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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2 제물론 나비는 나비의 꿈을 : 고형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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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짝이 없는 나
    ‘나’는 무위의 나그네이며 바람이다. 그대 아니고도 있는 나를 찾고자 한다. 짝이 없는 나이다. 거기에 통치와 소유는 불가하다. 이 의문은 『칠원서』 전편의 활구(活句)이다.

    고형렬 에세이 장자 7권 중 제2권 『제물론』은 어찌 보면 장자 내편의 종결이라 할 만하다. 가령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고 가장 먼저 설한 경이 화엄경이지만, 초보 불자에게 화엄경은 너무 어려워 많은 경전을 공부한 다음에야 접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장자에겐 고정된 인도 없지만 고정된 자연도 없다.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인도 자연도 아니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제물론』의 대언(大言)이다. ‘나’가 분란한 눈보라와 시장바닥을 다 경영할 필요가 없다.”
    『제물론』의 키워드 하나가 승물유심이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도 만물에 올라타 노닌다는 뜻으로 승물유심의 가장 높은 개념이 ‘상온(相蘊)’이다. 서로 품어 안으며 말할 수 없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것. 그러나 승물유심이란 언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존재방식이면서 인식의 새로운 차원이고 경지다. 고형렬의 제물론에 부친 <나비는 나비의 꿈을>은 이 승물유심에 대하여 캐묻고 캐물으며 무한히 확장시켜 나아가는 작업과도 같다. 승물유심은 장자의 사상 전체가 압축된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단어는 크기 때문에 규정하는 순간 왜곡과 훼손이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설명할 길이 없다. 고형렬 에세이 전편이 승물유심으로 가는 수많은 길의 탐색이며 혁명적인 모험의 서이다. 승물유심을 장자 사상에서 이렇듯 중요하게 다룬 번역자는 이제까지 없었다.

    1
    장자 사상의 묘미는 만물과 소통하고자 하는 치밀함에 있다. 그것은 매우 은밀하고 새롭다. 만물과의 소통이 소요이며 소통을 자유자재로 한다면 결코 아프지 않을 것이다. 나여, 몸이 ‘통’이길 바란다. 그러나 몸의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바람 잘 드는 가을날 햇살이고, 그 햇살이 지나가는 어떤 통로와 시간이고 싶다.
    만물과 노니는 승물유심을 여기에 숨겨두었다. 다시 인식하지만 통한다는 것은 소요이다. 어떤 인간들에게 노닐 수 있는 곳은 이 만물 외엔 없다. 만물이 언어와 의미와 기억과 상상이 되어 무한의 소요를 선물한다. 천진무구의 길이다. 그러면서도 그러함을 알지 않는 것 즉 만물의 상태를 도(道)라고 한다(已而不知其然 謂之道). 즉 상아소요이고 상아제물이다.

    2
    언이 인뢰를 자주 들었기에 지뢰까지는 들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천뢰는 들을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자기는 그 소리를 아무도 들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란 또 하나의 조궤(弔詭)이다. 아마도 죽는 사람만이 마지막으로 듣는 음악 아닐까.
    그것은 대체 누구의 음악일까. 이 하늘의 음악은 정말 무엇일까? 아니 먼저 사람의 음악은 무엇이며 땅의 음악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의 숨소리일까. 아니면 말일까. 육체일까, 마음일까. 분노일까.
    그 소리 혹은 음악은 서로 내통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것을 장자는 저 바닥 없는 하늘에 펼쳐놓았다. 〈제물론〉에서는 언제나 선율의 음악이 유자(遊子)의 음표처럼 떠돌아다닌다. 승물유심의 경지이고 언어 전후(前後)의 본향이다.

    3
    자연의 ‘무언(無言)’ 들으려 하다 그 마음을 버린다. 햇살이 거기 소란하게 걸려 있다. 그 안에 태허가 서있다. 혼돈처럼 나그네처럼 무하유지향처럼 산처럼 ‘나’는 거기 있다. 그 무언의 존재, 가고 없는 ‘나’. 더러 저 나의 밖을 내다봐야 한다. 묘연하고 슬프다. 아름답고 어리석은 곳이다.
    다시 아침부터 만물을 본다. 아직 살아있음이다. 훗날 내가 없을 때 이 문장은 난해해질 것이다. 이토록 슬픈 말이 『장자』 속에 있었다. ‘만물과 나는 하나다’라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다.

    천변만화 속에 한 줄기 길이 있다. 궁극의 일원이 있다. 숙명을 부정하지 않는다. 숙명을 부정하면 모든 소요와 제물법은 사라진다. 매력적이다. 숙명은 장자 도가 이 우주에 구성한 예술(藝術)이다.

