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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천 년 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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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빵의 역사를 읽지 않고 인류 문명사를 논하지 말라

기존의 역사가들은 역사를 정치나 종교, 권력 같은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와 같은 사관의 독주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수많은 미시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다른 미시사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스케일의 한계와 관점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존의 역사에 대한 보충으로서의 '빵의 역사'를 기술하는 책이 아니라, 종교나 정치권력이 아닌 빵, 즉 식량의 문제가 인류 문명의 흥망을 결정해 왔음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증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빵에 관한 역사책'이 아니라 '인류문명사에서 빵의 결정적 성격을 기술한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의의

이 책은 시간적으로는 기원전 4천 년부터 현대까지 약 6천 년,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이집트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지역에서 펼쳐진 인류 문명사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빵의 역사가 기원전 4천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은 빵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빵이 서양문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쌀 문화권인 동양문명을 통찰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량과 농경문화를 통해 인류 문명사의 심각한 내막을 파헤쳤다는 점에서는 동서양을 가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고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마치 인류역사의 대서사시를 그린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엇보다 그 방대한 자료 동원에 기가 질리게 된다. 이 책에는 신화, 화학, 농업, 종교, 경제, 정치, 법 등 인류 문명의 핵심적인 분야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많은 자료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야콥은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던 제2차세계대전 전후 시기에 이런 작업을 해냈다. 이 원고를 발굴하여 처음으로 소개한 (이 책은 영역판으로 가장 먼저 출간되었다) 미국 작가 린 앨리는 이렇게 탄성을 질렀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한 작가가 평생을 들여 집필한 유일한 역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도서관의 도서목록에 하인리히 야콥이라는 저자명 아래 무려 37종의 저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떻게 내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출판사 서평

예수가 빵의 신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온 사람은 결코 굶주리지 않을 것이요, 나를 믿는 자는 절대 목마르지 않으리라. ― 예수

이 책에 따르면 예수는 빵의 신이 됨으로써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예수는 사람들에게 '일용할 빵'을 청하라고 일렀으며, 설교를 할 때도 농경기술에서 차용해 온 무수한 비유에 윤리적인 옷을 입혔다. 예수는 허기진 사람들을 위해 빵의 기적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공중에서 수천 개의 빵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새로운 '빵의 신'임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땅이 소출을 내지 못해서라기보다는 빵에 내려진 저주, '네 얼굴에 흐르는 땀으로' 노동을 해야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저주가 풀리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는 죽음을 앞두고 "먹어라. 내가 곧 빵이니라"라고 말함으로써 원래의 빵의 신, 데메테르를 내몰고 빵의 신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했다. 만약 예수가 빵의 신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예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로마는 빵으로 흥했고 빵으로 망했다.
아우구스투스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모든 로마 황제는 빵 여신을 모시는 엘레우시스교도였다. 로마시대의 제빵사들은 일종의 공무원이었고, 황제는 빵의 왕으로서, 빵의 무료 배급표를 나누어 주는 제빵사 길드의 수장이었다. 로마인들은 빵을 정치적 구성요소로 전환시켰다. 그들은 빵으로써 통치했고, 빵으로써 세계를 정복했으며, 빵으로써 멸망했다. 로마 황제는 이집트의 옥토를 사유화함으로써 거대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귀족과 부자들의 대토지 소유를 가능케 한 라티푼디움 경제체제는 농민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농민들이 몰락하자 빵이 부족하게 되었고, 더 이상 수많은 속국들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이 사상 최악의 토지정책만 펴지 않았다면 고트족의 침입만으로는 쉽게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빵 앞에서 패배한 나폴레옹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병사들의 위장이다. ―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전에서 그는 뜻밖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너무 빨리 진격한 나머지 빵을 실은 마차들이 미처 기병대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곡창지대에 도달하면 빈 곡물 마차를 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오였다. 러시아 군대는 퇴각하면서 여문 곡식이라면 마지막 한 톨까지도 모조리 가져가 버렸던 것이다. 전쟁사상 최악의 식량난이 시작되었다. 빵 없이 50일이 지나자 군사들은 거의 미쳐 갔다. 굶주린 병사들은 얼어 죽었으며 빵 한입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살인까지 벌였다.

