라 미세한 생명체들의 연합 또는 일시적 동맹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비극적 중단이라 여기며 이를 늦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니면 삶은 영원한 비존재 상태의 일시적 중단이며 우리를 둘러싼 경이롭고 살아 있는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짧은 기회라고 여길 수도 있다. 저자는 후자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조화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갈등까지 모두 포괄하는 패러다임이다." 이런 관점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추천사

    이 책은 유쾌하고 통쾌하다. 그렇다고 의학을 적대시하거나 예방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균형 잡힌 비판적 시각이 돋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입에는 쓰지만 우리 사회에 간절히 필요한 보약 같은 책이다.
    - 《가디언》

    현대 사회의 웰빙 열풍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경외심을 담아낸다
    - 《뉴욕타임스》

    영원히 젊게 살겠다는 미련을 버리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즐기라고 조언한다.
    - 《워싱턴포스트》

    우리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거짓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삶의 유한함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고 권한다.
    - 《월스트리트저널》

    신랄하면서도 구체적인 논쟁을 통해, 이 책은 늙어 감과 죽어 감이란 것이 늘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할 정도로 암울한 일은 아니라는 명징하고 평온한 깨달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 매슈 데스먼드 / 퓰리처상 수상자, 프린스턴대 사회학 교수

    에런라이크는 몸과 자아에 대한 오늘날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엎는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구원이다. 결국은 우리가 알아야만 할 것 말이다!
    - 제시카 리스킨 / 스탠퍼드대 역사학 교수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온 사회가 웰니스와 장수에 집착하고 있는 와중에서 독보적으로 분별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또는 어떻게 나이 들고 죽어 갈 것인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 잭슨 리어스 / 럿거스대 역사학 석좌교수

    목차

    INTRODUCTION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CHAPTER 1 의료화된 삶
    죽어도 괜찮을 나이가 된다는 것 | 이윤에 혈안이 된 의료 산업 집단 | 과잉 진단이라는 유행병 | 건강 염려에 중독된 사람들

    CHAPTER 2 의례가 된 의료 행위
    분노를 부르는 피임법, 임신 검사, 과잉 처방 | 의료가 아닌 의례로서 건강검진 | 일반 사회 규범을 어기는 의료 의례 | 여성의 몸을 기계로 인식하는 사람들 |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 통제 시스템 | 의료 의례를 지지하는 의사들의 방어 논리 | 환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CHAPTER 3 과학이라는 허상
    의료는 과학에 근거한 것인가 | 증거기반 의학이란 무엇인가 | 아무런 쓸모가 없는 연례 건강검진 | 지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현대 의학 | 실험 의학에 매료된 의사들 | 의학은 진정한 과학인가 | 무감정한 의사들의 감정적인 호소

    CHAPTER 4 운동에 미친 사람들
    의학에 대한 대안으로서 운동 | 피트니스는 자기도취일 뿐인가 |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 여성에게 몸을 통제한다는 것의 의미 | 계층 신호이자 과시적 소비로서 운동 | 도덕적 의무가 된 건강관리 | 좁아지는 의사들의 입지 | 점점 전투성을 띠는 피트니스 문화

    CHAPTER 5 마음 챙김 광풍
    마음이 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 주의력 결핍이라는 유행병 | 실리콘밸리의 디바이스가 일으킨 문제 | 솔루셔니즘 맹신자들의 꿈 | 마음의 문제를 돈벌이에 이용하다 | 마음 챙김 광풍을 주도한 실리콘밸리 | 마음 챙김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 마음을 물질처럼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의 난점

    CHAPTER 6 도덕적 결함으로서 질병
    건강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가 | 죽음의 도덕적 원인을 찾으려는 사람들 |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는다? |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가난한 백인들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까닭 | 가난과 불안정한 삶 자체가 수명을 줄인다 | 부유한 자들의 호사스러운 취미

    CHAPTER 7 몸, 갈등과 조화의 장
    몸과 마음은 통일된 전체로서 작동하는가 | 전체론과 시스템에 대한 열망 | 환원주의 과학에 대한 비판 | 상호 협력하는 부분들로 이루어진 전체로서 몸 | 몸은 완벽하게 들어맞는 기계인가 | 세포와 조직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 전장 | 몸 안에서 벌어지는 '자기'와 '비자기'의 대결 | 생리라는 지독하고 이상한 사건 | 태아와 모체의 치열한 전쟁 | 갈등하는 몸, 조화하는 몸

    CHAPTER 8 세포들의 반란
    스스로 행동하며 경쟁하는 세포들 | 몸 안의 청소부, 대식세포의 치명적 능력 |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돕는 대식세포 | 암세포와 대식세포의 공모 방식 | 어떤 명령도 따르지 않는 세포들

