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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마법사의 시대 :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마법처럼 매혹적인 천재들의 이야기

원제 : Zeit der Zaub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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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까지,
위대한 철학자 4인의 삶과 그들이 살아간 시대상을 펼쳐낸 단 한 권의 책!


1920년대, 최초의 세계대전이 지나간 자리에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가 물리학에서, 토마스 만과 제임스 조이스가 문학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오늘날 우리가 ‘현대’라 부르는 시기의 기원이자, 거대한 영감과 충격적인 경고를 동시에 던졌던 이 시기에 위대한 네 철학자, 발터 베냐민, 에른스트 카시러,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철학을 혁신했다.
이 네 천재 철학자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대표한다. 베냐민은 대도시의 불안정한 노동계급, 카시러는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부르주아, 하이데거는 고향을 중시하고 민족주의에 물든 은둔형 사상가, 그리고 억만장자의 아들로 태어난 비트겐슈타인은 깊은 영성과 단순한 노동에서 평온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결국 하나의 같은 질문에 몰두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 답을 찾아 많은 이들이 헤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출판사 서평

인간적인, 가장 인간적인 철학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법처럼 새로운 시대를 연 천재 철학자들을 만나다


“1920년대. 혼돈의 시대였다. 냉엄하고, 과도한 분위기에, 생존하고자 욕구가 강렬해진 동시에 죽음에 취해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1920년대에 가장 활기차고 시끌벅적했던 곳이 바로 파리, 베를린, 빈이었고 곧 모스크바도 그에 동참했다. 전쟁 국가의 메트로폴리스, 시대정신의 중심 도시들, 미래의 실험실.
바이마르 공화국이 갓 탄생한, 늘 벼랑 끝에서 비틀대던 독일에서는 침체와 환희가 쉼 없이 자리를 맞바꾸며 계속되었다. 밤이면 클럽에서 재즈가 유혹하고, 낮에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미디어 분야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라디오가 대중매체가 되고, 영화가 새로운 예술형식이 되었다. 세계대전의 그림자로부터,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경제 붕괴의 암울한 징조로서,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민중의 분노를 두고 경쟁하던 시기였다.”

1929년, 다보스에서 두 남자가 만나 얘기하고 논쟁했다. 에른스트 카시러와 마르틴 하이데거. 카시러는 유대인이고 당시 독일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였고, 마르틴 하이데거는 혜성같이 나타난, 말이 필요 없는 철학계의 새로운 별이었다. 오늘날, 카시러와 하이데거의 이 ‘다보스 논쟁’은 근대정신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통한다. 동시에 이 사건은 정신적 창의성과 사상이 폭발적으로 발달했던 1920년대의 정점을 찍었다. 1919년부터 1929년까지의 약 10년은 현대 철학에 없어서는 안 될 10년이다. 특히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발터 베냐민, 에른스트 카시러, 마르틴 하이데거, 이 위대한 철학자 네 명이 말 그대로 이 기간을 만들었고, 2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이 오기 직전에 독일어를 철학의 언어로 만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철학 잡지 <필로조피 마가친스Philosophie Magazines>에서 오랫동안 편집장으로 일했고,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중 철학서 저자이다. 그는 1920년대의 사상에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와 대공황 사이, 1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등장 사이에 낀 10년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빛나는 성공과 한나 아렌트에 대한 사랑, 발터 베냐민의 방황과 그를 혁명가로 만든 라트비아 무정부주의자 여인과의 광기 어린 사랑, 케임브리지에서 철학의 신으로 추앙받던 때에 갑자기 스스로 빈털터리가 되어 오스트리아 시골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쳤던 억만장자의 천재 아들 비트겐슈타인, 이민을 떠나기 전 여러 해 동안 함부르크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 점점 격해지는 유대인 혐오를 직접 당해야 했던 에른스트 카시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대을 연 위대한 철학자들이 [철학, 마법사의 시대]에서 또다시 빛을 발한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이야기 형식을 갖춘 비소설이다. 다시 말해 철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베냐민, 비트겐슈타인, 카시러, 하이데거 이 네 철학자 모두 그들의 인생과 철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였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1920년대에 이루어진 이 네 ‘마법사들’의 삶을 한 해 한 해 따라가면서, 마법처럼 서로 얽혀 있는 삶과 철학의 길을 열어 보인다. 사랑과 좌절, 기발한 생각과 혁신 그리고 또한 정치적인 방황과 학문적 실패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긴 철학의 걸작까지 아우른다.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인터뷰를 통해, [철학, 마법사의 시대]가 오늘날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설명할 때 철학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인 삶을 사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적인 배경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중심이 되는 질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장을 열 필요가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네 철학자가 그들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1920년대와 새로이 열릴 시대 앞에서 인생이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구했는지 호기심을 안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천재 철학자들의 삶과 사유 속으로 떠나는 지적인 시간 여행