한때, 프랑스 병사들은 멀쩡한 밀다발을 야영장의 모닥불에 던져 넣고, 좋은 빵의 속만 파먹고 나머지는 땅바닥에 굴리곤 했다. 이러한 행위들 때문에 그들은 어떤 음식으로도 허기를 채울 수 없는 형벌을 받은 것이다. 빵을 위해 나폴레옹이 실제로 이룩한 업적은 무엇일까? 약 2백만 프랑스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동맹국 및 적국의 국민 약 6백만 명을 죽임으로써 빵 먹는 인구를 크게 줄였다. 그리고 엄청나게 죽어간 이들의 시신은 유럽의 들판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 정도가 빵의 역사가 나폴레옹에게 감사해야 할 만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전쟁 승리의 주역, 밀
밀은 면화보다 강하다. ―링컨

'승리는 빵을 가지고 있는 편의 것이다'라는 말이 나폴레옹 전쟁보다 더욱 명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바로 미국의 남북전쟁이다. 면화생산지인 남부는 밀 생산지인 북부를 이길 수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남부가 훨씬 유리해 보였다. 남부의 면화 생산량이 미국 면화 수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화가 식량이 될 수는 없었다. 전쟁이 나자 남부에서는 밀가루 값이 폭등하고 기아자가 속출했지만, 북부에서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었다. 남부로 식량을 나르는 모든 철도는 봉쇄되었지만 북동부에서 북서부로 가는 철도는 원활하게 운행되었다. 북부의 군인들이 식단이 바뀌지 않는다고 불평할 때, 남부의 군인들은 자신의 셔츠를 물어뜯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쟁 초기에 남부에 호의적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얼마 안 가서 북부 쪽으로 돌아선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부의 면화 없이는 살 수 있었지만 북부의 밀 없이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공 기근으로 인종말살을 꾀한 히틀러
나치는 기근을 살상무기로 이용했으며 그 효과를 미사일 탄도처럼 정확하게 계산해냈다. 히틀러는 유럽의 기근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술자였다. 놀라운 나치 기계들은 거의 소리도 없이 이 일을 해치워 나갔다. 인공적인 기근으로 유럽의 인구를 말살하는 일을 말이다. 이 과학적 약탈 시스템은 전쟁을 위한 목적 이상의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는 독일의 기호에 맞게 유럽 인구를 조정하려는 계획적인 시도였다. 히틀러는 "인종말살은 과학이다"라고 말했다.
히틀러와 그의 공범자들은 식량배급에 있어서 대상을 엄격히 구분했다. 나치의 발굽 아래 있는 민족들 중 일부는 허약한 농노 상태로 만들 작정이었다. 폴란드인이 대표적인 예였고 일부 민족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추방해 버리고자 했다. 유태인들처럼 말이다. 이것은 전 세계인을 세 종족으로 나누어 세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고의적이고 주도면밀한 계획이었다. 영양 상태가 좋은 지배계층 인종, 반란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허약한 노동계층 인종, 모조리 시체가 되어버릴 인종, 그렇게 말이다. 그들이 선택한 인공기근이라는 방법은 폭격보다 잔인했다.

인류문명의 7가지 단계
모든 국가의 재앙은 순전히 농업과 결부되어 있다. 땅을 황폐하게 만드는 수탈적 경작은 언제나 같은 절차를 밟는다. 맨 처음에 농부들은 처녀지에 똑같은 작물을 해를 거듭해서 경작한다. 그러면 언젠가 수확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제2기이다. 그러면 농부들은 새로운 경작지로 이동한다. 제3기는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낼 수 없어서 이전의 농지를 다시 경작하되 일 년 동안 농사를 짓고 다음 해에는 농지를 묵히는 휴경제를 도입한다. 수확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농부들은 엄청난 양의 거름을 사용한다. 가축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이용하기 위해 자연적인 목초지에 가축을 방목하여 기른다. 제4기에는 결국 자연적 목초지만으로는 가축을 먹이기 부족하게 되어 농부들이 경작하는 땅의 일부를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작물 재배에 할애한다. 처음에는 목초지를 이용하듯 심토층을 이용해서 경작한다. 그러나 결국은 사료작물 재배도 휴경제를 도입해야 할 때가 온다. 제5기에 이르면 심토층이 모두 고갈되고 밭에서는 더 이상 채소를 기를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완두가 고사(枯死)하고 그런 다음 토끼풀, 순무, 감자도 자라지 못하게 된다. 제6기에는 모든 종류의 경작이 완전히 끝나고 만다. 더 이상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없는 땅이 된다. 그렇다면 제7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살인이다. 토지의 살해 다음에는 인간의 살해가 시작된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지구상의 인구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법칙이다"라고 리비히는 말했다. 어느 시대든 인간 사회의 분열과 화합은 토지를 비옥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의 평화는 빵의 평화다
모든 전쟁에서 처음 한마디는 총성이었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언제나 빵의 목소리였다. ―허버트 후버

저자 야콥은 누구보다 빵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1938년 4월, 나치가 빈을 급습하여 오스트리아의 지식인 150명을 체포했을 때 유럽의 주요 일간지 수석 기자였던 야콥 역시 체포되어 다카우와 부켄발트에 있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이 책의 초기 원고를 아내 도라가 숨기지 않았다면 나치에 의해 불살라졌을 것이었다. 강제수용소의 경험은 야콥에게 이 책을 기필코 완성하리라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이 위대한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야콥은 이렇게 쓰고 있다.

