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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야간 노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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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야간 노동자들의 삶
경제 논리로 인해 사라져버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24시간 풀가동 사회… 야간 노동자들의 삶은?

우리가 매일 만나지만 한 번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야간 노동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인터뷰집 [달빛 노동 찾기]가 출간되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밤을 꼬박 지새우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24시간 일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이 사회는 자신의 밤과 잠을 희생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땀을 갈구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의’를 누될수록, 그 ‘편의’가 한밤중에도 지속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수록, 누군가의 밤과 휴식은 점점 더 짧아진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의 삶은 현재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장시간 야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사고가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을까? 그 노동의 가치는 인정받고 있을까?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용균 씨 또한 밤새 야간 노동을 하다 기계에 끼어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김용균 씨는 그날 밤 홀로 일하고 있었다. [달빛 노동 찾기]의 필자들은 이렇게 장시간 야간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노동자들의 일터로 향했다. 야간 노동의 일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때로는 우리의 바로 옆에 있기도 했다. 우편집중국, 방송국, 대학교, 병원, 공항, 지하철. 감옥, 급식소, 고속도로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편의와 안전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24시간 풀가동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곧 우리가 곁에서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노동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야간 노동에 종사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밤샘 근무 후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인터뷰에 응했고, 자신의 일터를 어렵사리 보여주었다. 그건 단순히 야간 노동의 고충을 토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노동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바라는 의지였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 수면 및 휴식을 취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 리듬을 거스르는 야간 노동은 노동의 질을 극심하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게다가 야간 노동자들은 필수적인 업무를 맡고 있었음에도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했고, 한시적이고 보조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로 평가절하됐다. 야간 노동 현장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런 경향은 또다시 불규칙한 노동시간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저녁 9시에 출근해 오전 6시까지 내내 서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우체국 택배 상자들을 파렛트에 싣는 우정실무원 이중원 씨는 자신의 일터 동서울우편집중국을 ‘사하라 사막’에 비유한다. 일의 강도는 최고 수준인데 대우는 최저 수준이고, 임금과 수당, 근무환경 면에서 정규직과 대놓고 차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이중원 씨 같은 비정규직들은 정규직들에게 잘 보여야만 그나마 편한 업무에 배치될 수 있다. 이중원 씨가 2011년 8월 동서울우편집중국노조를 조직한 후 많은 변화들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현재 임금이 200만 원 남짓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 박정연 씨도 야간 노동에 종사한 이후 삶이 크게 달라졌다. 야간 근무를 하는 주에 보통 저녁 6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7시에 퇴근하는 조리원들은 만성 수면장애를 앓는 게 보통이다. 아침에 퇴근해 쏟아지는 햇볕을 막아보며 잠을 청해보지만 깊게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일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출근할 시간이 돼 있다. 수면 부족으로 목소리가 안 나온 적도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지만,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지 못했던 지난날이 너무도 후회된다고도 했다. 엄마를 잘 이해해주는 아이들이 간혹 “엄마, 그때 체육대회에 안 왔잖아” 하며 엄마가 부재한 순간을 끄집어내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하지만 기아자동차는 식당 노동자들이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하청 노동자’라며 선을 긋는다. 정연 씨가 처음 입사한 10여 년 전에는 주간 특근과 야간 특근으로 빼곡한 스케줄에도 임금을 100만 원 정도밖에 지급받지 못했다. 2017년 봄 기아차가 모든 노동자들이 8시간씩 일하는 체계로 바꾼 탓에 식당 노동자들도 주간 연속 2교대를 하게 돼 야간 노동에서 해방되나 싶었지만, 고용노동부가 주간 연속 2교대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것을 ‘단체협약 위반’으로 걸고넘어지면서 ‘단 꿈’도 깨져버렸다. 다시 2주에 한 번 야간 노동을 하는 생활로 되돌아간 것이다.
‘비행기가 곧 법’인 세계에서 일하는 항공기 청소 노동자들은 아예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 59조가 운수업, 의료업, 통신업 등 특정 업종에 12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20대 이상의 비행기에 올라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며 하루에 1,000개 이상의 변기를 닦는다. 할 일은 많고 일하는 사람은 늘 부족해, 직원들이 매일같이 연장 근무를 한다. 하루에 15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연장 근로만 90시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에 기본적인 건강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지만, 회사는 이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대하듯 한다. 한번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소독제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탓에, 노동자들이 CH2200이라는 유해 화학물질에 중독돼 병원 치료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노조가 나서 노동청에 고발장을 냈지만, 회사 측에서는 회사 비리를 알렸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되레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노동?

