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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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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연준
  • 출판사 :
  • 발행 : 2019년 06월 20일
  • 쪽수 : 3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816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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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글은 독자인 당신에게 다가가려고 혼자 외던, 긴 주문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당신을 옳게 찾아간다면, 저는 비로소 술래에서 벗어나겠지요.
혼자 강강술래를 추는 술래처럼, 빛날 거예요. _ 에필로그 ‘다정한 주문’ 중에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산문집 출간
엄청난 우연처럼 필연처럼 먼 곳에서 당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삶은 이상함의 연속이다. 내가 오늘 들렀던 장소가 다음날 아침 메인 뉴스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먼 옛날 우연히 만났던 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서로의 삶 바깥으로 밀려나’게 되기도 한다. 살면서 한없이 기쁜 일도 있고 속절없이 마음이 아파오는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깊은 인상으로 남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곧 잊혀진다. 하지만 그 이상함을 자각하는 순간, 새삼스럽게 혹은 섬뜩하게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단순하고 분명한 사실을.
2004년 등단 후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세 권의 시집을 통해 독자와 만났고, 첫 산문집 《소란》으로 특유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여주며 인생의 한 시절을 이야기한 박연준 시인이 신작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먼 곳에서 아주 먼 곳에서, 이야기 꾸러미를 들고 독자인 당신을 찾아온 시인의 발걸음이다. 이야기를 들어줄 당신과 이야기를 들려줄 시인은 ‘엄청난 우연’으로 혹은 필연으로 만날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되, 다정함의 자세를 유지하고, 또 열심히 발레교습소에 나가 몸을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일상들을 보여준다. 또 그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해낸 삶의 진리와, 시인이 인생을 대하는 곧은 시선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렸다.

숨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대로 즐겁게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다정한 자세들’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이 다니는 발레교습소의 아래층엔 요양원이 있고 그 아래층에도 요양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리를 찢고 팔을 들어올리고 빙글빙글 턴을 하는 동안, 자신이 서 있는 곳 아래, 그 아래아래에서는 어떤 노인들이 누워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슬퍼지며 생각한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고. 이렇듯 저자가 하나둘 깨달아가는 것들은 서늘함 속에도 잔잔한 온기를 띠고 햇살처럼 빛난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번 산문집에는 저자가 ‘오늘’을 살면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과의 이야기, 지나오고 나서야 깨닫고 새로이 해석되는 ‘어제’의 장면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처 난 이마를 쓸어주던 할머니의 애틋한 손길,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주던 “다정한 거인” 같았던 아버지, 늘 붙어 다녔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서로의 삶 바깥으로 밀려”난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유년의 자신과 조우하고,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나거나 새벽녘 이국의 호텔에서 자다 깨 깊은 고독을 마주하기도 하며, 익숙한 동네를 산책하며 애정하는 장소와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또. ‘스마트폰 쓰지 않기’ ‘발레교습소에 나가기’ 같은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말하지 않기’ ‘비교하지 않고. 서로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것’ 같은 다짐을 덧대며 ‘잘 쉬는 방법, 기분이 행복해지는 방법, 시간을 행복하게 쓰는 방법’을 헤아리려 한다. 이러한 모습들에서는 삶을 더욱 ‘말랑하고 행복’해지게 만들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우리의 세계는 서로 깊이 연루되어 있다

어떻게 살아오다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지. 삶의 코너 곳곳에서 우리는 서 있는 지점을 돌이켜보며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고 새삼스럽게 깨닫지만, 이내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는 우리가 살아온 삶에도 해당되지만 넓게는 거대한 인생사의 톱니바퀴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저자는 그러한 관계의 밀도를 놓치지 않는다. “세계는 서로 너무나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오롯이 혼자의 탓으로 잘못되거나 혼자의 덕으로 잘되는 일이란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에게 속해 있지만 타인의 삶에도, 세상의 흐름 속에도 속해 있다. 그러므로 그 관계 속에서 한 걸음 내디뎌보는 것도, 무거운 기분을 떨쳐내고 허리를 곧게 펴고 몸을 곧추세우며 좀더 산뜻해지는 쪽으로 가보는 것도, 그렇게 춤추듯이 노래하듯이 삶을 향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

목차

1부
이제 어떤 키스가 내 입술을 벨 수 있을까

이마에 사는 물고기
누가 나오겠다는 오줌을 말릴 수 있나요
눈비 오는 날, 술래는 소월
숨쉬듯 자연스러운
삼총사의 동물원
깊은 밤 잠 못 들고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이토록 이타적인 사물, 보자기
혁과 완
설 지나도,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았잖아
그애는 나를 사랑해