부켄발트의 강제수용소에서 우리는 진짜 빵을 맛볼 수 없었다. 빵이라고 불리는 물건은 감자가루, 콩, 톱밥의 혼합물이었다. 속은 납빛이었고 껍질은 쇳빛이었다. 맛도 쇠 같은 맛이 났다. 이 물건은 마치 고문당하는 사람의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듯 표면에 물기가 배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전에 먹었던 진짜 빵을 추억하며 그것을 빵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그 빵이나마 사랑했고 그것이 배급되기를 노심초사 기다리곤 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진짜 빵을 맛볼 기회를 얻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내가 다시 진짜 빵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빵은 성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빵은 한편 세속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빵을 먹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좋을 것이 없다. 사람과 빵은 나란히 6천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걸어왔다. 신의 두 피조물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던 순간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배불렀다"라고 성경은 말한다. 이보다 더 간결하게 행복과 만족과 감사를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빵과 밀의 '황금가지'이다.
- 시카고 선(Chicago Sun)

인류의 종교, 정치, 기술의 진보를 빵을 통해서 논하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가장 심오한 삶의 신비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프란츠 베르펠(Franz Werfel)

빵의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를 통해 야콥은 세계사를 개괄했다. 요컨대 세계의 풍속, 종교, 민간신앙, 역병 등을 빵을 중심으로 쓴 것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1943년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사의 사건들을 낱낱이 꿰뚫고 있다. 대단히 매력적인 책이다.
-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이처럼 일반 독자에게 철저한 학문적 고증을 제시한 책은 찾기 힘들다. 이 책은 서양문명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연구서로서 혀를 내두를 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야콥이 밝혀낸 엄청난 정보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야콥은 과도하고 무모하게 전문화의 시대가 된 오늘, 사라져가는 20세기 백과전서파의 몇 안 되는 사람으로 평가될 만한 탁월한 작가이다.
- 헨리. W. 브랜(Henry W. Brann)

전쟁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것보다 빵으로 본 역사를 쓰는 일이 몇 십 배 더 어려운 작업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을 쓰기 위해서는 역사적 식견과 지식은 물론 시적 통찰력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며, 그런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함으로써 의미심장하고도 대단히 재미있는 책을 펴냈다.
- 새터데이 리뷰(The Saturday Review)

목차

서문 | 6

제1장 선사시대의 빵 | 11
최초의 농부, 개미 | 13
쟁기의 발명 | 21
풀들의 경쟁 | 31

제2장 고대의 빵 | 43
제빵의 발견―이집트 | 45
네 얼굴에 흐르는 땀으로―이스라엘 | 70
씨알의 수난―그리스 | 93
엘레우시스의 빵 신전―그리스 | 114
빵은 곧 정치다―로마 | 144
빵의 신, 예수 그리스도―로마 | 168

제3장 중세의 빵 | 205
옛 땅, 새로운 사람들 | 207
수도사, 수호신 그리고 농민 | 214
방앗간 주인은 모두 도둑이다 | 230
제빵사가 우리를 굶주리게 한다 | 247
기아의 세기 | 261
괭이를 든 사람들 | 283
피 흘리는 빵 | 296
부풀어 오르는 빵 | 314
최후의 만찬에 대한 논쟁 | 336

제4장 초기 아메리카의 빵 | 355
위대한 방랑자―옥수수 | 357
감자의 시대 | 383
스퀀토와 올리버 에반스 | 402

제5장 19세기의 빵 | 435
과학은 혁명을 막을 수 있는가 | 437
프랑스 혁명의 주역, 빵 | 450
빵에 패배한 나폴레옹 | 468
빵은 면화보다 강하다―링컨 | 484
토지를 정복한 기계―매코믹 | 496
대지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리비히 | 513
맬서스의 도전 | 527
밀의 제국―미국 | 535

제6장 우리 시대의 빵 | 565
제1차세계대전과 승리의 여신, 빵 | 567
러시아의 빵―1917년 | 580
세계 지도를 바꾼 식물학자들 | 597
농민을 구제하라 | 616
데메테르, 다시 경고하다 | 631
빵, 건강, 사업 그리고 인간의 영혼 6| 43
히틀러의 '기근협정' | 667

