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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문역 : 검열|이중출판시장|피식민자의 문장[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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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처 난 문장에 각인되어 있는
비틀린 체계를 해체하다
식민지 검열에 관한 밀도 높은 최종분석

검열이란 국가폭력이 당위의 절차이던 시절
피식민자의 문장은 어떤 서사전략으로
자기표현과 자기사유를 생존시켰는가

검열이란 국가폭력이 당위의 절차이던 시절
피식민자의 문장은 어떤 서사전략으로
자기표현과 자기사유를 생존시켰는가

인간사유 전체에 대한 지배를 욕망하며 표현의 세계에 가해지던 국가폭력, 검열. 이 책은 오랜 시간 대중매체의 역사성, 문화시장과 문장표현에 대한 국가검열의 영향에 초점을 두고, 문화제도사의 시각에서 식민지 근대성의 구조를 해명하는 데 몰두해온 한기형 교수가 다방면으로 모색해낸 식민지 검열연구의 결정판이다.
저자는 일제 검열시스템에 대해,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통치권력이 대중의 생각하는 힘을 축소하기 위해 언론ㆍ출판인 등 식민지 지식인들에게 내지인과의 차별을 전제로 적용했던 ‘이율배반적인’ 법률체계라 규정한다. 불행하게도 피식민자들은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원적 법률질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자기문장에 자기표현과 자기사유를 ‘생존시켰다.’ 그러하여 식민지 조선에서 살아남은, 검열로 상처 입은 문장들의 보존된 실존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당대의 문학을 구상한다. 그 문장들의 존재론을 위해 저자가 창안해낸 문학의 공간 개념이자, 이 책의 제목이 바로 ‘식민지 문역(文域)’이다.
그는 책의 서문을 이렇게 연다. “이 책은 식민지 검열이 만든 다양한 상처를 다루지만, 검열의 잔혹함 그 자체를 고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대신 일제의 검열로 인해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 특히 그들의 문장과 언어감각에 어떠한 흔적이 남겨져 있는지에 대해 추적할 생각이다. 문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근대인의 존재를 구현하는 특별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볼 때, 문장에 각인된 그 비틀린 체계를 다루는 것이 식민지 검열의 역사성에 대한 더욱 날카롭고 신랄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여덟 번째 책이다.

출판사 서평

‘식민지 문역’의 실체

오래전에 읽었던,「거대한 뿌리」(1964)의 시인 김수영이 남긴 검열에 대한 절실한 논의를 실마리 삼아 이 책의 구상은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인이 겪었던 권력의 행태와 공포의 근원이 바로 저 ‘식민주의’에서 기원한 것이기 때문에, 식민성과 문장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서 시인이 제기한 질문의 근원에 다가설 수 없었다는 회상도 덧붙인다. 그가 식민지기 조선어 문장들의 탄생 배경과 그들은 어떤 의미로 남겨지길 원했는가에 긴 시간 몰두하게 된 까닭이다.
식민지 조선인은 제국의 지식문화를 받아들이는 권리만 있을 뿐, 그것을 자기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넘어서는 자율성을 허락받지 못한 존재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성장의 계기와 처벌의 가능성은 언제나 동시적이었으므로, 이들은 스스로 정신과 문장의 불일치를 만들어내는 모순적 상황의 존재자들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피식민자가 처했던 이해하기 힘든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장의 실체를 만드는 데 개입하고 작용한 힘들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저자가 피식민자의 문장을 분석하기 위해 식민지 검열제도와 이중출판시장의 상황을 거론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차별적인 법률체계가 작동했던 식민지, 그 법률 규정 안에서 생존한 조선어 문장들은 자연히 복수의 질서를 구현한 중층의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 일제의 차별적인 통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하면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실존시키기 위해선 몇 겹의 전략과 장치가 필요했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식민지 문역’이라는 발상은 표현의 당대적 한계선을 규정하는 시도라기보다 그 제한선 밖을 생각하고 그곳으로 넘어가기를 안내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검열, 개인을 두려워한 국가권력 시스템

사실 검열은 텍스트의 ‘소멸’보다 인식의 깊이와 다원적 사고, 욕망의 표현과 사상의 권위를 ‘봉쇄’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국가의 권력행위였다. 국가의 위력에 맞설만한 권위 있는 개인의 출현을 억압하고 개인을 초라하게 만듦으로써 국가권력의 실체가 분석되지 않기를 추구한 것이다. 비교되거나 상대화되는 것은 모든 권력이 지닌 본질적인 두려움이다. 그런 점에서 검열은 개인과 국가권력의 관계가 지배의 메커니즘에 유리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이었다.
특히 식민지는 언제나 한 개인의 생각이 소리나 문자로 공중(公衆)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에서 강력하고 차별적인 국가권력의 통제가 가해지는 곳이었다. 저자는 검열연구가 식민주의의 해명에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고 판단한다. 검열이라는 접근통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식민지의 일상과 피식민자의 실존을 다방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식민성의 기층

