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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원제 : The Three Escapes of Hannah 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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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대를 초월한, 사유하고 행동하는 지식인
한나 아렌트에 대한 최초의 그래픽노블

★포브스 선정 2018 최고의 그래픽노블
★한국아렌트학회장 김선욱 교수와 한나 아렌트의 마지막 조교인 제롬 콘 추천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이자 현대 철학과 정치이론에 빠짐없이 인용되는 인물이다. 사망 무렵 학자들 사이에서 제한적인 명성을 누렸던 한나 아렌트의 사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와 위상이 높아져, 그의 저작은 거의 모든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출간되었을 만큼 그 영향력은 가히 전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앞에 존재하는 지금 꼭 알아야 할 인물인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은 그런 그녀의 삶과 사상을 그린 최초의 그래픽노블이다.
전설적인 정치사상가이자 철학자, 유대인, 여성, 난민으로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한나 아렌트. 그의 사상은 20세기를 넘어 난민 · 인종차별 · 소수자 문제 · 극우주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시대에도 매우 의미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깊이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책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그림을 통해 독자들과 한나 아렌트를 한층 더 가까이 만나게 한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인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그래픽노블인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등장은 아렌트가 이미 대중적 관심사가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악의 평범성, 전체주의,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등 정치사상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개념들은 물론, 기존 한나 아렌트의 저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내밀한 면모까지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나치의 박해 속에 여러 나라를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면서도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한나 아렌트의 삶이 속도감 넘치면서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한 1,2차 세계대전과 전체주의가 휩쓸어간 격동의 시대와 함께, 일생의 사랑이었던 철학자 하이데거를 비롯해 발터 벤야민, 프로이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장 뤽 고다르 등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의 모습을 한편의 영화처럼 보여준다.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 폭력과 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상가이자 인간 한나 아렌트의 모습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세 번의 탈출, 그 속에 담긴
한나 아렌트의 불꽃 같은 삶과 열정


이 책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전 생애를 함축적이고 밀도 높게 그리고 있다. 1906년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나 칸트와 로자 룩셈부르크를 동경했던 유년기, 마르부르크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만난 평생 그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승이자 연인인 하이데거와의 이야기, 두 번의 결혼,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파리로, 다시 뉴욕으로 도망쳐야 했던 목숨을 건 탈출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전반부가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뉴욕으로 이주한 후를 그리는 후반부에서는 정치사상가로서 그의 사상이 궤도에 오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체주의’라는 개념으로 한나 아렌트를 일약 주목 받는 정치사상가로 떠오르게 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을 넘어선 대답을 담은 『인간의 조건』,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묘사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같은 책들을 세상에 내놓은 것도 그 시기다. 후반부는 20세기 인문학과 정치학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들이 세상에 등장한 과정을 한나 아렌트 삶과 함께 그리고 있다.
감수를 맡은 김선욱 교수는 책의 제목이 말하는 ‘세 번의 탈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방점은 ‘세 번째 탈출’에 있다. 독일에서의 탈출, 그리고 파리에서의 탈출이라는 앞선 두 번의 탈출과 세 번째의 탈출은 서로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세 번째 탈출 이야기는 그녀의 삶을 넘어 그녀의 핵심적 사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이 세 번째 탈출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가 가진 사상의 핵심인 듯 그려내는데,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책은 그 세 번째 탈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볼 기회를 제공한다.”

왜 지금 한나 아렌트인가
- 20세기 최고 정치사상가의 삶을 통해 배우는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그의 삶은 용기 있는 여성 지식인이자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의 표본을 보여준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망명 생활을 했던 난민 철학자, 하이데거의 제자이자 연인, '전체주의'라는 개념을 세상에 내놓으며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던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이 모든 것에 속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유하고 행동했다. 사유의 자유 앞에서는 민족, 국경, 성별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았고, 1975년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폭력과 악의 본질,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광포한 시대 속에서도 공공성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나 아렌트. 국가에서 추방 당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집단이었던 유대인에게 비난 받고 외면을 당하면서도 인류와 개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삶 전체로 진정한 지식인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불안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20세기 최고의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서 불안한 시기를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본문중에서

너무 빨랐다. 너무 분노했다.
너무 똑똑했다. 너무 어리석었다.
너무 정직했다. 너무 의기양양했다.
너무 유대인다웠다. 유대인답지 못했다.
너무 사랑이 넘치고, 증오가 넘쳤으며,
너무 남자 같은 반면, 충분히 남자 같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한나 아렌트라는 인간의 일생이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에 잃어버린 나라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태어난
이 난민 철학자이자 사상가의 이름을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남는(그리고 처음 떠오르는)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철학자인 이 사람은 왜 철학을 포기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의 사상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는가?
(/ p.서문' 중에서)

나흘째가 되자 검은 유리창 아래서 헛소문이 곰팡이처럼 퍼져나갔다. 하지만 마침내 합리적인 논쟁을 벌이며 함께 대화를 이어갈, 지각 있고 진실만 말하는 상대를 찾아냈다. 나 자신이었다.

