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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교수의 인생과 학문의 여정을 정리한 회고록

초등학교 5학년 때 해방을 맞았고 중학교 3학년 때 6 ㆍ 25 전쟁을 체험하였다. 전쟁이 막 휴전을 맞은 53년에 입학하여 57년에 대학을 졸업하였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지만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당시로선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모진 세월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년이면 米壽를 맞는다. 그간 내가 지나온 삶을 어떤 형식으로든 한번 정리하고 뒤돌아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출간하는 『省吾隨錄』은 일단 내 삶의 모습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편집된 것이며, 여기에 그간 써온 글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학문의 여정을 돌아볼 때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의 위욱승 교수, 일본 오타니 모리시게 교수와 학문적 교류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위욱승 교수는 필자와 연구 분야가 같아 만나게 되었다. 미국의 한국학 석학인 피터 리(이학수) 교수를 통하여 필자의 저술(『임병양란과 문학의식』)이 마침 항왜연의([임진록])를 연구하던 위욱승 교수에게 전달되고, 그 후 서신 내왕을 통해 친분을 서로 쌓게 되었다. 내가 중국에 처음 갔을 때(1979년)부터 그의 가정을 방문하였고, 그의 소개로 북경대 계선림(季羨林) 부총장, 비교문학회장 낙대운(樂黛云) 교수와도 만나 저녁 자리를 함께 하며 북경대학 이야기와 문화혁명의 체험담을 듣기도 했다. 특히 필자가 일 년간 북경대 초빙 교수로 재직할 당시 위욱승 교수와 그 무렵 그곳에 체재하고 있던 민영대 교수 셋이 황산을 거쳐 최치원의 유적지를 둘러보던 여행은 위 교수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어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오타니 교수는 고려대에서 필자와 함께 80년대에 대학원 공부를 하고 같은 해에 함께 학위를 수여 받았다. 80년대에 일 년간 천리대학에 교환 교수로 있을 때 오타니 교수와 참으로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그와 처음 일본에서 만나 사이다마 현의 고려신사를 참배했을 때의 현장은 아사히 신문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와 함께 천리도서관에 수장된 [몽유도원도], 법장이 의상에게 보낸 천 삼백 년 전의 편지를 구경할 때와, 이소노가미 신사의 백제 칠지도(七支刀)를 구경할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가 고려대에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조선후기 소설독자 연구]는 일종의 소설 사회학으로, 일본인이 이런 논문을 썼다는 데 대하여 한때 화제가 되었으며, 그 후 학위 논문이 고려대 민족문화 총서의 하나로 출간되어 학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30년 대학생활을 마무리할 정년 즈음 뜻밖에 아내와 사별하게 되었다. 새로운 삶의 전환을 위하여 중국으로 가 연변대 과학기술대학의 교수로 이름을 걸고 한국학연구소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 때가 2000년 11월 7일이다. 당시만 해도 비교적 젊은 나이였으므로 의욕이 컸고 또 한국어과 여러 교수님들이 도와 주셨기에 연구소장으로서 보람된 일이었음을 회고한다. 거기에서 해마다 중국 내의 한국어 교수들을 모아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그 결과물을 모아 10여 권의 논문집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내 연구소가 중국 내에서 꽤 알려지게 되었다. 시간이 나면 중국의 동북 지역을 돌아다녔다. 이 무렵의 답사 메모들을 모아 『동북문화기행』(집문당, 2002)을 상재하기도 하였다. 방학 때면 수년 간 함께 지냈던 김미혜자 약사와 함께 심양, 장춘, 하얼빈, 백두산을 누비며 여행하였다. 중국에 체재하던 수년 간에 중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후 『동아시아 문화 교류론』(2011)과 『동아시아 문화탐방』(2015)도 저술하여 나름대로는 동아시아 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혀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머리말
隨想錄
내 지나온 삶을 뒤돌아본다
夢遊桃源圖를 통해 본 한일 양국의 문화적 관련 양상
‘十勝地’의 문화사적 探索
光海君과 燕山君의 流刑과 最後
古群山 仙遊島 기행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연행사 이천 리 길을 따라가다/ 일본 문화의 겉과 속
윤동주를 통해 보는 동아시아의 문화 읽기
고소설 연구의 획기적 지평 확대 작업
선상 세미나를 통해 살펴 본 중일 문화
崔致遠의 在中 行蹟과 韓中 文化交流 코드
유배지의 여인들/ 聾巖 李賢輔의 愛日堂
『삼국유사』의 [調信夢]에 대하여
한국인의 정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단편 [긴쇼군(金將軍)]에 대하여
동북기행 10년의 회억들
漢拏山 白鹿潭에 대하여
명나라 吳明濟가 엮은 『朝鮮詩選』에 대하
나의 회고시(구고)
청농 진동혁 교수의 삶과 학문
韋旭昇·大谷森繁 두 교수의 서거를 슬퍼합니다
후백 황금찬 선생을 기립니다
忍苦의 歲月
한국 문화와 동아시아 문화
한국학연구소 10년의 회고
나의 대학 시절 수강기
[壬辰錄]의 유전 과정
‘豊年會’ 유감

識小錄
나의 유년 시절
나의 중고교 시절
나의 대학 시절
나의 교사, 교수 시절
나의 교환교수 해외 생활(1)
나의 교환교수 해외 생활(2)

著作 目錄/ 저자의 근작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