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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시인이자 생태주의 운동가, 산악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시집. 미국에서 태어나 동양학과 불교를 배우고 인도사상 등을 연구하며 평화운동 및 환경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저자의 시를 초기시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망라했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대한 성찰, 불교적인 여백과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의 시세계는 깊이 있는 동양적 정취를 전달한다.

자연에 대한 외경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 이 시집에는 벌목꾼, 선원 등의 잡역에 종사하고, 인류학 및 동양(중?일)어문학을 전공하고, 전후 12년에 걸쳐 일본에서 선(禪) 수행을 한 뒤 지난 30여 년간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 네바다 산중에서 은둔과 명상의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시인의 초기작에서 최근작까지 반세기에 걸친 그의 시작에서 가려뽑은 69편이 수록되어 있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의 어느 시인보다도 우리와 비슷한 체질을 가지고 자연에 대한 외경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을 간결한 언어로 진솔하게 실토하는 것이 그의 시이다. 김종길(시인, 영문학자) ‘오늘의 세계 시인’을 만난다! ‘오늘의 세계 시인’을 간행하면서 (책임편집 고 은) 시는 죽었는가. 아니다. 시는 어디에 있는가. 여기 있다. 저기에 있다. 또한 시가 없는 곳에도 시가 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있는 시. 인류의 오랜 삶과 함께 있는 시. 인류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질 시. 그리하여 시는 이 지상의 처음과 끝이다. 온갖 슬픔과 기쁨 그리고 어둠과 한 줄기 빛살이 내려오는 모든 곳에서 시는 생명과 영혼의 기호이다. 우리는 이같은 시의 매혹과 존엄 그리고 그 뜨거운 숨결에 동행하기 위해서 현존 세계 시인들의 한 편 한편의 진실에 다가간다. 시는 있다. 시는 살아 있다. 2004년에 ‘오늘의 세계 시인’을 기획, 일본 시인 요시마스 고오조의 [어느날 아침, 미쳐버리다]와 스웨덴의 국민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기억이 나를 본다]를 선보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시를 다듬고 하여 이제야 생태운동가이자 영미시에서 선시(禪詩)를 구사하는 미국의 게리 스나이더의 시집 [이 현재의 순간]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스나이더는 2000년에 이어 올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여 우리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시인입니다. 비트 운동의 주창자, 퓰리처 상 수상작가, 선불교 수행자, 생태운동가…. 단순히 ‘미국의 시인’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명성과 이력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그 명성에 걸맞은 그의 시를 우리 독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되어 그의 시세계를 통해 좀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어 더없는 기쁨입니다. 상생의 질서를 찾는 시학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는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시인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세계적인 시인이자 생태주의 운동가이며, 1950년대에는 전후세대의 ‘Beat 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며, 산악인으로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193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문학과 인류학 그리고 동양학을 전공했다. 그후 1956년부터 10여년 동안 외국을 여행했는데, 특히 일본에서 선불교 수행(禪佛敎 修行)을 통해 불교적 세계관을 체득했을 뿐만 아니라, 인도 사상 등을 집중 연구했다. 1969년 미국으로 돌아온 후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구릉지에서 살면서 젊은 시절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평화와 환경운동에 앞장섰고, 몸소 야성의 삶을 실천하며 생태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16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그리고 1974년에 시집 [거북섬Turtle Island]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으며, ?끝없는 산과 강Mountains And Rivers Without End?으로 미국 시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볼링겐 상 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시집 [무성(無性, No Nature)]는 National Book Award의 수상작으로 추천을 받았다. 이 시집 [이 현재의 순간This Present Moment]은 스나이더의 시선집(詩選集)으로, 그의 초기시에서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짧은 시들, 그리고 그의 사색의 깊이를 잘 보여주는 시들을 모으려 노력했다. 제1부는 [쇄석과 한산 시편](1959), [신화와 텍스트](1960)에서 뽑았고, 제2부는 [오지](1968)와 [파도를 바라보며](1970), [거북섬](1974) 등에서 선별했다. 제3부는 [도끼자루](1983)와 [비 속에 남아](1986)에 실린 시들이며, 제4부는 [無性](1992)과 [끝 없는 산과 강](1996)에 수록된 시 및 근작시들이다. 번역대본은 [게리 스나이더 독본](1999)을 중심으로 삼았고, 일부 시들은 단행본 시집에서 추가했다. 시들은 대체로 창작시기에 맞추어 배열했다. 그의 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시의 여백에서 자유롭다. 행과 행을 연결하는 그의 호흡은 마치 명상과 수련에 닮아 있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되 그것을 소리 없는 묶음으로서 독자들에게 시각과 청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의 감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 임제종의 고승들로부터 선종의 지혜를 전수받으며, 삼라만상의 상호연관과 우주 만물의 공존법칙에 대해 깊이 명상한 사색가인 그는 일부러 난해함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삼라의 상호연관과 만상의 연기에 대한 그의 선적 깨달음은 생태계 속의 상생적 질서를 궁구하고 시화하는 구체적 작업으로 표현된다. 또한 생태운동가로서의 그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근거해 구체성을 획득하여 무턱대고 자연이나 환경을 보호하자는 고전적인 환경보호운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최근 들어 생태지역주의(bioregionalism)라고도 불리는 이런 움직임은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공간과 시간의 두 축에서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 생태계의 특성에 맞게 인간의 삶을 조율해 가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대한 보다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을 안겨주는 스나이더의 시선집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제1부 쇄석
아픈 여인을 위한 찬미
난롯가의 밀튼
페이트 계곡 위에서
멀리 있는 친구를 위하여
눅색 계곡
교토 : 3월
쇄석(碎石)
모든 새벽은 청명하다
"이 시는 곰을 위한 것"
"악마 같은 자궁으로부터 던져져..."
"인간으로 태어나는 일 얼마나 희귀한가!"
"날카로운 새 내음이..."
"저를 집으로 밀어줘요, 어머니"