    목차

    머리말

    길게 내쉬는 남곽자기의 숨소리
    언아, 너는 천뢰(天籟)를 아는가
    조조(調調)하고 조조(刁刁)하다
    소리 내어 우는 한 줄기 바람의 비밀
    늙은 자들, 함정에 빠진 자들
    악출허(樂出虛) 음악은 텅 빈 곳에서부터
    백구륙(百九六)의 몸의 발견
    뛰어가는 말 등에서 사는 진치(盡馳)의 삶
    ‘무(無) 속에서’인간은 숙명적 존재
    언어와 도의 관계
    방생지설(放生之說), 만물은 나와 함께
    도추(道樞)여, 문 여닫는 소리 요란하다
    천지일지(天地一指)
    쓰지 않고 다 쓰는 우제용(寓諸庸)
    만물의 천균(天均)에서 쉬는 양행(兩行)
    완성과 파괴와 ‘있다’와 ‘없다’
    종신무성(終身無成), 완성이란 없다
    나는 알지 못하겠다
    만물과 나는 하나이다
    도(道)와 말[언(言)]의 경계에서
    보광(葆光), 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요(堯)의 마음은 무엇일까
    왕예(王倪), 네 번의 앎에 대한 부정
    세상 밖을 떠도는 지인들
    공자 따위가 그런 지식을 가지고 어찌
    아름다운 사랑의 도
    장자의 신비한 꿈의 발견
    모든 꿈은 깨어나지 않을 것
    번연효란(樊然殽亂), 우리는 서로 안다고?
    천예와 만연의 ‘이것[시(是)]’으로
    그림자와 망량(罔兩)과 관찰자 장자
    물화(物化) 장주의 꿈인가, 나비의 꿈인가

    종언(終焉)

    본문중에서

    만물이 언어가 된 그 후, 최상의 지혜는 어느 날 승물유심(乘物遊心)을 시작했다. 나의 지난 9년의 『칠원서』 여행은 만물을 찍고 가버린 광속의 시간 같다. 만물제동의 〈제물론〉은 현재 속에서 태허를 찾는 귀휴이자 다른 미래로 이동하는 꿈이다. 그의 문자엔 파편화한 사물의 언어를 치유하고 본래 것들을 제자리에 놓아두는 우제용의 꿈이 있었다.
    그 속엔 협우주, 방일월의 소요상온(逍遙相蘊)과 천예한 물화의 그림자들이 물결치며 승기(乘機)한다. 거기 만물의 해존(該存)은 천진하며 생명은 작고 귀엽다. 자연이 품은 모든 것은 서로 부지(不知) 속에 존재하고 이용치 않으며 소요케 한다. 몽음주자와 망량(罔兩)과 경(景), 호접몽(蝴蝶夢)의 비유들은 고대(古代) 사유의 최고 경지로서 현대 비유법의 먼 원형이다.
    무궁자(無窮者)의 바람과 같은 장자의 언어와 함께 걸으면 자유롭고 통쾌하다. 이 현해(懸解)한 자유를 아무 노고 없이 두 손에 가득 받고서도 아무런 채무감이 들지 않는다. 저 하늘 위의 하늘 천장을 가질 수 없다. 다만 내가 건드리고 제어하고 제조하는 것에서 불행을 나는 예감할 뿐이다. 〈제물론〉은 무서울 것이 없고 부러운 것이 없는 진인의 우주적 비결(秘訣)이다. 가까스로 무종사(無從事)와 무익생(無益生)을 얻는 것일까.
    〈제물론〉을 소요하는 일은 중규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외최(畏隹)한 험산의 침묵과 대목백위의 규혈(竅穴)에서 터져나오는 절규는 겨우 인간을 중심에 두게 하는 장자의 우주적 상상이다. 사물의 침묵과 생명의 울음이 만물을 상통(相通)하게 한다. 장자의 언어는 인위적 편집과 통치적 체제를 거부한다. 그 노래가 자연의 용상(庸常)이다.
    자연은 만물의 집이다. 인간은 만물 속의 한 존재로서 지혜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유정무형(有情無形)이고 비피무아(非彼無我)이다. 언어가 온 곳에 도가 있고 그 언어 속에 도가 있다. 인간의 만물 통치는 위험하고 그 남용(濫用)은 곧 그대로 모욕이고 불행이다. 미래엔 자연에 대해 인간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구의 새로운 〈제물론〉이며 저 생명소요를 축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골의지요로 돌아가기 전에 만연의 천예가 되는 꿈을 취하는 길이‘이곳’에 있다. 자연소요(自然逍遙)와 천변만화 속에 전화(轉化)하고 놀라며 기뻐하고 아파하는 존재들의 소리를 듣는다. 한편 한 마리 나비가 날아가는 햇살밭은 적막황홀이다. 가없는 존재로서의 그 ‘나’는 바람과 지괴(地塊)의 물화 속에 언제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나 오래된 화생(化生)이 아닌가.
    그대의 육체와 영부에서 제물의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만물의 존재론이며 언어론인 〈제물론〉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쟁쟁하다. 망가진 눈으로 읽은 은약(隱約)의 글이 장자와 그 애독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까.
    늘 그 아름다운 문자 사이와 그 너머를 떠돌고 있을 이 위대한 사유의 원전(原典) 앞에서 다시 나를 여읜다. 그대가 늘 조용한 한쪽 어둠속에서 바람을 품는 한 그루 나무이길 바란다.

    2013년 6월
    양평 송현리(松峴里)에서 고형렬
    (' 종언(終焉) '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11.08
    출생지 강원도 속초
    출간도서 43종
    판매수 2,652권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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