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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 생물학과 철학의 우아한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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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각이 트이는 생물학 이야기
생물학과 철학의 눈으로 본 생명과 문명
연세대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도서 출간!


‘생물학에 빠진’ 철학자와 ‘철학에 반한’ 생물학자의 수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빙하에 갇힌 고대의 바이러스가 깨어난다면? 바이러스를 닮은 예술? 철학자로 변신한 과학자가 있다고? 도킨스 이론은 독창적이지 않다? 인간 배아복제, 합성생물학, 유전자 변형 등 오늘날 바이오가 지배하는 세상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박테리아에서 인간까지 생물학과 철학으로 본 생명의 비밀!

출판사 서평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

이 책은 생물학자와 철학자,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의 산물이다. 이 만남의 주인공은 [나는 미생물과 산다] 등을 통해 미생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생물학자 김응빈(연세대 생물학과)과 [멜랑콜리 미학][멜랑콜리아] 등을 통해 서양문화의 ‘멜랑콜리한’ 정체성을 탐구해온 철학자 김동규(연세대 철학과)이다. 전혀 다른 학문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2012년부터 연세대에서 함께 진행해온 화제의 강의 <활과 리라>가 이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들은 “이질적인 두 학문 사이의 짜릿한 조율”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공생’의 지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유행한 지는 한참 되었으나, 이처럼 생물학자와 철학자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한 사례는 (대화의 기록인 도정일․최재천의 [대담]을 제외하곤)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오랫동안 함께 공동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에다 친밀한 대화와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생물학과 철학은 왜 만나야 할까?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합성생물학,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생물학은 자연은 물론이고 자연과학적 지식의 주체인 인간 자신마저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물학이 사회와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록 자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철학적 기반은 필수 불가결하다. 또한 학문적 골동품으로 전락한 철학도 고전 주석에나 매달리는 사변의 무능력을 반성하고 이 시대 가장 활력적인 지식 분야와 만나 소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생물학자와 철학자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한목소리로 두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융합으로 나아간다. 그 융합의 지점에서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상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의 원천인 사랑이다.

공생과 경쟁: 생물학이 전하는 삶의 지혜

이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생부터 면역과 모방, 동물성과 인간성까지 생물학에서 발아한 다채로운 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 위해 생물학 쪽에서는 다윈과 파스퇴르에서 린 마굴리스, 리처드 도킨스, 칼 우즈로 이어지는 근현대 생물학자들이 소환되고, 철학 쪽에서는 플라톤,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조르조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울림을 낳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공생’이다. 우리 인간이 미생물만도 못한 지점, 즉 미생물에게 배워야 할 핵심 가치도 바로 이 ‘공생’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여전히 하찮은 미물 정도로 인식한다. 병균처럼 인간에게 해로운 미생물은 소수에 불과하고 유산균처럼 유익한 미생물이 훨씬 많은데도 그렇다. 이런 선입견이 생긴 데에는 미생물 연구의 선구자인 루이 파스퇴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파스퇴르는 박테리아를 ‘병원균’으로 명명하면서 스스로 미생물의 살육자가 되고자 했다. 병원균을 적대시한 파스퇴르 이후 수많은 파스퇴르 추종자들은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 전체를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다윈주의적 생존 경쟁을 진화의 근본 원리로 삼았다.
그런데 20세기에 미토콘드리아 DNA가 발견되면서 ‘공생’ 이론이 부상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핵의 DNA와는 다른 자기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히려 핵이 없는 원핵생물인 박테리아의 DNA를 닮아 있다.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특징을 바탕으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세포 내 공생설’을 제기한다. 지구에 박테리아들만 살던 까마득한 옛날, 덩치 큰 박테리아가 작은 박테리아를 먹어치웠는데 먹잇감이 포식자의 내부에서 우연히 살아남는 일이 발생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공존의 기술을 터득하면서 박테리아 같은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의 기원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화의 숨은 지배자’로도 불린다.
이런 세포 내 공생설에서 나온 새로운 진화 이론이 ‘공생발생론’이다. 공생발생론은 적대적 경쟁과 유전자의 돌연변이 현상으로만 진화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진화론과 달리 공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종의 발생을 설명한다. 그러나 처음에 마굴리스의 공생 이론은 학계에서 철저히 배척당한다. 논문은 열다섯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이는 그녀가 여성 과학자였기에 받은 차별이면서 동시에 비주류인 공생 이론의 주창자였기에 받은 차별이었다.

