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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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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풍경이 창문을 회복하듯이
    우리는 낯선 평화를 볼 것입니다
    알려진 적 없는 방식으로, 알려진 적 없는 세계를 증명하는 시인의 탄생


    201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유이우 시인의 첫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로 “수식과 수사의 그늘이 사라진 피부 언어” “상상과 풍경의 드넓은 교호 작용”으로 주목을 받았던 시인은 가볍고 탄성 있는 언어를 구사하며 상상과 풍경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시세계를 꾸려왔다. 화려한 수사를 앞세워 대상을 직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 세상의 풍경을 관찰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감정을 쏟아내는 그의 시는 신인으로서의 참신함을 넘어서는 견고한 시 정신과 기발한 언어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벽을 알아내자고/벽에 부딪”(「모서리」)치듯 기존의 언어를 갱신하고 재구성해온 시인은 “사람처럼 구는/바람”(「맹인」)처럼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비행하며 ‘정말 쓰고 싶은 시’를 쓰는 듯하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풍요롭고 무한한 언어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언어에 대한 자의식이 깊은 만큼 말을 부리는 솜씨가 남다르고, 남다른 만큼 그의 시는 낯설다. 기존의 시 문법을 벗어난 과감한 행갈이, 성큼성큼 건너뛰는 행과 행 사이의 여백, 툭툭 던져놓는 듯한 감각적인 문장들, 상식을 뛰어넘는 모호한 단어의 조합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에게 나무라고 하고/나무에게 새라고”(「놀이」) 불러보는 시인은 “다른 사람인 듯 자신을 여”(「그 자신의 여름」)기며 마치 놀이하듯 세계를 뒤집어보고 사물의 내면을 촘촘히 파고들어간다.

    유이우의 시를 읽다보면 마치 “해석되지 않는”(「구멍」), 해석할 수 없는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세상을 억지로 풀거나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어쩌면 세상과 우리의 ‘정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무가 비키지 않으면 세상이 나무를 돌아”(「비행」)가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시인이 펼쳐 보이는 낯선 풍경은 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진짜 모습일는지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알려진 적 없는 방식으로 알려진 적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드러내는”(김소연, 추천사) 이 재기발랄한 젊은 시인의 첫 시집에서 우리는 “풍경이 창문을 회복”(「창문」)하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다른 세계와 “완전히 다른/좋은 날들이 계속되”(「이루지 못한 것들」)는 삶을 경험하는 색다른 경이로움을 맛보게 된다.

    유이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 2014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의 첫 시집이다. 소회를 듣고 싶다.
    : 등단한 지는 5년이 되었지만, 시는 2010년부터 썼다. 원고를 묶는데 지난 9년 동안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 시를 쓸 때는 내가 어땠지, 아, 이 시는 그때 쓰였지. 아 그날…… 하면서 내가 자꾸만 순간이동을 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과 순간이 생각나는 것처럼, 나는 내 삶의 어떤 시간들을 시집 속에 묶어둔 것 같다. 나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날들을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게 되었다. 9년 전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시집은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이다.

    - 등단 후 첫 시집을 내기까지, 생계와 시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시인의 생활이 궁금하다.
    : 회사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지금은 주말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소한의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내가 시인인 것을 세분 정도가 아는데, 그중 한분이 “그래도 본인이 선택한 삶이잖아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선택하지 않았어요. 선택할 수도 없었고…… 저는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뿐이에요. 시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거니까요.” 너무 열정적으로 말을 하는 바람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절대 허세는 아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 삶을 여태껏 살았고, 이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노후가 슬슬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늘 넘어가는 편이다.

    -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이 있다면?
    :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없다. 다만, 시의 순서를 배치하면서, 앞의 좋은 시가 뒤의 좋은 시를 죽일까봐 걱정이 됐었다. 순서를 조금만 틀어도 그런 일이 발생했다. 출판사 편집부 분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했고, 그 결과 시집에 어떤 흐름이 생겼다. 나는 고집이 센 편인데, 어쩐지 이번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맞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너무나 감사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일찍 시집을 내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린다.
    : 「층계참」이라는 시인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시를 쓰기 이전부터 나는 층계참이라는 공간에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에테르가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어떤 사건도 없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항상 그 장소를 몸으로 감각하곤 했다. 시를 쓰면 몇번이나 자연스레 층계참의 느낌이 튀어나왔는데, 매번 시가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 그런데 어느날, 그러니까 시를 쓴 지 8년째 되던 해에 갑자기 이 시가 쓰여졌다. 내가 몸으로 감각한 8년 동안의 층계참이 마구 튀어나왔고 나도 놀랐다. 나는 시를 쓸 때 어떤 의도도 갖지 않는데, 그러니까 내 손가락이 쓰고 싶은 대로 가게 놔두는 편이라서, 이 시가 쓰여졌을 때에는 나조차 깜짝 놀랐다. 내 속에 있던 층계참이 드디어 몸 밖으로 나왔구나! 싶었다. 그밖에도 「풍경」이라는 시에 애착이 가는데, 그 시는 낭독하기에 좋아서 좋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많이 읽어주곤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멀리 가고 싶다. 더, 더, 멀리 가고 싶다.