‘1장 프롤로그 : 마법사들’에서는 학계에 첫 등장할 때부터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던 비트겐슈타인의 케임브리지 유학 시절과 그의 이론, 20세기 철학사에서 결정적 사건으로 통하는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다보스 논쟁을 소개한다. 이때 1929년 당시, 발터 베냐민은 프리랜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힘겨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고, 연인과의 사랑에 빠져 아내에게 이혼까지 요구한 상태였다.
‘2장 도약 : 1919’에서는 10년의 첫 시작 지점인 1919년으로 돌아간다. 불안정한 수입과 가난한 삶에 시달리는 철학자들의 삶과 이들의 초기 이론을 다루고 있다. 베냐민은 은행원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리고 집을 나와 가난한 철학자의 길을 걷는다. 빈의 재력가 집안 장남이자 천재인 비트겐슈타인은 전쟁을 겪고 죽음에 대한 사유와 공포에 집착하면서 인간 존재와 행복한 삶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이라는 개념에서 '존재'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 실력과 이론은 인정받았으나 계약직 강사 자리를 전전하던 에른스트 카시러는 상징주의 철학에 더 몰두하기 시작한다.
‘3장 언어 : 1919-1920’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 하이데거가 진리를 체험하는 과정, 카시러의 형태를 찾기 위한 노력, 벤냐민의 언어론과 번역론 등 네 철학자의 학문 세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4장 형성 : 1922-1923’에서는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상징주의 논쟁, 벤냐민의 [괴테의 친화력] 비평 및 연구, 형제자매들에게 자기 몫의 유산마저 다 나눠준 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일을 할 당시의 비트겐슈타인과 케임브리지로 다시 돌아가기 전의 이론을 다루고 있다.
‘5장 너 : 1923-1925’에서 비트켄슈타인은 케임브리지로 다시 돌아갈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이론은 인간에서 존재로, 존재에서 ‘너’라는 대상으로 발전한다. 베냐민은 끊임없이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연인 아샤 라치스를 만나게 된다.
‘6장 자유 : 1925-1927’에서 베냐민은 여전히 교수직을 구하는 데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점검의 틀로 삼아 자신의 ‘순수 언어’와 ‘인식 비판’ 철학을 강화한다. 하이데거는 자신의 철학적 현존재 설명이 지향하는 세 가지 핵심 개념, 도구, 두려움, 죽음을 반복해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카시러는 르네상스 철학을 연구하고, 열정적인 교사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초등학생을 위한 사전까지 만든다. 그러나 훈육을 위해 학생의 뺨을 때리고 나서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말았다.
‘7장 통로 : 1926-1928’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직접 설계도를 그려 가족을 위해 쿤트만가세에 빌라를 짓고, 베냐민은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연인인 아샤도 신경쇠약증을 앓는 동시에 연극연출가 라이히와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졌다. 이 고통스러운 날의 기록은 그의 [모스크바 일기] 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시러는 다양한 언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철학자로서, 언어에 대한 쉽고 명확한 이해와 설명이야말로 철학자가 수행해야 할 과제라고 보았다. 그의 이러한 프로젝트는 [상징 형식의 철학] 제1권으로 일부 마무리된다. 하이데거는 마르부르크 대학의 정교수로 부임하고, [존재와 시간]을 출판한 뒤 필연적으로 ‘근거’라는 개념이 그의 전체 강의와 작품을 지배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인 ‘8장 시간(시대) : 1929’는 다시 하이데거와 카시러의 다보스 논쟁으로 돌아온다. 학문적으로 정상에 선 두 철학자는 칸트, 형이상학, 윤리학, 유한성, 존재와 시간 등에 대한 다양한 언어적 논쟁을 펼쳐 보인다. 다시 말해 1929년 3월 26일, 궁극적으로 같은 질문인 두 가지 영원한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이 탄생한다. 철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저자는 역동적이고 급진적인 혼란의 시대였던 1920년대가, 따라서 철학하기에 좋은 시기였다고 강조한다. 이 시기는 독일 철학의 마지막 위대한 10년이었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은 부차적이었고, 학문적 명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당시, 적어도 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이 네 ‘마법사’에게는 자신이라는 고유한 존재에 근거, 규칙,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였다. 철학이 그들에게는 곧 생존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약 1천 년 역사 이래 인간이 온전히 문제가 된 첫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인간은,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동시에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막스 셸러

