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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 윤대녕 소설집[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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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환멸과 무기력의 날들이 매듭 없이 이어졌다”

    화염과도 같은 재난의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여정
    서로의 폐허가 맞닿은 이방異邦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


    윤대녕의 여덟번째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가 문학과지성사 2019년 첫 소설로 출간되었다. 윤대녕이 소설집으로는 2013년 『도자기 박물관』 이후 5년 여 만에 펴낸 책이다. 2015년 여름에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서울-북미 간」을 시작으로, 역시 『문학과사회』 2018년 가을호에 발표한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까지 3년여 동안 쓴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렸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고백하고 있거니와, 이번 소설집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 윤대녕에게 나타난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15년 1월에 뿌리치듯 한국을 떠나 북미로 간 윤대녕은 그곳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생각했다. “우선 단 한 편의 소설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밤마다 거미줄을 치듯 한 줄 한 줄 글을 씀으로써” 비로소 그는 스스로를 작가로 인정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작가의 말」). 이렇게 북미에 체류하는 동안 씌어진 작품은 소설집의 앞부분에 나란히 실린 「서울-북미 간」 「나이아가라」 「경옥의 노래」 세 편이다.
    각각의 작품에는 래프팅 사고로 죽은 딸과 여객선 침몰로 죽음을 당한 이들(「서울-북미 간」), 6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세상을 뜬, 친혈육은 아니지만 유년을 함께 보낸 삼촌(「나이아가라」),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연인(「경옥의 노래」)을 떠나보내기 위한 애도의 여행이 그려진다.
    윤대녕의 작품에서 ‘여행’은 낯선 것이 아니다. 그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은 ‘존재의 시원’을 찾아 길 위를 떠돌았고, 그 여정은 등장인물의 예민한 감수성과 신화적 이미지들이 결합된 언어로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서의 ‘여행’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씌어진다. 그것은 “죽은 자의 흔적을 좇는 여행, 죽고자 떠나는 여행,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부터 기원한 여행”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윤대녕의 인물들이 떠나는 모든 여행은 죽음을, 그것도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을 싸고돈다.”(김형중)
    한편, 특수 청소 하청 업체를 운영하며 아무도 모르게 방치된 죽음을 수습하는 일을 하는 장호를 통해 처절한 죽음의 현장을 다루는 작품 「밤의 흔적」은 압도적인 죽음의 장면 속에 자살에 실패한 여인의 꿈을 병치시키며 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시 씌어진 ‘여행’ 외에 변화는 또 있다. 한때 “‘생물학적 상상력’으로 ‘사회학적 상상력’의 고갈을 극복하고 1990년대 한국 문학을 개시했다는 평을 받았던 윤대녕이 쓴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폭력과 억압으로 가족에게 군림하는 늙은 국가주의자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놓고 표출하고(「총」), 가부장적인 폭력과 거기에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동료애적 연대를 그려 보이는가 하면(「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세월호 참사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연결시킴으로써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한다(「서울-북미 간」).
    이번 소설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윤대녕이 이전에도 사회적인 것들에 익숙한 작가였지만, ‘존재의 시원을 찾아서’라는 적절하고도 아름다운 명명 이후 그의 작품들이 그런 쪽으로만 해석되면서 사회적인 것을 담은 작품들은 ‘가지 않은 길’이 되었다고, 이번 소설집에서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 윤대녕도, 아주 긴 여행 끝에, 애초에 인연을 맺었으나 선택하지 않았던 어떤 길 앞에 다시 서 있다”(이상 김형중 해설 「제비가 떠난 후」)고 설파한다. 이번 소설집 이후 작가 윤대녕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 밖에, 자신에게는 사랑이었으나 상대에게는 상처였던, 하여 오해로 비틀려 결국 자신의 삶에서 쫓겨나 오랜 세월 바깥을 떠돌아야 했던 늙은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생의 바깥에서」와 청동기 시대 선사 취락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인상과 평생에 걸쳐 사랑에 빠진 수호의 이야기를 그린 짧은 소설 「백제인」도 책의 말미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블랙코미디처럼 읽히며 이번 소설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사는 ‘이곳’은 화염과도 같은 재난의 현장이거나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는 애도의 공간이거나 폭력과 억압으로 얼룩진, 혹은 오해와 욕망으로 비틀린 황폐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대녕이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하고도 다시 한 줄 한 줄 글을 써내려가 마침내 스스로를 작가로 다시 인정한 것처럼, 이방에서 헤매던 인물들은 다시, 삶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이번 소설집 안에서의 여정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윤대녕 특유의 섬세한 문체의 힘도 여전해서, 이번 소설집을 통해 독자들은 더욱 깊고 넓어진 작가의 문학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면을 파고드는 예리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 분명하다.

