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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철학자 - 아무도 말하지 않은 철학의 역사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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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철학사의 뒤편에 머물러 있던 여성 철학자들을 발굴해내어, 그들이 철학사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의식적으로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소개한 철학 인문서이다. 이를 통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여성적인 철학함에도 오랜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아노와 히파티아, 레온티온과 라이스, 하케보른의 메히트힐트와 마그데부르크의 메히트힐트, 이소타 노가롤라와 라우라 체레타, 안나 마리아 폰 슈르만과 마리 르 자르 드 구르네, 올림프 드 구주와 해리엇 테일러­밀, 클레르 데마와 메리 아스텔 등등. 왜 우리는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철학사에서 보지 못하는가? 최근 몇 십 년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철학사의 대부분의 시대에 여성은 철학의 주체로서도, 철학의 대상으로서도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여러 저명한 철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종류의 철학사가 집필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말해지고, 쓰이지 않은 역사는 정녕 역사가 아닌가? 여성 철학자들의 활약과 업적은 지금껏 역사가 되지 못한 채 시간 속에 흩어져 있었다. 마리트 룰만 등 8명의 저자는 이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그들이 본래 있어야 할 ‘올바른’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의 철학적 성취와 잘못된 서술들의 목록을 열거하자면 한참 이어질 것이다. 그 목록은 아스파시아가 기초를 만든 ‘소크라테스적’인 대화법에서 시작해 라이프니츠가 발표한 단자론의 진정한 뿌리인 앤 콘웨이를 거쳐, 몽테뉴의 《수상록》보다 20여 년이나 앞서 최초의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에세이를 쓴 아빌라의 테레사에 이르기까지 철학사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처럼 이 책은 남성 중심의 철학사에서 배제되고 왜곡되어온 여성 철학자들을 찾아내어 여성적인 주제의 추가라는 단순한 의미에서의 확장이 아니라,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철학과 그 바탕에 깔린 가부장적인 가치와 규범들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들어가는 말〉과 함께 시대 구분에 따라 총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서는 시대별 사회상과 그 위에서 발전한 철학 사조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고, 이어 그 사조들과 더불어 혹은 그 안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성 철학자들의 삶과 업적이 연대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철학사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 철학자들의 활약이 다양한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통해 치밀하게 복원되었다. 이로써 철학사의 이음매가 보다 촘촘하고, 단단해진 것이다.



철학사의 잃어버린 성취들에 대한 치밀한 복원


철학(philosophy)의 어원은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이다. 고대의 문헌 속에서 전쟁과 지식, 기술을 관장하던 지혜의 덕목은 여신(女神)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고고학의 다양한 발굴 성과들은 모계 혹은 모권 사회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를 계승한 서양철학의 전통에서는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결여체(缺如體)이자 “훼손된 남성”이라 여기며 그들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은 글을 읽고, 쓰고, 토론하는 등의 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존재이고, 여성적인 것은 모두 무질서하고, 본능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까닭에 수많은 재능 있는 여성들이 그 재능을 억누르거나 안락하고 평온한 삶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했다.

《여성 철학자》는 철학사의 전개에서 뚜렷한 기여를 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망각되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진 이들을 발굴해 내고, 복권시켜 주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철학사를 읽다보면 여성 철학자들은 마치 20세기 이후에나 등장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우리가 철학이라는 말과 더불어 떠올릴 수 있는 여성이라고는 고작 한나 아렌트, 줄리아 크리스테바, 시몬 드 보부아르 정도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묶여 나오고도 한참이나 모자랄 만큼 역사 속에는 수많은 여성 철학자들이 존재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반쪽짜리 철학사를 읽어왔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숨겨진 반쪽에서 역사의 두꺼운 먼지를 털어내고, 하나의 철학사를 향해 가는 길목으로서의 ‘또 하나의 철학사’를 제시한다. 온갖 차별과 모욕을 감수하며, 철학적 사유와 함께 정체성의 고민도 놓지 않아야 했던 이 잊혀진 이름들을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불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철학을 하는 여성들은 이미 역사를 쓸 수 있는 펜을 쥐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도 여전히 성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펜조차 빼앗아버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여성들도 이제 그들의 역사를 쓸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을 포함하는 ‘역사(History)'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서양의 여성 철학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이 담지 못한 철학사의 또 다른 일면이 우리의 철학계와 여성학계에, 나아가 학문 전반에 미뤄오기만 했던 어떤 의무를 상기시켜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왜 ‘여성 철학사'가 아니고 '여성 철학자'인가?