제1부 ‘식민성의 기층’에서는 식민지 검열의 역사상에 대해 구조적인 분석을 진행한다. 검열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불온’이라는 용어와 일본제국주의의 관계, 조선출판경찰 자료의 성격과 특징이 제1장「식민지, 불온한 것들의 세계」에서 설명된다. 제2장「‘문역(文域)’이라는 이론과제」에서는 상이한 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특이한 문학의 공간인 ‘문역’이라는 개념이 식민지 검열과 이중출판시장, 피식민자의 문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겨난 이론과제라는 점을 제안한다. 이 책이 말하려는 전체 방향과 좌표가 담긴 부분이다.
제3장「‘이중출판시장’과 식민지 문화」에서는 ‘이중출판시장’과 ‘토착성’의 관계를 논한다. 저자는 이 부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근대문학 전반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요컨대 구소설, 신소설 같은 이른바 토착서사들이 일본 문화시장의 압박 속에서 명맥을 유지한 조선 출판자본의 생명줄이었으며, 놀랍게도 무수한 조선인 독자들이 그 상황을 함께 감당해나갔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논지에 따르면, 그들은 사라져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식민지 근대문학의 주역이었거니와, 나아가 이러한 관점에 의한다면, 문학적 근대의 구도는 새롭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3부를 채우고 있는 구소설에 대한 두 장의 논의 역시 이러한 통찰 끝에 도달한 결과들이다.
제4장「검열장의 성격과 구조」에서는 검열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한 다자관계로 구성되며, 검열장은 각 주체들의 존재 증명과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었음이 강조된다.

검열이라는 거울

제2부 ‘검열이라는 거울’은 식민지 검열 현장에서 생겨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제5장「대중매체의 허용과 문화정치의 통치술」에서는 검열수요가 폭증했던 문화정치기의 공방과 필화사건을 추적하고, 특히 『개벽』의 강제 폐간이 갖는 문화사적 의미를 분석한다. 제6장「식민지 검열현장의 정치맥락」은 식민지 검열이 법률과 행정원칙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의 문제였다는 점을 환기한다. 특히 『개벽』의 폐간과 『조선지광』의 간행 허용은 그러한 식민지 정치상황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제7장「식민지의 위험한 대중시가들」은 조선인 시가의 불온성을 점검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조선어 신문의 시가[諺文新聞の詩歌]』(1931)를 분석한다. 이 자료집은 한국의 근대문학, 신문, 독자대중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그것은 검열기구의 활동이 식민지 문화구조의 깊숙한 문제로까지 진입한 상황을 보여준다. 제8장「선전과 시장, 문예대중화론의 재인식」은 조선 문화시장의 성격과 사회운동의 관계를 문예대중화론을 통해 접근한다. 사회주의 문화운동은 20세기 전반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지만, 각 지역의 독자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은 그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저자는 해당 지역 시장의 크기와 운동양상에 주목할 때, 비로소 그러한 문제에 관한 밀도 있는 조망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제9장「한문자료를 읽는 검열관」은 근대출판물에 집중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문서적에 대해서도 식민지 검열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다. 한문자료에 대한 검열의 관심은 문명사적 차원의 한중연대, 지식인 교류, 임진왜란 비판 등에 집중되었었는데, 저자는 한문 출판물 검열에 대한 보다 심화된 관심이 필요한 실정임을 강조한다.

