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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 国王与抒情诗[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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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50년의 인류는 뇌에 의식결정체를 이식해 의식을 포집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이동영혼이라는 매개체로 의식공동체에 접속해 타인 및 세계와 의식으로 직접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제국’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창업자 또한 ‘왕’이라는 존칭으로 불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일주일 앞두고 시인 위원왕후가 자살하자 그의 친구 리푸레이는 왕후가 남긴 메일을 단서로 그가 죽은 이유를 찾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왕후와 ‘제국’, 그리고 ‘왕’의 특별한 관계와 ‘제국’의 목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출판사 서평

“인간의 언어에서 서정성을 제거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인류의 영생과 통합이라는 소재를 ‘언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인문학 SF

[왕과 서정시] 는 중국의 <뉴스위크>라 불리며 매년 중국어권 10대 소설을 선정해 발표하는 시사 잡지 <아주주간(亞洲週間)> 에서 꼽은 ‘2017년 10대 소설’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언어에서 서정성을 제거해 죽음의 ‘의미’를 없앰으로써 인류의 영생과 통합을 이루려는 거대 그룹 ‘제국’과 사라져 가는 문자와 언어를 지키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언어의 역할과 의미를 깊이 탐구한 이 작품은 발간되자마자 중국 문단을 들끓게 만들며 2017년 중국최미서점위크(中國最美書店周, China Bookstore Week) 문학상 최고 인기도서상을 수상했고, 중국도서평론학회가 선정한 ‘2017년 중국 좋은 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철학을 전공한 문학 편집자 출신의 저자 리훙웨이는 [왕과 서정시]에서 인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SF라는 형식을 빌려 현실을 깊은 차원에서 이해하고 시대정신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확장시킨다. 그는 <중화독서보(中華讀書報)>와의 인터뷰를 통해 [왕과 서정시]를 SF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는 이 작품이 현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런 현실 인식이 확산되고 전달되어 인간 정신의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성이 지배하는 질서정연한 ‘왕’의 세계에서
감성과 자유가 넘치는 ‘서정시’는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2050년의 인류는 뇌에 의식결정체라는 기기를 이식해 의식을 포집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이동영혼이라는 매개체로 의식공동체라는 일종의 서버에 접속해 타인 및 세계와 의식으로 직접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제국’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창업자 또한 ‘왕’이라는 존칭으로 불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일주일 앞두고 시인 위원왕후가 자살하자 그의 친구 리푸레이는 왕후가 남긴 메일을 단서로 그가 죽은 이유를 찾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왕후와 ‘제국’, 그리고 ‘왕’의 특별한 관계와 ‘제국’의 목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서 ‘왕’으로 대표되는 미래는 이성에 기초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뤄진다. 정보 공유를 통해 인류는 점점 동질화되어 가고, 마침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왕이 예측하고 또 보여주는 획일화되고 유일한 결말, 절대적인 미래다. 왕의 계획에 따라 유도된 위원왕후의 삶은 그 거대한 흐름에 저항할 수 없는 서글픈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그와 대비되는 주인공 리푸레이의 행동은 개인에서 비롯된 서정(抒情)과 다양성을 상징한다.
초반 리푸레이가 위원왕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은 미스터리의 성격을 띠며 스토리의 흡인력을 강화시키고, ‘인류의 영생과 불후’라는 SF에서 친숙한 소재를 ‘언어’와 ‘문자’라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전개는 인문학, 특히 언어에 대한 저자의 사유를 보여준다. 모든 정보가 의식의 수준에서 직접 교환되어 문자와 종이책의 필요가 점점 줄어드는 소설 속 세상은 현재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며, 사라져가는 언어와 문자, 특히 시로 대표되는 인류의 서정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본문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장편시 <타타르 기사>와 산문시의 형식으로 조판된 2부를 통해 드러나며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구텐베르크 마인드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문자와 시, 문학에 주목하다
한자 문화권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형식과 사유로 보는 중국 문학의 광활한 심연

