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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사회 : 감정의 렌즈를 통해 본 한국사회[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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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인의 ‘감정 아비투스’를 주목하다

나와 타자와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감정사회학적 성찰

감정은 단순한 내적 본능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 변형되고 다시 상호주관성에 개입하여 그것에 영향을 주는 사회성을 갖는다. 이 사회성의 감정은 오랜 시간적 관습을 거쳐 신체화되고, 그렇게 신체화된 감정은 일정한 성향으로서의 아비투스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삶에 뿌리박힌 습속들,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대하는 모든 태도 안에 해석되어야 할 고유한 감정의 언어가 묻어 있는 것이다.
후설, 메를로퐁티에게서 시간과 몸의 현상학을, 부르디외로부터 아비투스의 사회학을 빌려온 저자는 이 책에서 ‘신체화된 감정 아비투스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며, 신체화된 ‘감정의 아비투스’에서 기인한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다소간 관념론적인 절대적 환대 사이에서 한국사회의 공화주의가 나아갈 길을 숙고한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동 대학의 융합감성연구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와 같은 감정 연구가 부당한 무시와 모멸, 차별, 적대, 증오로 점철되어온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다움’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바람의 표현이자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 대한 반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한 인간의 삶과 역사, 시대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의 렌즈이자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의 개념과 정의, 동학에 관해 다양한 학문의 연구성과들을 정리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응축된 감정경험들을 조명해보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파편화와 선동과 혐오와 억압에 의해 감정이 억눌리거나 왜곡된 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열광과 냉소, 개인의 욕망과 공동선 사이에서 중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감정사회학 텍스트이자 삶의 미학에 대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에너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사회문화적, 인지심리학적 고찰


오랜 세월 동안 감정은 ‘교정되거나 절제되고 길들여야 할’ 본능, 욕망과 동일시되었으며 특히 서구의 오랜 철학적 전통 속에서 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기독교의 종교적 전통 속에서는 아예 ‘죄’의 원천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흄을 시작으로 환기되기 시작한 감정의 중요성과 그 동학에 대한 연구는 도덕감정에 주목했던 애덤 스미스와 니체 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이성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힘 자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감정이 단순히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나 매개변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논리와 실체, 힘을 갖는 ‘제3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감정의 개념적 정의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사회문화적 감정연구의 긴 역사적 과정을 돌아보고 최근 사회과학의 연구결과들과 사회생물학, 인지심리학, 뇌과학 등의 통섭적인 연구결과들을 통해 감정에 대한 더욱 확장된 견해들을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뒤엉켜 있는 복잡한 감정들의 씨줄과 날줄들을 들여다보기 위한 광범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의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엮은 한 폭의 퀼트
한국사회의 분노, 불안, 고통, 혐오를 들여다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쇠고기 수입정책에 반대하며 벌어졌던 광화문 시위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붙은 전국적인 시위에는 대중이 국가 리더십으로부터 느낀 모멸감과 수치감, 분노가 큰 자극이 되었다. 개별적으로 흩어진 분노는 힘없이 사그라들지만 그 분노들이 조직화되어 공분이 되거나 집합열정으로 표출될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운동 에너지가 된다.
이 책은 이런 분노와 함께 불안, 수치, 모멸감, 혐오와 같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들이 심리적,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방식들을 분석하고, 이런 감정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집단적으로 등장하고 재생산되는지에 주목한다. 한국사회에서 전쟁의 경험과 가부장주의의 고착된 기억은 어떻게 신체화되어 개인들의 정치적 보수성을 강화해왔는가? 애국의 열정과 광신적인 애국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IMF 이후 밀어닥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개개인의 삶에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고 공동체를 분열시켰는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감정노동은 어떻게 해석되고 논의되어왔는가?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감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혐오표현의 경계는 어디이며 표현의 자유가 용인되는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묶어줄 신뢰와 연대, 즉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힘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이 책은 감정의 동학과 한국인의 감정 표현/소비에 관해 제기되어야 할 이러한 질문들을 환기하고 그 해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론적, 경험적 논의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누가, 왜 망각을 말하고 애도를 막는가?
권력이 두려워한 시민들의 ‘감정’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한 구조적 배경과 전이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구축되게 하는 사회적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과정’은 여러 사회 집단이나 계급, 세대, 성, 지역에 따른 이해관계들과 편견, 권력이 서로 부딪히기에 지난하고 중층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 언론과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집단은 그러한 트라우마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치유방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하고 투사하기 위해 갖가지 방식과 수준으로 개입하고 쟁투를 벌인다.
이 책은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같이 국가적,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의 진행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낙인찍기, 강제적인 망각 기제의 발동과 같은 압력과 애도의 부정 저변에 놓여 있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력관계를 살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국가와 권력이 억압하고 침묵시키고자 했던 감정들의 실체와 의미, 곧 ‘슬픔의 사회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전개하고 있다.