제2부 산 만나기
봄
산책
읍내 가며 해야 할 일
아르테미스
자연, 녹색 똥
깡충, 껑충, 훌쩍
떠오르는 태양의 집에서
모두들 배 깔고 엎드려, 머리 촛불 향하고, 읽고, 잠들고, 그린다
상어고기
하늘의 침대
산 속의 신맛
사랑
산 만나기
파도를 바라보며
물질 없이, 마음 없다
조절 방화
자원
공짜
소나무 꼭대기
왜 목재 트럭 기사가 선禪 수도승보다 일찍 일어나는가
까치의 노래
오 물결이여
아이들을 위하여

제3부 노파 자연
도끼자루
계곡의 강
루로부터, 루를 위하여
나무 파고들기
참된 밤
젖가슴
노파 자연
사워더 산 전망대에 남긴 시
만물과 함께 우리는 맹세한다
경도 서위 170도, 위도 북위 35도
보일러 회사에서의 영어 수업
구두도 셔츠도 예배도 없다
시는 경험의 독수리
감
선사들이 어떻게 다 큰 청어와 유사한가

제4부 이 현재의 순간
시는 어떻게 나에게로 오는가
땀
야생 칠면조에 둘러싸여
태워 봉우리에서
제대로 길에 들다
수도 향한 여행
테이트 화랑에서 사무엘 파머의 동판화를 보고 한 생각
키시애버튼
흐름
뉴욕의 지반을 걸으며 정보의 바다에 살아 있기
초승달 혀
하구에 이른 까마귀 부리 강
가부좌를 틀고
대지의 시
마음속의 공간 찾기
끊임없이 걷고 있는 얼음 덮인 산들
1997년의 여름
이 현재의 순간

옮긴이의 글 - 상생의 질서를 찾는 시학 : 스나이더의 시세계
게리 스나이더 연보
원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