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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그믐 : 일본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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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돈된 언어, 깔끔한 문장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근대의 풍경, 삶의 오묘한 통찰 ---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오미 산주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하야시 후미코 등 일본의 근대 문학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살찌운 시인, 작가들의 빛나는 에세이 29편을 한데 모은 책이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서양문명을 흡수하면서 서양을 최우선으로 모방하던 일본 근대의 풍경이 정돈된 언어와 깔끔한 문장을 통해 흑백사진처럼 전해진다. 작가들은 변하는 세태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위트 있게 녹여내고, 사람이나 사물과의 인연을 말간 감성으로 그려내고, 아름다운 자연과의 교감을 서정적으로 채색한다. 그 속에는 삶의 오묘한 통찰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움직임 없이 움직이고 흐름 없이 흐르는 큰 강의 색깔은 …… 내 마음에 먼 여행을 떠났던 순례자가 마침내 고향 땅을 밟았을 때와 같은 쓸쓸함과 자유로움, 그리움을 불러온다. 강물이 있기에 비로소 나는 다시 순수한 본래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듯이. 그의 고백은 독자들은 저항 불능의 포로로 만들어 도쿄 스미다강으로 끌고 간다. 독자들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그저 아득해지는 그리움 속으로 빨려들어 팍팍한 현실과 맞서던 가슴을 해체하면 그뿐.

목차

하구호(河口湖) | 이토 사치오 · 7
시키의 그림 | 나쓰메 소세키 · 17
큰 강의 강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1
피아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9
참새를 탈환한 고양이 | 하야마 요시키 · 33
폭풍에 대한 향수 | 야마노구치 바쿠 · 42
종소리 | 나가이 가후 · 46
어머니의 사진 | 구보타 우쓰보 · 51
로댕을 만난 날 | 요사노 아키코 · 59
나와 술 | 와카야마 보쿠스이 · 68
테이블 위 | 시마무라 호우게츠 · 79
달콤한 그믐 | 나오키 산주고 · 85
새끼 고양이 | 데라다 도라히코 · 91
불에 쫓겨 | 오카모토 기도 · 109
코안경 | 사토 하루오 · 120
호오, 탁탁 | 기타하라 하쿠슈 · 129
꿈속의 아버지 | 다쓰노 유타카 · 135
작은 풍경 | 미야모토 유리코 · 139
부재중일 때 | 오리구치 노부오 · 155
추억 속의 도시 | 다니자키 준이치로 · 164
여름 모자 | 오기와라 사쿠타로 · 171
오랜 엉겅퀴 | 다카하마 교시 · 178
기이한 만남 | 아이즈 야이치 · 188
시원한 은신처 | 하야시 후미코 · 191
라무네 씨에 대해 | 사카구치 안고 · 196
밤이 짧은 계절 | 시마자키 도손 · 205
여름 | 나카하라 추야 · 211
초겨울의 하루 | 스스키다 규킨 · 216
계절이 바뀔 때마다 | 가타야마 히로코 · 222

본문중에서

점점 더 안개가 짙어졌다. 선착장도 숲도 아예 없었던 것만 같았다. 끽끽 노 젓는 소리와 부드러운 수면에 꼬리를 끄는 흘수, 서 있는 노인과 앉아 있는 나만이 간신히 남아 있다. 호수의 물을 손으로 길어보면 구슬처럼 투명한데 그냥 내려다보면 검다. 물이 깊은지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깊을 것이다. 평생 보지 못한 물 색깔이다. 나는 현세를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p.12 이토 사치오의 [하구호] 중에서

국화로 대표되는 시키의 그림은 졸작이지만 아주 성실하다. 재능을 펼쳐 그대로 드러내는 그의 문필이 그림물감에 닿기만 하면 금세 굳어 붓끝의 운행이 완전히 엉망이 되는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카하마 교시가 와서 이 액자를 보고 시키의 그림은 정말 훌륭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 정도의 단순하고 평범한 특색을 내기 위해 그만 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쩐지 시키의 머리와 손이 끊임없이 움직였을 곳을 바라보며 숨길 수 없는 서투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 p.19 나쓰메 소세키의 [시키의 그림] 중에서