    목차

    서울-북미 간
    나이아가라
    경옥의 노래

    밤의 흔적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생의 바깥에서
    백제인

    해설 | 제비가 떠난 후·김형중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K는 체념이라도 한 양 세상일에 점점 부심해졌다. 그것이 체념보다는 묵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속내로는 번연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열정이나 희망이라는 말을 잊어버린 대신 어느덧 타협과 권태를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 K에게도 온전한 기쁨이라는 게 있다면 나날이 미루나무처럼 성장하는 딸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문객의 행렬에 함께 서 있게 되었을 때, K는 불현듯 허파가 뒤집히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딸의 죽음에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3백 명이 넘는 여린 생명의 죽음과 실종에도 자신이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K는 치를 떨었다. 섣부른 체념과 방관이, 손쉬운 타협과 무관심이 이다지도 커다란 업이 되어 돌아올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서울-북미 간' 중에서)

    하얗게 덮쳐오는 물벼락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그가 즐겨 불었던 슈베르트의 「송어」를 따라 불었다.
    「송어」를 되풀이하는 동안 가슴에 화석처럼 각인돼 있던 유년의 풍경들이 다시금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가 거센 물줄기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더불어 그동안 내 안에서 뜨겁게 숨 쉬고 있던 것들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몰려왔다. 나는 진저리를 치며 입을 앙다물었다.
    ('나이아가라' 중에서)

    “오랫동안 저는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왔어요. 무려 20년 동안 말예요. 하루하루가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죠. 죽은 상태에서 늘 깨어 있어야 했으니까요. 그것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말했다시피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밖에 없었어요. 네, 저는 진심으로 죽음을 원했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가드맨이 등장해 그것을 가로막았죠. 당신은 막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새를 추락시킨 거예요.”
    장호는 단순하게 말했다.
    “관념이나 추상으로 죽음을 말하는 것은 매우 사치스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한 처절한 죽음들을 생각하면 말이죠.”
    ('밤의 흔적' 중에서)

    “왜 그랬는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따금 자해를 한 적이 있어요.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죠. 누군가 내게 뿌리 깊이 심어놓은 죄의식 같은 거였겠죠. 희숙 씨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희숙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었다. 성희에게 무언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희숙은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몸에 열이 오르는데 오한까지 겹쳤다.
    “고양이 새끼를 한 마리 키운 적이 있어요. 근데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안에 싸늘하게 죽어 있더군요.”
    “……”
    “고양이가 제 발로 냉장고 안에 들어간 걸까요?”
    성희는 웬일인지 찔끔거리며 울고 있었다.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중에서)

    『도자기 박물관』(2013년 9월) 이후 대략 5년여 만에 여덟번째 소설집을 낸다.

    앞쪽에 실린 「서울-북미 간」과 「나이아가라」는 2015년 캐나다에서 머물던 시기에 씌어진 것이다. 「경옥의 노래」는 2016년 귀국 직후에 쓴 것이므로, 세 편의 소설이 북미 체류와 연관돼 있다 하겠다. 2015년 1월에 나는 내심 ‘Out of Korea!’를 외치며 그야말로 뿌리치듯 한국을 떠났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 망명지인 북미에서 그러나 나는 더욱 사나운 꿈에 쫓겨 다녔다. 한국에서의 기억들이 매 순간 나를 압박하며 괴롭혀댔다. 낯선 도시의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나는 우선 단 한 편의 소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맨 앞에 수록된 단편 「서울-북미 간」이 그것이다. 그동안 나는 많이 변했다. 눈빛도, 얼굴도, 마음도. 내가 원하지 않거나 짐작하지 못한 방향으로 좀이 슬듯 뭔가 조금씩 계속 비틀리며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을 자각하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변화를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삶의 처지가 그러하듯이. 하물며 내가 나를 다시 작가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경과가 필요했다. 당연한 얘기겠으나, 밤마다 거미줄을 치듯 한 줄 한 줄 글을 씀으로써 그것이 비로소 가능했다. 이제 겨우, 나는 되살아났다.

    지난달에 귀천하신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립다. 이 그리움을 가슴에 숯불처럼 끌어안고 또한 남은 생을 아득히 살아가야만 하리라. 책이 나오면 저 겨울에 계신 어머니부터 찾아뵐 생각이다.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든 열 권까지는 소설집을 내야지, 라고 다짐하고 있다.

    ‘객주문학관’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귀국 후 나는 청송에서 거듭 세 번의 여름을 나며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소설을 썼다. 객주의 그 푸짐한 밥상과 술에 대해 얘기할 때면, 내 어머니는 무척이나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기뻐하셨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05.01~
    출생지 충남 예산
    출간도서 45종
    판매수 10,390권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도자기 박물관],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피에로들의 집],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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