또 한편으로 야간 노동은 노동시간이 실제 필요성보다 사용자의 임의적 요구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합리적 근거 없이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임의로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방송 스케줄에 따라 업무시간이 들쭉날쭉한 방송 작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 관행으로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을 통제받는 고속도로순찰원이 이런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막내 작가’들은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따로 없는데, 퇴근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메인 작가나 PD가 요청한 일을 처리하느라 하루 종일 휴대폰에 매달려 있다. 급하게 새벽 3시에 인터뷰 섭외를 취소하고 그 시간에 다른 섭외자를 찾기도 한다. 메인, 서브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자료 준비부터 섭외까지 방송에 필요한 걸 하루 종일 준비하지만, 그 시간은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언제 일감이 생길지 알 수 없어 24시간 휴대폰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절반이 택시비로 나간다.
‘막내’ 작가는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흔히 이를 ‘모신다’고 표현한다. 작가를 모시는 업무 지원이란 사실 커피, 간식 심부름에 지나지 않는 시중이다. 자료 조사와 프리뷰 작성부터 홍보물과 자막을 쓰고 실제 원고를 쓰기도 한다. 분명 작가로서 제작에 참여하는데도, 이들은 ‘작가’가 아니라 ‘막내’라 불린다. 인터뷰에 응한 방송 작가 이향림 씨는 ‘막내’라는 이름이 허드렛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데다 방송국의 폭력적인 위계질서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PD의 수족이 되어 그의 개인적인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그야말로 황당한 경우도 있다. 대학에 출강하는 PD의 강의 자료를 대신 만든다거나 하는 일에 ‘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항변해도 바뀌는 건 없다. 작가 일을 하려는 이들이 줄섰기 때문이다. 더 믿기 힘든 것은, 그런 PD들이 언론에서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소수자의 삶을 그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한국도로공사 외주 용역업체 소속으로 ‘365일 24시간’ 고속도로를 지키는 순찰원들은 아예 시간 통제를 받는다. 중앙 통제 시스템이 순찰차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때문에 한 곳에 조금만 머무르면 위에서 바로 지적이 내려온다. 차 안에서만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이동하기를 수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잠깐 음료수라도 사려고 편의점에 들러 주차를 했다가, ‘왜 순찰차가 여기 있냐’고 주민들이 신고를 한 적도 있다. ‘야간-야간-오후-오후-오전’ 또는 ‘야간-야간-오후-오전-오전’ 하는 식으로 이틀이나 하루 단위로 근무시간이 계속 바뀌는 혹독한 노동환경임에도 제대로 된 휴식시간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라 불리는 외주 용역업체의 폐단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온갖 위험한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직원들에게 차 보험 처리조차 해주지 않고, 순찰원들의 목숨이 달린 차량이 고장 나도 제대로 된 정비는커녕 ‘그냥 몰고 나가라’는 식으로 일관한다.
도로공사의 차를 타고, 도로공사의 비품으로 도로공사의 도로에서 일하며, 도로공사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지만 도로공사는 이들이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라며 선을 긋고, 이들이 속해 있다는 외주 용역업체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잔인한 현실. 현재 이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규직 고용을 위해서다. 노동자들이 반드시 ‘승소’할 거라는 이들의 확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삶을 조각내는 야간 노동

