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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각의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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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선영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9년 02월 28일
  • 쪽수 : 14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08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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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슬픔을 기우는 아플리케의 시
    모두의 연민으로 확장되는 비가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하여 여섯 권의 시집을 낸 중견 시인 이선영의 새 시집 [60조각의 비가]가 민음의 시 25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의 제목처럼 시인은 60편의 시를 깁고 붙여서 한 권의 비가를 완성해 낸다. 하나의 오롯한 슬픔을 가진 시편들은 시인의 손길에 의해 다른 슬픔과 덧대어지고 기워져 마침내 연대의 가능성을 지닌 연민으로까지 확장된다.

    슬픔의 조각들
    시인의 슬픔은 어쩌면 너무나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마땅할는지 모른다. 이선영 시인의 슬픔은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에서부터 시작한다. 누군가는 깊어 가는 가을의 한 정취로 받아들일 정경에서 시인은 슬픔을 발견한다. 시인은 또한 이불, 피아노, 주머니와 같은 세간 살림에서부터 발생한 슬픔의 조각을 깁고 덧붙여 모두의 슬픔으로 확장시킨다. 그것은 비정규직 산업 재해와 사망사고, 정치적인 부조리와 아픔에서 4월의 차디찬 바다에까지 나아간다. 시인의 섬세한 바느질로 인해 그것은 슬픔의 조각이기를 멈추고 비가의 일부가 되려 한다. 모두의 노래가 되려 한다. 분노와 울화가 아닌, 연대와 연민의 노래가 되려 하는 것이다.

    아플리케의 퍼즐들
    시인은 슬픔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대상을 관조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작품 해설을 맡은 김영임 문학평론가는 이를 두고 “이선영 시인의 비가들은 타자의 고통이 언제든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식론적 통찰에 기초한 연민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한다. 우리의 삶 여기저기에 산재한 슬픔을 각자의 슬픔으로 두지 않고 시인의 직관과 통찰에 따라 시를 쓺으로써 기워 낸다. 원단을 오려 붙여 자유로운 패턴의 구현이 가능한 아플리케 기법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감당할 수 없이 크나큰 슬픔까지 시인은 퍼즐을 맞춰 낸다. 그 퍼즐은 서울의 선영이지만 시골의 순자이기도 하며 딸로서의 시인이며 딸의 어머니인 시인이고 시 쓰는 여자인 시인이다. 아무 의미도 없었을 사물에서 누구나 공분할 만한 사회적 우울까지,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 조용한 슬픔까지…… 시인의 비가에 누락될 퍼즐은 없다. 60조각에서 시작한 슬픔이 당신의 연민으로 가닿는다. 이 비가를 따라 부르자. 너와 나의 노래가 될, 우리의 슬픔을.

    추천사

    시인은 슬픔을 그들만의 것으로 두지 않고 자신의 몸 안으로 들였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의 고통은 시인의 비가 안에서 시인의 것이 되고 또 우리의 것이 되면서, 슬픔은 동정과 분노를 넘어서서 모두의 연민으로 확장된다.
    - 김영임 / 문학평론가

    목차

    1부 비가

    감나무 비가 13
    이불 비가 15
    피아노 비가 16
    주머니 비가 18
    남현동 비가 20
    4월 비가 21
    구름 비가 26
    암냑냠냠 식탁전 28
    활어 행장 30
    21세기의 비 32
    저라는 것 34
    마지막 36
    이미지들, 내 입으론 안 불어지는 38
    일서리 노래 40
    즐거워라, 비정규직 42
    그녀의 냉장고 44
    50조각의 퍼즐 46
    그런 줄 모른다는 47
    질 나쁜 상상력 48
    열아홉이 깨운다 50
    투신양명 바나나 52

    2부 눈과 귀는 면방사우

    비밀 57
    계단과 나, 삐걱거리는 58
    면방사우(面房四友) 60
    눈물 61
    고구마 손가락 62
    1월 1일 63
    설 64
    모르겠지 몰랐겠지 65
    알람 66
    수저와 어머니 2 67
    그의 노후 68
    씨씨티브이 70
    집 72
    원더풀 튜브 74
    아서라, 눈썹 76
    5월과 6월, 그리고 7월의 23일 78

    3부 쓰고 싸는, 펜의 이중생활

    구름이었으면, 구름이 아니었으면 81
    비가 앞질러 오다 83
    시골 순자와 서울 선영이 84
    딸 87
    나는 쓴다, 싼다 89
    딸, 스무 살 92
    내 손등의 상상계 94
    나는 나는, 나비는 96
    시 읽어 주는 시인 98
    시 쓰는 여자 100
    의자와 벽과 나 102
    문 뒤에는 104
    님, 님, 님 106
    봄밤 107
    60초의 전생 108
    글자 선인장 110
    종다리와 사다리 112
    펜의 이중생활 113
    매미의 詩 114
    나의 시어사전 115
    지구의 뚜껑 116
    걸러진 사과, 걸러진 지구 118
    나는 직립한다 120

    작품 해설-김영임 123
    비가의 정치

    본문중에서

    지금 변변히 울리지 못한다고 해서
    울렸던 그의 지난날조차 잊혀져야 한다는 말이 답이 될 수는 없다
    모든 피아노가 갈채의 무대를 꿈꾸는 것만은 아니듯이
    제 소리만큼의 울림과 결절을 껴안으며 피아노가 된다
    저 검다란 피아노가 먼지를 벗 삼아 내려앉은 자리는
    그가 찾았거나 아직 찾고 있는 중인
    온갖 답들을 향한 질문으로 뜨거울 게다
    (/ '피아노 비가' 중에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부터 생각한다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야근하며 휴일도 없이 일하다
    부서진 열아홉 제빵 근로자의 하루하루가 쪽잠 속에 절그럭대는 놋쇠 사슬이어서
    그 꿈은 새벽 공기를 타고 오를 듯 가벼웠으나 꿈을 위해 일어서야 할 몸은
    꿈조차 휘발된 지 오래인 내 몸만큼이나 얼마나 푸석푸석했을는지
    (/ '열아홉이 깨운다' 중에서)

    젊음에서 늙음으로, 문명에서 자연으로, 여자에서 어머니로
    흘러가는 생의 시곗바늘 위에서
    순자는 선영의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선영은 선영의 잠깐의 허상이고
    선영은 순자의 간지러운 겨드랑이 깃털이었던가

    서로의 숨결을 가까이 느낄 때마다 흠칫 놀라
    멀리 달아나는, 두 욕망
    (/ '시골 순자와 서울 선영이' 중에서)

    한밤을 넘자 태고의 작살 도끼는
    자루만 남긴 채 지워져 가더라
    고래를 쫓아 청록 힘줄의 심해로 들어가더라
    (/ '내 손등의 상상계' 중에서)

    하루가 저물면
    시는 쓰지 않고
    식탁 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여자
    어디다 시를 두고 온 사람 모양
    골똘히 아래만 보고 있는 여자
    머릿속은 가득하지만 시만 들어 있지 않은 여자
    뒤숭숭한 세간들 사이로 시만 실뱀처럼 빠져나간 여자
    꽉 차 있으나 늘 텅 비어 있는 여자
    (/ '시 쓰는 여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서울 출생.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시론집 [시쓰기의 분뇨학]과 엮은 책으로 [박용래 시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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