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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매 : 어느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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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이곳’에 꼭 필요한 책을 만나다!

1966년 창립된 출판사 민음사의 로고 ‘활 쏘는 사람’의 정신을 계승한 총서 「쏜살 문고」. 한 손에 잡히고 휴대하기 용이한 판형과 완독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200쪽 안팎의 부담감 없는 분량, 세월에 구애받지 않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우리가 익히 알지만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작가들의 눈부신 작품들을 만나본다.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 한 차례의 전쟁, 지난 세기의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던 1920년대 프랑스. 화자(이자 작가의 분신) 알윈 타워는 1920년대 후반, 프랑스의 전원 마을 샹셀레에 자리한, 절친한 친구이자 미국 출신의 부호 알렉산드라 헨리의 저택에 머물며 하루를 보낸다.

앞으로 닥쳐올 어떤 파국(2차 세계대전)을 전혀 예감하지 못한 듯, 지루할 정도로 고요한 이곳 샹셀레에 세계 전역을 여행하는 지방 귀족이자 유산 계급의 컬렌 부부가 찾아온다. 화려한 용모를 지닌 데다 수다스러운 컬렌 부인, 그녀의 남편이자 어딘가 권태로워 보이는 얼굴의 래리 컬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엄숙하게 버티고 앉은 한 마리의 매, 루시. 샹셀레 저택에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이야기는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출판사 서평

스러져 가는 시대의 광채 속, 우리가 잃어버린 미지의 걸작
사랑과 욕망, 인생의 심오한 복잡성을 응시하는 눈

하지만 루시의 가장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표정이었다. 작은 불꽃같아서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깜빡거리지 않았고 환하거나 따뜻함도 없었다. 욕구나 소명에 인생의 모든 순간을 집중하는 기운 넘치는 남자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선하지만 악하다고 오해받고, 반대로 악한데 선하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루시의 경우에 그 표정은 주로 눈에 나타났다. 루시의 눈은 검은색이 아니라 구슬픈 갈색이고 터무니없이 컸으며 평평한 머리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본문에서

지속적이고 온전한 사랑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순례자 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이런 질문에 사로잡혔다. 고백하건대 그것은 일생 동안 나를 지배 해 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분량과 뛰어난 가독성으로 한 호흡에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비록 지난 세기에 쓰인 작품이지만 마치 어젯밤 벌어진 술자리를 기록한 것처럼 생생하며, 지극히 모던한 방식으로 ‘사랑과 욕망’이라는 감정을 담고 있다. “사랑에 만족이 주어지면 남은 삶의 큰 부분은 그 만족을 위한 지불에 불과하다.” 작가 글렌웨이 웨스콧은 이처럼 칼같이 잘 벼린 문장으로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다. 일견 20세기 중반의 귀족적 생활양식과 이성애 결혼 제도를 희화화한 것처럼 보이는 『순례자 매』는 인간 욕망에 대한 가장 통렬하고도 섬세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또 이 짧은 소동극은 알싸하게 매운 음식을 먹은 것처럼 개운한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관계로 인해, 사랑으로 인해, 단 한 번이라도 다치고 넘어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순례자 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상영(소설가)

내가 생각하기에 『순례자 매』는 20세기 미국 문학 중에서 가장 놀라운 작품이다. -수전 손태그
지난 세기, 영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소설. -새뮤얼 R. 딜레이니
이 소설은 사랑과 성, 삶 자체가 지닌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진실의 심연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순례자 매』는 포드 매독스 포드, F. 스콧 피츠제럴드, 헨리 제임스의 작품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소설이다. -마이클 커닝햄

독창적인 감수성을 지닌 작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노벨라,
현대 미국 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순례자 매』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독특하고 이색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그의 이름은 다소 낯선 울림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예닐곱 편의 소설 작품을 남긴, 게다가 반평생 절필한 과작의 작가로서는 드물게 현대 영미 문학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이 점은 그의 단편적인 이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쉬이 확인해 볼 수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위스콘신에서 생활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참신한 문재(文才)를 드러내며 소설가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글렌웨이 웨스콧은 일찍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거트루드 스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와 교류하였고, 장 콕토, 이사도라 덩컨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렇듯 미국 위스콘신 출신의 자아와 유럽 문화계 총아로서의 페르소나, 그리고 커밍아웃한 게이로서의 정체성은 글렌웨이 웨스콧의 글쓰기에 독특한 색채를 불어넣었다. 『순례자 매』의 서문을 쓴 소설가 마이클 커닝햄의 평가처럼 웨스콧의 문체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경이로운 표현이나 통찰이 관찰”될 만큼 독보적이다. 마치 진부한 표현에 저항하듯 문장은 저마다 극도로 정련되어 있고, 눈부실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와 묘사 속에서도 주제 의식을 잃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 『순례자 매』는 글렌웨이 웨스콧의 정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연구가이자 소설가 에드먼드 화이트가 지적했듯 “『순례자 매』는 윌리엄 포크너의 『곰』,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 소설들, 허먼 멜빌의 『빌리 버드』 등 미국 문학이 일궈 낸 찬란한 성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전 손태그의 선언대로 “『순례자 매』는 20세기 미국 문학 중에서 가장 놀라운 작품”이다.
1945년 장편 소설 『아테네의 아파트』를 끝(에세이 및 일기는 제외)으로 돌연 절필한(그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한때 ‘잊힌’ 작가로 남아 있던 글렌웨이 웨스콧의 대표작 『순례자 매』를 오늘날 새로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서 지금 소개한다.