후기 | 700
참고문헌 | 701
찾아보기 | 716

본문중에서

인간의 식량이 된 종들은 수천 년에 걸쳐 번성한 형제들이다. 다른 곡식들과 그 역사가 전혀 다른 벼를 제외하면, 원시시대부터 인간이 이용한 곡식은 여섯 가지, 즉 인류 초기의 기장, 귀리, 보리, 밀과 고전주의 시대 말엽부터 이용한 호밀, 그리고 아메리카 발견 이후 재배된 옥수수이다. 여섯 형제가 1만 년이 넘도록 세상의 인간들을 먹여 살린 것이다.
('1장 선사시대의 빵' 중에서)

그러나 빵이 처음 만들어진 때부터 밀은 곡식의 왕이 되었고, 그 지위를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왕좌에 오른 이래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었다. 슈바인푸르트와 레그랭이 신석기 시대의 고분에서 밀을 발견했는데, 그 밀은 기원전 6, 5세기의 것으로 밝혀졌다. 오스트리아 과학자 운거는 기원전 3천 년 무렵에 세워진 다흐슈르 피라미드의 벽돌 속에 파묻혀 있는 밀알과 겨를 발견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700년경에 밀 재배를 시작했으며, 그것을 기리기 위한 장엄한 의식까지 발전시켰다.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밀은 고대 유적지 텔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시기는 기원전 3천 년으로 추정된다.
('1장 선사시대의 빵' 중에서)

이렇게 '제조된' 제품, 빵은 이집트인에게는 식량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문화적 수준의 척도였고 측량의 척도였던 것이다. '빵의 개수'는 부를 의미했다. 이집트 방방곡곡에 있는 오븐은 실질적인 화폐 주조공장이었다. 오븐에서 구워낸 밀가루 반죽은 마침내 전국의 화폐가되었다.
('2장 고대의 빵' 중에서)

이와 같은 극단적인 노동 분화의 원칙 때문에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법이 난무했다. 다음과 같은 독단적인 조항도 있었다. "양조장이 있는 곳에는 제빵소를 세우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 했다. 제빵소와 양조장이 한 곳에 있으면 서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데 그것은 둘 다 곡물과 효모를 취급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고분 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제빵소와 양조장은 언제나 이웃해 있었다.
('3장 중세의 빵' 중에서)

런던 사람들은 '불성실한 제빵사'에게 칼을 씌워 거리의 웃음거리로 만들곤 했다. 함량이 많이 부족한 빵을 적발할 경우에는 그 빵을 만든 제빵사에게 빵을 목에 걸고 거리를 걸어가게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제빵사 자격을 상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런던의 제빵사들은 '관련 당국자에게 뇌물을 바쳐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 함량이 부족한 빵을 자유롭게 굽는' 편법을 동원했다. 물가안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중세 시대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범법 행위였다.
('3장 중세의 빵' 중에서)

베르사이유에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 빵의 비라도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파리 사람들은 실상을 마주하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여자들로 둘러싸인 마차 한 대가 저녁 무렵 교외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횃불에 비친 살찐 왕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저기 빵장수가 온다!" 사람들은 외쳤다. "빵장수 마누라도 함께 오고 있다!" 빵장수와 그 마누라는 기근 협정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난 이후 왕과 왕비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5장 19세기의 빵' 중에서)

국민의회든 정부 관료든, 공화정이든 왕정이든, 빵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자들이 민중에 의해 목이 매달릴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그러나 빵 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회는 농민들에 대한 보조식량 약 40만 파운드를 확보했으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모든 것이 쇠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운송수단, 쟁기, 가축, 사람들의 정신까지도. 국경지대에서는 곡물 투기꾼들이 슬쩍 슬쩍 곡물 가격을 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전제정치하에서 곡물의 강줄기는 서서히 말라붙어 갔고 빵집의 오븐은 텅 비게 되었다. 유럽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프랑스인들은 이미 포위되어 있다는 느낌에 휩싸여 있었다. 곡물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5장 19세기의 빵' 중에서)

저자소개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89~1967
출생지 독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Heinrich Eduard Jacob, 1889~1967)은 독일의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나치정권하에서 작품 활동이 금지되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커피에 관한 이 책은 논픽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고전적 경전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후 1920년대까지 이어졌던, 문학의 소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물질을 주인공으로 삼고 소설 형식으로 서술하며 문학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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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마치고 교양서와 소설을 번역한다.
옮긴 책으로 [어느 뜨거웠던 날들][신이 없는 세상][하얀 라일락][행복한 그림자의 춤][소공녀][위대한 박물학자][창조적 단절][아름다운 죽음의 조건][빵의 역사](공역) 등이 있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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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인문 과학서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희토류 이야기》,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화학지식 50》, 《공기: 신비롭고, 위험한》, 《에덴의 용》, 《진화란 무엇인가》, 《섹스의 진화》, 《스피노자의 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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