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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 이규리 아포리즘 2[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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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규리
  • 출판사 : 난다
  • 발행 : 2019년 04월 30일
  • 쪽수 : 2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86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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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떻게 보면 시였다가, 달리 보면 약속이었다가,
다시 보면 당신에게만 속삭이는 비밀 같은 글들”
시력 25년에 선보이는 시인 이규리의 아포리즘aphorism!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지금껏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라는 세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 이규리. 올해로 데뷔 25년인데 그사이에 선보인 시집이 세 권이라 근 8년의 시간을 묵혀 담아낸 것들이란 계산이 대략 나오기도 하거니와, 제법 빠르게 돌아가는 시단의 속도전에서 그 묵힘은 다소 느린 건넴이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곤궁한 마음 가운데 아무려나 되짚을 건 시집들뿐이니 그 시들 꺼내 다시 펴보니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창 너머로 다부진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한 시인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어라. 시인의 눈이 가닿는 거기 함께 좇고 보니 빛이 환하고 하늘이 푸르고 연두가 시리고 초록이 무성한 것이어라. 그렇게 전체를 둥글게 궁굴려 훑고 삼키려면 필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터, 그리하여 시인은 묵묵히 견디고 섬겨온 그 시간의 배터리에 이제야 충전이 끝났다며 이 순간 두 권의 책을 수줍게 내밀고 있는 것이어라. 시력 25년에 선보이는 두 권의 아포리즘, 시의 맨발 같은 이규리 시인의 『시의 인기척』과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를 얘기하기에 좀 끌어본 서두렷다.

‘아포리즘’이란 알려져 있듯 그리스어로 ‘정의’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그 정의를 정의해보자면 “명언, 격언, 잠언, 금언 등 교훈을 주는 말 또는 사물의 핵심과 이치를 표현한 문장”을 뜻한다. 속담과 달리 출처가 분명하니 써낸 이의 뜻하는 바가 읽는 이의 이해하는 바로 빈틈없이 직결될 가능성이 아주 큰 장르이기도 하다. 필력이라는 공력이 즉각 가늠이 되는 두려움의 어려움을 뚫고 이규리 시인이 캐낸 이 두 권의 아포리즘은 둘 합쳐 400개에 이르는데 특징이라면 어떤 사유에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없고, 어떤 사유에든 말씀이라는 가르침의 천둥이 만무하며, 어떤 사유에든 휘는 곡선으로 부러지지 않는 입체성을 가졌고, 어떤 사유에든 톡톡 튀는 문장으로 가벼운 발놀림을 부리는데다, 어떤 사유에든 쓰는 이와 읽는 이의 호흡이 비슷해야 한다는 배려로 손을 맞잡듯 악수하듯 쓰였다는 점을 일단 들 수가 있겠다. 물론 이 모든 사유를 끌고 나가는 데 있어 발휘되는 상상력의 탁월한 재미는 이 책의 가장 윗머리에 둘 수 있는 장점이라 할 수 있을 테다.

『시의 인기척』과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는 한 배에서 태어난 일란성쌍둥이 같은 책이다.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쳤을 때 내키는 내용이 눈에 보이면 그것부터 삼킨들 문제랄 것이 있을 리 만무한 책이기도 하다. 시가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소리나 기색은 결국 초월적인 시공간을 뚫고 부지불식간에 나의 살아 있음을 여지없이 증명하게 해주기도 하는 것, 하여 두 권의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 내 안에 새겨지는 그 시의 인기척은 피로 돌고 살로 쪄지고 키를 키우게 하는 나만의 완전무결한 힘이 될 터, 이런 건강식임을 필두로 한 아포리즘을 우리가 왜 읽어야 하는가 하면 그건 시에 인접한 텍스트여서만도 아니고 경구를 새기고픈 각박한 시대의 강박만도 아니고 어쩌면 말해도 말할 수 없는 세계, 말하다가 발이 빠지는 세계, 그 삶과 죽음 안팎을 일렁이는 경계의 세계를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성냥불 같은 찰나의 힌트를 건네기 위해 시인만이 행해낼 수 있는 어떤 공수 같은 것일 게다. “어떻게 보면 시였다가, 달리 보면 약속이었다가, 다시 보면 당신에게만 속삭이는 비밀 같은 글들”이란 시인의 말을 되새기면서 우리가 아포리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에 불현듯 창밖을 내다보니 어두컴컴해진 하늘 아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다. 그 비를 오롯하게 맞아가며 한 시인이 검은 박쥐우산을 펴고 있는 와중이다. 펴져야 하는데 맘처럼 잘 펴지지 않는 우산을 펴겠노라 시인이 집요하게 우산을 파고들 때 일순 제 몸을 일으키는 우산, 때마침 선연히 드러나던 앙상한 뼈, 그러니까 그 우산살의 기지개. 뼈가 아니겠나, 그래 기지개가 아니겠나. 이규리 시인의 아포리즘을 읽고 나면 여러분 저마다의 아포리즘을 발견하느라 눈이 바쁜 저 자신을 목도하게도 될 것이다. 하여 이규리 시인의 아포리즘을 한 줄로 정의해본다면 이 문장은 어떨는지. 읽으면서 쓰고 있다? 자자, 물음표를 느낌표로 살짝 바꿔보면 어떨는지. 틀리지 않았나 싶은 불안과 틀려서 보게 되는 눈치로부터 자유로워져보면 어떨는지. 정답이 없고 애초에 정답이란 말 자체가 정답일 수 없는 세계가 아포리즘의 세상이니 이렇게 정리를 해보면 어떨는지. 아포리즘? 읽으면서 쓰고 있다!