2부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불어오는 것들
여행 사용법
부다페스트, 음울하고 아름다운!
보이지 않는 도둑이 훔쳐간 것들
호텔에 대한 크고 둥근 시선
꿈, 잠자리, 서커스
동네 책방, 산책의 부록

3부
소규모 슬픔들


4부
안 그래야지, 하는데 그렇게 되는 일들

발레교습소에 나가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누가 누구를 안다는 것
스마트한 바보 되기
스마트한 바보 탈출기
죽을 때 나는 미끄럼틀 옆에서 죽겠지
홍대 : 애정하는 가게들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변명
다 쓴 마음
‘비정성시’에서 벌어진 일들
이게 최선이라면

5부
믿지 않으면, 좀처럼 읽을 수 없는 책

게으름 한 점 없이 한 달이 걸렸다
아, 인생은 조르바처럼!
모든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다
비스코비츠!
넌 동물이고, 난 인간이야!
여러 명의 철수 속에 깃든 철수
오선지 위에 쓰인 글
우정의 빛과 그림자
매혹적인 두 권의 미술책
너무 짙은, 사랑

에필로그
다정한 주문

본문중에서

이마에 흉이 생기고 인생이 바뀐 건 사실이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니까. 이러저러한 일들. 그건 삶의 축약이자, 시간의 외투가 될 수 있는 말이다. 시간은 웬만하면 외투를 벗고 싶어하지 않는다. 외투를 벗으면 많은 것들이 함부로 쏟아져나올 수 있으므로.
('이마에 사는 물고기’ 중에서/ p.12)

쓰는 사람은 결코 목표를 향해 돌진하듯 써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쓰고 싶은 대상 앞에서 망설이고, 자주 기다립니다. 매일 겪어온 아침을 처음 겪는 아침인 듯 다시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을 질문합니다. 많은 것이 적은 것이 될 때까지, 긴 것이 짧은 것이 될 때까지 두리번거립니다. 쉬운 길을 찾는 대신 다른 길을 만들어봅니다. 느린 속도로. 불편함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모든 좋은 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든요.

당신이 한밤중에 깨어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믿으세요. 자신이 얼마나 시간을 느리게 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삶의 결을 꼼꼼히 그리고 만져볼 수 있게 만드는지, 자신을 믿기 바랍니다.
('깊은 밤 잠 못 들고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중에서/ p.40)

‘절대로’란 말을 남발하는 시기는 축복받은 시기다. 때가 되면 온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시기가. ‘절대로’ 뒤에 이러저러한 마음을 세워보고 몸서리치던 어린 나를, 한 치의 의심 없이 코끝을 높게 올리고 무슨 맹세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내 어린 마음을 가련하게 여기는 때가 온다. 때가 되면 안다. ‘절대로’ 뒤에 오는 말들이 얼마나 쉬이 변하는지, 변할 수밖에 없는지. 이제 나는 ‘절대로’ 뒤에 어떤 말도, 어떤 마음도 함부로 세우지 못한다.
('혁과 완’ 중에서/ pp.49~50)

그냥 나다운 상태로 꾸준하고 소소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몸에 마음을 가져다 댈 때 그 ‘꼭 맞음’의 느낌으로. 허리가 구부러질 때 마음이 허리에 가 같이 구부러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마음도 손에 가서 얼른 잡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로 지내면 좋겠다.
('설 지나도,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았잖아’ 중에서/ p.53)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다. 선물(마음)을 주고 싶어하는 상대의 ‘자세’다. 네가 좋아하는 것, 그거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데! 이런 말. 말이 전부다. 그게 선물의 시작이다. ‘말이면 다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어기더라도, 우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내겐 말이 다다. 쏘아붙이거나 소리치지 않고,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말로 사람을 우선 끌어안는 것, 그게 다정함이다.
('다정함은 자세다’ 중에서/ p.159)

일주일에 세 번, 발레교습소에 나가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오전에는 발레를 배우고, 오후에는 공책을 펼쳐 시를 쓰는 할머니. 공책을 새것으로 바꿀 때마다 맨 앞에 적어놓는 문구를, 할머니가 되어서도 적어놓을 것이다.
“춤추지 않으면 무용수들은 길을 잃는다.” - 피나 바우쉬
시를 쓰는 내 정체성과 무용수의 정체성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는 ‘언어가 추는 춤’이라 믿는 까닭이다. 길을 잃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발레교습소에 나가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중에서/ p.176)

언젠가는 닥칠 것이다.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선물처럼 두 팔에 끌어안은 채 태어나니까. 내가 태어날 때 내 죽음도 함께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죽음은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에 사는 동안 볼 수 없다. 내 죽음을 정작 나는 보지 못할 테니 억울하다.
('죽을 때 나는 미끄럼틀 옆에서 죽겠지’ 중에서/ p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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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경기도 파주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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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이 있고, 산문집으로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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