피식민자의 언어들

제3부 ‘피식민자의 언어들’은 근대서사와 식민지 검열의 관계를 다룬다. 제10장「3.1운동과 법정서사」는 ‘법정서사’라는 반검열 양식을 통해 관찰한 3.1운동의 후일담을 분석한다. 대중매체가 일반화되면서 식민권력과 조선인 모두 미디어 공간을 자기방식으로 활용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제국의 문자로 식민권력을 공격하는 간계의 형식이 발견되는 데 주목한다. 제11장「통속과 반통속, 염상섭의 탈식민 서사」는 검열을 의식하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했을 뿐 아니라, 그 대결 속에서 한국소설의 특별한 양식을 실험하고 발견했던 염상섭의 문학세계를 탐색한다. 저자는 『만세전』 이후 염상섭의 각오가 조선의 현실을 담아내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서사의 창안에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러한 시각에 설 때 염상섭 소설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제12장「성노동에 대한 사유와 상징검열의 외부」에서는 페미니스트 김유정에 대해 논의한다. 김유정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비참에서 의연히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가꾸는 유랑매춘부를 작품에 등장시켜 여성의 겪는 참상에 주목하되, 그 책임을 여성 자신에게 되돌리는 사회의 공모구조로부터 여성을 끌어낸다. 저자는 이것을 제국의 감시를 무력화하는 검열의 ‘외부’에 대한 발견으로 이해한다. 제13장「심훈의 고투, 검열과 식민지 소설의 행방」은 식민권력과 정면으로 부딪쳤던 심훈의 문학이 검열로 멈추게 되었을 때, 그가 선택한 우회로가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점검한다. 검열로 중단된 『동방의 애인』과 『상록수』 사이에 놓여 있는 서사의 편차와 검열을 대하는 심훈의 태도변화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초점이다.
제14장「식민지 구소설과 하위대중의 상상세계」와 제15장「하위대중의 형이상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식민지 검열이 조성한 문학장의 구조 안에서 구소설이 수행한 역할을 설명하고, 근대문학의 시각에서 구소설의 위치를 설정하는 방법의 한 사례를 제시한다. 검열연구 흐름이 구소설의 역사성에 대한 옹호로 나아간 것이 예상 밖의 귀결이었음을 언급하면서도, 저자는 식민지 대중들에게 삶의 깊이와 정신세계의 심오함을 가르친 구소설의 역할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적고 있다.

목차

서문

[제1부 식민성의 기층]
제1장 식민지, 불온한 것들의 세계
제2장 ‘문역(文域)’이라는 이론 과제-검열, 출판자본, 표현력의 차이가 교차하는 지점
제3장 ‘이중출판시장’과 식민지 문화-‘토착성’이란 문제의식의 제기
제4장 검열장의 성격과 구조

[제2부 검열이라는 거울]
제5장 대중매체의 허용과 문화정치의 통치술
제6장 식민지 검열현장의 정치맥락-『개벽』과 『조선지광』의 사례
제7장 식민지의 위험한 대중시가들-『조선어 신문의 시가[諺文新聞の詩歌]』(1931)의 분석
제8장 선전과 시장, 문예대중화론의 재인식
제9장 한문자료를 읽는 검열관

[제3부 피식민자의 언어들]
제10장 3.1운동과 법정서사-조선인 신문의 반검열 기획에 대하여
제11장 통속과 반통속, 염상섭의 탈식민 서사
제12장 성노동에 대한 사유와 상징검열의 외부-검열의 시각으로 해석한 김유정의 소설
제13장 심훈의 고투, 검열과 식민지 소설의 행방
제14장 식민지 구소설과 하위대중의 상상체계
제15장 하위대중의 형이상학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근대사회에서 읽힌 『심청전』과 ‘죽음’의 문제

[부록]
1. 국외 발행 불온출판물 일람표(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 『신문지요람』, 1927)
2. 병합 20주년에 관한 불온문서(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 조사자료 14집, 1929)
3. 고등경찰관계주의일표(조선총독부 경무국, 『고등경찰용어사전』, 1933)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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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본문중에서

ㆍ 어떤 생각이 사상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해석의 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피식민자는 사상의 생산자에게 요구되는 그러한 권리를 부정당한 존재였다. 해석하는 자로서의 책무가 거부된 것이다. 식민지는 자유로운 독서, 사유의 객관화를 위한 공개적 표현,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출판물의 간행에 극심한 제약이 있던 지역이었다. 그것이 근대 한국인의 표현욕망을 잠식하고 위축시켰다.
―본문 12~13쪽, ‘서문’ 중에서

ㆍ 식민지라는 특수한 공간/역(域)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자신에게 강요된 그 환경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안전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안전의 의미는 식민권력이 규정한 표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국가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문역’의 유동성으로 인해 그 허용된 표현의 범위와 성격 자체가 극히 가변적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러한 제약이 발화욕망과 문자표현의 전 과정을 장악하면서 식민지에 살고 있던 조선인은 자기인식과 그 재현의 과정을 체계화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본문 88~89쪽, ‘문역文域이라는 이론 과제’ 중에서

ㆍ 식민체제와 조선의 근대 텍스트는 적대적 상호의존성이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식민체제는 조선인의 출판물에 생존권을 부여한 주체이지만, 조선의 출판물은 식민체제의 권력행위를 정당화시킨 다른 차원의 주체였기 때문이다. ―본문 134쪽, ‘검열장의 성격과 구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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