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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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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인생의 친척> 개정판을 출간하며


    오에 겐자부로는 대학 재학 중에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줄곧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을 발표하여 현대 일본 문학을 이끈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고 있고,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오에는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실존적 문제를 주로 다룬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개정 출간된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의 친척》(1989)은 이토 세이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의 대표작으로 한꺼번에 두 아이를 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불행을 경험한’ 한 여인의 고통과 그 극복의 과정을 깊고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오에의 작품 세계의 원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장애아에 대한 작가의 의식을 살필 수 있다는 점, ‘구원의 문학’으로 표현되는 오에의 문학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 고금동서의 문화유산을 내면화시켜 재생산해내는 오에의 특질이 잘 나타난다는 점에서 오에 겐자부로라는 일본의 지성을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할 수 있다.
    웅진지식하우스는 94, 95년에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시리즈>로 일본 근현대 작가 중 대표적인 작가 열두 명의 책을 출간하였고, 2002년부터 다시 한 권씩 개정판을 출간하고 있다. 최근까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산소리》,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개정 출간하였고, 이번에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의 친척》을 개정 출간하였다.




    인간의 고통을 구원하는 문학


    오에는 장애아 문제, 핵, 공동체 등을 소재로 다루면서 인류의 구원을 희구하는, 마치 하나의 ‘기도’와 같은 작품을 써내려갔다. 1989년에 출간된 《인생의 친척》은 그러한 작가의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후기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정신적 육제적 장애를 지닌 두 아이가 가족끼리 행복한 한때를 보냈던 곳에서 자살을 한 이후, 그들의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냈는가 하는 과정을 원숙한 필치로 다루면서, ‘고통’이라고 하는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장애아 문제와 연결시켜, 깊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바닷가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진 두 아이의 유해 앞에서, 주인공 마리에는 “경찰서 건물 전체를 뒤흔드는 비명”으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한다. 그러나 단지 그 날의 비명뿐 마리에는 자신의 슬픔을 타인 앞에서는 극단적으로 억제한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는 상처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잠들었을 때의 신음소리와, 화자의 꿈에 등장하는 슬픔의 흔적이 가득한 곰보 자국만이 마리에의 깊은 상처를 대변한다. 그 슬픔의 질곡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마리에의 고통스런 여정이 시작된다.
    마리에는 아이들이 과연 왜 자살을 했는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그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속죄의 행위이기도 하다. 장애로 인해 오히려 정상인들이 어쩔 수 없이 물들게 되는 온갖 추함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아이와, 지체가 부자유한 약자들이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영유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왜 죽어가야 했는가에 대해, 마리에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죽음이라고 하는 부조리에 대한 근원적 의문은,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구조 자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로부터 소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약자의 문제, 고통의 본질의 문제, 신의 문제 등을 이야기하게 된다.

    아이들의 죽음에 관해 가상의 신을 원망하던 마리에가 “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두 아이가, 이 세상을 저주하면서가 아니라 저세상에 있을 행복을 꿈꾸며 몸을 던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비로소 마리에의 고통이 치유될 가능성이 제시된다. 하지만 종교와 육체의 쾌락에서도 완전한 안식을 찾을 수 없었던 마리에는 멕시코의 농장으로 가게 된다. 농장 사람들은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마리에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성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비로소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마리에는 예전의 아름다운 미소를 회복하며 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준비를 한다.
    마리에는 두 아들의 죽음이라는 부조리한 고통에 직면하여 ‘죽음’보다 아이들을 기억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녀가 마지막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V자를 그려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고통과 슬픔이 가득찬 인생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해낸 강인한 자들만이 누리는 축복이었을지 모른다. 두 아이를 잃은 마리에는 자신의 슬픔을 단순히 통곡과 절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의 의미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그 과정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마리에가 자신의 생에 닥쳐온 슬픔의 의미를 밝혀내고 온몸으로 그 슬픔을 견뎌낸 과정은, 자칫 삶에 대해 부정적이 되기 쉬운 우리에게, 살아나가야 할 이유를 가르쳐 준다.
    소설 속에서 마리에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Parientes de la vida’ 즉 ‘인생의 친척’은 멕시코 농장 개간을 위해 함께 한 인디오나 혼혈 여자들이 진짜 친척처럼 자신을 진정한 친구이자 동료로 받아주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작중 화자가 발견한 플루타르코스의 저서의 문구처럼 어떤 처지의 인간에게도 따라다니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인생의 친척’으로서의 슬픔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리에가 삶을 “헛되고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인식하면서도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은, 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과거, 일본 문학(한국 문학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은 부지기수의 죽음을 그려 왔다. 죽음이란 ‘근대’와 함께 시작된 ‘내면’의 신화와 함께, 문학이 가장 즐겨 등장시킨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에의 문학은 죽음을 그리면서도 죽음을 미화하지 않는다.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의 문학은 생을 지향하는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문학에 의한 고통의 치유의 가능성을, 오에 문학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장애아 아들과의 화해와 공생