    CHAPTER 9 아주 작은 마음들
    세포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한다? | 놀라울 정도로 개별성을 띠는 세포들의 행동 | 자신의 생존 전략을 결정하는 바이러스 | 스스로 행동할 능력을 지닌 미세 존재들 | 우리는 운명에 관여하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CHAPTER 10 성공적인 노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조건 | 건강한 장수는 누구나 이룰 수 있는 목표인가 | 수명 연장에 따른 대가 | 젊음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웰니스 비즈니스 |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사람들 | 염증성 노화란 무엇인가 | 면역세포의 임무는 유기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 이 모든 것의 끝은 결국 죽음이다

    CHAPTER 11 자아의 발명
    몸과 마음, 삶을 통제하는 것은 누구인가 | 진정한 나, 자아의 탄생 | 숭배의 대상이 된 자아 | 나의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무엇인가 | 자기 소멸에 대한 불안감 | 세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

    CHAPTER 12 자아를 넘어선 진짜 세상
    자아의 죽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우리 | 자아 이외의 물질세계도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 죽음 앞에서 자아를 억제하려는 노력들 | 자아는 언제든 나를 배반할 수 있다 | 죽은 세상에서 죽을 것인가,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죽을 것인가

    ACKNOWLEDGEMENTS | ENDNOTES

    본문중에서

    나는 몸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관점을 지지하는 최신 과학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몸은 잘 정비된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한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될, 세포의 지속적인 갈등이 일어나는 장소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책의 끝에서(삶의 끝은 아니더라도)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자아라는 것이 조화로 운 몸 안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자아란 무엇인가? 게다가 무엇을 위해 자아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 책에는 수명을 늘리고, 식단과 운동요법을 개선하고, 더욱 건강한 태도를 갖게 해 줄 '실용적' 지침이나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이 책이 몸과 마음을 향한 통제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가에 있다.
    ('Introduction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중에서/ pp.16~17)

    예방 검진으로 외과 수술, 방사능 치료, 생활방식 제한과 같은 고통스러운 치료나 희생이 필요한 질병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쩌면 이러한 조치들이 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 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연장된 삶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현재 예방 의학은 대개 생명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75세 노인이 유방 조영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미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다른 질병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
    검사와 검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윤이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심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의료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나 병원, 제약 회사는 어떻게 해서 본래 건강한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들로 하여금 충분히 많은 검사와 검진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틀림없이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최소한 추가 검진이 필요하게끔 만든다
    ('Chapter 1 의료화된 삶' 중에서/ pp.28~29)

    졸라나 일리치 같은 비판적 사상가들에 따르면, 의료적 의례의 기능 중 하나는 '사회적 통제'다. 의료 현장에서의 만남은 흔히 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드러내며 이루어진다. 지난 수십 년간 이민자 출신 의사와 여성 의사가 늘긴 했지만, 의사는 대체로 교육받고 부유한 백인 남성들일 가능성이 크며, 환자가 그들과 만날 때는 옷을 벗거나 자기 몸에 있는 구멍에 무언가를 삽입하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등 복종 행동(submissive behavior)을 취하도록 요구받는다. 이는 강제 알몸 수색처럼 형사 사법 체계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같은 것으로, 당하는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 주려는 의도는 눈곱만큼도 없는 행위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의사와 환자는 마치 중국 황제를 알현할 때 머리를 조아리며 존경을 표현하는 고두(叩頭)와 흡사한, 지배와 복종의 의례를 재연하고 있다.
    ('Chapter 2 의례가 된 의료 행위' 중에서/ p.47)

    환자에게 시행되는 것은 무엇이든 통계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개념, 즉 '증거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도발적인 명칭은 곧바로 이런 질문을 낳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무엇에 근거해 왔는가? 경험? 습관? 직감? 아니면 전통적으로 의학은 '증거기반'이 아니라 '명성기반(eminence-based)'인, 그러니까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명성 및 제도적 지위에 기초한 것이었나?'
    그간 몇몇 의료 전문가들이 내게 강요했던 검사의 대부분은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유방 조영 검사를 예로 들어 보자. 수전 코멘 재단 같은 유명 유방암 단체들이 끊임없이 주장해 온 일반적 통념에 따르면, 연례 유방 조영 검사를 통한 유방암 조기 발견이 발병 후 5년 생존율을 급격히 높여 준다. 하지만 대규모로 반복해서 이루어진 국제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여성이라면 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유방 조영 검사에서 발견된 작은 점은 본격적인 암으로 발전되지 않을 공산도 컸다. 검진에서 발견돼 의사들이 치료하고 있는 것은 종종 진행이 아주 느리거나 비활성 상태인 종양이었고, 어떤 것은 '유관상피내암'처럼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는 비침윤성 질환이었다.
    ('Chapter 3 과학이라는 허상' 중에서/ p.58)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직업 경력을 설계할 수도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몸만은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그리고 우리의 근육 에너지가 소비되는 방식 말이다. 피트니스 산업의 개척자인 짐 픽스는 《달리기에 관한 모든 것》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회와 정부, 일, 결혼, 교회를 비롯한 많은 것들에 대한 믿음을 잃은 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믿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자기 견습생이 한 말도 인용한다. "달리기는 내 삶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줘요."
    운동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중대한 불의와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적어도 나 혼자서, 혹은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레그 프레스 머신의 무게를 20파운드 올리겠다고, 몇 주 안에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한때는 내게 너무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던 헬스클럽이 이제는 내가 확실하게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 되었다.
    ('Chapter 4 운동에 미친 사람들' 중에서/ p.82)

