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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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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재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9년 01월 25일
  • 쪽수 : 1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5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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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섬' 중에서)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사랑과 그리움의 시인 곽재구의 여덟번째 시집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가 문학동네시인선 117번으로 출간되었다. 7년 만에 펴내는 곽재구 시인의 신작 시집으로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은 미발표시 73편을 묶었다. 배고픈 이의 손에 안겨주는 따뜻한 고구마이자, 강물을 건너가는 하나하나의 징검돌과도 같은 이 시들은 어느 한 편도 이 시집에서 덜어낼 수 없을 만큼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해설 대신 시인이 직접 우리말의 자모로 써내려간 산문을 실어 특별함을 더했다. 처음 시를 만났던 유년의 기억과 더불어 매일 열 편의 시를 쓰겠다고 결심했던 스무 살 적 시쓰기 십계명을 되새기며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을 차례로 호명하는 시인의 산문은 「별 헤는 밤」과 「향수」를 필사하던 그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시어로 들어앉은 우리말들의 예쁨을 발음하며 몸으로 새겨 읽기 좋은 이번 시집은, 유유히 차분히 느릿한 여유를 삶 가운데서 찾고픈 이들에게 어린이처럼 투명해진 시심(詩心)으로 안내하는 교과서라 하겠다.
우리 땅에 지천으로 흩어진 풀꽃 같은 헐벗고 가난한 이들의 생활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삶에 대한 끈끈한 진실’을 노래해온 시인 곽재구. 고통스러운 풍경을 묘사할 때에도 맑고 순수한 서정성으로,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끝내 와야만 하는 희망의 세상을 지금 여기에 불러냈던 그. 아물지 못할 우리의 상채기들을 수선해내는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 모두는 인간의 따뜻함을 조금씩은 더 희망하게 되었으리라. 그렇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고통보다는 사랑을 노래하기 위하여 힘써온 곽재구가 일별해낸 민중의 풍경은 80년대를 버텨줄 한줄기 서정성이 되어주었다. 강언덕에 누워 마을 하나하나의 꿈과 사랑과 추억의 깊이를 만나고 그것을 시의 밑그림으로 삼았던 곽재구. 아주 오래전부터 한 강을 사랑해왔다고, 그 강의 이름은 내게 늘 처음이었으며 열망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 그에게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소리는 삶이 흘러가는 흔적이자 이 땅의 모든 서럽고 쓸쓸한, 가슴 먹먹한 목소리였다. 그가 삶의 밑바닥에서 퍼올린 마르지 않는 사랑은 순천(順天)의 샛강 동천을 타고 흘러 “이야기의 바다”로 가는 마법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시의 본질은 대화이며 이야기하는 거라고,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말 못하고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시인은 증명해 보인다. 내 안의 침묵에 머무는 시인의 귀에는 세상의 모든 목마른 소리들이 들린다(「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허리를 내어주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대신 평생을 강물의 노래만을 들으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선 징검돌. 깊은 겨울, 눈을 막아주고 추운 바람을 맞아주는 나무의자(「징검다리」)의 침묵은 시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된다. 시인의 시 속에서 말 못한다 여겨지던 사물과 풍경은 제 목소리를 얻고, 징검돌은 미르가 되어 날아오른다. 이름 없던 돌과 풀에게 시인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름과 관계를 선물한다.
갈대 뿌리를 그네 삼아 헤엄치는 어린 물고기들을 보며 시인은 생각한다. 우리가 물고기라면 자라서 학교에도 공장에도 병원에도 가지 않아도 될 거라고. 오아시스를 찾아야 하는 눈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겨눌 일도 없을 거라고(「어도魚道」). 하지만 우리는 물고기도 돌도 새도 풀도 아닌 인간이어서, “한끼를 위해 필사적으로 개펄을 뒤지는” 인간일 수밖에 없어서 거룩하고 섧다(「고니」). “슬픈 날엔 얼굴에서 별 냄새가” 난다(「세수」). 눈물이 소금 되어 반짝일 만큼 우는 사람이 많지만 세월은 그뒤 초원에 무지개를 걸어둔다(「세월」)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에게 “눈물을 사랑할 수 없지만/ 생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은 없”(「배낭여행자」)기에 강물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물속에서도 꿈은 흘러가는지 묻는다(「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시인은 노래한다. “힘들어도 생명은 전진해야 한다”고. “흐르는 물이 얼음으로 뭉쳤다가 봄날의 자욱한 꽃향기를 만나듯”(「징검다리」).
“아픈 사람은 더 아프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이 세상에서 시인은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쓰겠다고 다짐한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가진 것 없는 우리가 표할 수 있는 유일한 경의는 서로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일이다(「강은 노래하고 푸른 용은 춤추네」). 하나뿐인 손으로도 ‘나’는 ‘너’에게 감자를 구워주고 시를 써주고 종이배를 접어줄 수 있다. 우리가 손을 내민다면 그 손은 한 개에서 두 개가, 두 개에서 열 개가 된다. “성에 낀 영혼”을 따뜻하게 안아줄 서로의 손(「손」). 그때 시는 우리에게 눈보라가 몰아치는 깊은 밤 “심장 제일 가까운 곳”에 켠 노란 불빛 하나(「초원의 노래」)가 되어줄 것이다.
독자에게 선물과도 같을 미발표 시들을 모은 이번 시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시인이 직접 써내려간 자신의 시와 시쓰기에 대한 산문이다. 곽재구에게 있어 모국어는 “밥이고 사랑이고 청춘이며 꿈”이다. 시의 원체험이 되었던 유년 시절의 풍경에서 출발하여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에 얽힌 추억과 시에 대한 사랑을 풀어내는 그의 산문은 “시가 뭐야?”라는 질문에 답하는 “꿈에도 잊히지 않는 기억”의 조각들이다. 우리에게 시가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일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이 특이하고도 특별한 시인의 산문은 그 자체로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기억의 조각보이자 한 편의 시이다. 바람 부는 인생만리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혁화쟁이」) 묻는 듯 문장 곳곳에 스민 유년 시절의 아련한 풍경은 읽는 이의 마음에 금모래 빛으로 어룽거리는 파문을 남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당신이 있어 세상이 참 좋았다
길 / 달빛 / 하늘 / 봄날의 은하수 / 버드나무 / 사이─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 / 배낭여행자 / 초원의 노래 / 섬 / 소금쟁이 / 부전나비 / 손 / 생선 등뼈 / 구두 / 티베탄콜로니 / 고교 1학년 / 환영지