붉은 여왕에서 검은 여왕으로


적대적 경쟁에 주목하는 대표적인 진화 이론은 ‘붉은 여왕 가설’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벤 베일런이 내놓은 이 가설은 경쟁 상대의 끊임없는 변화(진화)에 맞서 계속해서 변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것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을 보고 이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울 나라를 지배하는 붉은 여왕은 숨가빠하는 앨리스에게 말한다. “지금처럼 계속 달려야 제자리에 있을 수 있어.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머물기 위해서라도 계속 뛰어야만 하는 현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생명체 간의 호혜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검은 여왕 가설’이 등장했다. 이 가설의 이름은 ‘하트(♥)’라는 카드 게임에서 유래한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카드를 주고받는 이 카드 게임은 마지막에 가지고 있는 카드 중 모든 하트 카드와 스페이드(♠) 퀸(Q) 카드만으로 점수를 낸다. 하트 카드는 각각 1점이고 스페이드 퀸은 13점으로 계산하며, 총점이 낮은 순서로 순위가 결정된다. 스페이드 퀸(검은 여왕)을 가지고 있으면 꼴찌이기에 게임에 이기고 싶다면 중간에 검은 여왕을 내놓아야 한다.
‘검은 여왕 가설’의 핵심은 미생물들이 자신의 대사 산물 일부를 공공재화로 내놓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마치 참석자들이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와 마찬가지다. 이처럼 ‘붉은 여왕 가설’과는 대조적으로 ‘검은 여왕 가설’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동 또는 공생의 역할을 강조한다.

면역의 역설


생물학의 관점에서 면역은 세포들의 공동체가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식별 장치이자 자기보호 시스템이다. 하지만 생명체는 애초에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 몸이 자기를 비非자기로 오인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 이를 증명한다. 자가면역 질환은 모든 장기에서 발생한다. 눈의 포도막염, 뇌의 다발성 경화증, 궤양성 대장염,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모두 그런 질환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면역관용’도 있다. 면역관용은 너그럽게 비자기를 자기로 간주하는 현상으로, 여성의 몸 안에서 자라는 태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아는 엄마 유전자의 절반만 가지고 있기에 엄마의 면역계가 비자기로 인식해야 정상인데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외부 물질의 유입이 많은 소화기관의 경우 면역계가 집중되어 있지만 그런 장내 미생물들에 대해서도 우리 몸은 관용을 베푼다.
이런 까닭에 면역은 단순한 자기방어 시스템으로 보기 어렵다. 자기보호의 과도한 몸짓은 자신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징후일 뿐이다. 멸균 상태와 같은 인공 환경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자와의 공존은 필수적인 것이다.

예술은 바이러스다?


저자들은 쉽게 정의하기 힘든 예술의 속성을 생물학적 은유로 풀어낸다. 바로 “예술은 바이러스다”라는 명제다. 온갖 미학적 개념들을 제쳐두고 예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인문학자들에게 예술이 설명하기 힘든 난제이듯, 자연과학자들에게 바이러스는 “자연의 풀리지 않는 암호”(92쪽)와 같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방식이 그만큼 기괴해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은 예술의 존재방식과 아주 유사하다.
저자들이 말하는 ‘예술 바이러스’는 우선 강한 ‘전염력’을 가진다. 예술은 그것을 접한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키고 빠르게 확산되며 역사적으로 전승된다. 일찍이 플라톤이 예술을 두려워하고 경계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강한 전염성 때문이었다.
예술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존속한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숙주, 즉 인간이 없다면 예술작품은 죽은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보존하는 인간 없이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예술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킨 인간에 기생하면서 동시에 그 인간을 ‘변모’시킨다. 예술작품을 접함으로써, 말하자면 전혀 다른 세계의 정보와 관점이 뒤섞임으로써 감상자는 결국 자기 변형을 겪게 되며,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런 예술 바이러스의 특성이 여실히 발현되는 것이 공공예술이다. 예술의 공공성은 인간의 불멸성이 실현되는 장소다. 거기서 개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 붙어사는 바이러스가 불멸하는 존재에 가깝듯”(104~5쪽), 숙주인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예술도 그 특이한 존재방식 덕분에 불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예술 바이러스 감염은 공동체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성 병원체이면서도 (인간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 작용의 하나일 수 있듯이, 예술은 개인중심주의, 공동체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등등 온갖 중심주의에 기생하면서 그것을 탈중심화하는 힘”인 것이다.(106쪽)