큰 강의 흐름을 볼 때마다 나는 저물녘 교회의 종소리와 백조 울음소리로 가득한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발코니에 핀 장미도 백합도 물 아래 잠긴 듯 달빛에 창백해지고, 검은 관을 닮은 곤돌라가 다리에서 다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풍경을 온 감정을 쏟아 표현했던 단눈치오의 마음을 지금 이 순간 애틋하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
- p.2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큰 강의 강물] 중에서

솜털처럼 보이는 털이 거의 탔을 무렵 간장을 발라 구웠다. 타지 않도록, 뼈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어쨌든 정말 귀한 반찬이다. 가족들의 혈액이, 육체가 이것 덕분에 조금이라도 발랄함을 찾게 되리라. 그렇게 해줄 향기와 구이. 그 순간, 석쇠로 향하는 내 손보다 고양이가 빨랐다. 고로는 세상에서 말하는 고양이의 혀를 가져 뜨거운 것은 금물인데도 지글지글 기름을 자아내는 뜨거운 새를 낚아챘다. 그리고 혀가 데는 것도 개의치 않고 순식간에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 p.40 하야마 요시키 [참새를 탈환한 고양이] 중에서

로댕은 엄숙함도 우아함도 웅대함도 고결함도 섬세함도 청결함도 고통과 번민을 비롯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 그 자체의 실현이었다. 나는 작품을 대할 때와 작가를 대할 때의 실감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로댕을 통해 처음 겪었다. 로댕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명을 나는 위대한 사랑, 무한한 사랑의 실현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 pp.64-65 요사노 아키코 [로댕을 만난 날] 중에서

여태껏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었던 내 가정에 작년 초여름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왔다. 그때부터 고양이들은 내 가족의 일상생활에 상당히 선명한 존재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단순히 아이들의 동물 친구나 놀이도구가 생겼다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의 내면생활에 어떤 빛 같은 것을 던져주었다.
- p.91 데라다 도라히코 [새끼 고양이] 중에서

사라지는 노신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두 눈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 생전에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은 없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몇 가지 장점을 인정하긴 했지만 놓칠 수 없는 약점도 적지 않아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는 마음은 조금은 없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너무 자주 꿈에서 만나고 생전의 모습과 다른 자애 넘치는 무언의 눈빛을 접하다보니 어느새 아버지를 사랑하는 천진한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 p.137 다쓰노 유타카 [꿈속의 아버지] 중에서

밤이 짧은 이 여름철이 내 마음을 끄는 것은 황혼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해 중 반이 낮이고 반은 역시 밤인 북쪽 끝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황혼과 새벽이 상당히 접근해 오후 7시 반이 되어야 어두워지는 밤이 아침 3시 반이나 4시만 되면 밝아지는 걸 떠올리면 아주 즐겁다. 아직 우리가 잠에서 깨지 못해 반쯤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 밖은 이미 밝아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즐겁다.
- p.209 시마자키 도손 [밤이 짧은 계절] 중에서

저자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892년 3월 1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류노스케(龍之介)라는 이름은 진년(辰年) 진월(辰月) 진일(辰日) 진각(辰刻, 오전 8시)에 태어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류노스케는 그가 생후 9개월이었을 때, 모친 후쿠(ふく)가 정신이상을 일으켜 외가인 아쿠타가와 가(家)에 맡겨졌다. 아쿠타가와는 역설적인 인생관을 드러내는 이지적인 스타일의 단편 역사소설을 주로 발표했다.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인생관을 특징으로 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쿠타가와는 만년엔 회의와 초조, 불안 때문에 심한 신경쇠약에 빠지게 된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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