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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4 인간세 숨어 있는 나무들은 어디서 : 고형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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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소통이라는 위장된 상표의 불통
    과도한 소통의 광고 속에 불통은 삭제되고 있다. 만물은 실용적 친화보다 존재론적 소원(疎遠)의 편에 서있다. 대상들은 쉽게 소통하지 않는다. 거대한 사회조직 속의 무소불위한 소통의 허구는 우리를 더 고독한 세계 속에 가둔다.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인 오늘의 우리를 가차 없이 해체한다.
    “고양이와 개가 소통하더라도 본질적인 소통을 강요할 수는 없다. 번역할 수 없는 것을 번역하는 것과 같다. 소통의 명분과 남용이 정치적 기제로 이용되는 현대는 자신을 잘못 들여다볼 수 있다. 문명의 맹점 밖에 비켜 서있는 곳에 존재와 언어들이 있다. 『인간세』는 안회와 중니, 섭공자고와 안합, 거백옥 등의 전반부 인물과 장석, 남곽자기, 지리소, 광접여 등의 후반부 인물로 구분된다.”('머리말' 중에서)
    3권까지 아름다운 전설과 신화 속을 산책하면서 어떤 이상적 존재론이 제시되었다면, 이제부터 매우 복잡한 주체들이 나타나면서 인간에 대한 본격적 담론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번역된 모든 장자와 고형렬의 장자가 뚜렷하게 차이를 드러내는 것도 여기이고, 그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 재생산되어 온 번역문을 꼼꼼히 살피면서 그 문장의 문제점과 논리적 모순을 짚어내며 ‘원본인 장자’와의 독대를 시도하는 것도 여기다. 장자와 고형렬의 실감나는 독대와 담론은 인간 사유의 새로운 도약임에 틀림없다.

    목차

    머리말 4

    무애(無涯)와 유애(有涯) 12
    전생(全生), 온전한 생이란 34
    포정의 위대한 해우(解牛) 56
    획연향연 주도획연, 소 잡는 소리 83
    모든 소가 보이지 않았다 109
    육체의 깊은 곳을 137
    저의 칼은 십구 년이 되었습니다 159
    여토위지의 출시행 183
    양생(養生), 새로운 생을 얻다 209
    나만 홀로 있다 240
    꿩을 자세히 보라 265
    생사초월, 영원의 양생 291
    지궁화전(指窮火傳) 알 수 없는 끝 321

    후기 _ 양생주(養生主)의 존재와 비밀 353

    본문중에서

    1. 안회와 공자의 밀담을 듣고 싶지 않다. 안합과 거백옥의 밀실로도 가고 싶지 않다. 나그네는 오히려 상수리나무와 장석의 그 길과 침묵 사이로 가고 싶다.
    스승과 제자는 공안과는 다른 절대 순수에 도달한 관계이다.
    장자는 적어도 이 두 사제(師弟)를 통해 앞의 두 사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뒤에 등장시켜 앞을 말없이 비판한 셈이다. 이것을 읽을 때만이 〈인간세〉가 깜짝 놀랄 기획의 글이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상수리나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시적 구조이다. 이것을 영원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영원이라 할 수 있을까.
    불멸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길가에서 오늘도 그 상수리나무가 나그네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일개 목수 둘이 최고 철학의 주제인 무용을 말과 침묵으로 주고받는 이 생략된 문단에서 약간의 엄숙함과 놀람과 웃음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제자가 장석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무용을 얻기 위해 꼭 나무로 태어나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무로 태어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다.
    장석은 단순한 목수에서 마음과 말의 목수가 되었다. 어제의 그 장석이 아니었다. 자신도 자신이 새롭고 신기했다.
    지금까지 장석은 자기 삶에 대해 의심이 없었다. 자신은 오직 목수로서 족했다. 목수는 나무로 집이나 다리, 배, 장롱, 관 등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목수란 달리 말하면 나무들의 조물주이다. 수많은 나무로 수많은 집과 배, 관을 만들었을 장석은 그야말로 나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석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나무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나무가 객관적으로 목수의 도끼에 깎이기를 바라겠는가. 목수를 보고 모든 나무들이 벌벌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석은 오늘 이전까지 자신과 나무에 대해 다른 가치와 감정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모든 가치가 유용의 허구였다.
    그는 이제 목수 철학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는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깨달은 것을 마음에 담고 다니다 잃기도 하면서 자기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그것으로 족해야 하는 것이 무용을 추구하고 무용 쪽으로 아주 영영 이동해간 자의 모습이다. 장자도 결국은 그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2. 어디선가 장석이란 목수가 망아 속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의 뼈 같은 나뭇결을 도끼로 깎고 있는 것 같다.
    한 목수가 세상을 건너가다가 곡원에서 혼자 살아가는 상수리나무를 만났다는 사실은 장자의 위대한 기억이며 상상이다.

    3. “꿈으로 아침에 다른 생을 얻었다.”
    뿌연 안개를 밀치고 산에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세숫물 앞에서 장석은 이 모든 것이 꿈같았다. 모든 것이 불분명했지만 분명해지는 그 무엇이 있었다.
    이전에 없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장석은 다시 어제 아침을 기억하고 싶었다. 꿈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는 역사수몽과 가장 가까이 있는 그날 아침이고 싶었다.
    장석은 혼자 중얼거렸다.
    ‘꿈을 꾸고 난 다음날 아침 나는 일어나 중얼거렸지. 나는 목신을 만났다. 그것도 생시보다 더 생시 같았다. 그럼에도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생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꿈속에서 아주 먼 미래로 나아간 것 같았다. 눈을 뜨면 언제나 그곳은 한 그루 상수리나무 아래였다. 장석은 자족을 느꼈다. 없지만 있는 것 같았고 있지만 없는 것 같았다.
    “아 아름다운, 쓸데없는 상수리나무!”
    석장은 그 후 소용없는 사람처럼 살았을 것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처럼 숨 쉬고 살았을 것이다.

    4. 그 무용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건들지 않고 마음과 눈으로만 보고 말하며 소요하는 자일 것이다. 스스로 하나의 꿈처럼 서로 지나쳐 갈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리워하고 또 망각할 것이다.
    이 신비한 교차와 망각을 누가 보고 노래한 적이 있을까.

    5. 문명의 우주 개발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그 경비로 지구와 인간을 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반사회성과 장자의 무용사상이 문명의 중심에 선다면 그것은 장자를 농락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무용을 유용으로 대체하여 써버린다면 그것은 공포의 지구일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11.08
    출생지 강원도 속초
    출간도서 43종
    판매수 2,652권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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