나와 집단을 위해 없어지기를 바라는 희생양,
한국사회의 ‘호모사케르’는 누구인가?


한 집단의 내부적 연대를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그들, 내부자/외부자 등으로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자신들을 ‘우리’와 ‘내부자’로 정체화시킨 후 ‘그들’과 ‘외부자’로 설정된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호모사케르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죽여도 되는 생명들로서 선언된 사람들이며 살 권리가 박탈당한, 죽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생명이다. 한국사회 역시 국가와 자기 집단의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호모사케르’와 희생양을 창조하고 재생산해왔다.
이 책은 아감벤과 지라르 등의 이론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희생양 찾기와 혐오감정에 대해 탐색하고, ‘빨갱이’나 ‘종북좌파’, ‘파업노동자’, ‘난민’, ‘이단’, ‘동성애자’ 등에 대한 낙인찍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또한 이 책은 최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욱 범람하고 있는 혐오표현들이 어떻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을 마비시키는 반지성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우리 안의 혐오와 냉소주의를 넘어서,
십시일반 도덕감정의 힘으로 구현되는 공화주의


꽤 오랫동안 고전주의적인 공화정은 폐쇄적인 민족주의 혹은 국가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의무를 강조하는 우파적 애국 감정에 기반하는 것으로 치부되면서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되었다. 또한 민주주의 체제가 보편화하면서 공화주의는 결국 ‘민주주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들로 인해 공화주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파편화, 비공동체화, 비참여, 무관심, 그리고 다양한 집단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가속화되면서 공동체의 균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세대, 집단, 인종, 계층, 정당 등 다양한 집단의 협치와 공영을 강조하는 ‘공화’의 의미에 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마스, 데리다, 레비나스 등 공화와 관용의 의미를 물은 학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면서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다소간 이방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점을 환기하고, 타자의 윤리학을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회색의 문제로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십시일반의 도덕감정의 힘”으로 공화주의를 새롭게 뿌리 내리자고 말한다. 이 책은 경쟁과 파편화되는 관계들 속에 분노, 슬픔, 혐오, 냉소, 허구적 친밀성이 침윤되어가는 한국사회를 감정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구조의 수인(囚人)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를 통해 운명을 개척하고 거머쥐는, ‘힘없는 자들의 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목차

제1부 감정의 세계
제1장 감정의 의미와 유형
제2장 감정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
제3장 감정의 현상학: 시간, 기억, 신체화된 아비투스

제2부 분노, 불안, 고통, 혐오 속의 한국사회
제4장 분노
제5장 불안과 두려움
제6장 슬픔, 비애, 고통의 트라우마
제7장 수치, 모멸 그리고 혐오

제3부 진정성과 냉소주의, 친밀성, 도덕감정
제8장 언어, 감정, 집합행동
제9장 진정성과 냉소주의
제10장 친밀성과 감정노동
제11장 이방인과 공화주의 도덕감정

본문중에서

인간의 욕망이 다양한 감정으로 나타난다면 차라리 그 감정을 은폐하고 억압하기보다 적절하게 표현하고 교감하는 사회가 인간적이다. …… 그러나 때때로 ‘감정’이 발생시키는 음험한 파멸성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타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고, 타자를 공격하는 혐오와 증오, 모멸과 수치의 감정이 이 세상에 차고 넘치지 않는가? 감정론은 삶과 행위에 대한 폭넓고 두터운 해석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되짚고, 그 감정이 공론장에서의 민주주의와 사회변동에 어떤 에너지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오랜 고민의 재현이기도 하다. 감정론은 정당하지 못한 무시와 모멸, 차별, 적대, 증오로 점철되어온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다움’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바람의 표현이며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 대한 반추이며 성찰이기도 하다. 감정은 생과 역사, 시대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의 렌즈이며 내용이다. 우리가 감정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이다.
('머리글 감정사회학 서설' 중에서/ pp.22~23)