    비즈니스 세계에서 '마음 챙김'에 정당성을 부여하도록 만든 건 분명 실리콘밸리였다. 만약 그것이 제너럴 밀스에서 처음 뿌리 내렸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얻은 것과 같은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너릴 밀스가 취급하는 제과류는 디지털 기기가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지위와 명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실리콘밸리는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최고 두뇌들'의 본거지이자 '전 세계 혁신의 중심지'이며, 금융위기 이후 잠시 주춤해진 월스트리트를 대체할 새로운 '세계의 지배자'이다. 마음 챙김의 뿌리는 고대 종교에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것으로 확립해 준 것은 바로 실리콘밸리의 승인이었다.
    ('Chapter 5 마음 챙김 광풍' 중에서/ pp.117~118)

    부유층이 매일 통곡물 섭취와 운동 등 건강한 삶을 위한 최신 처방을 충실하게 따르려고 애쓴 반면, 부유하지 않은 계층은 대부분 입에서 맛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을 먹으며 담배를 피우는 등 과거의 편안하고 건강하지 못한 생활방식에 빠져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 계층이 건강 열풍에 반감을 가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헬스클럽 회원권은 너무 비쌌고, '건강식'은 대체로 '정크 푸드'보다 비쌌다. 그러나 계층이 분화함에 따라, 하위 계층은 제멋대로이며 불건강하다는 새로운 고정관념이, 그들은 제대로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과 재빠르게 결합했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 지지자로서 강연을 하다가 이러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부유한 청중들은 블루칼라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비참할 정도로 낮은 임금에 대해 동정적으로 혀를 차면서도, 종종 '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보지 않는지', 예를 들어 왜 담배를 피우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보통 그들에 대한 비난으로 물든다.
    ('Chapter 6 도덕적 결함으로서 질병' 중에서/ p.134)

    생물학에서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다소 편향된 생각은 낙관적이며 심지어 유토피아적이기까지 하다. 우리의 몸은 환경―혹은 적어도 우리의 먼 선조들이 직면했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으며,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존재한다. 굴드와 르원틴은 진화생물학을 비판한 글에서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 나오는 한없이 낙천적인 교수 팡글로스를 언급했다. 소설 속의 팡글로스는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서 최선인' 이 세상에서 만물은 가장 좋은 방향으로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몸을 '기능적' 관점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몸의 모든 부분과 하부 단위들은 조화롭게 작용하며, 심지어 전체로서의 몸이 요구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학창 시절 생물학을 처음 접한 방식이다. 이때 생물학이란 이상적으로 기능하는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연구이며, 그 안에서 질병이나 죽음은 실망스러운 일탈일 뿐이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서 최선인 이 세상에 사는 모두가 건강한 것은 아니다. 질병과 죽음이라는 일탈은 언급하지 않기에는 너무 흔하며, 그냥 무시해 버리기에는 너무 극적이다.
    ('Chapter 7 몸, 갈등과 조화의 장' 중에서/ pp.163~164)