무엇보다도 야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거의 모든 야간 노동자들이 사고나 불면증, 심혈관계 질환, 불임 위험 등 건강 악화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으며,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도록 불편해도 외진 곳에 집을 구하는 등 생활 습관에서 보통 사람들과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장기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크고 작은 관계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야간 노동으로 인해 생긴 관계의 장벽에 대해 토로했다. 야간 노동이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가족・사회 관계의 질이나 삶의 질을 낮춘다고 보고하는 일련의 연구들도 적지 않다.
대학 시설관리 노동자 장석정 씨와 심학재 씨는 바로 어제까지도 함께 일하던 동료의 돌연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야간 근무를 마친 다음 날 아침,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된 그의 나이는 겨우 52세로, 그가 그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이 그의 심장을 멎게 했을까? 그의 죽음은 그의 노동과 무관할까? ‘스트레스’라는 단어 하나로 그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은 동료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법적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일’이 그의 ‘죽음’에 얼마만큼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제대로 따져보기 위해서다.
모든 승객이 빠져나간 야심한 시각, 지하에 머물며 선로와 터널 곳곳을 점검하는 지하철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안 자고 새벽에라도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하고 바란다. 도로 밖으로 나 있는 지하철의 환풍구가 지상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걸러 역사 내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잔다는 것은 유해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막차를 보내고 나서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당직을 서야 하는 지하철 역무원들 역시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정직 공무원 L씨는 두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교도소까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차로 가면 훨씬 빠르지만 부족한 수면 탓에 졸음운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교도관들은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결혼 자체가 어렵다. L씨처럼 어렵사리 결혼을 한 경우라도, 잦은 야간 근무로 가족들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족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엉망이 되기 일쑤다. 힘들게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L씨가 집에 오는 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다. 집에 와도 같이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잠깐 잠들었다 깨어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전부다. 함께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는 평범한 일상은 그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L씨와 그의 부인은 야간 노동이 삶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조각낸다고 느낀다.

‘24시간 365일’을 의심하라

그렇다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야간 노동은 어느 정도로까지 확산되고 심화된 것일까? 혹시 이 책 [달빛 노동 찾기]에 등장하는 여러 야간 노동자들이 그저 특수한 몇몇 직군에 속해 있을 뿐인 건 아닐까? 여전히 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건 아닐까? 여전히 이런 의심들을 거둘 수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누리는 그 수많은 편의가 중단 없이 24시간 내내 공급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의 밤을 포기하며 24시간 내내 노동하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2018년 12월에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스물네 살의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밤샘 근무 도중 기계에 끼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날 그는 밤새 혼자 일했다. 그가 죽기 전까지,아무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화력발전소는 24시간 돌아가야 했고, 위험한 야간 노동은 비정규직에게 떠넘길 수 있었으며, 비정규직에게는 비용을 아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지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축적해왔다. 자본은 본성상 모든 공간적 경계를 넘어서 돌진하려 한다. 지리적 제약을 제거하고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은 이제 밤이라는 자연적 시간 리듬마저 허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른바 ‘365일 24시간’ 사회는 통상적인 리듬으로 여겨졌던 낮/밤, 활동/비활동, 깨어남/잠듦, 비수면/수면, 켜짐/꺼짐, 로그온/로그오프의 구분성, 순환성, 주기성을 파괴해 완전히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시간이라는 최후의 자연적 장벽마저 완벽히 자본의 대상이 된 지금, 모든 시간은 ‘생산 가능한 시간’이 되었다. 조너선 크레리가 말했듯, “그 무엇도 근본적으로 꺼지지 않으며 실제적인 휴식 상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야간 노동은 경제 위기라는 변곡점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시장의 자유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논리가 경제 위기라는 역사적 상황을 관통하며 영업시간과 관련된 각종 규제들을 거침없이 폐지한 것이다. 이후 등장한 유통산업발전법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제도화한 조치였다. 이때부터 대형마트는 소비자 편의를 앞세워 365일 24시간 영업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다퉈 전개했다.
여기에 디지털 모바일 기술이 합세하면서 이 사회는 진정으로 365일 24시간 노동과 소비가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업무 ‘효율성’ 및 소비자 ‘편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신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은 끊임없이 정당화된다. 이처럼 신기술은 마치 더 편한 일상, 더 인간적인 노동을 담보해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업무를 일상화해 모든 공간을 업무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메신저 감옥’ ‘SNS 감옥’ ‘카톡 감옥’ 등의 말들이 암시하듯, 이제 자본의 착취는 일터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 공간으로 파고든다. 그야말로 ‘투명 감옥’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은 ‘소비자 편의’ ‘규제 완화’ ‘기술 혁신’ ‘상품의 순환’을 앞세워 새로운 시간 기획들을 관철해온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 년간 소비나 경쟁력을 강조하는 언어들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달빛 노동자의 삶과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들은 제대로 대변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24시간 소비-노동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의제화되고는 있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아직 특정 업종이나 특정 세대 차원에서 몇몇 개의 조항을 덧대는 방식에 그친다. 전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혹은 전 세대를 포괄하는 조치들이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다. 경제주의와 소비자 편의 논리에 대항해 노동자의 삶과 건강의 관점에서 ‘365일 24시간’ 사회를 통찰하지 않는다면 야간 노동자들의 시간 권리는 결코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추천사