정리해고자들에게 사회와 국가란 무엇일까? 한국사회는 과연 신뢰와 연대의 공동체인가? …… 쌍용자동차 해고사태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이들, 그리고 방관자들 모두를 인간 이하의 경험을 하게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고립감과 자존감의 상실, 야만적인 진압과 트라우마, 좌절된 미래의 삶, 공포, 두려움,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그들을 사회적 불량자로 ‘낙인’하는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방관자로 남은 자들의 무관심이었다. 운명공동체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극도의 수치와 모멸, 분노를 자아내게 한 폭력의 희생자들은 비단 해고노동자 당사자들만이 아니었다.
('제4장 분노' 중에서/ pp.144~145)

광주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신군부 세력이 북한 특수부대 침투설을 흘리며 광주 시민시위대를 빨갱이에 의해 조종당하는 폭도 집단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진압행위를 국가안보와 국익, 국가안전을 위한 행동으로 정당화하려 한 위선적 만행 때문이었다. 당시 언론은 신군부 세력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탄압되었다(광주에 대한 보도는 철저히 통제되었고, 예로 광주에 대한 기사는 중간중간 문장이 삭제되거나 활자화되지 못한 기사 면이 그대로 발행되기도 했다). 신군부의 강압에 못 이긴 것이기도 하지만 중앙의 주요 신문들은 광주를 폭도들에 의해 무법천지가 된 지역으로 보도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격한 비통의 심정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들은 흩어지기는커녕 거대한 공동체로 뭉치기 시작했다. 전남대 학생들은 시위를 주도하면서 투쟁의 이유를 시위 군중들에게 이야기하고 유인물을 낭독했으며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 [정의가], [투사의 노래] 등을 반복해서 불렀는데 아리랑을 부를 때에는 거의 울음바다가 되었다.
('제4장 분노' 중에서/ pp.152~153)

전쟁 이후 극단적인 반공규율국가의 출현은 김 씨 부부로 하여금 더욱 좌익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강화시킨다. …… 전쟁 후 국가는 더욱더 강력한 반공국가 기제를 동원했고, 1960년대 산업화 시절의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국가의 반공규율이 반공전시체제로부터 반공병영사회, 즉 반공을 기초로 발전주의와 결합하는 형태를 거쳐 더욱 강화되었다. 국가의 처벌은 물론 철저하게 국가보안법이라는 국가의 법적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반공적 체제는 좌익 빨갱이에 대한 집단적 낙인, 극단적인 배제를 통해 강화되었다. 그리고 교육, 종교, 보수언론 등의 지원 속에서 국가의 법적 장치와 이데올로기에 의한 반공, 반좌익에 대한 병영적 재생산의 메커니즘은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의 기억과 친화력을 형성하면서 또한 그들의 고착기억을 응고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동시에 이러한 반공병영사회와 그 주도세력은 구술자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의 전쟁경험에 의해 ‘동의’를 받아 견고하게 지지되었다.
('제5장 불안과 두려움' 중에서/ pp.202~203)

이처럼 망각의 기제는 다양한 연합세력들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작동했다. 망각의 기제는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을 것’을 종용했고, 시민사회운동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참사가 남겨준 사회적인 메시지와 과제가 일상의 무관심 속에 묻힌 채 세월호 사건은 어느 순간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난 듯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참여와 관심,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그 연대의 편린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생명’에 대한 메시지, 즉 ‘음습한 적폐’들로 인해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자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트라우마는 쉽게 아물지 않기 때문이다.
('제6장 슬픔, 비애, 고통의 트라우마' 중에서/ p.243)

이들이 동원하는 용어는 매우 극단적이고 선동적이다. 동성애가 입법화되면 사람이 짐승으로 변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성애자를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동성애자는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고 안보, 경제, 질서 등 모든 것을 파괴하는 위험한 존재로서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도 마찬가지이다. 동성애자는 간첩이나 빨갱이들처럼 은밀하게 표류하는, 그리고 특히 청소년들을 오염시키는 에이즈를 전파하는 위험한 이물질로서 그 이질성은 신체적 특징으로 기호화된다. 이들의 눈에 동성애자는 아감벤이 묘사한 나치하의 유태인처럼 ‘호모사케르’적인 존재이다. 한국의 우파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매우 모멸적이고 수치스러운 용어와 묘사를 사용함으로써 혐오감정을 부추긴다. 또한 동성애를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공표하면서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동원한다.
('제7장 수치, 모멸 그리고 혐오' 중에서/ p.331)

