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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증언 : 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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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윤지오
  • 출판사 : 가연
  • 발행 : 2019년 03월 07일
  • 쪽수 : 25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8970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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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잔혹동화 같은 이 이야기가 바로 지난 내 삶이다. 자연 언니와 함께했던 시간은 기껏해야 1년 남짓, 하지만 나는 그보다 10배가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니를 잊지 못했다. 트라우마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고 들었다. 지금도 나는 언니의 죽음을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애기야” 하며 다정하게 부르던 그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언니의 내민 손을 미처 깨닫지 못해 못 본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과 회한으로 나는 13번의 증언을 했다. 그것이 살아남은 내가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알던 자연 언니는 맑고 여린 사람이었다. 그런 언니가 남몰래 받았던 상처, 그리고 쓸쓸히 자신의 손으로 삶을 마감해야 했던 그 고통까지는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사건이 일어난 후 한국을 떠나오고부터는 정작 단 한 번도 언니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그동안의 침묵을 정리하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는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올해로 언니의 사망 10주기가 되었다.
한때는 같은 길을 걷는 친구였고, 어린 나를 세심히 챙겨주며 웃던 언니였다. 나이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되어도, 그보다 더 많이 나이를 먹어도 배우이고 싶었던 사람, 장자연. 미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자연 언니 앞에 흰 장미 한 송이를 바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간혹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고는 한다.
가장 큰 고비는 스무 살 무렵에 찾아왔다. 단단하게 여물지도, 사리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던 때도 아니었다. 장자연 언니의 죽음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슬픔이었다. 언니의 죽음이 남긴 숱한 의문은 나를 오랜 시간 옥죄었다. 사실이 규명된 것은 별로 없었고, 내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유야무야 덮이고 말았다. 죽음으로 항변했던 언니의 억울함을 그 누구도 시원히 밝혀주지 않았다.

나는 경찰과 검찰에 나가 열두 번이나 진술했다. 또한 피의자들과 대질 신문도 했다. 당시는 아르바이트와 학업 그리고 일을 병행해야 하는 때였지만,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면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는 동안에 겪었던 마음고생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을까. 조사 후에도 아주 오랜 기간 고통스러웠다. 정신과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많은 국민들의 청원에 힘입어 재수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증언대에 서야 했다. 나의 고통을 알 리 없는 누군가는 내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증언대에 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그보다 더 심한 말로 나를 모욕했다. 가족은 나의 고통을 생생히 지켜봐 왔기에 이번에는 증언을 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죽음으로 항변했던 자연 언니에 비하다면 나의 고통은 감내해야 했다. 나는 언니를 외면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래서 다시 진실을 증언하러 한국으로 돌아왔고,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미 훌쩍 시간이 지나버린, 10년 전 그때의 일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묻는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제일 처음 경험한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의 나는 그저 꿈이 좌절될까 두려워하던 연예인 초년생이었다. 사회에 나와 생경하기만 했던 첫 경험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는 그때의 모든 일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는 그 일 이후 연예계에서 퇴출 아닌 퇴출을 당했고 힘든 세월을 겪어내며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숨어 살듯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고, 계속되는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왔다. 다리가 없는데 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목소리를 내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 해도 아무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기분. 설사 그렇게 소리를 내지른다 해도 그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그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나는 억울했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 뒤에 서 있던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시간이 흘러 다시 증언대에 올랐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가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을까? 시간이 피해자의 고통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해자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해야 할 때다.

올해는 자연 언니의 사망 10주기다. 늘 나를 “애기라고” 불렀던 사람……. 자연 언니가 이제는 진정한 안식에 들길 바라면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이 무거운 짐을 내 삶에서, 내 어깨에서, 내 머릿속에서 털어내고 싶다. 그간 나를 따라다니던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은 법정에 설 이유가 없기를 바란다.

거짓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내 마지막 증언으로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것은 언니와 나를 위한 진실의 기록이다. 또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의 기록이며, 언니도 나도 맘껏 꿈을 펼치며 나아갈 수 없었던 그 길에 대해 아쉬움과 미련을 담은 기록이다.

목차

책을 내기까지

1. 13번째 증언Ⅰ
2. 착한 아이 콤플렉스
3. 밀가루 외계인
4. 고단한 연습생
5. 슈퍼모델이 되다
6. 위험한 만남
7. 계약금 3백만 원, 위약금 1억 원
8. C의 성추행
9. 계약해지와 꽃보다 남자
10. 자연 언니의 죽음
11. 장자연 리스트
12. 참고인 조사
13. K의 송환과 대질
14. 동료배우 윤 모 씨
15. 끔찍한 제안
16. 트라우마
17. 미투 운동
18. 청와대 국민청원
19. 마지막 기회
20. 재수사
21. 13번째 증언Ⅱ

글을 끝내며

본문중에서

< 전 속 계 약 서 >

(생략)