철학박사이자 작가인 볼프람 아일렌베르거는 독보적인 철학자 네 명의 인생 여정과 그들의 혁명적인 사상에서 진정한 현대의 기원을 본다. 인류 정신이 찬란히 빛나던 1920년대에 대한 이 회상은 우리에게 영감과 경고를 동시에 안긴다. 창의적이고도 치밀한 서술 덕분에, 지적 유희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추천사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생생한 묘사와 사려 깊고 아름다운 서술로,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베냐민, 카시러가 세계적인 의미를 얻은 1919년부터 1929년까지의 10년을 펼쳐 보인다. 네 철학자는 서로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적은 거의 없지만, 서로 긴밀히 연관된다. 아일렌베르거가 이 놀랍고 창의적인 책을 통해 인상 깊게 보여주듯이, 그들은 철학에 대한 놀라운 별자리를 빚어낸다. 네 가지 인생, 그리고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네 가지 대답.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어둠 속 위대한 순간에 가장 찬란한 철학의 별자리가 탄생했다.”
- 뤼디거 자프란스키Rudiger Safranski / 철학자, [니체-그의 사상의 전기] [쇼펜하우어 전기] [하이데거-독일의 철학 거장과 그의 시대]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의 저자

“케임브리지에서 다보스까지, 베를린에서 파리까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의 [철학, 마법사의 시대]는, 오늘날까지 우리의 사상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쳤고, 21세기의 발전에도 가장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1920년대의 빛나는 10년을 새롭게, 그리고 대단히 쉽고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스 울리히 굼브레히트Hans Ulrich Gumbrecht / 문학비평가, [매혹과 열광]의 저자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면서

I 장 프롤로그 : 마법사들
신의 도착│정상에 오르다│평정심 유지│다보스 신화│인간을 철학하다│토대 없이│두 가지 비전│선택의 기로에서│베냐민은 어디에?│차라리 실패가 낫다│삶에 목적이 필요할까?│1인공화국

II장 도약 : 1919
무엇을 해야 할까?│피난처│난감했던 날들│낭만주의 명제│새로운 자의식│도망│변화│윤리 문서│소망 없는 불행│다른 상황│측면 공략│직관 없는 세계│원초학자│알리바이 없이│새로운 왕국│사건에 충실하다│독일의 미덕│사랑받지 못한 자│전차

III장 언어 : 1919-1920
비유로 말하다│빈의 다리│시적 적확성│세계에 맞서다│헤이그의 세 논점│사실의 그림│이발사│사다리 위의 러셀│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폭풍 속에서│흐릿한 시야│군중 속의 고독│두 괴짜│환경 우선│순정성 파괴│미디어와 관련된 일│근대여성│과제│급진적 번역│컬트와 소리│함부르크의 괴테│기본 현상 │다원주의를 향한 의지│전진│‘그’ 언어가 존재하는가?

IV장 형성 : 1922-1923
오두막에 평화를│소름 돋는 소명│현존재 사전점검│폭풍을 맞을 용기│구직전쟁│나쁜 이웃│좋은 이웃│책장 속 유토피아│신화의 출구│신계몽주의│강을 건너다│급류 속에서│제3의 동맹자?│바이마르의 괴테│더 많은 빛을│자유 또는 운명│선택 또는 결단│분열된 공화국│구원의 시작│구원의 초월성│무자비하게│4분의 3을 이해하다│치료│위에서 아래로

V장 너 : 1923-1925
얼간이│복잡하군│환대│함부르크에서 벨뷰로│뱀 실험│터널과 빛│흔들리는 바이마르│견고한 성│스스로 체험이 되다│너, 악마│존재의 한복판│가장 어려운 것을 생각하다│아모르 문디│단식요법│독일이여 안녕│포도와 아몬드│다공성