    몸속의 개별 하부 단위인 세포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면, 언제든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이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들 중에는 자신이 품고 있던 태아의 세포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 '키메라' 혹은 다른 개체가 섞여 있는 존재가 되는 셈이다. 또한 배아가 임의로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달라붙는 경우가 모든 임신 가운데 1~2퍼센트 정도 되고, 이는 엄마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하게는 유방암세포가 뇌에 침입하기 위해 자신을 신경세포로 '위장'한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는 몇몇 세포들, 그리고 소규모 세포 그룹들에서 이러한 자기주장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놀라서는 안 된다. 자가면역 질환은 분명히 다른 인체 세포에 대한 면역세포의 자발적인 공격을 수반한다. 그리고 암은 단일 세포 혹은 소규모 세포 그룹에서 시작되는 맹렬한 '생활권' 쟁탈전이다.
    ('Chapter 8 세포들의 반란' 중에서/ pp.183~184)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세포의 의사결정이란 "유전적 혹은 환경적 차이와는 무관하게, 세포들이 서로 상이하고 기능적으로 중요하며 물려줄 수 있는 운명을 떠맡는 과정이다." 해석하자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대식세포나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세포의 가장 일상적인 의사결정 중 하나는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이냐다. 여기서 우리 인간들은 광범위한 일반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이나 반대로 그들을 유인하는 물질을 향해 움직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일반적인 소견이다. 이제는 생체 현미경 같은 신기술로 살아 있는 조직 안에 있는 각 세포들의 행태를 추적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해서 산출된 영상은 세포들이 놀라울 정도의 개별성을 띤다는 걸 보여 준다. 우리가 샘플용 세포 그룹 안에서 평균적인 움직임을 추산하고자 할 경우, 대부분의 세포들이 바로 그 평균과는 거리가 먼 경로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종양 속 암세포는 '극단적인 다양성'을 보인다. NK세포는 대식세포처럼 미생물 같은 표적을 공격하지만 늘 죽이는 건 아니다. 2013년의 한 논문에 따르면, NK세포들 중 약 절반가량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며, 아주 소수만이 인간 관찰자들이 말하는 '연쇄 살인마'가 된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공격하는 T세포는 또 다른 유형의 면역세포다. T세포들의 움직임은 특히 관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Chapter 9 아주 작은 마음들' 중에서/ pp.200~201)

    만약 아무런 장애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영생이야말로 분명 더 매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로 대표되는 인구통계학적 극소수들 외에―생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그 누구도 간병인이 먹여 주고 '볼일을 도와줘야' 하는 생명 연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다 겸손하게 말하자면, '성공적 노화'의 목표는 종종 생애 마지막 몇 년간의 '병적 상태를 줄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른 말로 하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산 뒤 빠른 시간 내에 죽는 것이다. (…)
    하지만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다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죽는다는 목표는, 말하자면 눈사태나 고산병의 개입 없이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불길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자 취하는 모든 조치들―욕구를 박탈하며 온갖 노력을 들이는 것―은 손상된 신체와 굴욕적인 장애를 안고 더 오래 살게 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뿐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폴라 스팬이 지적했듯, "수명 연장에 따른 대가는 인생 말년에 높은 비율로 장애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 어떤 하자 보증도 없다.
    ('Chapter 10 성공적인 노화' 중에서/ pp.219~220)

    우리 시대에 '자존감'이라는 말은 매우 종교적인 속성을 띠기까지 한다. 우리는 자신을 '믿고',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에게 진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배운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그 누가 우리를 사랑하겠느냐는 것이다. 20세기에 번창하기 시작한 끝없는 '자기계발'적 조언들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라고 명한다. 자신을 충족시키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고, 때로는 자신을 '축하해 주라'는 것이다. 이제 '믿음' 같은 단어들도 종교적 입장을 충분히 연상시키지 않는 가운데, 한 사이트에서는 자신만의 성지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숭배하라'고 권한다. 그 성지에는 사진(아마도 셀카), 좋아하는 장신구들, 그리고 향수, 양초, 향료 같은 '좋은 향기가 나는 물건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자아는 분명 사람들이 숭배하는, 만들어진 신처럼 보일지 모른다. 이는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종교들이 소중하게 모시는 신과 다르지 않다. 자아도 신도 모든 사람들에게 명백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믿음'의 발휘를 요구한다.
    ('Chapter 11 자아의 발명' 중에서/ pp.242~243)

    아마도 우리의 애니미스트 조상들은 엄격한 일신론, 과학, 계몽주의가 지배한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가 잊어버린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계는 생명력 없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활기로 들끓고 있고, 때로는 스스로 행동할 능력과 의도까지 갖고 있다는 통찰이다. 우리가 고요하고 견고하리라 예상할지도 모르는 물질의 중심―양성자나 중성자의 내부―에서도 요동이 일어나며 활기가 넘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는 우주가 '살아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잘못된 생물학적 유비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주는 커다란 빈 공간에서부터 아주 작은 틈새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다.
    ('Chapter 12 자아를 넘어선 진짜 세상' 중에서/ p.262)

    저자소개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1~
    출생지 미국 몬태나주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6,950권

    194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났다.록펠러 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도시 빈민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NGO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나섰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긍정주의를 파헤친 [긍정의 배신], 저임 노동자의 생활을 잠입 취재한 [노동의 배신]으로 불안한 일상 뒤에 도사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포착해 냈다. 2001년, 저임 노동자의 생활을 잠입 취재해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이 미국 내에서 150만 부 이상 팔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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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비영리 공익단체에서 근무하며 번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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