제3조 (‘을’의 의무)
가. ‘을’은 계약기간 동안 ‘갑’의 사전 동의 없이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자신의 이름, 초상 또는 기타 ‘을’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일체의 상징 등을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
나. ‘을’은 연예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품행을 유지하여야 하며 무질서한 사생활이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마약, 간통, 동거, 임신, 결혼, 형사입건, 음주운전 등) 및 정해진 활동 스케줄에 2회 이상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또는 연예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한 때에도 계약위반으로 간주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갑’에게 하도록 한다.
다. ‘을’은 항상 활동하기 적합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라. ‘을’은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성형수술, 헤어스타일 및 메이크업의 변형 또는 변경 시 반드시 ‘갑’과 협의하여야 한다.

마. ‘을’은 계약기간 동안 결혼, 약혼, 해외유학, 장기해외체류, 혹은 장기지방거주 등으로 ‘갑’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전에 ‘갑’과 합의하여야 한다.
바.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며 ‘을’은 계약 기간 중 ‘갑’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은 자동 연장된다.

제4조 (‘갑’의 의무 및 권리 등)
가. ‘갑’은 ‘을’의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
나. 계약기간 동안 ‘을’이 출연 혹은 녹음한 모든 영상물 및 녹음물과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복제물은 ‘갑’이 소유한다. ‘갑’ 혹은 ‘갑’이 지명한 자는 계약기간 동안 제작된 ‘을’의 영상물 및 녹음물의 저작권, 저작 인접권,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편집저작물 작성 권리, 이용권리 및 시청각 상의 권리를 가진다.
다. ‘을’은 방송활동, 프로모션, 이벤트, 각종 인터뷰 등 ‘갑’이 제시하는 활동에 전적으로 수락하여야 하며, 행사불참 또는 방송 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 ‘을’은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단, 납득할 만한 사유로 사전에 ‘갑’이 허락하였을 시는 제외된다.

(중략)

제6조 (계약의 해지)
가. 계약기간 동안의 중도해약은 ‘갑’과 ‘을’간의 쌍방 합의 시에만 가능하며,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및 제3조의 ‘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①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 청구할 수 있다.
② ‘을’이 파산신청, 압류, 부도, 구속 등의 이유로 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되는 겨우.
나. ‘갑’은 ‘갑’이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연예인으로서의 ‘을’의 능력, 소양, 재능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을’에 대한 서면통지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7조 (손해배상)
‘을’은 본 계약기간 동안 ‘을’이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에는 위약벌금 1억 원과 ‘갑’이 ‘을’을 관리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 중 증빙자료가 있는 모든 경비에 대하여 ‘을’은 이의제기 없이 계약 해지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갑’에게 배상하고, 잔여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익활동의 20%를 ‘갑’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한다.


제8조 (기타)

가. 본 계약서에 명시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상관례에 준한다.
나. 본 계약사의 내용해석에 ‘갑’과 ‘을’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이 우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략)

구석구석 독소조항이 포함된 불공정 계약이었지만 열심히 활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고,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계약 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을’은 ‘갑’이 제시하는 활동을 전적으로 수락해야 하고, 행사 불참 시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 ‘갑’의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서면통지로 간단히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이때는 위약금 1억 원과 매니지먼트에 쓰인 비용을 물어야 하고, 잔여 계약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활동하더라도 수익의 20%를 K쪽에 주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양측의 해석이 다를 경우에는 ‘갑’의 해석이 우선한다고도 쓰여 있다.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는 ‘갑’ K가 내민 계약서에 나는 서명을 했다. 나중에 경찰에게서 듣게 된 사실이지만, 나와 언니의 계약서는 날짜만 다를 뿐, 글자 하나 틀린 것 없이 동일하다고 했다. 나는 언니보다 석 달 후 계약을 했고, 이로써 ㄷ엔터의 신인 연기자는 나와 자연 언니, 둘이 되었다.

소속 연기자가 된 후에도 이렇다 할 방송일이 잡힌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지정된 연기학원에서 연기수업과 탭댄스와 재즈댄스를 배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K는 아르바이트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에게 내 얼굴이 알려져서 소속 연예인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니면 기획사의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대신 약속했던 50만 원의 활동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30만 원만 입금되었다. 계약 초반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평 없이 K의 말에 따랐다. 활동비는 그렇다고 해도 소속사에서 주선한 오디션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계약 전보다 나는 더 자주 K가 부르는 자리에 나가야 했다. 적게는 일주일에 2번, 많게는 4번. 항상 자연 언니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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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방송인, 강사
화려할 수 있었던 시기에 한국을 떠나 10년 동안 묵묵히 간직했던 과거와 진실을 알리고자 한다.
현재, 모델테이너로 라이브 스트리머, 플로리스트, 플랜테리어 디자이너 강사로 활동 중.
AO Group Corp 부대표.
Omabell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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