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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항도시, 진해! 그 역사를 걷다!

그날 밤, 나는 부산의 숙소에서, 일본가옥이 남아 있는 진해의 뒷골목을 걸으며, 문득 식민지 시대를 헤매어 가는 듯 착각한 것이나, 거리의 여기저기에 마치 과거와 연결된 미로가 숨겨져 있는 듯이 느껴졌던 일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국가나 민족보다는 작은, 개인보다는 큰, 지역이라는 단위로 시대를 잘라내어, 그 미로를 더듬어 가면, 그곳을 살았던 사람들의 표정과 시대의 실상이 동시에 보여지는 듯한 역사 기록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단순히 당일치기 여행으로 진해에 나섰던 것이지만, 그 거리의 역사를 더듬어 찾는 여행을 새로이 시작해 보려고 생각했다. (저자의 〈시작하며〉에서)

벚꽃과 군항제,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삶
전문 역사서가 아니면서도 이 책은 1510년 삼포왜란부터 1945년 해방시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진해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한일 양국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서 서술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또한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는 진해-한일역사 여행문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따라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한일 양쪽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바 료타로가 ‘진해만’에서 러?일해전 직전 일본이 포격훈련을 하며 한반도에 침해를 가한 사실을 ‘누구의 기억에도 어떤 기록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이나 취도에 남아있는 여러 포격훈련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그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그 객관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7여년의 연구와 발로 뛴 생생한 흔적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서술한 내용이 담겨있어 일본에 의한 군항건설과정을 연구하고 논문이나 책으로 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자료에 앞서 필요한 여러 설명이 명쾌하게 서술되어 있는 책이다. 아울러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당시 사람들, 조선인과 일본인들의 생생한 경험담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점에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여러 가지 친절한 부연 설명을 빠뜨리지 않고 있는 점도 작가 특유의 감각이나 꼼꼼함을 엿볼 수 있어 이 책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작하며
1장 진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1. 왜구 시대
2. 웅천에 남은 일본의 성(城)

2장 러일전쟁과 진해만
1. 근대 조일관계사(朝日?係史)의 기초 지식
2. 전략적 요충
3. 거제도·가(假)근거지 건설 실태
4. ‘일본해군 가(假)근거지’ 흔적
5. ‘제국’의 건설
6. 군항건설 계획이 시작되다

3장 군항도시 진해
1. 진해의 도시계획
2. 초기의 이민자들
3. 군항건설 계획의 변경
4. 해군지원병 훈련소
5. 일본의 패전과 일본인 귀환

4장 진해에서 살았던 사람들
1. 일본해해전기념탑과 한 사람의 일본인
2. 송진포의 해전기념비 복원 소동
3. 로터리와 진해신사 흔적
4. 진해고등여학교
5. 3 ·1독립운동과 진해공립보통학교
6. 덕환관음과 대화재
7. 최초의 이순신 동상

5장 벚꽃축제 속에서
1. 진해의 벚꽃축제
2. 벚꽃과 내셔널리즘
마치며/ 참고문헌/ 저자의 한국어판 후기: 「벚꽃 전선」으로 연결되는 한일의 미래로 - 회고와 제언/ 역자후기/ 한국어판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