[왕과 서정시] 의 기본 스토리라 할 수 있는 1부 각 장의 제목은 한 글자로 된 한자와 그 풀이로, 중국 최초의 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 와 가장 대중화된 사전 [신화자전(新華字典)]에 수록된 설명이다. 또한 각 한자는 해당 장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소설의 방향성과 깊이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과정이 되었다고 하는 마흔다섯 글자의 선정은 문자, 더 정확히는 한자에 대한 저자(리훙웨이는 소설가인 동시에 시인이자 번역가이기도 하다)의 서글픔과 무관하지 않다. 서정이 남용되고 소비되는 현대에 작가는 시인의 죽음, 문자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서정을 고민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타타르 기사>는 언어와 문자의 소멸을 추진하는 왕과 위원왕후의 대립각이 표면화된 서정시로, 위원왕후의 감정이 투사되어 있다. 산문시의 형식으로 표현된 2부는 1부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초적 물질이자 재료인데, 이 두 부분만이라면 이야기가 종적인 공간만을 담게 된다고 느낀 저자는 의식공동체 시스템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들인 ‘부록’을 추가해 소설이 2050년이라는 닫힌 시간을 넘어서도록 했고, 1부와 2부의 상대적 위치를 옮겨 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각 부분이 서로를 투사하고 조영하도록 만들어 작품 세계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그 결과 평단의 극찬은 물론이고 중국 독자들에게도 ‘진짜 미래가 강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SF와 시대를 가장 잘 결합한 책’, ‘탄탄한 구도와 정밀한 기교를 통해 현실을 흔든다’, ‘최근 읽은 기술 관련 작품 중 인문적 상상에 가장 공들인 작품’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 속 <타타르 기사>의 이야기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영원의 끝]을 떠올리게 하며, 언어라는 소재로 펼쳐낸 과학적 상상력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새뮤얼 딜레이니의 [바벨 17], 영미권 SF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시대 예지와 사회 인식은 류츠신의 [삼체], 독특한 구성과 분위기는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과 비견되기도 했다.
[왕과 서정시] 는 현재 양과 질 두 가지 면에서 모두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SF의 현주소와 중국 문학의 광활한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으로, 현실을 기반으로 가능한 두 가지 미래를 제시하며 이에 대한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SF 팬은 물론이고 책과 언어, 문자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 상상력과 인지의 한계에 도전하는 즐거운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추천사

[왕과 서정시]는 중국대륙 문학에 새로운 사상과 상상의 위도(緯度)를 열었다. 인공지능 시대, 옴니 미디어와 1인 미디어 시대에 왕은 무엇을 의미하고 서정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쓰기는 무엇을 의미하고 사람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라는 고민에서 커다란 현실적 불안이 담긴 환상을 전개한다. 거대하고 화려하고 복잡하며, 단단한 얼음과 같은 미적 감각을 지니는 이 소설은 ‘포스트 기술복제시대(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의 서정시’라 할 수 있다.
- 리징쩌(李敬澤) / 작가,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이 시대의 작가라면 누구나 원하지만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난감해할 주제를 너무나 멋진 디테일의 이야기로 완성시킨 걸작. 정보통신기술(ICT)을 주요하게 다루면서도 사이버펑크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훌륭한 전범이다. ‘구텐베르크 마인드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여전히 종이책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문자와 시와 문학에 주목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불멸성을 고민하는 ‘인문 SF’의 새로운 지평. 중국 SF문학의 거대한 가능성을 실감하면서 작품 속 ‘제국문화’의 21세기적 은유를 고민하게 되었다.
- 박상준 / 한국SF협회장

미래의 시는 어떻게 될까? 인간의 서정은, 감정은 과연 유효하고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이 연결되고 느낌과 감정까지도 모두 예측하고 설정하여 이루어진다면, 시간을 뛰어넘고 죽음을 초월한다면 인간에게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서정도, 죽음도 의미가 없다면 바로 그 이유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아닐까. 205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시인의 자살에서 시작하는 [왕과 서정시]는 인간의 ‘서정’이란 무엇이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탐구한다. ‘무에서 정감이 자’랄 수 있는 서정은 과연 인간만의 것일까. 인공지능 혹은 집단지능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중국 SF의 광활함과 심연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걸작이다.
- 김봉석 / 장르문학 평론가

