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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에 안녕을 : 조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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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끔 공기가 질겨지고 어떤 낱말에서는 막막했던 시절의 향기가 배어나는 때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아이덴티티와 사랑에 관한 일곱 편의 소설
―미스터리, SF, 민담, 동화 등의 다양한 외피에 담아낸 스타일리시한 작품들


[새드엔딩에 안녕을]은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로 주목받은 조현 작가의 7년 만의 소설집이다. 최근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우수상에 자주 이름을 올리며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가 그간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소설들을 묶었다. 은하철도 999, 홍게들의 대이동, 아라비아의 민담, 마법의 주문, 가상현실 프로그램, 쿼크 입자의 운동, 갯바위 낚시 등 범상하지 않은 소재와 미스터리, SF, 민담, 동화 등 다양한 장르적 외피를 활용해 아이덴티티와 사랑에 관해 다룬 일곱 편의 소설을 담았다.
작가 자신이 종종 클라투 행성 지구 주재 특파원, 이른바 우주 통신원을 자처하는 만큼 표제작 [새드엔딩에 안녕을]에는 ‘클라투행성통신 2’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소아마비로 외톨이였던 ‘나’는 옛 동화를 해피엔딩으로 다시 쓴 이야기들이 교회 친구 에스더 덕에 인기를 끌며 친구들 사이에 융화하게 된다. 그런 에스더를 사랑하게 된 ‘나’가 그녀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꾸며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거짓말 혹은 허구를 통해 삶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가는 이 이야기는 작가의 세계관 혹은 우주관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서로를 배려한 사랑의 거짓말과 그 거짓말을 재해석하는 이야기(<수국의 계절>), 낚시터의 밤바다 앞에서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삶의 진실과 대면하는 이야기(<화성의 물고기를 낚는 경쾌한 낚시법>) 등 수록된 소설들에 주요한 모티프로 작용하며 작가의 우주관을 확장한다.
그런가 하면 민담과 동화 등의 형식을 활용한 이야기에서는 시와 기도가 새로운 우주와 진실을 열어가는 비밀이 된다. 입사시험으로 개발된 상황 맞춤별 가상현실 프로그램 속에서 가상과 현실, 말하는 주체와 바라보는 객체의 혼란을 다룬 <선택>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시적인 순간이 출현할 때이고, 아라비아 민담의 형식으로 삶의 새로운 층위를 그려낸 <우리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에서도 삶의 다른 차원을 열어주는 것은 아라비아의 시들이다. 그런가 하면 동화의 형태로 그려낸 마법의 주문 이야기 <어쇼비츠 훌라후야 빙드레브쵸>와 광고회사의 다양한 군상을 그린 <언젠가 크리스마스 섬 홍게의 행진>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록 작품에서 기도와 간구는 새로운 우주로 가능성을 확장하는 열쇠가 된다.
해설을 쓴 안서현 문학평론가는 그래서 “시, 거짓말 그리고 기도는 우리에게 무한한 삶의 우주를 열어주는 통로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탐구로서의 소설들을 싣고 있는 이 책에는 곳곳에 우주행 차표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비밀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탐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주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며 “누군가를 위하여 시를 읊고 거짓말을 지어내며 기도를 바치는 이들, 그 마음속에 모든 비밀이 있다”고 조현 작가의 소설들을 평론했다.

누군가를 위하여 시를 읊고 거짓말을 지어내며 기도를 바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한한 삶의 우주를 열어주는 우주행 차표 같은 소설들

[새드엔딩에 안녕을]은 범상한 이야기가 하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창고이기도 하다. 종종 이야기되는 자가 누구이고 이야기하는 자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지는 부분에 이르러, 별안간 우리에게 무한한 우주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야기 자체의 서사도 흥미진진해서 각각의 소설 안에서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을 한껏 자아낼뿐더러, 미스터리와 SF, 민담, 연애담 등 장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지적 유희와 깊은 정서적 울림,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문체가 조화롭게 담겨 있어, 한국 문학의 독특한 한 성취를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작가의 말

“생은 한정되어 있고, 가능성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저에게 소설은 생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가능성의 세계를 현실로 바꿀 수 있지요. 즉 우리는 소설을 통해 다른 성별과 나이, 지역과 시대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도 가능할 테지요. 수많은 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아이덴티티의 외연을 무한에 가깝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물리학의 모든 탐구가 인간에게 의미가 있다면, 소설이 상상하는 모든 삶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목차

1. 새드엔딩에 안녕을
2. 화성의 물고기를 낚는 경쾌한 낚시법
3. 선택
4. 어셔비츠 훌라후야 빙드레브쵸
5. 언젠가 크리스마스 섬 홍게의 행진
6. 수국의 계절
7. 우리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해설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지면

본문중에서

생의 시작점에서 불균형했던 한 소년은 <은하철도의 밤>이란 허구에서 살아갈 어떤 힘을 얻었다. 충분한 힘은 아니지만 어쨌든 차표는 얻어낸 것이다. 그 티켓을 가지고 접촉하는 사차원에서 무엇을 발견하든 그건 온전히 내 몫이다. 나쁘다곤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사실 달리 더 나빠질 일도 없지 않은가?
('새드엔딩에 안녕을' 중에서/ p.54)

작가는 가끔 마음속 깊은 곳으로 잠수한다. 왜냐하면 어떤 작가가 뭔가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심해에서 도저히 말하기 힘든 것, 그러니까 단단하게 굳어버린 쓸쓸한 돌들을 그물로 건져 올리는 것이니까.
('선택' 중에서/ p.140)

아주 먼 곳에서 혜성 하나가 태양계로 파고든다. 혜성은 카이퍼 벨트를 지나, 마치 장맛비의 첫 호흡이 방풍림을 지나서 해안가 마을에 서 있던 한 소녀의 폐를 파고들 듯이, 혹은 옛 트로트의 촌스러운 한 소절이 어느 날은 웬일로 마음속에 따사로운 체온으로 스미듯이.
('수국의 계절' 중에서/ p.21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9~
출생지 전남 담양
출간도서 8종
판매수 4,312권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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