제목이 주는 분위기와 달리 책에 수록된 야간 노동에는 낭만이 없다. 야간 노동은 기업에겐 높은 이윤을 제공하고 시민들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맞바꾼 것이다. 실제 게임업계에서 일하던 20대 한 청년 노동자는 1주 89시간, 새벽 퇴근, 밤샘 근무를 밥 먹듯 하다가 결국 휴일 낮 집에서 사망했다. 슬프게도 그는 그날도 출근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야간 노동은 노동자를 조금씩 갉아 먹는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남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1일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고,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연착륙을 이유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노동법의 경계를 흔들수록 노동자의 생명도 위태로워진다. 부디 정부 관계자들도 이 책을 정독하길 바란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면 장시간 노동을 줄여서, 더 이상 이런 책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닐까?
- 이정미 / 국회의원‧정의당 대표

산아 제한이 국정 과제이던 때,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낮출 수 있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내 초등학교 친구는 “밤엔 잠만 자야 합니다”라고 발랄하게 답했다. 친구는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고 엉엉 울었다. 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내 친구는 지금 밤에 운전을 한다. 중년이 된 녀석의 꿈은, 밤에 자는 거다.
밤을 잃어버린 삶, 숙면이 꿈인 인생. 누군가는 월급이 적어 야간 노동에 몸을 던지고, 어떤 이는 월세 때문에 밤새 방송 원고를 쓴다. 어떤 공무원은 교도소 수용자 200명을 혼자 관리하는 ‘미션 임파서블’ 탓에 잠들 수 없다. 그러다 누군가는 심정지로 영원히 잠든다.
대학교에서부터 병원까지, 땅속 지하철에서 저 하늘의 비행기까지. 밤을 불살라 노동하는 사람이 없으면, 한낮의 사회는 1미터도 전진할 수 없는 시대.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들의 노동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내 친구는 언제쯤 밤에는 잠만 잘 수 있을까.
- 박상규 /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목차

들어가는 말_밤을 잃은 그대에게

첫 번째 이야기
밤에 파묻힌 노동 - 우정실무원 비정규직 노동자

두 번째 이야기
무엇이 그의 심장을 멎게 했을까 - 대학 시설관리 노동자 장석정.심학재 씨

세 번째 이야기
방송작가는 노조와 함께 성장 중 -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이향림‧최지은 씨

네 번째 이야기
내 인생에 걸맞은 ‘이름’을 가질 권리 - 병원지원직 노동자 조영재 씨

다섯 번째 이야기
비행기에 저당 잡힌 혁명가 - 공항항만운송본부 비정규지부 노동자 지명숙‧김태일 씨

여섯 번째 이야기
잠들지 않는 지하 세계 사람들 -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일곱 번째 이야기
철밥통 공무원? 매일 이직 꿈꾸며 버틴다 - 교정직 공무원 L씨

여덟 번째 이야기
노동자의 밤잠이 일으킨 효과 - 단체급식 조리원 박정연 씨

아홉 번째 이야기
24시간 고속도로를 지키는 사람들 -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박현도‧오택규 씨

해설
디지털 모바일 시대의 달빛 노동

본문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렵사리 자신의 일터를 보여주었습니다. 밤샘 근무 후에도 잠잘 시간을 쪼개 가며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단순히 일의 고충을 토로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일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노동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바라는 의지였습니다.
(/ p.10)

지금은 적응이 좀 됐어요. 그래도 집에 갔다가 낮 12시나 1시쯤 나오면 시든 배춧잎마냥 시들시들해 보여요. 낮엔 몽롱하고 말도 잘 안 나오죠. 그러다가 어두컴컴해지면 살아나기 시작하고요. 야간 노동이 2급 발암물질이라고 하던데 맞는 말이에요.
(/ p.34)

그가 그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술담배를 하긴 했어도 죽음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찰이 사인이라 밝힌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은 그가 죽은 진짜 이유가 아니다. 그의 심장을 멎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의 죽음은 그의 ‘노동’과 정말 무관한 것일까.
(/ p.52)