VI장 자유 : 1925-1927
붉은 별│비판적 서론│아담 사례│비애극 논문│상기시키는 청취│슬퍼하는 자연│비판적 사진첩│팔레스타인 또는 공산주의│가까이 있다│착수하다│물음의 발굴│현존재의 시간│이것이 망치이다: 도구분석│폭풍과 두려움│죽음을 향해 앞서 달리다│함부르크학파│가려진 기원│출발점의 다원성│세계 추론을 통한 자기 구성│별과 관련된 것│어린이의 입│언어공학자│합리성 목록│책임 원리│기절

VII장 통로 : 1926-1928
기술적 재능│오직 신들을 위해│스승 없는 모임│한참을 더 배워야 한다│위기에 직면하여│모스크바가 종점일까?│타인의 지옥│무방비 상태의 남자│한 사람을 위한 파티│대양│폭풍의 눈에서│프랑크푸르트의 비상시국│개인과 공화국│건축│악마들의 시대│존재 이후│근거와 나락│기원으로의 회귀│귀향│등산

VIII장 시간(시대) : 1929
힘찬 질주│군중 속에서│뮌헨에서의 전야│긴장 풀어요!│언어 폭격-다보스 논쟁│상처를 치유하다│봄기운│서푼짜리 오페라│도어스│밤새 숨차게│가스등│자동파괴적 성격│소시지에 대하여│방랑자│학파 없이│내부 문제│일상으로의 회귀│케임브리지의 나폴리│목적을 위한 상기│언어의 도시│벽에 맞서

마지막
감사의 말
주석

본문중에서

“괜찮아요. 당신들이 이해 못할 줄 알았어요.”
1929년 6월 18일, 철학사에서 가장 특이한 박사 학위 구두시험이 이 말과 함께 끝났다. 오스트리아 억만장자의 아들이었고, 지난 1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마흔 살 박사지망생이 구두시험을 치르기 위해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과 무어G.E. Moore 앞에 섰다. 그의 이름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는 1911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러셀에게 배웠고, 그의 천재성과 고집은 학생들 사이에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존 메이너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1929년 1월 18일에 이렇게 썼다. “신이 도착했다! 나는 그를 5시 15분, 기차 안에서 만났다.”
('1장 프롤로그 : 마법사들 ’신의 도착‘' 중에서)

1919년 8월에 비트겐슈타인은 확실히 죽음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여전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선한 삶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몰두했던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는 1919년 9월
5일에 벌써, 계획의 두 번째 단계에 돌입했다. 첫 번째 단계로 전 재산을 형제자매에게 넘겨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그는 이제 빈에서 1년짜리 초등교사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다시는 철학을 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는!
당시 마르틴 하이데거는 비트겐슈타인의 새로운 인생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것은 새로운 신념을 품은 하이데거를 충격에 빠뜨렸을 터이다. 그 역시 이제 막 전쟁에서 돌아왔고, 앞으로는 오로지 한 가지만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철학만 하기로.
('2장 도약 : 1919 ’윤리 문서‘' 중에서)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 역시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모든 언어와 모든 의미의 토대에 있는 기본적인 공통 원초 언어에 대해 연구했다. 그렇다면 이제 베냐민의 주장은 무엇일까? 비트겐슈타인처럼 세계가 언어와 똑같은 논리 형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대신, 하이데거처럼 세계가 이미 늘 경험된 과거로 (언어적으로) 주어졌다고 주장하는 대신, 베냐민은 스스로 명명한 것처럼 ‘순수 언어’ 또는 ‘참된 언어’가 신의 언어라고 주장함으로써 이 질문을 역사 신학적으로 풀었다. 그러므로, 말을 하고 연구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진정한 목표이자 과제는, 신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때 보여준 이름 붙임(Nennen)과 언어의 직접적인 일치(신은 사물의 모든 면을 드러내는 딱 맞는 표현을 언제나 찾아낸다)에 가능한 한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가능한 한 세계의 모든 면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다.
('3장 언어 : 1919-1920 ’과제‘' 중에서)