현 인류의 의식이 하나로 묶일 때, ‘문자’는, ‘서정시’는 존재할 수 있을까? 영생과 통합이라는 SF의 친숙한 소재를 새로운 관점으로 펼쳐낸 작품. ‘한자’라는 독특한 문자를 통해 전개되는 중국 작가만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 전홍식 / SF & 판타지 도서관장

광막한 세계를 거침없이 성큼성큼 걸어 가로지른다. 큰 이야기를 마음껏 크게 하면서도 과장스럽지 않고, 긴 이야기를 충분히 풀면서도 결코 느리지 않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문학과 존재의 본령 앞에 선 나를, 아니 인류를 만난다. 독자의 경험세계를 바꿀, 압도적인 과학소설이다.
- 정소연 /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

[왕과 서정시]는 극단적으로 정보가 넘쳐나지만 동시에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는 지금보다 몇 배는 어려워진 미래의 네트워크 세상에서, 마치 문학의 종말을 상징하듯이 자살해버린 노벨상 수상자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저자는 네트워크의 지배자를 '왕', 그 공간을 '제국'으로 부르는 언어유희를 통해, 미래의 공간을 고전적이고 환상적인 시대로 뒤바꿔놓는다. 고대의 왕들처럼, 네트는 무엇이 발행될지 사라질지를 결정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의 삶을 모두 통제한다. 문학이 사멸하고 언어가 사라지는 현대의 풍경을 역사의 풍경에 빗대어 보여주며 문학과 책, 글과 문자와 서정에 대한 사랑을 새로이 일깨운다. [삼체] 이후 또 하나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적 유희.
- 김보영 / SF작가

<아주주간(亞洲週間)> 선정 ‘2017년 중국 10대 소설’ 심사평(전문)
2017년, 스마트 기술로 새로운 창세기가 시작되었다. 정보기술과 문화 감성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미래, 질서정연하고 이성을 중시하는 세계에서 자유롭고 감성이 넘치는 서정시는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저자 리훙웨이는 SF 장편소설 [왕과 서정시]로 ‘정보의 대동(大同)’과 ‘인류의 영생(永生)’이라는 난제를 깊이 탐구한다. 핵분열을 하는 듯한 언어, 철학적인 서술, 기존 규칙을 깨어야 비로소 새로운 법칙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통해 강렬한 SF 색채를 기조로 미스터리, 환상, 추리, 로맨스 등의 요소가 모두 섞인 다채로운 스토리가 전개된다.
의식결정체, 이동영혼, 의식공동체로 이뤄진 연합체 ‘제국’은 정보 연결과 공유를 통해 인간 의식의 무한한 동일화를 실현하고, 언어의 서정성을 소모해 인간에게 있어 ‘죽음’의 ‘의미’를 없앰으로써 마침내 영생과 불후(不朽)를 이루려 한다. 특이한 매화가지, 노벨상 수상 연설문 원고의 시간 매개변수, 죽었다 살아난 조이너 등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위원왕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단서를 찾고 의문을 푸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며 스토리의 흡인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수면으로 떠오른 진상은 의미심장함을 더해 긴장감을 높인다. 조각조각을 이어 붙인 방식의 장편시 <타타르 기사>는 본문 중간중간 삽입되어 심금을 울린다. 사랑을 묻는 기사의 장례와 미결정 도시의 엄숙한 의식은 어쩌면 인류 문명의 장례식일 수도 있지만, 서정의 힘의 또 다른 추상적 표현일 수도 있겠다.
소설은 미래 과학기술 시대엔 문자가 더 이상 인간의 감정을 써내려가는 도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표명하지만,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딱 일주일 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챗봇 샤오이스(Xiaoice)가 창작한 현대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가 출간되어 차가운 기계가 말랑말랑한 서정을 다루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이 씨가 됐다.

