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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대륙, 낯선 나라, 낯선 환경, 낯선 작가, 낯선 주인공, ?아프리카의 민담-서부아프리카 편?을 마주한 독자들의 첫 반응이 아닐까? 하지만 낯선 대륙과 나라와 환경과 작가와 주인공을 잠시 잊는다면, 독자들은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 낯섦이 어느새 우리가 어려서부터 듣고 읽고 이야기했던 아주 친근한 이야기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미덕, 정의, 선 등 변함없는 인류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우리와는 아주 다르고 자주 접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자연환경,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종족과 동물의 생활에 빗대어 말하면서 인간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인간적 품성과 결점이란 공통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의 품성과 도덕이 담긴 이야기, 달리 말하면 아프리카인의 도덕성과 신랄한 사회 풍자 또는 현재의 삶에 드리워진 다양한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음모와 계략과 그 음모와 계략으로 빚어지는 삶의 변전은 현재, 지금, 이곳의 삶의 어려움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꿈꾸며 혹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프리카인의 삶에 대한 애착이 때로는 어이없음, 형언할 수 없는 가혹함, 주체할 수 없는 몰인정, 몰개성, 비인간성으로 표현되지만, 그 이면은 안락과 평온과 평화 그리고 풍요를 바라는 아프리카인의 긍정적 삶의 자세와 해학과 소망으로 가득 차 있다.
?아프리카의 민담-서부아프리카 편?은 개인과 집단, 연대와 고독, 신성과 세속, 지혜와 계략, 안전과 불안 등의 대비를 도덕과 사회 풍자의 이미지로 승화하여 공통의 기억과 그를 통한 재탄생을 통해 잊히고 사라지는 전통을 되살리려는 아프리카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곧, ?아프리카의 민담-서부아프리카 편?은 서부아프리카인의 전통과 문화유산, 달리 말하면 서부아프리카의 관례와 관습을 활자화하여 담고 있다. 그 활자화된 문학은 구전 전통의 연장선이 될 수 있고, 구전과 분리되지 않고 그 이야기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변화는 서구인들의 아프리카에 관한 입장을 토착 언어로 대체하고자 하는 의도, 그리고 아프리카 이야기들이 서구인의 기호와 구조에 맞추어 서구 언어로 출간된 민담을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되는 서부 아프리카민담은 우선, 서구인들의 아프리카 구전문학과 민담에 관한 관심이 기존의 아프리카와 유럽이라는 이분법의 경계를 약화시키고, 그 다음으로 서구인의 학문과 정치 기준에 맞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서부아프리카 작가들에게 소위 전통의 개념에 따라 구비문학이 아프리카 사회의 진보와 해방에 얼마나 소용이 되는가에 따라 문학작품의 가치가 매겨진 한계를 벗어나려 노력한 대가로 출간된 작품들이다. 오랫동안 서구인들에 의해 은폐되고 무시된 아프리카 언어와 문화를 방어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곧, 활자화된 구비문학 작품에 전통을 고착시키고 아프리카인 작가의 개인적인 창작행위가 가미되었을 뿐 아니라 서구의 보편성에 좁게는 서부아프리카의 특수성이, 넓게는 아프리카 대륙의 특수성이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구전되어 오는 민담들이 실생활과 연계되어 아프리카 공동체의 모습, 아프리카인의 삶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삶의 모습은 공동체 유대의 가치를 찬양하면서 인간과 인간성 그리고 이것들의 형이상학적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그 구조는 독자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 덕행 교육, 도덕성을 통해 드러나는 정의, 곧 도덕성과 교육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서부 아프리카민담은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인의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부 아프리카민담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서부 아프리카민담은 한 마디로 서부 아프리카의 관례와 관습, 도덕과 사회구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의 질서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보여준다.

아무쪼록 서부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서부 아프리카인, 더 나가 아프리카인의 모습 그리고 아프리카의 작가, 환경, 나라, 대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제1장 세네갈·감비아·모리타니·말리 1

당나귀 여왕 파리 3
마메레스 언덕 9
콩이라 불린 은고르 17
바보 디오프 23
밤의 삼바 33
가장 지혜로운 동물, 산토끼 뢰크 45
뢰크와 갓난아기 삼바 47
왜 암탉들은 모이를 흩뜨려놓을까? 55
셋 중의 가장 용감한 사람 56
이빌리스의 플룻 58
미남 청년을 따라 다니는 여인 62
말하는 북 67
도사의 아들 69
소망의 반지 73
해골 80
야마두 하베의 희생 83

제2장 나이지리아·니제르 87

모기가 귀 주변에서 웅웅거리는 이유 89
구두쇠와 이방인 92
노파의 황소 타키세 96
음베와와 은커마의 불화 102
덥수룩한 사람 109
야수의 본성 114
파운틴도하 116
신기한 카나리아 123
입의 장례 과정 125

제3장 가나·베냉·토고·부르키나파소 127

콰쿠 아난시와 아소 129
토끼가 도망을 간 이유 137
원숭이가 나무에서만 사는 이유 140
살금살금, 위대한 자의 머리 위로 142
신비한 마술 거울과 신발과 약 147
한 동안의 친구들 149
수수께끼 시합 152
토끼와 하이에나 155

제4장 코트디부아르 159

거미와 거북이 161
거미와 아들 172
다루기 힘든 아이 181
거미의 황소 190
코뿔새와 두꺼비 201
검정 파뉴 203
가짜 약혼녀 208
혼인 지참금 212

제5장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기니 223

자기 꾀에 빠진 염소 225
영리한 처녀 227
모두 사랑 때문이야 231
표범 여인 238
남자와 표범 240
거미 243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