리처드 도킨스 이론의 한계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을 유전자의 운반체이자 생존기계로 규정한다. 이 ‘유전자중심주의’는 얼핏 인간중심주의 비판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는 문화를 문화적 유전자 ‘밈’으로 설명하는 대목에서 다시 인간중심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모순을 드러낸다.
도킨스가 모방(미메시스)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어근과 유전자gene의 영어 발음을 결합해 만든 용어인 ‘밈meme’은 비유전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의 전달 단위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 문화는 모방의 산물이고 모방은 유전자처럼 자기복제를 통해 수행된다.
하지만 이런 도킨스의 모방론은 결코 독창적인 이론이 아니다. 인문학자의 눈에는 문화예술을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이론인 미메시스론의 재탕으로 보일 뿐이다. 가령 [향연]에서 플라톤은 인간이 불멸에의 욕망을 실현하는 두 가지 길을 거론하는데, 하나는 육체의 사랑을 통해 자식을 낳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영혼의 사랑을 통해 예술, 철학, 법 같은 문화를 창조하는 길이다. 여기서 영혼의 사랑을 문화적 유전자로 치환한다면, 도킨스의 유전자/밈 이론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킨스는 유전자를 통해 모든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데, 유전자에 반항하는 밈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예컨대 피임법을 사례로 들며 도킨스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인간은 다시 유전자를 이길 수 있는 존재,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또다른 인간중심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모방과 복제만을 기본 원리로 삼는 밈 이론으로는 기존에 없던 낯선 것을 만들어내는예술적 창조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창조성이 복제 과정의 돌연변이라는 설명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설명이 궁지에 몰린 것을 자인하는 말”(128쪽)일 뿐이다.

철학자가 된 과학자


과학자에서 철학자로 변모한 인물이 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연과학과 철학이 다시 만난 흥미로운 사례다. 미생물학자 칼 리처드 우즈는 리보솜 RNA의 계통분류를 통해 최초로 고세균古細菌을 정의했고, 생명의 기원을 RNA에서 찾는 ‘RNA 세계 가설’을 처음 주장해 진화론을 다시 쓴 장본인이다. 우즈는 말년에 「새로운 세기를 위한 새로운 생물학」이라는 논문에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우즈는 생명 현상을 그 구성 부분들로 환원해 분석하는 과학의 환원주의를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그렇게 설명된 세계를 유일하게 참인 세계로 상정하는 근본주의적 태도를 경계한다. 그는 과학의 한계를 솔직하게 밝힌다. “분자생물학은 악보에 기입된 음표를 읽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분자생물학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제대로 포착하지는 못했다는 고백이다.
하지만 이어 우즈는 진화론의 모형을 새롭게 바꾸며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킨다. 이전까지 진화론은 나무 모양의 계통수系統樹를 바탕으로 한 선적linear 모형으로 이해되었다. 공통 조상을 상정하지만, 개별 종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모형이다. 반면 우즈는 박테리아의 ‘수평 유전자 이동’을 근거로 ‘계통망'을 제안한다. 원시 생명체인 박테리아들은 부모-자식 간의 수직적인 유전자 흐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유전자를 다른 박테리아와 교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진화의 모형은 나무가 아니라 ‘그물망’이라는 것이다.(233쪽 그림 참조) 이런 생각의 전환은 철학으로 치면 실체론에서 관계론으로의 전환에 해당한다.