에른스트 카시러의 편지를 보면, 그는 명확한 경계와 시민 예절 그리고 학자로서 자기만의 영역과 공간에 물러나 있음으로써, 이런 사회적 역학의 일상적인 힘겨움을 장기적으로 피할 수 있다고 믿은 게
분명하다. 특히 이 여름날에는 독일, 고향, 특히 함부르크를 버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비로소 그런 마음이 들었고, 어쩌면 이때 처음으로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리라. 카시러 역시 이 시기에 진정한 철학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카시러의 철학 장소는 슈바르츠발트 언덕에 있는 한적한 오두막이 아니라, 영향력 높은 은행가 집안 후손으로서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수천 권에 달하는 귀하고 독창적인 철학 및 과학책들을 수집하고 매우 독창적인 기준으로 정렬했던 어느 아마추어 문화학자의 서재이다. 카시러는 1920년 겨울에 처음으로 그곳에 갔고, 그때부터 10년 동안 그곳은 그의 작품을 위한 진정한 영감의 장소가 되었다.
바로 아브라함(아비) 바르부르크 Abraham(‘Aby’) Warburg의 서재다.
('4장 형성 : 1922-1923 ’나쁜 이웃‘' 중에서)

하이데거는 1924년에서 1925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학기에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가 지금까지 단지 열렬히 얘기하고 쓰기만 했던 사랑. 그는 1925년 2월 27일에 “지금까지 이런 감정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악마 같은 무언가가 나를 사로잡았다”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했다. 이것은 강의 시간에 다루는 두려움이나 죽음에 대한 체험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었고 순전히 자기 자신과만 관련된 예외적 상황도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그것은 타인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랑의 체험이었다. “우리의 삶에 다른 존재가 침입하면 아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예외적 상황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가 뭔가를 쓴다면, 그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는 고백의 편지 서두에 이렇게 적었다. “인간의 운명은 인간의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봉사는 이런 헌신을 첫날처럼 늘 깨어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5장 너 : 1923-1925 ’너, 악마‘' 중에서)

학자로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베냐민의 강박증(자신의 실존이 명료해지는 순간이 “가장 끔찍하다”고 느끼는 증상)은 경제 위기로 더욱 심해졌고, 그것이야말로 그의 인생이라는 비애극의 원천이었다. 형식적 규정에 맞는 논문을 원하는 학계와 대학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던 논문이 결과적으로 합당하게 거절되면서, 베냐민은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짓눌렀던 압박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거절과 관련 있을 모든 우울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베냐민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판결을 해방으로 이해했다. 그는 1925년 8월에 여전히 그의 ‘매니저’이자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유일한 진짜 추
천자인 고트프리트 잘로몬델라투어에게 편지로 알렸다. “나의 자기 평가가 교수 자격 취득에 조금이라도 좌우되었더라면, 내 논문을 대하는 대학당국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태도가 내 생산성에 회복 불가 상태인 ‘쇼크’를 주었을 겁니다. 나만 아는 사실이긴 합니다만,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6장 자유 : 1925-1927 ’팔레스타인 또는 공산주의‘' 중에서)

진보.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의 문화를 눈멀게 하고 잘못된 길로 이끈 대표적 낱말이다. 그러므로 진보는 철학에 없고, 결코 있을 수 없다. 철학에 진보가 있으려면 철학만의 고유한 문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고유한 방법도 있어야 마땅할 터이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철학에는 그런 문제도 방법도 없다.
그 대신 철학에는 언어가 있다. 언어의 혼란이 있다. 또한 이 언어 속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한 회상으로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그것이 전부다. 이 세계에서 우리 자체 안에 숨어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이 1929년 여름에 비트겐슈타인의 사색이 명확히 들어선 새로운 길이다. 그리고 그는 <논리철학논고>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논리적 엄격함과 문학적 정확성을 가지고 이 길로 들어섰다.
('7장 시간 : 1929 ’벽에 맞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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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볼프람 아일렌베르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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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타게스슈피겔>, <디 차이트>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싣고 있으며, 잡지 <키케로>의 정치부 통신원으로 일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어쩌다 셈하는 법을 잊었을까?], [득점예찬: 축구철학의 마흔 가지 센터링], [노스트라다무스. 미래에 대한 또 하나의 진실] 등 철학적인 주제를 가진 대중서를 많이 저술했다. 현재 베를린과 핀란드를 오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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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현재는 바른번역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매력적인 장 여행》 《매력적인 심장 여행》 《매력적인 피부 여행》 《무계획의 철학》 《부자들의 생각법》 《생각을 버리는 심리학》 등 다수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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