‘한나, 이건 인간의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야.’
‘아니야, 한나. 이건 완전히 새로운 인종이야.’
‘왜 그렇지?’
‘이 사람들은…적에 의해서…강제수용소에 갇혔고…’
‘이번에는 동지의 손에 의해…포로수용소에 갇혔어.’
‘아주 좋은 지적이야.’
(/ p.115)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써댔지만, 가짜 전쟁이 시작된 지 3년, 내가 가짜 포에니 전쟁을 벌인지도 3년이 지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독일의 방어선의 안쪽에 숨어 있던 이야기들이 처음으로 흘러나왔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집단 처형이 이루어진다는 단편적인 소식들이 신문지면을 조금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더 테이번의 단골들은 물론이고 블뤼허도, 심지어 나까지도 그런 소문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1943년 여름, 대량 살상 공장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
심연의 문이 열렸다. 이전과 이후 사이에, 과거와 현재 사이에, 그때와 지금 사이에 매울 수 없는 깊은 골이 생겨버렸다. 우주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어떻게 내 사랑하는 독일어가 가스실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고 끙끙대고 있을 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나은 결과물이 괴테와 쉴러의 언어를 확장시켜 지구 전체를 없애버릴 만한 기계를 탄생시켰다. 독일이 무너지며 원자 폭탄 제조 계획도 무산됐다. 하지만 좋은 발명품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무시무시한 원자 폭탄으로 2나노초 만에 일본의 도시들을 불바다로 만들어 전쟁을 마무리 지었고, 그로 인해 심연은 더욱더 깊어졌다.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 화가 나 있었다. 전통이 산산이 부서지는 걸 못 본 체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해해야만 했다. 답을 찾아야만 했다. 이 세상의 무언가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유를 위한다며 동족상잔을 일으키게 했고, 다른 인간을 매립지에 묻어버리게 했다.
(/ p.170)

기존의 이론들은 묵묵부답이었기에 나는 나의 덤불 속으로 돌아갔다. 벤야민이 어떻게 작은 세부사항을 붙들며‘진주를 캐려고 뛰어들었는지’떠올리며 심연의 근원을 추적하려 애썼다. 이런 잿더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철저히 집중해서 나치 독일뿐 아니라 스탈린*의 러시아에서 어떤 지옥이 펼쳐졌는지 보여주는 로드맵과 경기 전략을 제시해야 했다.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니만큼 당연히도 이를 묘사할 단어는 없었다. 내가 단어를 만들어내야 했다.
지구상에서 새롭게 발생한 이 힘의 이름은…전체주의였다.
불이 산소를 연료로 살아간다면, 전체주의의 산소는 거짓이었다. 전체주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거짓말에 맞춰 현실을 조작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무자비한 경멸의 메시지를 내놓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절대적으로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힘에 달려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내 글과 사유와 관찰이 모두 담긴 576쪽 분량의 책이 세상을 뒤덮었다. 나치와 ‘공산주의자’를 동시에 비판한 나는 제리 루이스, 미키 맨틀과 함께 전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미국 시민권까지 얻게 됐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은 아니어도 ‘프린스턴대학 최초의 여성 정교수’로 <뉴욕타임스>에 소개되었다.

‘내가 프린스턴 최초의 인간 정교수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지? 그리고 내 사진을 좀 더 크게 실으면 어디 덧나나?’
(/ p.173)

법정에 들어간 나는 유리 상자 안의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은 맹목적이고 단조로우며 관료주의적인 그의 태도와 일치했다. 목격자와 피해자들이 줄줄이 증언하는 동안, 나는 아이히만이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언어가 뒤틀려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짚으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이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를 묘사하려면 기사에서 감정과 연극적인 태도를 최대한 절제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을 공격하고, 동시에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베를린 동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서 배운 빈정거림과 반어법, 건조한 표현, 풍자 등에 의지해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유리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이 괴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출세지향적인 전직 청소기 판매원이 따분해하며 알맹이 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라서 오히려 그가 저지른 범죄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이히만을 사악한 괴물이라고 한다면 어떤 면에서 그의 범죄를 용서해주는 거야. 그리고 우리 모두 잠재적인 죄를 짓게 되지. 철저하게 사유하지 못한 죄. 슬픈 진실은 선과 악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일 사악한 일을 저지른다는 거야.’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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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켄 크림슈타인(Ken Krimste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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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펀치> <월스트리트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 만화를 기고하고 있는 만화가이자 드폴대학교와 시카고예술대학의 교수. 저서로는 『Kvetch as Kvetch Can(마음껏 불평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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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에머슨 대학(Emerson College)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문화산업 관련 일을 했으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번역해왔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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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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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과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정치철학, 윤리학, 정치와 종교의 관계 등이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과 인간적 삶의 조건』 『한나 아렌트의 생각』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행복의 철학: 공적 행복을 찾아서』 등이 있으며, 아렌트 저작의 번역서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칸트 정치철학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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