야! 막내! 이렇게 불러요. 그냥 이름 부르거나. 작가라고 부르지 않아요. 저는 프로그램 진행자의 커피 담당이거든요. 저를 부를 때 ‘야~ 내 커피!’ 이래요.
(/ p.72)

야간에도 환자 수는 똑같은데 인력을 두 명으로 줄여요. 물론 야간에는 검사 같은 것들이 줄어드니까 일이 어느 정도는 줄지만, 야간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고 야간에도 스케줄 따라 돌아가기 때문에 쉬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주간이나 야간이나 똑같거든요. 어디 다쳐서 오는 사람이 밤낮 가리겠어요?
(/ p.100)

직원들은 청결하고 잘 정돈된 기내를 위해 비행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 모습을 승객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양손 가득 청소 가방과 기용품을 들고 있어 우산을 쓸 수가 없고, 우비가 있더라도 기내 안에서 벗을 수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신발이 젖은 채 승객이 다 내리기를 기다릴 때는 여지없이 “우리는 노예”라는 생각뿐이다.
24시간 운행을 한다면 1~8호선 중 2호선, 그것도 일부 요일에나 가능할 겁니다. 사실 그조차도 말이 안 됩니다. 현장 점검이 제대로 안 돼서 안전이 위협받거든요.24시간 지하철은 ‘안전한 지하철’에 역행하는 겁니다.
(/ p.135)

‘군대보다 못한 피라미드 시스템’에 익숙해지기도 하지만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교도관이 많다. 교도관들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곪은 상처를 터뜨리지는 못한다. 법무부 안에도 교도관 근로 실태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 p.162)

내가 별 생각 없이 먹던 한 끼 한 끼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간 뒤 온 귀한 양식이었다. 배식이 끝나는 8시 30분에야 저녁을 먹는다는 조리원들과 작별하고 나와서야 이 평범한 깨달음이 내 가슴을 쳤다.
(/ p.191)

저희 목숨이 달린 차량이잖아요. 고장이 있는데도 그냥 몰고 나가라는 거예요. 싫으면 회사 나가든가. 순찰차는 1년 365일 24시간 달려야 하는데, 정작 제일 신경 써야 하는 차는 신경을 안 쓰고……
(/ p.21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4종
판매수 420권

노동전문 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잡지 폐간과 함께 비자발적 프리랜서가 됐다. 그 뒤로는 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꿈꾸는 글장이'로 살고 있다. 제21회 전태일문학상 기록문 부분을 수상했고, 전태일문학상수상집 [사람의 얼굴], [나는 시민기자다]를 함께 썼다. 오늘도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종
판매수 260권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하며 르포를 쓴다. 월간 좌파에 노동르포를 연재하고 있고, [숨은 노동 찾기]와 [416 단원고 약전]을 함께 썼다. 이 모진 삶에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에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언젠가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꿈꾸며, 일터와 삶터를 기록하고 있다.

생년월일 1982~
출생지 대구광역시
출간도서 3종
판매수 288권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베이비뉴스 기자. 《월간 작은책》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양성평등미디어상, 인터넷선거보도상, 정치하는엄마들 올해의 언론인상을 받았다. 함께 쓴 책으로 《숨은 노동 찾기》 《그대, 강정》 《난지도 파소도블레》가 있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꿈이다.

윤성희 [사진]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월간 노동세상》과 《매일노동뉴스》 기자를 거쳐 사진 찍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사진집 《그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공저, 2016)를 냈고, 〈촛불의 구술사〉 (2017), 〈백남기 농민 추념전: 밀물〉 (2017),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 〈아이들의 방〉 (2015), 〈쌍용차, 겨울로부터 다시〉 (2014) 등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3년 온빛사진상 후지필름상을 수상했다.
《한겨레》, 《시사IN》 등 언론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고 있다.

해설 김영선 [기타]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사회학자로 자본주의와 연동된 시간의 문화/정치에 관심이 많다.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로 있고 노동(시간) 문제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대안연구모임인 노동시간센터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재난 속 노동(인권), 플랫폼 노동자, 과로사/과로자살 문제를 보고 있다. 《정상 인간》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과로 사회》 《잃어버린 10일》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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