미생물의 기억과 생명의 비밀


‘기억’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철새와 회귀성 어류의 기억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기억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면역계의 기억세포는 과거에 침투했던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평생 잊지 않는다. 많은 세균들이 지니고 있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도 대표적인 사례다.(150~1쪽) 숙주의 특성과 면역력 수준을 감지하고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숙주에 따라 상이한 병원성을 보이는 세균도 존재한다.
생명을 이루는 기본 정보이자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 정보의 단위인 유전자도 결국은 “자연의 변화와 흐름이 남긴 자국의 총체, 곧 기억”(154쪽)이다. 현생 인류 유전자의 10퍼센트 정도는 고대부터 있던 바이러스 유전자다. 이렇게 우리 몸에는 고대 바이러스의 감염 흔적이 남아 있다.
미생물은 끊임없이 인간을 위협하지만, 그때 인간을 구하는 것도 결국 미생물이다. 미생물이라는 미시적 생명의 세계가 잘 보여주듯, 인간의 생명은 살아 있는 다른 모든 유기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인간의 생명마저 ‘인공적’으로 만듦으로써 자연과 단절하려 한다.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지능까지도 인공물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환호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그동안 생물학은 생명의 단일성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을 찾아 ‘세포’ 단위로, DNA와 RNA의 차원으로 내려갔다. 생물학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생명 개념을 인문학적으로 폭넓게 확장해 바라보는 저자들은 기억(진리), 자유, 사랑을 생명의 삼위일체로 꼽는다. 이들 개념은 생명 존엄성의 원천이자 인간 존엄성의 원천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결국 사랑이다.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많은 자유를 가질지언정 사랑만큼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로 매장 풍습을 든다. “사랑하는 인간만이 애도할 수 있고, 그 애도의 사회적 표현방식이 매장”(253쪽)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이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생명을 사랑으로 고양시키는 한편, 사랑을 생명으로 육화시키고자” 하는 지적 노력의 산물이다. “생명의 진화 과정이 곧 사랑의 역사”라 보기 때문이다.(260쪽)

추천사

이 책은 철학과 생물학 강의가 대위법적으로 진행되는 이중주 같다. 서로 다른 두 분야가 이렇게 솔기 없이 이어진다는 게 놀라운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마지막 부분의 '사랑'으로 수렴되는 저자들의 ‘간절한 마음’이다. 무슨 상투적, 도덕적 권유가 아니라 이 세상과 사람의 삶에서 사랑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두 사람은 생물학과 철학의 지식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아울러 학문은 왜 하고 글은 왜 쓰는지 성찰하는 계기도 될 것 같고, 지적 노력이 언제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사랑’으로 수렴되는 생명의 비밀을 밝히려는 저자들의 진지한 노력과 오롯한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_정현종(시인)

다른 두 학문의 융합이 늘 멋진 시너지를 내는 것은 아니다. 자기 분야에 정통한 두 전문가가 다른 학문과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인데, 이 책은 이 조건을 100% 충족하는 융합의 교본이다. 이 책을 통해 재미와 의미가 어우러진 환상의 콜라보를 맛보시길 빈다.
- 서민 / [서민의 기생충 열전] 저자

철학자가 생물학 이야기를 한다고 융합이 아닐 것이다. 생물학자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으로 답을 한다고 통섭도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 철학도 생물학도 보이지 않는데 스며들 듯 그 흔적만이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융합의 때일 것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어느 철학자와 어느 생물학자의 치열한 지적 융합의 배설물 같은 위대한 흔적 그 자체이다.
- 이명현 / 과학책방 갈다 대표

“상상했던 것 이상의 지적 충격”
“참신한 소재, 기발한 사고의 강의 내용”
“그야말로 ‘창조적’ 강의”
“죽어 있던 철학적 사고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었다”
“사고를 확장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상상해보지 못한 생물학 교양”
“철학과 과학의 접합이라는 목표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수업이었다”
“대학에 와서 가장 제대로 된 융합적 사고를 위한 수업이었다”
- 수강생들의 찬사

목차

프롤로그: 활과 리라 ― 생명의 이중주 11

1부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1. 미토콘드리아: 공생의 아이콘 21
1) 허리 잘린 벌도 독침을 쏜다
2)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생명의 최소 단위는?
3) 미토콘드리아, 까마득한 옛날 그건 박테리아였다!
4) 공생, 따로 또 같이