목차

1부 본사本事 … 9
1. 思사 : 받아들이다, 그립다
2. 聊료 : 이명, 한담
3. 物물 : 얼룩소, 나 이외
4. 唱창: 안내, 규칙에 따라 소리를 내다
5. 謎미 : 은어, 미로에 대한 이야기
6. 酒주 : 발효하다, 선과 악
7. 火화 : 태우다, 열 명의 사람
8. 空공 : 구멍, 없다
9. 光광 : 밝은, 물체를 보게 하는
10. 是시 : 곧다
11. 死사 : 소멸, 사람이 떠남
12. 渡도 : 건너다, 물을 건너다
13. 在재 : 존재하다, 어떤 장소
14. 訪방 : 계략이 수면으로 떠오르다, 조사하다
15. 確확 : 진실하다, 튼튼하다
16. 王왕 : 큰, 천하가 귀속되는 존재
17. 內내 : 들어가다, 봉인하다
18. 强강 : 바구미, 힘찬 활에서 튕겨 나온 화살의 힘
19. 衰쇠 : 도롱이, 미약해지다
20. 塞새 : 막히다, 요새
21. 安안 : 조용하다, 어딘가에
22. 達달 : 알리다, 길이 막힘없이 통해 행인끼리 마주치지 않다
23. 歧기 : 양羊, 갈림길
24. 士사 : 일하다, 살피다, 열을 미루어 하나로 합치다
25. 助조 : 왼쪽
26. 飆표 : 폭풍, 회오리바람
27. 愛애 : 여행, 쉬운
28. 哀애 : 힘쓰다, 슬프다, 애도하다
29. 醒성 : 술이 깨다, 술 이후
30. 冷냉 : 춥다, 생소하다
31. 字자 : 계약, 출산하다, 낳다
32. 獎장 : 권면하다, 개를 부려 사납게 만들다
33. 印인 : 덮다, 신표를 지니다, 흔적
34. 紙지 : 쓰다, 그리다, 인쇄하다, 섬유
35. 默묵 : 외워 쓰다, 개가 잠시 사람을 쫓아내다
36. 奇기 : 다르다, 특수하다
37. 笑소 : 기쁘다, 조소하다, 경어
38. 永영 : 길다, 물
39. 神신 : 창조자, 만물을 끌어내다
40. 一일 : 하늘과 땅을 만들다, 만물이 되다
41. 錯착 : 금도금, 교차하다
42. 轉전 : 돌다, 동그라미
43. 情정 : 음기, 소유욕
44. 抒서 : 푸다, 표시하다
45. 數수 : 세다, 탓하다

2부 개요 … 329
1. 운명
2. 나의 말馬
3. 머릿속의 거미줄
4. 자아 모살謀殺
5. 수중水中 자화상
6. 밧줄, 가쇄枷鎖
7. 거울 속 폭력 행사
8. 어흥~~ 어흥~ 어흥~ 어흥……
9. 아래로 비상, 오래 기다렸다
10. 도망, 또는 종적 없음
11. 절단, 취소, 넘침
12. 강림

부록 … 425
이식하는 날
정보의 노예
달의 불꽃
의식결정체 환각감
경매 0

옮긴이의 말 … 452

본문중에서

— 2050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시인 위원왕후宇文往户 급 별세.
붉은색 정보핵이 정보 스트림에 계속 흐른다.
— 오늘 17시 10분 25초,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위원왕후의 이동영혼이 의식공동체意識共同體에 비상경보 정보를 송출해 위원왕후가 의식공동체와의 연결을 끊었다고 표시. 삼 분 십구 초 후 위원왕후의 의식결정체意識結晶體 작동 정지. 경찰은 오 분 동안 계속 그를 호출해도 대답이 없자 의료진과 함께 그의 집으로 출동. 문을 부수고 들어가니 위원왕후는 이미 사망.
(/ p.11)1부 1장 첫 문단 중에서

수취인 이름도 없고 안부 인사나 내용, 낙관도 없이 제목 칸에 “이렇게 단절한다. 잘 지내길”이라고만 쓰여 있는 메일 한 통. 이 몇 글자에 정말 언외의 뜻이 있을까? 언외의 뜻이 분명 있다고 가정이나 해보자. 그러면 위원왕후는 왜 의식공동체를 통해 리푸레이를 불러 직접 얘기하지 않고 이메일이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연락했을까? 리푸레이가 위원왕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를 제지할 것에 대비하려는 의도였다면 의식공동체에 정보를 남겨두면 될 일이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먼 길을 돌아야 했을까?
(/ p.49)1부 6장 중에서