왜 저자들은 이 책의 제목을 ‘여성 철학사'라고 하지 않고 '여성 철학자들(Philosophinnen)'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사실 이 질문은 번역을 끝낸 뒤에 억지로 만들어낸 물음이 아니다. 1996년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에서 철학 코너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무의식중에 들었던 느낌이 그것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랄까, 혹은 딱딱한 오만과 편견의 껍질이 깨지는 느낌이 이럴까? ……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또 하나의 철학사’가 있다, 혹은 있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여성 철학자들’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 이미 강력하게 일깨워주었다. 정체성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그때까지 내 머리(아니 가슴) 속에 ‘여성’은 전혀 없었고 정체성 정립의 차원에서 여성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처음에는 호기심도 있었고, 여성 철학사가 되지 못하고 그저 한 덩어리로 모아놓았을 뿐이라는 인상을 주는 ‘여성 철학자들'이라는 말에서 안쓰러움, 아니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물론 '여성 철학사'란 제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용 자체에서 본다면 '여성 철학사'보다는 '여성 철학자들'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좀더 적나라하게 실상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철학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여성과 철학의 만남이 순조로울 수 없다. 20세기 중·후반 페미니즘 이론가들이 해독해낸 결과에 따르면 철학이란 것도 그동안 남성적 활동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남성적이라는 것이다. 철학 자체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여성과 철학이 만날 경우 그것은 결국 남성이 구축해놓은 사고와 사상의 성, 철학에 여성들이 부지불식간에 투행해버리고 마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철학 자체가 자기 분열을 할 수밖에 없다. 남성적인 철학과 여성적인 철학? 남성 철학자들도 이제 여성 철학의 문제의식을 탐구하지 않고서는 철학 일반에 대한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 이 책에서 나오듯 미국의 경우 철학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를 요구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의식조차 없다.

목차

1장 신화에서 우주론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서양 철학의 탄생

2장 기독교 철학의 전성기-중세(교부 철학과 스콜라 철학)

3장 대변혁의 시대-르네상스와 종교개혁

4장 혁명과 왕정복고-합리주의에서 계몽주의 및 그 극복까지

5장 낭만적인 철학함-이성의 타자(他者)

6장 신칸트주의에서 프래그머티즘으로-낡은 가치들의 전복인가, 새로운 정립인가?

7장 20세기 전반기의 철학-논리실증주의, 현상학, 실존주의, 그리고 정치철학

8장 아우슈비츠 이후의 철학함-근대적인 것의 위기에서 해체로

9장 세 번째 밀레니엄을 향한 출발-최근 20년간의 페미니즘 철학



역자후기

용어출이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약력

본문중에서

정신분석학에 대한 호니의 첫 번째 이론적 비판은 여성의 리비도와 성애에 대한 프로이트적인 견해를 겨냥한다. 그는 여성의 남근 갈망을 문화적으로 조건지어진 현상으로 본다. 어린 소녀는 기본적으로 또 다른 역할과 사회적 지위를 요구하는데, 소위 ‘남근에 대한 부러움'은 남성의 문화적 특권을 갈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니는 여성들의 근본적인 불안은 사랑의 상실에 대한 불안이라는 프로이트의 명제에도 결정적인 반박을 가한다. 호니에 따르면, 자기 신뢰의 결핍과 신경증적인 나약함의 형태들, 그리고 '마조히즘'은 여성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대한 여성의 불만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p.491)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정치이론은 수많은 남녀 철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하고 계승·발전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의 여성 해방 이론은 여성에 대한 억압을 ‘부차적인 모순'으로 설명하는 사회주의 교리를 넘어선다. 콜론타이는 여성 해방을 독립적인 주제로 다루면서 여성의 성 문제에도 관심을 쏟았다. 마르크스주의자인 로자 룩셈부르크는 레닌주의뿐만 아니라 독일 사민당의 수정주의도 비판했다. 아그네스 헬러는 공산주의자이긴 하지만 정통 교조주의를 비판하고 종국에는 일체의 마르크스주의적 범주들과 완전히 거리를 두게 된다.

끝으로 한나 아렌트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사상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공산주의의 그늘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책 《전체주의 지배의 요소들과 원천들》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구조적으로 동일한 전체주의적 지배 형태라고 보면서 공산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와 철학적인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논쟁을 벌일 때 아렌트는 비판이론의 입장을 취했다.(/ pp.541~542)



한나 아렌트의 수많은 업적 가운데 하나는 그때까지 어떤 철학 사전이나 철학사에서 찾을 수 없었던 하나의 개념을 철학적 논의에 끌어들인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살아야 할 운명(Natalita?t)'이다. ……

이 개념은 그가 말한 행위의 범주와 관련된다. 왜냐하면 매우 일반적인 “의미에서 볼 때 행위하는 것과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남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누구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창시자가 되는 것이며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다.” “살아야 할 운명이란 ‘희망의 원리’의 인간학적-생물학적 현실성이다.” 아드리아나 카바레로는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아렌트는 여기서 ‘서양 철학의 가장 영속적인 원리’, 즉 철학과 죽음 사이의 일면적인 친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pp.558~559)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구드룬 그륀드켄(Gudrun Grundken) 1957년생. 독일 보훔 대학에서 비교문학, 로마네스크, 독어독문학 전공. 춤, 오리엔트, 성에 관한 저작물이 있음.

구드룬 마이어호프(Gudrun Maierhof) 1962년생. 사회교육학 전공. 독일 여성 운동 문헌 편찬 작업에 참가. 1994년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 거주. 현재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고 여성 운동에 관한 저서가 다수 있음.

마리트 룰만(Marit Rullmann) 1953년생. 독일 보훔 대학에서 고대 및 근세 독어독문학 전공. 프리랜서 철학자 및 작가로 활동. 문학과 미디어,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에 관한 활발한 저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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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LEE,HAN-WOO)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1~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화일보], [조선일보] 학술 담당 기자,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거쳐 문화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W.H. 월쉬의 [형이상학], 리처드 팔머의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조셉 블레이처의 [해석학적 상상력], 칼 뢰비트의 [역사의 의미], 길버트 라일의 [마음의 개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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