인간 존재의 불투명한 욕망과 사랑의 모순성,
결혼 제도의 허위를 꿰뚫어 보는 첨예한 시선

인간은 지나치게 연극적인 존재라 열정도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렇기에 인간 생의 절반은 모호하고 격렬한 가장(假裝)이다. -본문에서

문명화된 인간은 문자 그대로의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 실질적인 노예 상태를 피하는 법을 배웠다. 적어도 20세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대신 노화, 매력의 상실, 사랑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생겼다. 어느새 나는 미혼의 젊은 알렉스를 초조하게 또 감상적으로, 그녀의 아일랜드인 손님들을 괜한 질투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일랜드인 부인의 불안한 태도와 남편의 사로잡힌 듯하면서 불편한 표정은 내가 잘못된 구분을 하고 있음을 상기해 주었다. 결혼 생활에는 개인이 바라는 달콤한 안전함이 없다. 결혼 생활에는 배고픔과 그 쌍둥이인 혐오도 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벌도 있다. 물론 진정한 사랑과 욕망은 동일하지 않고 불가분의 관계도 아니며 분간하기 어렵지도 않다. 단지 그것들은 서로를 반영하고 모방하고 설명할 뿐이다. -본문에서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는 열정, 상황이나 실수 때문에 산산조각 나는 사랑, 사랑을 가장한 성욕은 모두 진정한 사랑이라는 먼 길, 특히 결혼에 비하자면 사소한 결과이자 자발적이고 일시적 불안에 불과했다. 결혼 생활에서는 모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고통을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하는 놀라운 양의 용서가 필요하다. 사랑에 만족이 주어지면 남은 삶의 큰 부분은 그 만족을 위한 지불에 불과하다. 계속되는 분할식 지불. -본문에서

한 차례의 전쟁, 지난 세기의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던 1920년대 프랑스. 『순례자 매』의 화자(이자 작가의 분신) 알윈 타워는 1920년대 후반, 프랑스의 전원 마을 샹셀레에 자리한, 절친한 친구이자 미국 출신의 부호 알렉산드라 헨리의 저택에 머물며 하루를 보낸다. 앞으로 닥쳐올 어떤 파국(2차 세계대전)을 전혀 예감하지 못한 듯, 지루할 정도로 고요한 이곳 샹셀레에 세계 전역을 여행하는 지방 귀족이자 유산 계급의 컬렌 부부가 찾아온다. 화려한 용모를 지닌 데다 수다스러운 컬렌 부인, 그녀의 남편이자 어딘가 권태로워 보이는 얼굴의 래리 컬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엄숙하게 버티고 앉은 한 마리의 매, 루시. 오직 반나절 동안, 아름답고 나른한 풍광을 배경으로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는 밑도 끝도 없는 열망과 치명적인 불만,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감정의 도가니가 칼에 베인 상처처럼 움푹 입을 벌린다. 마치 연극 무대에 오른 듯 스러져 가는 모든 것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컬렌 부부와 그들의 어긋나 버린 관계를 잔인할 만큼 냉정하게 관찰하는 주인공, 또 저택 뒤편에서 자기들만의 격정적인 드라마를 피로(披露)하는 하인들……. 샹셀레 저택에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순례자 매』는 마침내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제한적인 시공간과 극히 적은 수의 등장인물로 이뤄진 『순례자 매』는,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순례자 매(Falco peregrinus)’ 루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성과 욕망, 좌절과 적응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처럼 일견 적요(寂寥)해 보이는 상황 아래, 각기 다른 정념을 지닌 인물들의 드라마가 들끓는다. 우리들 또한 『순례자 매』의 책장을 덮을 즈음, 루시의 삶에 자기 모습을 반영해 보며 이제껏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았던 수많은 질문들과 대면하게 될 터다.

목차

서문(마이클 커닝햄)
순례자 매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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