2. 미생이 그리는 인생 36
1) 운명적 만남에서 숙명적 공생으로
2) 핵보다 미토콘드리아
3) 해상 초원은 미생물 천국
4) 미생물의 미니멀 라이프
5) 붉은 여왕 vs 검은 여왕

3. 경쟁이냐 공생이냐 50
1) 미생물 퇴치에 앞장서다: 파스퇴르
2) 여성성과 공생의 친화력: 린 마굴리스
3) 아곤: 전쟁은 만물의 왕이다
4) 1등만 기억하는 세상
5) 다세포 생물, 뭉쳐야 산다

4. 면역, 혼돈의 왕국 72
1) 나는 누구일까?
2) 면역: 이방인을 배제하라
3) 자기식별의 최종 권한은 마음에게 있을까, 몸에 있을까?
4)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5) 면역의 역설: 과잉보호가 자기를 파괴한다

5. 바이러스와 예술 89
1) 예술작품일까 쓰레기일까?
2) 예술은 바이러스다
3) '예술 바이러스'의 숙주는?
4) 개성적인 공공성: 한나 아렌트
5) 도시의 안팎을 넘나드는 예술

6. 현대의 모방론: 도킨스 이론의 한계 108
1) 모방의 화려한 부활
2) 모방은 욕망에 앞선다: 르네 지라르
3) 문화적 유전자 '밈': 리처드 도킨스
4) 복제, 모방, 기생
5) 도킨스가 놓친 것들
6) 유전자 전달과 생각의 전달

7. 몸의 기억에서 우주의 기억으로 140
1) 여신 vs 뇌: 기억의 주인은 누구일까?
2) 카르페 디엠 vs 메멘토 모리
3) 세균의 일편단심
4) “기억이 나를 본다”
5) 우주의 기억 매체
6) 상상은 기억의 야누스적 얼굴이다

2부 동물과 인간,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


8. 동물과 인간의 차이 167
1) 동물성과 인간성
2) 동물 담론의 지형도
3) 침팬지와 인간, 무엇이 다를까?
4) 인간중심주의의 함정
5) 북극에서 깨어난 고대 미생물
6) 본질적 차이냐, 정도의 차이냐

9. 돌, 도마뱀, 인간 188
1) 파스칼의 최선의 길
2) 돌 위에서 햇볕을 쬐는 도마뱀
3)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4) 진드기의 심플한 감각

10. 성스러운 생명과 괴물 사이 203
1) 생활세계 vs 전문가세계
2) 성스러운 생명: 욥 이야기
3)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4) 산 자의 명단에서 제외된 사람들
5) 조에와 비오스: 조르조 아감벤
6) 인간보다 섬뜩한 것은 없다

11. 과학 시대의 철학 226
1) “이건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입니다”
2) 철학하는 데 나이 제한이 있다?
3) 철학자로 변신한 과학자: 칼 우즈
4) 우리가 잃어버린 세 가지
5) 인식의 섬

12. 생명의 비밀 241
1) 생명의 트리니티: 진리, 자유, 사랑
2) "왜 사랑해?"
3)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지?"
4) 호모 멜랑콜리쿠스
5)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필로그 마지막 말 한마디 257

주 265

본문중에서

‘개념 없어 보이는’ 미생물과 ‘뭔가 있어 보이는’ 플라톤이 원탁에 마주앉았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플라톤이 쩔쩔맵니다. 온갖 논리를 구사합니다만, 듣도 보도 못한 미생물의 반응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합니다. 결국 고매한 플라톤은 자기 생각을 바꾸기까지 합니다.
(/ p.11)

미토콘드리아의 공생은 원핵생명체에서 진핵생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p.33)

공생은 개체들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지금의 개체를 만들어준 머나먼 과거이자, 끊임없이 이합집산하게 될 개체들의 미래입니다.
(/ p.35)

만일 조물주가 있어서 지구의 조화로운 삶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생물의 순위를 매긴다면, 1등은 미생물 차지이고 인간은 틀림없이 꼴찌일 겁니다.
(/ p.36)