•작가의 말

둘러보면 파편으로 차 있는 일상 가운데 그 안의 삶은 어떻게든 맑게 눈뜨고 싶다는 믿음이 컸던 것 같다. 이 글은 그 믿음을 위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한 흔적들이다.
오래전부터 노트에 메모되었던 글들이 모였을 때 그 흔적이 아픔이고 견딤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시詩가 다 말하지 못했던 생각에 대해, 그리고 말해도 닿을 수 없었던 세계를 향한 이 글들을 ‘아포리즘’이라 일괄해보았다.
일반 아포리즘이 주는 교훈적인 내레이션을 벗어나고 싶었고 얼마간은 실제와 이미지와 인식이 춤추는 말을 감각적으로 받아적는 편에 기울었다.
시인은 시로써 살지만 더 정확하게는 시를 품은 인식으로 산다. 이때의 인식은 실천 가능한 삶까지를 아우른다. 이 글들은 그 인식으로 차오르던 순간의 성찰인 셈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시였다가, 달리 보면 약속이었다가, 다시 보면 당신에게만 속삭이는 비밀이기도 하다.
바람이라면 함께했던 고통과 희열과 발견의 이 기록이 사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글을 쓰는 동안 누추했던 내가 깨끗하고 가벼울 수 있었다.
많게는 온전한 기쁨에 떨었다.
문학의 힘, 언어의 선물이라 여긴다.

2019년 4월
이규리

목차

작가의 말

1부 우리는 잘못 보기 위해 보는지 모른다
2부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3부 뒤는 말하지 못한 고백이다
4부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갈 때조차 아무 말 못했지만,
5부 흔들리는 빈 가지에 오늘은 별들을 걸어야지

본문중에서

막연한 짐작으로 비유하지 마라. 장미는 행복한 적이 없다.
(/ p.34)

산책길에 만나는 새들, 정확히는 새소리를 만난다. 새는 모습보다 소리로 존재를 표현하는데, 그건 고난도의 자기애이기도 하다. 높은 데 가지 하나가 출렁이면 이미 사랑은 떠나고 없다. 살짝 보여주면서 유추하게 하는 몸짓이 시를 닮았다.
(/ p.66)

괴로움 안에 있는 사람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대 쓸쓸해 말아요.
(/ p.69)

관계는 근본적으로 이기를 지향하고 있다. 가령 인간과 의자의 관계, 제공하는 쪽과 제공받는 쪽의 생각은 묘하게 어긋나곤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의자에게 체온을 주었다 여기지만 의자가 기억하는 건 무게이다.
(/ p.85)

거의 모든 내용은 자기 안에 자기 아닌 요소를 지니게 마련이지요. 흰색을 들여다보면 검은색이 어른거려요. 어떤 빛을 반사할 때 반사되지 않은 빛 하나가 흰색에 머물러주었을까요. 흰 눈을 뭉쳐서 들여다볼 때도 그 둘레에 흰색 아닌 것이 어른거려요. 웃고 있을 때 번지는 희미한 눈물처럼.
(/ p.86)

그리우면 되리라. 어떤 저녁을 안타까워할 때 그 저녁이 좀더 머물러주었다.
(/ p.19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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