광화문 촛불집회와 대한문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장소는 겨우 200여 미터 떨어져 있어 도보로 5분 내지 10분 정도의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3.1절에는 거의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광장에서 두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 장소는 오직 경찰의 차벽으로 구획되어 있을 뿐이었다. 집회가 끝나면 시청 앞 지하철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귀가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서성거리기도 한다. 가끔 술 취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욕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의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한다. 그들은 집회에 참가하거나 해산하여 귀가할 때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서로 마주치기도 하고, 동일한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을 동시에 이용하기도 한다. 뿔뿔이 흩어진 채로 촛불을 든 귀갓길 시민들이 대한문 옆을 지나치기도 하고,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 쪽으로 걸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피차간의 언쟁이나 삿대질 같은 적대적 행위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2호선 시청역의 같은 벤치에 태극기를 든 노인들과 촛불집회에 참가한 젊은 세대가 서로 외면하면서(마치 서로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걱정되는 것처럼) 조용히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만의 공간에 들어서면 상대에 대한 비난은 거침없이 쏟아진다.
('제8장 언어, 감정, 집합행동' 중에서/ p.387)

특정한 개인들에게만 은밀하게 사용되었던 ‘사랑’이라는 친밀성의 감정은 마치 보편적 사랑으로 변신한 것처럼 모든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예컨대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얼 도와드릴까요?라는 상담원의 응대멘트와 같이 친밀성의 감정이 정치, 종교, 문화, 교육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어가고 있고 이 경향은 우리의 일상언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조직은 시장교환과 비용산출의 원리, 예를 들어 투자 대 산출, 수요와 공급, 상품소비, 효율, 인적자본 그리고 모든 내용의 가격화로 측정되고 공공연하게 시장의 용어가 동원된다. 이제 정치지도자도 ‘시민 소비자’ 주체들의 한 표를 공급받아야 한다. 시민 소비자의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미소와 상냥함, 적절한 감정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관료들은 기업의 접점노동자(소비자를 직접 응대하는 감정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정책적 행위에 불만이 표출되지 않도록 ‘시민고객’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국가의 사회복지 체계에는 시장에서의 상품교환 원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기업의 감정노동자들이 관리자로부터 매뉴얼을 공급받고 수행하듯이 공공기관, 공기업 등 공공영역의 근무자들도 국가의 명령에 따라 ‘친절’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역무원들은 종종 친절봉사 문구(무엇을 도와드릴까요?)가 쓰인 띠를 두르고 근무하며 아침에 시민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출입구에 도열한 후 장미 꽃송이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병원도 소비자로서의 환자의 수요를 촉진시켜야 한다. 당연히 부드러운 서비스 응대가 필수적이다. 의사의 실력과 권위는 의술이 아닌 친절함에서 오는 것이다. 교수도 학생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어야 한다. 이제 전문가들의 근엄한 표정, 무뚝뚝한 태도, 자긍심은 오만함으로 비쳐진다.
('제10장 친밀성과 감정노동' 중에서/ pp.439~444)

십시일반의 느슨한 연대, 그것은 도덕감정과 호혜적 교환에 기초한 것이며, 오늘날 소시민으로서의 ‘회색인’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를 ‘십시일반(十匙一飯)에 의한 일반적(혹은 익명적) 호혜와 느슨한 연대’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십시일반의 호혜는 사회의 익명적 구성원들이 자신의 현실적인 삶의 이해관계 또는 형편에 대한 별다른 압박 없이 공동체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교환으로서, 나와 타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전략이기도 하다. 우리 대부분은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이른바 군자와 대인, 의인들의 삶을 존경하되, 그들처럼 사는 것은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다. 이러한 소시민들이 자신의 사적 영역의 자산(예컨대 시간, 노력, 재능, 자산 등)의 작은 부분을 호혜적 교환에 의해 ‘조금씩 내어 십시일반’한다면,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 공공의 영역에서 의미심장한 효과를 낸다면, 즉 ‘나의 부담은 작지만, 총체적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면’ 연대전략은 성공적이다.
('제11장 이방인과 공화주의 도덕감정' 중에서/ p.500)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569권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관심분야는 산업, 계층, 및 도시사회학 분야이며 현재 감정, 인권, 호혜경제 등을 연구 중이다. 최근 주요논문으로 "도덕감정: 부채의식과 죄책감의 연대"(2013), "트라우마의 치유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탐색과 전망"(2014) 등이 있고 저서로 [도시, 공간 생활세계](2000), [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2001) 등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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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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