    시인의 말

    버드나무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손을 뻗어도 그 흔들림을 다 만져볼 수가 없다. 만지는 것은 그에게 실례가 될 것이다. 손이 닿으면 나무는 멈추게 된다.

    시가 시에게 가도록 사람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9년 7월
    유이우

    추천사

    유이우는 다른 사람이다. 다르기 때문에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자 다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사람이다. 유이우의 시 역시 다분히 다르다. 우리가 시라고 믿어왔던 요소들은 거의 부재한다. 오래된 믿음을 부정하는 자가 흔히 지녔을 법한 에너지조차 부재한다. 딴 세상을 상상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듯도 하지만, 딴 세상일 리는 없다. 남다른 사람만이 볼 수 있었던,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계를 밝혀놓았다. 유이우는 본다. 보고 있던 것을 쓴다. 다만 남다르게. 오늘 하루를 사는 우리의 진짜 이유를. 그 고요한 기쁨을. 기쁨을 배려하느라 기쁨 속에 있지 않고 멀리에서 쉬면서. 쉬면서 시를 쓰면서. 유이우는 쓰면서 좋았을 것 같다. 쓰면서 더 다른 사람이 되어갔을 것 같다. 더 깊은 사람. 더 좋은 사람. 자신의 삶을 바람직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것 같다. 시가 유이우를 지켜주고 있었을 것 같다. “풍경이 창문을 회복”(「창문」)하듯이, 시가 시인을 회복하고 있는 이 첫 시집. 알려진 적 없는 평화라 부르고 싶다. 알려진 적 없는 방식으로 알려진 적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이 첫 시집을 통해, 우리가 낯선 시를 기다리고 반가워하는 진짜 이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이우가 정말이라면.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듯하게 살 수 없다는 건 더이상 정말이 아니다.
    - 김소연 / 시인

    목차

    창문
    이루지 못한 것들
    옥상 빨래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우기
    맹인
    풍선들
    오래전의 기린 1
    비행
    그 자신의 여름
    모서리
    햇빛
    구구
    구두
    오래전의 기린 2
    모르는 마음
    성장
    어린 우리가
    거실 깨닫기
    층계참
    빌딩
    커다란 새
    조율
    미생물
    침묵에 대하여
    마을
    망치
    지속력
    그 모든 비행기들
    여행
    오래전의 기린 3
    카프카는 카프카에게로 가려고 했다
    속력들
    들판
    비극성
    풍경
    모래
    흐르는 밤
    위로
    초점
    한 개인의 의자
    놀이
    장난
    시선
    전봇대
    소묘
    운명
    잊혀지는 것
    외계
    구멍
    오래전의 기린 4
    전해지지 않는 전할 수 없는 말

    발문|이우성
    시인의 말

    본문중에서

    발자국을 숨 쉬는
    계단이다

    걸음이 떠나면

    언제나 우리의
    흐릿한 박자가 남아 있어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우리들은 자기 자신으로 날아가면서
    창문을 한번 바라보았다
    ('층계참' 중에서)

    자유에게 자세를 가르쳐주자

    바다를 본 적이 없는데도 자유가 첨벙거린다
    발라드의 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넘어지는 자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중에서)

    청바지 같은 하늘 속으로
    기적이 걸어나가지 않아도

    산책이 많은 몸이었습니다

    도착할 거라 믿었던 발도 없이
    우리들은 늘 세상 속이었고

    커지며 사라지며
    세상을
    고요하게

    살아내기 시작했다
    ('햇빛' 중에서)

    나는 점처럼 걸어서
    사람이 되어간다

    그날이 그날 같은 물결 때문에

    그 사람처럼 바라본다면
    바다를 건너고 싶은 얼굴

    개미가 나를 발견할 때까지

    구하고 싶은

    어떤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정말이라면
    ('모래'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47권

    1988년 경기도 송탄에서 출생, 201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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