“요즘 난 곤경에 빠진 종이책을 보면 수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 내 입장에서 그것들은 유한한 문자로 표현된 책일 뿐 아니라 종이책 그 자체이고 종이 자체이기도 하거든. 글자체나 글자의 조합은 다르지만 개별 글자는 늘 같잖아. 매일 이런 책과 함께 앉아 있다는 건 글자와 같이 앉아 있는 게 아닐까?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손으로 뭉치면 가질 수 있는.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생소한 글자, 특이한 글자가 있는 책들이 유난히 좋더라고.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물종物種, 하나의 민족처럼 사라지거나 멸종하지 않을 것 같아.”
('1부 3장' 중에서/ pp.33~34)

뒤집고 또 뒤집으며 종이 양면을 여러 번 살펴봤다. 열한 글자가 있는 면에서는 단서가 보이는 듯했다. 한 가닥 빛이 숨었다 나타났다 하며 계속 찾으라고 리푸레이를 격려하고 지휘했다. 해서체가 있는 면으로 돌리면 분명히 더 자욱한 안개가 리푸레이 주위로 드리워졌다. 숫자를 다시 보니 비밀번호 같기도 하고 열쇠 같기도 했지만 도무지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1부 5장' 중에서/ p.53)

진짜 핵심은 이동영혼을 끄거나 의식공동체에서 로그아웃하지 않는 한 의식공동체상의 모든 사람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환상이 아니라 실재다. 외치면 반드시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은 자신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반응일 것이다.
('1부 제16장' 중에서/ p.121)

“왕은 위원 선생이 실질적으로 의식공동체를 구축한 장본인이고 제국의 영혼이기 때문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걸까요? 아니면 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두 사람의 근본적인 철학이 달라서였을까요?”
('1부 35장' 중에서/ p.264)

“‘사람이 어떻게 안 죽나?’ 중점은 ‘사람’이 아니라 ‘죽지 않는다’에 있었죠. 당신은 문제를 역전시켜 답을 찾았습니다. 개체 생명의 영원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죽음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를 없애자고. 없애는 경로는 언어 및 문자를 인간의 몸에서 제거하는 것이고요. 제국 운영의 근본 목적은 바로 중복작업입니다. 중복작업을 통해 언어 및 문자의 서정성을 소모해 없애고, 기억의 규칙에 맞춰 대부분의 문자를 인간의 기억에서 철저히 말살시킨 후 간단하고 깊이가 없는, 순전히 소통 기능만 있는 문자만 남기는 것입니다.”
('1부 40장' 중에서/ pp.285~286)

“전에 〈타타르 기사〉에 대해 얘기했었지. 자네는 〈타타르 기사〉가 장편서사시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장편서정시라고 생각했어. 이에 대해 자네는 이런 말을 했어. 서정은 감정의 범람이나 개인의 감상을 토로하는 게 아니고 심오한 이성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라고. 그보다는 인류의 처지를 깊이 느끼고 그 느낌을 전달해 다른 사람을 감화시키는 것이 서정이라고. 또 폭넓은 서정은 개인에게 어둠을 드리워서 무無에서 정서가 자라게 만든다고 했지. 〈타타르 기사〉에서 느낀 감동을 얘기한 것이었지만, 그건 동시에 자네가 이해한 서정의 본질이었지.”
('1부 43장' 중에서/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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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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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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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중국 쓰촨 장유江油시에서 태어났다. 중국인민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문학 편집자로 일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30회 ‘청춘시회(靑春詩會)’에 참가했고 2014년 청년작가 올해의 표현상과 쉬즈모(徐志摩) 시가상을 받았으며, 제16회 화어문학전매대상(華語文學傳媒大獎)에서 올해의 소설가로 뽑혔다. 2017년 5월 발간된 [왕과 서정시]는 출간되자마자 중국 문단을 들끓게 만들며 2017년 중국최미서점위크(中國最美書店周, China Bookstore Week) 문학상 최고 인기도서상을 수상했고, <아주주간(亞洲週間)> 선정 ‘2017년 중국 10대 소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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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석사(한중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수학의 아름다움》 《왕과 서정시》 《블랙테크》 《대륙의 큰언니 등영초》 《완다 : 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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