    등단 5년 후 탄생한 장남이 머리에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일은 오에 문학의 전환점의 계기가 되었다. 이 무렵부터 정신 지체아로서 살아가야 했던 장남과의 공생(共生)을 주제로 한 작품군이 오에 문학의 중요한 흐름을 이루게 된다. 장애아의 탄생을 맞아 방황하다가 아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젊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자전적 소설 《개인적 체험》은 이 전화기의 작품이다. 이후 《만연원년의 풋볼》, 《우리의 광기를 살아 낼 길을 말하라》,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러》 등에서 장애아의 테마는 더욱 심화되었고, 《인생의 친척》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이 소설 역시 장애아를 주요한 테마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화자의 아들 이름 역시 작가의 아들 이름과 같은 히카리(光)이라는 것은 개인의 경험으로 보편적인 경험으로 환원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저의 소설은 픽션으로 구상된 이야기 속에 현실의 제 자신과 비슷하지만 그러나 제 자신 그 자체는 아닌 인물을 도입시키는 방식을 취합니다.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몇 년 지나, 저희 가정에 지체 장애를 지닌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동시대에 실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장애아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제 문학의 주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제 소설의 세계가 좁아지고 이야기의 전재가 한정되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장애아를 가진 아버지를, 작가 자신을 모델로 삼아 소설에 도입함으로써 동시대의 일본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근본적인 과제에 대해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을 현실적인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는 소설의 기법에 대해 독자적인 궁리를 해 왔습니다.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발제문> 중에서


    《인생의 친척》뿐 아니라 오에의 문학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장애아는, 정상(이라고 말해지는)인에게는 상실된 근원적 영혼의 순수성을 보여 주는 지성의 비판자로 그리고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강하게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타자의 고통을 감지하는 능력에서 이른바 정상인보다 뛰어난 그들은 더 이상 부(負)의 존재일 수 없다. 보통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고통을 감지하고 또 그 고통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로서 오히려 보통 사람 이상의 존재로 설정된다. 오에의 장남 이름인 히카리(光), 즉 빛인 이유도 작가의 인식과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다.





    고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


    오에는 자칫 지난 시대의 언어로 간과되기 쉬운 고금동서의 문화유산을 인용하여 나음의 해석으로 새롭게 재생산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친척》의 경우, 오코너를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 단테, 발자크 그리고 쇼팽의 전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등장한다. 그 인용들은 작가의 재해석에 의해 뛰어난 은유와 상징의 효과를 갖게 되는데, 작가는 이런 인용에 대해서 여러 문체를 도입함으로써 ‘단순치 않은 교향’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즉 온갖 문체가 하나의 소설 안에 적극적으로 삽입시킴으로서 폴리포닉(polyphonic)한 소설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노이로제에 관해서 다면적으로 해설한 책이었는데, 그 책에서는 단테의 《신곡》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단테의 시구를, 선생님께서도 애독하고 계신 것 같은 이와나미 문고의 번역으로 인용하겠습니다. 그건, <정화> 제4곡의 첫머리입니다. “마음이 기쁨이나 슬픔을 깊이 느끼게 되면, 영혼 모두가 이곳에 집중되어 다른 능력에 더 이상 힘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나니라. 알아야 하느니, 우리 안의 영혼이 하나가 아니라는 믿음은 그릇된 것임을.” …… 그렇다. 나에게 영혼이 몇 개고 존재해서 그 영혼들 중 하나는 언제나 아이들의 죽음을 괴로워하기만 해야 한다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지금 <정화>의 몇 줄이 포함된 번역을 하면서도, 그 사건이 의식 한구석에서 깜박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나의 새로운 버릇 같은 것일뿐 - 설령 죽음에 이를 때까지 남아 있을 버릇이라고 하더라도 - 역시 지금 나의 영혼은, 이 일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 <제3장>(p.60-61) 중에서

    저자소개

    오에 겐자부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
    출생지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 현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5,924권

    1935년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현에서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도쿄 대학교 불문과 재학 중인 1957년에 〈기묘한 일〉을 대학 신문에 발표해 일본 문단의 찬사를 받았고, 1958년에 〈사육〉으로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73년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로 노마 문예상, 1982년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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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5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7년 서울 출생.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일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쓰메 소세키,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 근대문학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 오고 있으며, [마음] [만엔원년의 풋볼] [인생의 친척] 등을 번역했다. [‘마음’의 비극] [문명과 이질성-만주한국(滿洲韓國) 이곳저곳론], [소세키의 감각표현에 대하여] 등 나쓰메 소세키를 중심으로 한 일본 근현대문학에 관한 논문을 집필하기도 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일어일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반일민족주의를 넘어서] [화해를 위해서-교과서·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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