2부 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징검다리 / 세수 / 단오 / 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 의자 / 종이배 / 물고기와 나 / 어도 / 물고기에게 / 태양의 커피 / 바람 / 소년은 꽃향기를 안다 / 카페A 가는 길 / 징검다리 2 / 나비 / 하엽 / 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 강물 / 모자 / 세월 / 어디로 갈까? / 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 첫눈

3부 바람은 어디로 가나
열아홉 살 / 샹그릴라 / Petrol 518 / 풍등 / 종서 / 길 2 / 사과─델리호보에서 / 혁화쟁이 /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 막걸리 먹는 사람들 / 강 / 흰 구름 / 6월 아침 / 자주색 메꽃 한 송이 / 사랑

4부 눈사람은 눈사람을 사랑하였네
별똥꽃 / 눈사람 / 고니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 계란꽃이야 이쁘지? / 보성강 / 봄 편지 / 자두꽃 / 꿈─이용악에게 / 변산 바람꽃─소월에게 / 봄날의 고등어 / 분꽃 / 벌교 장 / 보성 덤벙이 / 츄파춥스 / 가을 편지 / 수즈달 / 새

산문| 강은 노래하고 푸른 용은 춤추네

본문중에서

강은 흐르고
바람은 불고
새들은 노래한다
인간인 나는 강을 따라 걷는다
지난 10년 내가 제일 잘한 일이다
시여, 푸른 용과 함께 날자

2019년 1월 순천의 샛강 동천에서
('시인의 말')

물은
앞에 앉은 이에게
인사하고 싶었어요

컵 밖으로 손을 내밀어
주름이 많은 볼을 만져보아요

자두나무 가지 위
밀화부리가 그 모습을 보아요

물의 인사를 사람이 알았으면
하고 생각해요

나무 탁자 위에
사람의 낡은 모자가 있어요

밀화부리가 가만히
모자의 챙 위에 앉아요

보푸라기 하나 물고 노래해요
슬픈 생각을 하던 사람이 보아요

아이구 예쁜 새가 날아왔네
사람이 턱을 괴고 보아요

밀화부리의 노래가
사람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요
사람이 한 번도 쓴 적 없는 모자예요
사람의 머릿속이 환해져요

사람이 물컵을 들어요
물을 마시며 고요히 웃어요
('모자')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
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
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
('징검다리')


마음은
바람이 잠든 곳으로 날아가네
('변산 바람꽃―소월에게' 중에서)


섬이
물위에 떠 있는 것은
함께 지낸 이가 물 안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국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꺼억꺽 목놓아 울
둥지 하나를 놓아주기 위함이다

달이 환한 밤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오는 사내에게
당신이 찾는 뼈들이
여기 누워 있어요
이정표가 되어주기 위함이다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육신은 때로
얼마나 가슴 저미는 환영인지
스스로의 눈물 안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섬')


도서관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훔쳤지

밤새 경찰들이
내가 살던 판잣집을 포위하고
도적은 나와라
도적은 나와라
마이크로 부르는 악몽에 시달렸지

다음날 아침
도서관 서가에 가만히 동주를 세워두고
다음날도
다음날도
그 앞에 서서 보았네

보다가
보다가
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
('고교 1학년')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와온 바다] 등이 있다. 신동엽창작기금, 동서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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