이제는 주요 진화 이론으로 자리매김한 붉은 여왕 가설은 주로 적대적인 경쟁에 주목합니다. 최근 이와 반대되는 시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생명체 간의 호혜적 의존성을 강조하는 ‘검은 여왕 가설’이 그 주인공입니다.
(/ pp.47~48)

면역은 세포들의 공동체가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피아 식별 장치이자 자기보호 시스템입니다. 그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역설과 모순이 존재합니다. 자기보호의 과도한 몸짓은 현재 자신이 허약하다는 징후일 뿐입니다.
(/ p.87)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악성 병원체이면서도 (인간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 작용의 하나일 수 있듯이, 예술은 개인중심주의, 공동체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등등 온갖 중심주의에 기생하면서 그것을 탈중심화하는 힘입니다.
(/ p.106)

피임법을 사례로 들며 도킨스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인간은 다시 유전자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가 됩니다. 유전자를 통한 탈인간중심주의적 행보는 종국에 또다른 인간중심주의임이 확인됩니다.
(/ p.127)

예술은 창의성이 ‘생명’입니다. 기존에 없던 낯선 것을 창작하는 문화 영역이 예술이죠. 예술은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공동체에 낯선 타자성을 도입하여 문화에 새로운 활기를 주입합니다. 그런데 밈은 한갓 모방과 복제를 기본 원리로 삼고 있을 뿐입니다.
(/ p.127)

인간을 비롯한 유성생식 생물은 세대를 거치며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유전자를 전달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죠. 그래서 이를 ‘수직 유전자 전달’이라고 합니다. 세균은 세포 분열을 통한 수직 유전자 전달은 물론이고, 다른 세균에게도 자기 유전자를 줄 수가 있습니다. 횡적 이동이기에 이를 ‘수평 유전자 전달’이라 부르는데, 일종의 박테리아 난교입니다.
(/ p.135)

인간만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인을 기억하는 반려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철새와 회귀성 어류의 기억은 그 정확도가 참으로 놀랍죠. 더 놀라운 사실은 미생물의 세계에서도 기억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미생물의 기억으로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를 들 수 있습니다.
(/ p.150)

유전자는 자연의 변화와 흐름이 남긴 자국의 총체, 곧 기억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우주를 기억하는 매체입니다.
(/ p.154)

우리는 너무 쉽게 인간을 동물화하는 언동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동물 의인화는 우화 속 동물들처럼 유치할 뿐이지만, 인간의 동물화는 무시무시한 야만을 낳을 수 있습니다.
(/ p.222)

애도할 줄 모르는 자는 인간이기를 그만둔 사람입니다. 인간이란 사랑하다가, 사랑하는 것들의 죽음을 견디며 살아가다가, 결국 스스로도 죽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고로 인간이란 사랑의 멜랑콜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존재, 즉 호모 멜랑콜리쿠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p.254)

이 책에서 우리는 줄곧 생명을 사랑으로 고양시키는 한편, 사랑을 생명으로 육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생명의 진화 과정이 곧 사랑의 역사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 p.260)

생명계에서는 생태지위의 상호 존중이 으뜸 원칙입니다.
(/ p.262)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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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 독일 관념론과 낭만주의 그리고 하이데거를 비롯한 독일 현대 철학, 미학을 주로 연구해왔다. 현재는 서양의 멜랑콜리 담론 연구, 생물학과 철학의 창조적 접점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하이데거의 사이-예술론], [멜랑콜리 미학], 옮긴 책으로 [마르틴 하이데거, 너무나 근본적인]이 있다. 그 밖에 [기억과 상상의 불협화음], [탈근대담론의 ‘차이의 선’에 관한 계보학적/윤리적 연구: 크리스토프 멘케를 중심으로], [니체 철학에서의 고통과 비극], [서양 이성의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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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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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럿거스대학교에서 환경미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식품의약국(US FDA)에서 독성 화합물 분해 미생물에 대해 연구했다. 국제 SCI에 미생물 관련 논문을 60여 편 발표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명시스템대학장이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과학문화연구센터장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학술지 편집위원이자 한국 환경생물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여러 방송과 온라인 매체 등 학교 밖에서도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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